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가 남긴 유산

노동사회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가 남긴 유산

admin 0 3,665 2013.05.1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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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필자의 석사학위 논문(김종진, 『한국 사회에서 계급타협의 가능성에 관한 연구ː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3)을 요약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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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IMF 이행조건을 실행하기 위해서 노동과 자본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했으며, 이를 위해 사회적 협약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노사정위원회는 현재의 노무현 정부까지 유지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기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평가는 노사정위원회의 성과적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과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측면 중에서도 노사정위원회가 실패했다는 지적이 더 높은 편이다. 만약 노사정위원회가 실패했다고 한다면 이러한 판단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그리고 실패한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2. 노사정위원회의 평가

노사정위원회는 노사정 3자가 국가의 거시경제적 정책들을 조정하는 사회적 협약 기구이다. 이러한 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에 대한 평가는 제도적 측면, 합의이행의 결과적 측면, 노사정 3자의 관계적 측면으로 나누어 평가해 보아야 한다.

1) 제도적인 측면에서 노사정위가 실패한 원인은 정책협의와 교섭구조, 그리고 개념적 불확실성 및 부정확성 때문이다. 
첫째 포괄적인 정책협의와 노사정간 협약체결을 위한 교섭구조이다. 노사정위는 장기적인 구상 없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 졌으며, 노사정위를 위한 거시적인 합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김대중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로서 출범시킨 노사정위 실험이 중장기적 노동체제에 대한 거시적 전략 없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사정 주체들이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동기와 목표는 상이했다. 

정부의 경우 경제위기라는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결정과정에 노동과 자본을 참여시키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노사정위를 제도적 구조로 정착시키기보다는 민주노총의 반발과 저항의 강도에 따라 전략적으로 활용하였다. 때문에 노사정위는 일정부분 노동의 포섭과 배제 전략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본의 경우 노사정 3자 합의체에 대한 관심은 처음부터 없었을 뿐만 아니라 노사정위를 국가의 시장개입 기구로 인식하고 있었다. 자본은 단지 경제위기의 책임론을 회피하고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응하기 위해서 참여했을 뿐이다. 그리고 노동계급의 경우 노사정위에 대한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제기된 전략적 노선들의 차이로 인해 이를 노동계급의 광범위한 확장 전략으로 선택하지 못했다.

둘째 개념적 부정확성과 제도적 불확실성이다. 개념적 부정확성은 노사정위에 대한 각 주체들의 해석의 차이로 나타났다. 노동과 자본, 정부는 노사정위를 사회적 합의 혹은 협의기구로 인식하는데 있어 각자 상이하게 받아들였다. 노사정위 출범 이후 학계뿐만 아니라 노동계의 경우 노사정위를 코포라티즘으로 인식하였으나, 노사정위 불참 이후에는 협약기구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자본은 처음부터 국가의 시장개입 기구로 인식하였다. 다만 상황적 요인에 의해 참여하게 된 노사정위를 자문기구 형태의 협의기구로 인식하였을 뿐이다. 정부의 경우 초기에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 3자 합의체로 인식하였다가, 경제위기 극복 이후 노사정위를 자문기구 형태의 협의기구로 인식하였다.

다음으로 제도적 불확실성은 노사정위 위상과 역할에 대한 것이다. 노사정위는 사회적 협약기구로서 거시경제 정책과 관련된 합의 도출 및 협약 체결 그리고 거시경제 정책의 자문기구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노사정위는 사회적 협약기구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협약기구로서 참여와 협력의 제도화를 저해하는 불확실성의 문제를 최소화하지도 못했다. 불확실성의 문제 중 하나는 노사정위의 경직적인 운영체계이다. 노사정위 의사결정 방식(전원합의제)과 공익위원의 문제(선정·절차·전문성 등)는 노동계급에게 불리한 구조를 형성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노사정위의 기능과 집행이다. 노사정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상설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포괄적인 권력(합의사항)을 실행하기 위한 자원과 권한을 갖지 못했다. 특히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노조의 영향력이 존재하나 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아니라,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참여로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2) 합의사항과 이행결과의 측면에서 평가 할 때 노사정위가 실패한 원인은 기본적인 게임의 룰 및 구조, 그리고 포괄적인 변화와 민주적 절차 및 통제이다. 

첫째, 노사정위원회를 운영하기 위한 기본적인 게임의 룰 및 구조를 제공할 수 있는 거시적인 합의가 없었다. 이것은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의 이행결과의 문제와 연결된다. 노사정위를 통한 2·6 사회협약은 노사정 3자만의 약속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경우 노사정 이전에 주장했던 것과 실제 실천한 것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이것이 노사정 실패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실제로 지난 5년 간 노사정위는 총 129개의 합의사항을 도출했다. 여기에서 이행주체인 합의사항은 전체의 약 78%인 103개이며, 이중에서 2003년 3월 현재 이행된 것은 82개, 일부이행 18개, 이행착수 된 것은 3개이다.

이처럼 노사정위 성공과 실패의 핵심적 역할은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왜냐하면 노사정위 대부분의 의제들이 국가의 거시경제 정책들로서 일정 부분 제도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계가 요구한 재벌개혁 및 노동기본권 등의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와 자본이 이행되었다고 판단하는 의제들 중에는 대부분 추상적 수준의 합의문이나 권고문 형식의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계에서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둘째, 노사정위원회는 변화과정에서 민주적 통제와 절차가 없었다. 이것은 노사정위 협의과정에서 나타난 비민주적 절차를 의미하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포괄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합의과정에서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했으나, 정부와 자본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노사정간의 신뢰를 깨트렸다. 실제로 노사정위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8년 만도기계, 2000년 롯데호텔과 사회보험노조,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투쟁, 2002년 공무원노조 출범식 및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했다. 이들 중 일부 사업장은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조합의 파업이었으며, 노사정위에서 합의되었거나 혹은 논의(의제선정 과정) 중에 있던 의제와 관련된 사업장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민주노총은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3) 노사정 행위주체들의 관계적인 측면을 평가할 때 노사정위가 실패한 원인은 노사정 3자의 주관적인 평가와 사회분야별 반응과 의식이다. 

첫째 노사정위에 대한 노사정 3자의 주관적인 평가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제도화에 대한 책임성 결여(합의이행)의 문제, 그리고 사용자측의 노사정 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부재 등을 노사정위 실패 원인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은 노사정위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출범한 것도 있으나, 소수 여당의 정치적 구도에 의해 운영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재계 관계자는 노사정위를 과도한 시장개입 기구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계 내부의 역학관계로 인해 노사정위가 실패했으며, 노사정위가 정부의 민감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과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 노사정위에 대한 사회분야별 반응과 의식이다. 경제환경(경제위기)의 변화 속에서 한국의 노동과 자본 그리고 국가는 계급타협의 한 유형인 사회적 협약모델로서 노사정위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노사정위 활동을 전체적으로 잘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자본과 국가는 정치적 차원의 계급타협 전제조건인 거시경제 목표설정, 경제구조 개혁방향, 산별교섭 구조, 친노동자적 계급정당의 의회 진출 등에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노사관계 차원에서도 노사간의 권력균형에 기초한 교환과 협조는 노사정위 5년 동안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자본은 노사정위에서 향후 논의되어야 할 주요 의제로 분배문제 개선과 고용구조뿐만 아니라 노동권 및 노사관행 개선 등을 선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결국 김대중 정부 시기 노사정위는 계급타협의 정치적 기제로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기보다는 일정 부분 노동을 포섭하거나 배제하는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사용자의 태도가 변화되지 않는 이상 노사정위는 사회적 협약기구로서 실패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과 사회적 합의의 평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노사정위와 같은 사회적 협약기구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정책협의와 노사정간 협약체결을 위한 교섭구조, 그리고 노사정위 운영체계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앞에서 제기한 세 가지 측면에서의 문제점들은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노사정 3자의 상이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가 실패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로 노사정위는 사회적 협약기구로서 적극적 기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이와 같은 게임의 룰 및 구조는 노사정위가 포괄적인 정책협의와 노사정간 협약체결을 위한 교섭구조 역할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계급타협은 불가능한 것인가?

3. 사회적 협약기구의 전제조건과 과제

노사정위는 경제위기라는 외적요인에 의해 출범하였고 노사정 각 행위주체들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른 전략적 선택을 통해 노사정위에 참가 및 불참을 하였다. 게다가 3기 노사정위가 유지되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도 노사정위는 사회적 협약기구로서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화물연대, 전교조, 조흥은행 및 철도 파업 국면을 거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드러낸 노동배제적 모습은 김대중 정부와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노사정위는 노사정간의 긍정적 계급타협을 형성하기보다는 한계점만을 드러내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기 노사정위는 대통령 자문기구 형식으로 출범하였으나, 법제화된 이후에는 사회적 협약기구로서의 성격도 갖게 되었다. 협약기구로서 노사정위를 바라보는 입장은 노사정 각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우선 노동계는 EPC(스웨덴 경제계획위원회) 모델이나 NEDLAC(남아공 국가경제발전노동위원회) 모델을 원하고 있으나, 재계는 노개위 모델 혹은 SER(네덜란드 사회경제평의회) 모델과 같은 형태를 원하고 있었다. 반면 김대중 정부는 비상설 자문기구 형태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협약기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코포라티즘의 전제조건 이외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구체적 조건이 필요하다. 사회적 협약기구의 위상과 역할 강화, 협약기구의 운영체계 및 의사결정과정 체계의 문제 해결, 지역·산업·업종별 노사정협의체 건설 등의 세 가지가 그 핵심이다.

1) 사회적 협약기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 정책과 관련된 합의 도출 및 협약 체결이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주요 정치·경제·사회 문제 등의 거시경제 전반의 광범위한 의제에 대해서 정부와 의회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자문기구의 역할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처럼 거시경제 전반의 폭넓은 의제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책 연구를 보장하는 정부의 지원과 독립적 기구로서의 제반 조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사정위는 김대중 정부 시기 대통령 소속 위원회의 기능 및 위상과 비교해 봐도 그 위상과 역할이 강화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노사정위는 중앙인사위원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패방지위원회, 국가인권위처럼 위상이나 예산 편성권이 행정부에서 독립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인적구성을 살펴보면, 파견공무원이 정책기획위원회는 27.8%인데 비하여 노사정위는 44.7%로 많고, 상근 전문위원은 정책기획위원회가 22.2%에 비하여 노사정위는 10.5%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것은 노사정위가 제도화되어 상대적으로 위상과 역할이 강화되었다는 기존의 주장들이 사실과 다른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노사정위가 사회적 협약기구로 작동하려면 기능과 예산 및 인사 문제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되어야한다.

2) 사회적 협약기구의 운영 및 의사결정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구조의 역동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의 룰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협약기구의 틀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각 주체의 내부적 통합과 연합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직의 논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협약기구를 유지하기 위한 책임과 권한의 분점 즉, 노사정 분업구조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협약기구에 대한 집합적 비용을 노사정이 스스로 해결함으로써 사회적 협약기구에 참여한 주체들이 무임승차하는 것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경제관리 능력에 대한 각 주체들의 상호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이러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을 통해서 유추해 볼 수 있다.

노사정위에 대한 사회분야별 반응과 의식에서는 향후 노사정위에 대한 운영방식과 조건 및 주요의제에 대한 항목에 대해서 응답자 모두 긍정적(+) 평가를 했지만, 정부와 재계는 몇몇 구체적 세부 항목에 있어서 부정적(-) 평가를 했다. 이처럼 노사정위에 대한 운영방식 및 조건 그리고 주요 의제들에는 노사정간의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반영되고 있었다. 실제로 논의방식뿐만 아니라 의제 및 공익위원의 선정 및 절차, 의사결정 체계, 그리고 지역·업종별 노사정협의회 형성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싼 노사정 각 주체의 갈등하는 이해관계는 노사정위가 사회적 협약을 체결하기에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 이것은 사회적 합의구조 형성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기본적인 협약 모델에 대해서 게임의 룰을 제공할 수 있는 노사정 주체들의 분업구조가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째, 노사정위의 경직적인 회의체 운영방식이다. 이것의 실례로는 공무원노조 합법화 및 철도 구조조정과 관련된 논의에서 경총이 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한 반면 공무원노조 대표는 참관인으로밖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공무원노조의 요구안은 반영될 수 없었으며, 회의체 의사결정 방식에서도 노동계에게 불리한 구조를 형성하였다. 또한 논의 방식의 효율성과 의제선정의 적정성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의제 선정 및 절차의 문제를 보면, 논의시한제의 경우 노동계 방안은 사안별 의제 논의를 다루는 협의일몰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사용자의 경우 회의 방식으로 의제 기한을 정하는 논의일몰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의제선정 및 절차의 문제는 자본이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까지 다시 번복하는 모습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노사정위에서 필수공익사업장과 운수·하역 노동자 근로개선 문제를 논의의제에서 보류하거나 미논의 한 것 등도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둘째, 공익위원의 선정 및 절차를 개선하고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것은 공익위원의 중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문제로 노사 양측 모두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노사양측에서 첨예한 대립이 나타난 의제의 경우 공익위원의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익위원의 교차배제 방식(strike-out)과 전문가 풀(pool)을 구성하자는 논의는 노사 양측이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공익위원의 교차배제 방식 또한 원칙적으로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왜냐하면 노사 양측이 서로 상대방 추천의 공익위원을 배제하다 보면 공익위원의 대표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지역·산업·업종별 노사정협의체 건설이 필요하다. 현재의 교섭구조가 산별교섭으로 이루어 질 수 없는 조건이므로 중범위 수준의 교섭구조의 틀이 필요하다. 결국 중위적 수준의 교섭구조는 코포라티즘의 여건이 결여된 한국 사회에서 코포라티즘을 형성하기 위한 정치적 학습 역할을 한다. 또한 중위적 수준의 교섭구조와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산별 수준의 교섭위원회나 작업장 수준의 작업장 포럼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한편 지역·업종별 노사정협의회의 경우 기존 산별교섭 구조의 틀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만약 자본에서 산별교섭 구조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지역업종별 노사정협의회만을 형식적으로 활성화 할 경우 오히려 노사정위의 향후 역할까지 침식될 우려가 있고, 현 노사정위가 계급타협의 정치적 기제로서 긍정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업종산업별 노사정협의회에 대한 자문역할을 할 수 있는 위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4. 결론을 대신하며

한국 사회에서 2·6 사회협약과 같은 형태의 제2의 사회협약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정치적 차원의 계급타협은 그 가능성의 여지가 남아있다. 이것은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가적 차원의 규제조치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던 칠레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스페인은 전략적인 계급타협적 노선을 선택했다.

이처럼 계급타협의 형태는 그 사회의 민주화 이행정도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계급타협은 국가의 기능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기능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의 노동계급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등 사회의 자기방어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급은 국가 개입을 통한 시장의 규제와 조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규제 양식을 도입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동계급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급은 자본의 반민주적 효과를 최소화해야한다. 반민주적 효과의 최소화는 노동계급이 국가의 정책결정과정에 전략적으로 개입하여 영향력을 공유(influence-sharing)하는 것을 의미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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