한일FTA의 의의와 전망

노동사회

한일FTA의 의의와 전망

admin 0 4,414 2013.05.12 03:21

1. 자유무역협정이란?

dwkim_01_0.jpg(1) 한·칠레간의 자유무역협정을 거쳐 한·일간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rea)’은 경제통합의 한 형태로 당사국간의 상품 또는 서비스 교역에 있어 관세와 기타 무역장벽들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하는 ‘지역통합협정(RTAs: Regional Trade Agreement)’의 한 유형을 말한다. 여기서 RTA는 2개 이상의 국가 간에 무역장벽을 완화 또는 철폐하는 협정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기준으로 RTA를 분류하면, ①FTA, ②관세동맹(CU: Customs Union), ③FTA와 CU로 가기 위한 ‘잠정협정(Interim Agreement)’ 등의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이 구분을 적용한다면 지난번 한·칠레간의 FTA는 정확하게 말하면 완성된 FTA가 아니라 향후 16년 간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과정에 있는 잠정협정이다. FTA는 통합권내의 “실질적으로 모든(substantially all)” 무역에 대한 장벽을 철폐하는 것으로 역외국가에 대하여 개별적인 관세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세동맹과 구별된다.

(2) 지역통합협정에 대해서는 그 경제적 효과에서부터 WTO와의 역학적 관계 등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논쟁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본고에서는 한·일 FTA를 이해하기 위한 객관적인 최소한의 사항들을 제시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2. FTA의 정치경제학: WTO와의 관계 및 경제적 효과

(1) FTA가 쌍무적 형태의 무역자유화를 지향한다면, 다자간 체계인 세계무역기구(WTO)는 다자간 구조 속에서 최혜국대우 원칙(한 회원국에 주어지는 무역상 이익은 다른 모든 회원국에게도 ‘비차별적’으로 주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근거로 무역자유화를 지향한다. 따라서 협정체결국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무역상 특혜를 부여하는 FTA는 비차별대우를 지향하는 WTO와 본질적인 긴장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1947년 ‘상품무역에 관한 일반관세협정(GATT)’ 체결 시, FTA를 포함하는 RTA를 여기에 포함시킬 것인가를 놓고 많은 토의가 있었다. 그 결과 RTA의 무역창출 효과를 감안, 그 존재를 인정하고 GATT 24조를 통해 규율하게 되었다. 그 후 1994년 WTO 성립 시,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에서는 5조를 통해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교역에 대한 FTA도 인정하게 되었다.

(2) FTA가 인정되는 이유는 주로 경제적인 이유에서이다. 그것은 즉, FTA로 인해 역외국가들간의 무역장벽이 철폐됨으로써 이전에는 역내에서 교역되지 않았던 상품 및 서비스 등의 교역이 이루어져 발생하는 역내국가간의 무역창출(trade creation) 효과를 지칭한다. 하지만 FTA로 인해 역외의 보다 효율적인 공급자가 아닌 역내의 비효율적인 생산자에게서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 무역교란(trade diversion)의 발생이라는 부정적 효과도 가능하다는 측면이 논의됨으로써, 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일방적인 판단은 힘들게 되었다. 

예를 들면 A라는 상품의 ‘갑’국의 생산비가 8원이고 이 상품을 ‘을’국이 수입하는 경우 관세 2원을 부과했다고 하자. 그러면 을국의 소비자가 지급했던 금액은 10원인데, FTA를 체결하면 관세가 철폐되어 A물품을 8원에 소비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물품을 ‘병’국에서는 7원에 생산하지만 을국이 병국에서 동 물품을 수입하는 경우 2원의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따라서 수입가격이 9원) 무역이 역외의 보다 효율적 생산국인 병국이 아닌 비효율적인 역내의 을국으로 교란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결국 FTA의 효율성은 위의 두 가지 효과, 즉 무역창출효과와 무역교란효과 중 어느 것이 더 큰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체결상대국의 무역구조나 생산구조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그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고 이 점이 한·일간 FTA 논의 및 평가에서 핵심적인 사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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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FTA 저지 일본원정투쟁단의 도쿄원정 투쟁  - 출처: 매일노동뉴스 ]

3. FTA의 심리학: 도미노 이론

FTA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비경제적 효과 때문에도 그 유용성이 논의되는데, 현재의 많은 FTA는 오히려 비경제적 요인이 그 체결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안보상의 이유나 지역적 연대에 대한 심리적 만족 등의 요소가 그것이다. 지역협정, 특히 유럽공동체(EC) 연구의 권위자인 볼드윈(R. Baldwin)은 나프타(NAFTA: 미국, 캐나다, 멕시코간의 FTA)나 EC(관세동맹의 일종)의 지역협정으로서의 성공을, 역외국가의 심리적 불안감과 그에 따른 가입노력 및 다른 지역협정 체결노력 등에 있다는 지역무역협정의 ‘도미노 효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의 FTA 체결 노력도 이러한 심리적 요인도 적지 않을 것 같다.

 4. 한·일간 FTA 평가요소

(1) 고가 자본재의 많은 부분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일본과의 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효율을 일반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일본의 아시아경제연구소가 한·일간 FTA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1∼2년의 단기적으로는 공산품경쟁력 열세로 손해를 보지만 3∼10년의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투자와 기술 협력 등 자본 축적에 힘입어 이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동일한 산업국가간의 FTA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평가가 가능한 만큼 보다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 한·일간 FTA가 기계산업과 석유화학 등의 중화학산업에 있어 한국에 불리할 것이라는 점은 예견된 사실이다. 하지만 IT산업과 관련해서는 한국에 유리한 점도 예상할 수 있다. 최근의 LG전자의 ‘벽걸이 텔레비전(PDP)’에 대한 일본 마쯔시다 사의 특허침해를 이유로 한 통관보류요청에서 보듯이 기술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에 있어서는 한국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일 기업 간의 상호특허권실시를 통한 경쟁력 증진 효과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농업과 관련해서는 한·일간에 민감한 사안이라는 공동의 인식이 있으므로 그 문제를 비켜나갈 가능성이 많다. 또한 최근 체결되는 FTA는 서비스나 지적재산권, 투자 등에 관한 항목까지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관련 변수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한·싱가포르 FTA 논의과정에서 합의되었다는 개성공단 생산물품의 ‘한국산 인정’은 남북간 민족 거래의 국제적 인정이라는 점에서 좋은 출발이 될 수 있고 이러한 기조를 한·일간 FTA에서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