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의 의미와 노동운동의 과제

노동사회

4·15 총선의 의미와 노동운동의 과제

admin 0 2,591 2013.05.12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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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4년 총선의 의미


2004년 4월 15일에 치러지는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보다도 진보정당의 첫 원내진출이라 말할 수 있다. 2000년 1월 창당한 민주노동당은 창당 직후에 치러진 제 16대 총선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당을 확대?강화해 왔다. 그리하여 2002년의 지방선거에서 8.13%의 정당득표율을 얻고 일약 제3당의 위치를 차지했으며, 제16대 대선에서는 당의 정책과 이념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성공하였다.

국회의원 한 명 없는 원외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짧은 기간에 이 같은 진전을 거둔 것은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정치사에서 유례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첫째로 당내 민주주의와 진성당원제 등 조직운영과 재정에 있어서 진보정당 특유의 원칙을 처음부터 관철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둘째, 노동자?농민 등 서민 대중의 이해에 기반을 둔 차별화된 정책활동과 당의 주객관적 조건에 철저하게 조응한 선거전략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셋째, 계급 대중의 생존권 투쟁에의 결합과 지역 주민을 파고드는 지속적인 일상활동을 병행한 결과였다.

창당 세 달만에 지구당체제도 미처 갖추지 못한 채 “1석 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던 2000년의 16대 총선과 달리 이제 민주노동당은 창당 3년 동안의 급속히 성장한 조직기반과 대중적 인지도 속에서 2004년 총선을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전농의 조직적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그간 취약지역이었던 농촌에서의 지지를 확대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었다. 또한 2004년 총선은 민주노동당의 헌법투쟁 결과로 쟁취한 1인 2표 정당투표제가 최초로 실시되는 선거라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 최초의 원내 진출을 이루리라는 것은 이미 기성사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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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스트 3김 시대의 개막

노동자?농민 등 민중운동진영에게 2004년 총선은 진보정당의 원내교두보 확보라는 의의를 갖는 반면, 보수 기득권 세력에게 총선은 포스트 3김 시대의 개막과 본격적인 세력재편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1987년이래 지난 15년 동안 한국정치는 영남, 호남,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3김씨의 지역패권정치로 일관되어 왔다. 정경유착과 금권선거 등의 부패정치, 망국적인 지역할거정치, 보스 중심의 붕당정치는 3김 정치의 자화상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김영삼, 김대중 정부로부터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진전과 신자유주의의 관철이라는 양대 기조를 계승하고 있지만, 포스트 3김 시대라는 새로운 정세의 첫 국면에 놓여 있기도 하다.
 
포스트 3김 시대의 특징은 첫째, 지역패권 구도의 완만한 해체이다. 현실 정치에서 3김이 사실상 퇴장함에 따라 지역패권을 재생산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둘째, 3김 시대 보스정치의 실질적 기반이 의회권력을 재생산하는 지역패권이었기 때문에 포스트 3김 시대는 곧 보스정치체제의 와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여당을 수직적 통제 하에 두던 시대는 과거가 되었으며,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대표가 비보스형, 비주류출신인 것처럼 더 이상 3김과 같은 강력한 보스에 의해 장기간 유지되는 정파는 존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셋째, 지역패권정치, 보스정치의 해체는 정경유착과 금권정치에 의한 부패정치의 시스템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부패정치의 청산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진전에 따른 정치개혁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금권정치의 수요와 공급을 지역패권정치와 보스정치가 담당해 왔다는 점에서 포스트 3김 시대는 부패정치의 완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보수기득권 세력은 한편으론 구시대적 기득권인 지역주의에 최대한 의존하면서, 동시에 시대적 요구인 정치개혁을 일정하게 수용해야 하는 모순된 조건에 놓여 있다. 또한 보수기득권 세력은 이라크 파병, 부안핵폐기장 설치, 자유무역협정 체결,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문제에 있어서 대국민(민중) 전선을 형성하며 일치단결하는 한편, 대선비자금, 선거법 협상 등에 있어서는 주도권 다툼을 위해 치열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치에 있어서 여소야대는 3김 시대 이래의 일관된 현상이지만, 포스트 3김 시대의 여소야대는 의회권력 장악을 통한 권력분점이라는 새로운 양상을 의미하는 바, 제17대 국회에서 다수를 점하기 위한 보수기득권 세력 내부의 경쟁과 대립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격화될 전망이다.

3. 4·15 총선과 노동운동의 과제

노동운동에 있어서 2004년 총선의 목표는 신자유주의로부터 민중생존권을 수호하는 전선의 확대강화이며, 동시에 노동자의 정치적 단결을 고취시킴으로써 노동운동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노태우 정부이래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김영삼 정부에서 제도화되고 김대중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관철되기 시작하였으며 노무현 정부 역시 이를 계승하고 있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가 누적되면서 비정규직의 급속한 증가, 농업의 해체, 소득 및 재산의 양극화 현상 등 민중 생존권에 대한 위협은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노동운동을 비롯한 민중운동의 운동 기반을 해체시키는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신자유주의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은 개별 자본에 대한 투쟁에서 목숨을 건 극렬한 저항이 전개되었던 반면, 총자본에 대항한 전선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결과를 낳아 왔다. 정치세력화를 총자본에 대한 전선의 강화 차원에서, 신자유주의를 막아내기 위한 전선의 확대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신자유주의 공세 하에서 노동운동의 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는 지금, 노동이 집중해야 할 실천은 노동자들의 정치적 단결을 확대 강화하는 일이다. 개별자본과의 전선에서 목숨을 건 사활적 투쟁을 벌이면서 총자본과의 투쟁에선 적전 분열하는 모순된 상태를 급속히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동안 ‘의회주의’니 ‘개량주의’니 하면서 정치세력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정치사상의 자유’니, ‘배타적 지지 철회’니 하면서 진보정당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관념적 시비는 결국 총자본에 대항하는 전선을 약화시키고 노동자들을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영향 하에 묶어두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않는 것을 명확히 해야할 시점이다.

정당운동과 조합운동은 운동방식과 원리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한국의 진보정당운동이 아직 당 건설기를 채 경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동운동이 진보정당운동의 발전을 위해 인적 물적 지원을 담당하는 것은 당분간 지속되어야 할 의무이다. 이런 점에서 2004년 총선에 민주노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총선후보를 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총선을 위한 1회용 후보를 내는 것을 넘어서서 직업적인 당 활동가를 만들어내는 데도 더 많은 의무를 담당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상급조직 차원에서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당원모집에 나서는 데 있어서도 자신감과 의지를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관계는 이익단체와 정당간의 관계와 다르다는 대전제를 재확인해야 한다.

또한 노동운동은 진보정당의 성장을 위한 제도개선투쟁의 주요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 세계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운동이 노동시간 단축투쟁에 쏟은 노력 이상으로 진보정당을 위한 제도개선투쟁을 담당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것은 진보정당을 노동운동과 계급운동의 관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정치와 경제, 정당과 노조라는 기계적 이분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정치제도 개혁투쟁이 노동자대회의 주요 슬로건에도 들지 못하는 일은 이제 극복되어야 한다. 전경련이 정치관계법 개정을 위한 전경련의 요구를 명확히 공표하는 데 반해, 노동운동에선 이를 정당의 고유활동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도 개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운동은 노동조합 조직의 통일을 위한 적극적인 전략과 방침을 수립해야 한다. 노동조합 조직이 분립된 상태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단결은 근본적인 취약성을 벗어나기 어렵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