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긴급조정권 문제, 자율해결로 가야

노동사회

현대자동차 긴급조정권 문제, 자율해결로 가야

admin 0 3,511 2013.05.12 12:17

정부가 현대자동차의 파업에 대해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여 그 타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이는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이 과거와 같은 강경 일변도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시점에 터져 나온 것으로서 앞으로의 참여정부 노동정책을 가늠하게 하는 것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더욱 크다.

과거로 회귀하는가

참여정부가 4월 철도파업, 5월 화물연대파업, 6월 조흥은행파업 등을 공권력의 투입 없이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해결함으로써 노동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일부 수구언론은 위와 같은 변화에 대해 정부의 노동정책이 지나치게 친노동자적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러자 정부는 6월말 철도파업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하여 파업참가 자들을 진압하고 철도노조가 자진해서 파업을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구속과 징계를 감행하고 있으며, 전교조가 네이스(NEIS)와 관련한 정부의 합의파기에 항의하여 토요일에 실시한 연가투쟁과 관련하여 위원장을 구속하는 등 탄압일변도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철도파업과 관련해 사상 최대 규모의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민간부문에서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남용되어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손해배상 청구를 대대적으로 제기하고자 준비중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응인지 의심스럽다. 전교조의 연가투쟁은 과거정권 하에서도 있었지만 이를 이유로 한 노조간부의 구속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긴급조정권의 발동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정책에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되었고 사회통합을 기치로 내걸면서 '노사자율해결원칙'을 강조하던 참여정부에서 긴급조정권 발동이 운위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는가?

긴급조정권, 군사독재도 함부로 휘두르지 않아

긴급조정제도는 5·16 쿠데타 후인 1963년에 도입되었지만 그 동안 1969년(박정희 군사독재 치하) 대한조선공사파업과 1993년(김영삼 정권 하) 현대자동차파업에 단 2차례 이용되었을 뿐이다. 긴급조정권은 군사독재정권들도 함부로 휘두르지 않던 거의 용도 폐기된 칼이라 할 수 있다.

긴급조정은 노동부장관이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그 결정을 공포하면 관계당사자가 쟁의행위를 중지하고 공표일부터 30일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는 제도이다. 긴급조정결정이 있으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을 개시하고,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하는 결정을 할 수 있으며, 중재에 회부되어 중재재정이 내려지게 되면 중재재정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노동조합은 더 이상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직권중재제도가 사전에 쟁의권을 박탈할 수 있는 제도라면 긴급조정제도는 사후적으로 쟁의권을 중지, 박탈할 수 있는 제도이다. 미국과 일본에도 긴급조정제도가 있으나 한국과 같이 강제로 중재에 회부하는 제도는 없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 쟁의행위가 중지된 후에도 타결이 되지 못하면 노동조합은 다시 쟁의행위를 속개할 수 있으며, 발동권자가 대통령 또는 총리라는 점도 노동부장관이 발동권자인 우리와 다르다. 한국의 경우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강제중재에 의해 쟁의권이 봉쇄될 수 있어 그만큼 발동에 신중을 기하여야만 할 것이다.

파업은 헌법상 기본권 행사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한다'는 긴급조정의 발동요건은 그 표현이 지나치게 애매하여 남용의 우려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경제계와 보수언론은 노동자의 파업을 헌법상 기본권행사로 보지 않고 파업으로 인한 약간의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만을 강조하였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공안(公安)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관련 형사사건을 검찰 공안부에서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파업이 사회에 바람직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척결되어야 할 사회악은 아니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한 것은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경제손실을 사회가 부담하라는 헌법제정권력의 의지표현이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파업에 대해 조금의 관용이나 이해도 없이 지나치게 조급하게 매도하고 진압하는데 경주하고 있지 않았는가? 참여정부는 이러한 모습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 아닌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기 전에 파업의 예방과 분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는 물론이고 정부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노력을 하였는지 먼저 반성해볼 일이다. 주5일근무제의 도입과 비정규직문제가 사회현안으로 된 것이 언제부터인가? 경영계와 정부는 위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했던가? 대통령도 대기업노조에 대해 비정규직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하지 않았던가? 

자율해결 원칙 지켜야

경제계에서 주장하는 파업으로 경제적 손실액수에 아무런 과장도 없는 것인지, 또 자율적인 파업 해결 이후 충분히 보전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에 의문이 있다. 오히려 긴급조정권의 발동에 의한 강제적 해결로 인해 엄청난 후유증을 유발하고 그로 말미암아 진정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을 자초할 우려는 없는지 신중히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노동분쟁의 자율해결원칙이 흔들리고 강경진압 일변도의 과거로 회귀하려는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다음에 현대자동차에서 파업이 일어나기만 하면 그 때마다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는 것인가? 노사자율원칙을 한국사회에 정착시켜 나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노사 모두의 진지한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의 관용과 정부의 인내도 필요한 것이다. 경제계의 협박에 가까운 주장에 밀려 권력의 입장에서는 손쉬운 방안일 수 있는 노동탄압과 타율해결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값비싼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타율해결은 그러한 교훈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며, 한국의 노사관계는 그러한 수준에서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모델을 만들고 강압적으로 밀어 부친다고 해서 선진적인 노사관계가 정착될 수는 없는 것이다.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실질적인 사회파트너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권한을 부여하며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도록 하여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야만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