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딸, 지구의 시인 레이첼 카슨

노동사회

지구의 딸, 지구의 시인 레이첼 카슨

admin 0 3,089 2013.05.12 12:07

이 책은 환경운동의 창시자라고 부르는 레이첼 카슨(1907~1964)의 이야기이다. ‘지구의 딸, 지구의 시인’이라는 표현처럼 레이첼 카슨은 시인을 꿈꾸던 영문학도에서 해양생물학 연구학자로 살면서 『침묵의 봄』을 저술하여 전 세계에 환경보호 운동의 돌풍을 불러온 사람이다.

죽음의 땅

1957년 뉴욕 농림부와 농산물 판매상들이 이른바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두 팔을 걷어 부쳤다. 롱아일랜드 일부 지역을 택해 DDT를 듬뿍 탄 연료를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상공에서 마구 살포하였다. 집나방을 박멸하자는 것이다. 집나방은 본디 숲에서만 서식하지만 신바람이 난 헬리콥터 조종사는 의기양양하게 하얀 가루를 마구 내뿜고 다녔다. 놀고 있는 아이들의 머리 위에도, 경마장에도, 철도역에 모인 사람들의 머리 위에도 인심을 쓰듯 뿌려댔다. 벼룩도, 이도, 빈대도, 잔디밭에서 살고 있는 해충들도 모두 없어져 버려라!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열시간 후 경마장 냇물을 마신 말들이 뻣뻣하게 죽어 나가기 시작했고, 농도가 얼마나 진했던지 DDT 세례를 받은 자동차들은 금속 표면이 녹아 얼룩얼룩하게 변했다. 피었던 꽃은 시들어 스러졌고, 호수 표면에는 새와 물고기와 개구리의 시체가 둥둥 떠올랐다. 호수에는 DDT가 살포된 이후 6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고, 죽은 새들이 널려있었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그 런데도 DDT의 사용금지를 촉구하는 소송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고, 신문사들은 DDT의 위험성을 담은 기고조차도 ‘공연한 불안’을 초래하기 때문에 기사로 다룰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그리고 레이첼 카슨이 방대한 현장 조사와 자료를 수집하여 1962년 『침묵의 봄』을 출간하여 이를 고발하였다.

“새벽부터 새소리가 끊이지 않던 뒷마당에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경적, 생명이 꺼져 가는 땅, 몇 마리의 새가 눈에 띄지만 더 이상 날지 못하고 힘겨운 상태로 땅에서 비틀거린다. 봄이 왔지만 종달새도 꾀꼬리도 노래를 부르지 않고 산비둘기의 구구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사과나무에는 꽃이 피었지만 꽃가루를 옮겨 줄 벌과 나비가 사라졌으니 열매를 맺지 못한다. 길가의 식물도 말라비틀어지고 졸졸 흐르는 개울에도 이제 생명은 없다. 물고기가 모두 사라졌다. 봄을 알리는 소리가 멈추어버린 섬뜩한 현장, 벌레도 새도 동물도 인간도 다 함께 스러진 마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투쟁은 진행 중

침묵의 봄이 발간되자 전국 농화학협회는 25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가며 레이첼의 자료가 신빙성이 없다는 소책자를 뿌렸고 화학공장의 광고를 따야하는 언론사를 비롯해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들은 이 여자를 거짓말쟁이라고 매도하였다.

옮 긴이는 말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꿈은 참으로 소박하다. 마음놓고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마을에서 건강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 방마다 황금으로 만든 공기청정기를 달거나 수도꼭지마다 다이아몬드로 만든 정수기를 달면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소젖으로 가루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걸 먹여야 아기가 똑똑해 진다는 소문을 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레 이첼 카슨의 이야기는 40년이 지난 오래전 미국의 모습이다. 그러나 33킬로미터의 시멘트 둑을 바다에 쌓는 새만금 갯벌 사업, 핵폐기장 설치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듯하다. 그래서 그녀의 투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김재희 짓고, 이유책 펴냄. 8,500원)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