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새길을 고대하며

노동사회

희망의 새길을 고대하며

admin 0 2,950 2013.05.12 02:47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야할 곳이 어디쯤인지
벅찬 가슴들 열어 당도해야 할 먼 그곳이
어디쯤인지 잘 보이는 길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가로막는 벼랑과 비바람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던 우리
가도가도 끝없는 가시덤불 헤치며
찢겨지고 피흘렸던 우리
이리저리 헤매다가 떠돌다가
우리 힘으로 다시 찾은 우리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는 길 힘겨워 우리 허파 헉헉거려도
가쁜 숨 몰아쉬며 잠시 쳐다보는 우리 하늘
서럽도록 푸른 자유
마음이 먼저 날아가서 산넘어 축지법!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이제부터가 큰사랑 만나러 가는 길이다
더 어려운 바위벼랑과 비바람 맞을지라도
더 안보이는 안개에 묻힐지라도
우리가 어찌 우리를 그만둘 수 있겠는가
우리 앞이 모두 길인 것을.

(이성부 시인의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에서)


좌절의 문턱에서 돌아보는 한해

2004년 새해를 맞는다. 새 세기 거센 안팎의 도전에 대응하여 희망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자고 매해 다짐을 했지만 이번에도 노동운동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지난해의 보람도 새해의 희망찬 설계도 다 성에 차지 않을 만큼 어려운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실제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이나 노동운동의 상황 가운데 무엇 하나 바람직한 요소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IMF 위기 때를 방불케하는 경기침체 속에서 계속되는 실업과 고용불안의 위협, 전체 노동자의 60%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의 비인간적 고용조건의 강제, 높아만 가는 노동강도에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구조조정의 악몽에 시달려야 하는 대다수 정규직 노동자들, 청운의 꿈은 고사하고 일자리를 얻지 못해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는 청년실업자들, 부자들의 부동산 투기잔치에 내집 마련의 꿈을 팽개친 채 낙망에 빠진 가구주들, 36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7.8%, 경제활동인구 100명중 15.5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힌 근로서민대중 등등. 특히 연초와 연말에 벌어진 노동조합 간부들의 연이은 분신이라는 비극에 직면하여서는 참담함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삶을 위해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노동쟁의는 늘어났고 투쟁강도도 높아졌다. 노동자들의 울분은 전례가 드문 양대노총의 대규모 군중집회로 표출되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저항이 권력과 자본의 존립을 위협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구조조정과 관련한 연장전에 불과하거나 대부분 정례적인 임단투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새로운 것이라면 화물연대의 투쟁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일찌감치 전례 없이 거센 공격을 퍼부었다. 자본은 노무현정부와 노동조합,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국민여론과 노동조합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면서 대대적으로 공격하였다.

한편 노무현정부는 노동조합운동을 강하게 비판하거나 때로는 강경책을 구사하였다. 어려운 국가현실을 무시하고 제 욕심만 채우기 위해 강성으로 치닫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거기다가 경제특구, 이주노동자, 주5일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과제들도 경제논리에 밀려 노동자의 기대와는 먼 수준에서 결말이 났다. 노사관계 개혁안도 마찬가지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던가, 노무현 참여정부에 걸었던 개혁의 기대가 무너졌다고 본 노동조합은 정부의 태도변화를 비난하고 특히 민주노총은 투쟁의 강도를 높여갔다. 결국 노사관계, 노정관계는 갈등의 골을 더욱 깊이 한 채 새롭고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손배소와 가압류가 50개 노조에 1,300억원이 넘고 구속 수배자가 159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예상되는 도전과 공세의 치열성

새해에는 환멸과 좌절을 훌훌 털어버리고 희망과 꿈이 충만한 길이 열릴 수 있을까? 국민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 앞에 보수부패정치는 극도로 동요하고 있지만 기득권을 놓치지 안으려는 보수 정상배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북미관계, 남북관계는 미국 부시정권의 패권주의 지배전략의 위협으로 여전히 복잡하고 불안정한 요소를 안고 있지만 북한의 대미전략과 남한의 통일운동의 대응방식에 따라 변화할 소지도 많다. 이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조건들이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다고 할 만큼 유동적이고 불안정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경제사정에 대한 정부쪽 전망은 상당히 밝다.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고 일본, 유럽 경제도 성장할 것이므로 한국경제도 올해 2%대에서 내년에는 4∼5%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행은 국내 주변조건의 안정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올해의 배가 넘는 5.2% 성장을 예상한다.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내수와 투자도 일정한 시차를 두고 늘어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한국개발원도 비슷하게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만만치 않다는 의견도 많다. 그 하나는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2002년 대선 때 대통령 후보들은 제각기 6∼7%성장시키겠다고 했고 정부 연구기관 투자자문회사들도 모두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장밋빛 환상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성장이 건실하게 되려면 내수-투자-수출이 적절하게 증가해야 하는데 내수와 투자의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 1년 사이 대기업이 줄인 일자리는 22만개나 된다. 청년실업율은 8%에 이르고 가계부채는 3천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직장과 소득이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직장을 가진 노동자들도 불안한 전망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다. 여기에 금융신용불량자가 줄어들 여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어느 한구석도 내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러니 투자를 늘릴리 없고 외국인투자도 주춤거릴 수밖에 없게 되어 신규 채용은 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제성장 패턴의 변화로 경제성장이 고용증대를 담보해주지 못하고 고용증대의 경우에도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노동자만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노사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예상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새해도 노동에 대한 자본의 공세는 작년에 못지 않게 치열하게 전개될 공산이 매우 높고 그 만큼 노사관계의 긴장도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하나의 조짐은 한국은행이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내리면서 붙인 전제조건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노사갈등, 금융불안, 북핵문제 등 불안 요인이 올해보다 더 악화하지 않을 경우"에 경제가 순조롭게 회복될 수 있다고 하였다. 곧 경기회복의 관건은 노사관계의 안정에 있으므로 노동자들은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경제불안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든 "금융불안"도 자본의 공세를 예상케 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미 금융자본들은 최근 폭발한 카드위기 사태에 직면하여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증권계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계의 움직임은 금융사정을 경색시켜 기업의 자금 흐름을 긴장시키고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감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불꽃튀는 공방전

올해의 이러한 상황변화 속에서 노사간에 대두될 최대 쟁점은 노동시간 단축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5일제'로 얘기되는 노동시간 단축은 작년 8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올 7월부터 공기업과 1천명이상 사업장에 적용하게 되어 있지만 핵심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다툼거리를 안고 있다. 단축된 노동시간에 대해 임금을 보전해주는가의 문제이다. 이미 경총은 이에 대한 지침을 사업장에 내려보냈다. 경총은 지침에서 임금보전은 기본적으로 '불가'라고 규정하고, 만일 노조가 단체협약에 규정되어 있는 휴일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맞추어 축소 또는 인하(생리휴가의 무급화, 연월차휴가 통합 등)할 경우 임금을 보전해주라고 못박고 있다. 수 십년 동안 쌓아올린 단체협약의 조건들을 최저기준인 근로기준법 수준으로 낮추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건의 후퇴를 노리는 공세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자본은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오던 것을 경제성장률, 고용증가율까지 포함해서 결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새로 추가된 개념들이 그동안 자본들이 요구해온 생산성임금제에 근거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성장 고실업율시대에 접어든 상황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율 상승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공업, 중소영세기업의 저임금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인상 정체와 생활압박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노사간의 격전은 노사관계 개혁안, 이른바 로드맵 결정과정에서 또 다시 불꽃을 튀길 것이다. 로드맵은 단결권의 신장을 일정한 정도로 받아들이는 대신 쟁의행위의 무력화와 노동의 유연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노동계는 인식하고 있다. 단결권 관련조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현 정부가 약속한 것으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당연한 귀결이지만 쟁의행위의 제한과 노동의 유연화는 일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용자 쪽은 경제의 어려움 극복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노동의 유연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노사간의 대립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지만 결코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해 노동운동 전개의 단초는 노동조합이 통일적으로 투쟁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최대 쟁점으로 예상되는 노동시간 단축, 노사관계 개혁방안, 구조조정 등이 사업장별로 대항해서는 개별격파 당하기 십상이고 따라서 공동대응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5일제 쟁취는 노동조합의 존재를 재확인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본은 사업장별로 임금을 삭감한 주5일제를 강조하고 여의치 않으면 단체협약상 휴일 기준의 후퇴를 조건으로 주5일제를 관철하려 하고 있다. 만일 이를 용인한다면 아마도 노조는 존립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게 될 것이다. 더욱이 공기업, 1천명 이상 사업체를 불문하고 모든 노동조합은 올해 주5일제를 쟁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면에 놓여있다. 명색이 노조간판을 걸고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시기까지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노동조합 진영으로서는 양대노총의 연대를 기본축으로 산업별연맹 또는 산업별노조에 힘을 집중하여 통일요구·통일교섭·통일투쟁·통일타결의 원칙을 관철시키는 좋은 기회로 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리하여 중앙으로 힘을 집중함으로써 산별노조 건설을 앞당기는 한편 산별노조가 지향하는 중앙단체교섭의 내용을 채움으로써 명실상부하게 산별노조 시대로 다가가는 분수령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 전환의 계기, 민주노총 선거와 총선

자본의 세계화와 그를 뒷받침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파괴적인 본질을 드러내면서 노동운동에 대해 치열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도전은 노동자 내부의 변화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예측을 불허할 만큼 매우 빠른 속도로 노동운동을 예리하게 파고들고 있다. 또한 그 도전들은 서로 중첩되어 영향을 미침으로써 개별적으로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총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자칫 노동운동의 존립근거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노동운동이 조직내부를 철저히 개혁하여 주체역량을 강화하고 전면적으로 노동운동 방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올해 노동운동은 그 변화를 가늠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두 가지 일을 앞에 놓고 있다. 1월의 민주노총 임원선거와 4월의 총선거다. 민주노총 선거는 단순히 규약상 정해진 임기에 따라 집행부 구성원을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도부의 성향과 방침이 운동기조와 전술의 결정 및 운용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노동운동 전체의 좌표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거는 진보세력의 의회진출만이 아니라 그간 꾸준히 추진해온 노동운동의 전략적 목표로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정도를 판가름하는 시험대의 의의를 지니고 있다.

민주노총은 면면히 이어져 온 민주노동운동의 계승자를 자임하면서 이 나라 노동운동의 변화와 발전을 주도해 왔고 지금도 그 위상과 역할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변화에 따르는 개혁과제들이 줄기차게 제기되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개혁과제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산별노조의 건설과 신규 조직확대 및 조직운영의 혁신으로 집약되는 조직적 과제, 임금·노동조건개선과 제도·정책·정치개혁을 위한 공동투쟁 통일투쟁의 결합과 투쟁역량 향상 등과 같은 투쟁적 과제, 노동운동의 사회세력화와 노동자 중심의 정당건설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정치세력화, 그리고 급격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동운동 노선 및 기조의 설정 등이다. 이들 과제의 해결은 21세기의 거대한 도전에 대응하여 노동운동이 발전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노동운동의 기본 전략목표와 함께 이러한 개혁과제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전면적으로 진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개혁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도 아울러 제시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미루어 왔던 노동운동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의 지도노선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도 포함된다. 지도력은 노동운동의 발전을 제약하는 조직 안의 편향과 종파주의를 극복하면서 다양한 사상·신념·관점·주장을 포용하고 충실한 조직내 민주주의를 통해 대중노선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노동조합운동의 변혁적 전략목표 아래 설정된 기본전술이자 현시기 노동조합운동의 중요한 전술로써, 그리고 전국 중앙조직의 중요한 역할의 하나로 제기되고 있는 정책참가 문제에 대해 방향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하여 민주노총의 선거가 단순히 집행부 교체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운동 내용을 평가하고 그에 기반한 새로운 전략과 방침을 설정함으로써 대표성을 확립하고 노동대중에게 희망과 보람을 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노동계급의 연대는 정치세력화의 토대

올 4월의 총선거는 노동운동의 일대전환을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이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 노동운동의 지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복병은 많이 남아 있다. 선거제도가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보수정당의 담합에 의해 왜곡되거나 변질될 위험성도 있으며 지역패권주의의 바람도 여전히 강하다. 또한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여 국민들의 정치감각을 혼란에 빠트릴 가능성도 있다. 노무현정부의 개혁성이 퇴색되면서 진보세력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한 정도로 훼손된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그런 우려들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미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이 시대가 이루어내야 할 노동운동의 당위이자 전략목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현가능성에 회의를 품고 진보정당을 멀리하는 노동자도 많이 있었으나 지난 지자체선거나 대통령선거때 보여준 민주노동당의 선전 경험을 통해 그 의문은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게다가 기존 보수정당의 부패와 비리가 만천하에 폭로되어 존립기반까지 흔들리고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때 보다 넓어져 진보세력이 진입할 수 있는 여지는 그 만큼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이번이 노동자의 정치적 진출을 이룰 수 있는 호기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단순히 의회진출에만 의의를 두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누적된 내부 모순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당 내부의 이념적 갈등과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열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지적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 당내 이념문제는 광범하고도 충실한 토론과 당내 민주주의의 철저한 실천을 통해 해소해 가야 할 것이지만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열은 그 해결이 결코 만만치 않다. 노동조합운동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방대한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가 그것이다. 이들이 진보세력의 요구에 동참하지 않는 경우 이번 총선거는 물론이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 이들 차별 받는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일이야말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노동운동 발전의 토대를 구축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제 새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희뿌연 겨울의 좌절과 실의를 걷어버리고 이성부 시인이 첫머리에 읊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길을, 희망이 넘치는 넓은 길을 스스로 찾아가 보자.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