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걸머진 무거운 책무

노동사회

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걸머진 무거운 책무

admin 0 2,275 2013.05.07 06:16

지난 1월 18일 열린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는 제3기 집행부를 출범시켰다. 단병호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도 체제가 새롭게 구성된 것이다. 한국 노동운동의 대내외적 상황이 표현 그대로 '엄중한' 형편인 점에 비추어, 새 지도부가 걸머진 책무가 무척이나 무거워 보인다. 노동운동이 부닥친 도전이 결코 만만치 않고, 주체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막중한 형태로 떠올라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합을 통한 새 집행부 출범

이번 새 지도부 탄생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임원선거에서 세 후보 진영 치열한 경합을 거쳤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민주노총이 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상황에서 그 대응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주체적인 측면에서 자기개혁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점에 비추어 새 지도부는 민주노총 조직 안의 요구를 충실히 수렴하는 방향에서 활동과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먼저 조직의 통일·단결을 공고히 하는 일이다.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조직적 통일은 노동운동 발전에서 요구되는 최대의 덕목이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편향과 분파주의에 따른 조직적 분열이 통일·단결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노동운동이 위기 국면에 놓이게 되면, 흔히 타협주의와 경제주의가 합리화되기도 하고 반대로 모험주의와 극좌주의가 한껏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분파주의가 내부 혼란을 부추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편  가르기'를 통해 파쟁을 불러일으킨다.

노동운동이 대중운동인 한, 다양한 견해와 주장 그리고 사상과 신조를 포용한다. 노동운동은 동일한 이념과 노선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조직된 정당과는 다르다. 그런데도 노조는 대중성과 계급성을 바탕으로 공통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각국의 노동운동은 독자적으로 지향하는 전략적 목표와 운동기조, 운동방침을 설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운동 내부의 편향과 분파주의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자주적이고 조직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른 방법일 터이다. 전국중앙조직이 결의기구를 통해 총노선을 설정해야 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각급 조직 차원에서 대중토론을 통해 조직 구성원의 견해와 주장을 집약하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이다. 특히 현장토론을 통한 민주집중의 원칙이 관철되어야만 할 것이다.  새 지도부가 민주노총의 통일·단결을 위한 사업과 방침 그리고 대중적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내부 분열과 파쟁은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단결의 공고화가 최우선 과제

다음으로 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의 하나는 자기개혁을 단행하는 일이다. 새 지도부 출범은 자기개혁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조직측면에서는 기업별 노조형태를 산업별 체제로 전환하는 일이야말로 핵심적인 개혁 과제로 떠올라 있다. 또 조직운영에서 각급 조직의 체계화와 조직운영의 합리화, 상급조직의 기능강화, 노조민주주의와 민주집중제의 실현, 현장활동의 충실한 강화 등이 조직측면의 주요 개혁과제가 되고 있다. 조직의 개혁 없이는 다른 부문의 개혁을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활동과 투쟁측면에서는 전략목표의 명확한 설정을 비롯하여 올바른 전술 구사,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원칙적 결합, 대중주체의 투쟁방식 실현 등이 개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정치세력화의 적극적 추진과 노동운동 이념·노선 정립 등이 노조운동의 자기개혁에서 주요한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또 노동운동의 자기개혁에서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은 노동운동의 권위를 확립하는 일이다. 권위는 권세와 위력을 말한다. 새 지도부는 현재 한국 노동운동의 권위가 추락해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노동운동의 권위는 위세만으로 이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조직과 투쟁 그리고 정치역량의 확대 강화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자기개혁 단행해야

민주노총 새 지도부는 임원 선거에서 주요한 공약들을 내걸었고, 노동운동 발전에 대한 밝은 전망도 제시했다. 말하자면 노동운동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일 수 있고, 달리 보면 그것은 낙관주의의 표현일 수 있다. 단병호 후보 진영이 내세운 공약들은 충실한 근거를 갖춘 낙관주의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새 집행부는 노동운동의 미래에 대한 진정한 낙관주의를 세워야 한다.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에서 낙관주의는 중요한 무기다. 온갖 난관과 반동의 벽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변혁의 지평을 열어 가는 데서 낙관주의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낙관주의는 정체와 패배를 딛고 고양과 승리로 나아가는 데 대한 믿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진보를 위한 표지 구실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근거 없는, 그야말로 맹목적인 낙관주의는 갖가지 패배주의가 활개칠 수 있는 온상이 될 수 있다. 노동대중이 다 함께 고뇌하고 대중토의를 활발하게 추진하며 노동운동 발전의 자기논리를 존중하는 가운데서 이룩되는 낙관주의야말로 대중의 힘을 묶어내는 바탕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 변화가 실로 급격하다. 그런 변화의 구조를 제대로 읽어내기조차 힘든 형세다. 더욱이 그 변화에 대응하려면 낡은 사고와 굳어진 행동방식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운동을 둘러싼 상황과 조건은 급변하는데도 활동방식이나 조직운영이 낡은 틀에 고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낙후이고 퇴보이며 패잔의 지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창의적 사고와 행동방식을 개발하는 데서 노동운동에서 요구되는 기본 원칙을 내팽개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노동운동의 장구한 역사에서 축적된 원칙이 기본바탕이 되고 실천을 통해 얻어진 귀중한 경험들이 존중되는 가운데, 치밀한 상황 진단과 대중토의를 통해 획득된 실천방침이 창의적인 사고와 새로운 행동방식을 개발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명심해야 할  사항일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노동운동의 풍토를 바꾸는 일이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 할 것이다. 현재의 노동운동 풍토는 안팎의 정황을 반영하듯 황량한 겨울 대지와도 같이 메말라 보인다. 삭막한 풍토에서는 생명력 있는 운동역량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운동 풍토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노동운동의 경우, 그것은 동료애고 동지애일 것이다. 동료애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현장조직을 통한 일상적인 만남, 토의 그리고 노조활동에 대한 참여, 조직 사이의 깊은 연대 등을 매개로 하여 넓어지고 깊어진다. 이런 작업을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이 노동운동 풍토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사업일 터이다.

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걸머진 책무는 이처럼 실로 막중한 편이다. 그것은 시대적이면서 어쩌면 역사적 성격마저 띠고 있다. 이런 책무를 이행하는 데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될 것이 분명하며, 한편으로 새 지도부에 영광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