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총파업 투쟁의 진실과 거짓

노동사회

철도노조 총파업 투쟁의 진실과 거짓

admin 0 2,763 2013.05.12 12:01

며칠 전 언론 보도에서 ‘노동운동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언론 보도를 본 철도노동자들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4·20 노정합의문을 파기하며 철도노조와 철도노동자들을 집단적 이기주의자, 합의파기의 주범으로 몰아붙인 장본인이 노동운동을 도울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은 최소한 6월28일 새벽 파업돌입 2시간만에 전국 5개 지역에서 방패와 곤봉을 앞세운 공권력의 침탈과 연행을 경험한 철도노동자에게 코미디 이상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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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일 열린 노조탑압중단 및 부당징계철회 총력결의대회 모습 ]

4·20 합의를 누가 어겼나?

‘철 도개혁은 철도노조 등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4·20 합의를 정부가 무시하고 합의서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6월 입법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철도현장은 또 다시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다. 이를 두고 정부는 오히려 철도노조가 4·20 합의를 어겼다는 주장을 펴면서 4·20 합의파기의 책임을 피해가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억지 주장이며 6월19일 관련법안의 상임위 통과 이후 정부가 철도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밝혔듯이 철도노조와 충분한 논의가 없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법안의 입법 과정에서 과연 어느 측이 4·20 합의를 어겼느냐 하는 쟁점은 연금 문제를 보면 알 수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면 무엇 때문에 정부가 제출한 철도구조개혁관련 3개 법안 중 철도공사법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철도발전기본법과 철도시설공단법 두 개 법안만 통과하게 되었는가? 정부가 철도노조와의 충분한 논의는커녕 정부 관련부처 간의 협의조차 안 된 상태에서 법안 통과에만 눈이 멀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보니 철도노동자들의 기본적 생존권인 연금 문제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추진된 기형적인 법안처리가 아닌가! 오로지 자신들이 제출한 법안의 통과만이 개혁이라고 사고하는 일부 관료들의 탁상행정은 결국 철도개혁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해괴하게 법안이 통과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입법과정에서 나타난 4·20 합의 파기의 문제점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있으며 이는 6·28 투쟁의 정당성을 규명하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중요한 부분은 ‘법안의 내용이 4·20 노정합의를 어떻게 위배하고 있는가’일 것이다.

공공성 보장하기 어려운 법안

4·20 합의는 철도개혁의 목표를 ‘철도산업의 발전과 공공성 강화, 이를 통한 국민에게 보다나은 서비스 제공’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으로 ‘기존 민영화 방침의 철회와 새로운 대안 모색’ 그리고 ‘시설과 운영의 분리와 관련하여서는 열차운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유지보수부문은 운영부문과 통합’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번의 철도구조개혁법안은 ‘철도산업의 발전과 공공성 강화’라고 하는 철도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를 담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철도산업이 타 교통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이유가 정부의 철도시설에 대한 투자 미비와 교통정책 부재에 기인한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이다. 정부의 주장처럼 철도 운영을 국가기관인 철도청이 담당함으로써 낙후된 것이 아니라 1970년대 이후 도로 중심의 교통정책이 가져온 결과이다. 현재와 같은 정부의 교통투자 정책으로는 철도산업의 발전은 요원하다. 따라서 향후 교통정책은 철도산업의 수송분담률을 높이고 이를 통한 교통체계 전반을 개혁해 나가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철도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어

이 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는 지난 1992년부터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을 통해 포화상태에 이른 경부선의 수송 용량을 늘리는 국책사업을 진행하고 내년 4월 개통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에는 그 비용을 국가가 아닌 신설되는 시설공단에게 넘기고 있다. 시설공단은 자원의 65%를 국가 이외의 민간 자본으로 구성하게 되어 정부는 고속철도관련 비용의 직접 부담을 피해가게 된다. 그리고 시설공단의 주된 수입원은 운영공사로부터 징수하는 ‘선로사용료’가 됨으로 결국 운영공사로부터 선로사용료라는 형식으로 고속철도 건설비용을 후불 징수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더구나 운영공사는 고속철도 차량관련 부채를 당장 내년부터 상환해야함은 물론 공단에 지불해야 하는 선로사용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경영압박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운영공사는 출범 초기부터 막대한 고속철도관련 건설비용과 차량부채를 동시에 부담하면서 경영 자립을 달성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운영공사의 입장에서는 주된 수입원인 요금체계를 높게 책정하지 않는 한 상시적인 적자운영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 국 고속철도 개통 이후 상대적으로 감소되는 일반철도의 수입과 대구 이남부터 부산까지 기존선을 고속철도와 일반철도가 공유하여 운행함으로써 더욱 악화되는 화물수송 등을 고려해 볼 때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이것은 애초에 철도개혁의 목표로 내세웠던 철도산업의 발전과 공공성 강화, 그리고 자율적인 철도경영 달성과는 관계가 없으며 오직 불어난 고속철도관련 부채를 정부가 무책임하게 운영공사에 전가하는 것이다.

무차별 탄압으로 진실을 덮어라

jsrbon_02.jpg파 업 돌입 2시간만에 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공권력을 동원한 정부는 7월1일 철도노조의 조건 없는 복귀 선언 이후에도 무차별, 대량 징계로 일관하고 있다. 파업과정에서 정부관계자들이 입만 열면 주장했던 선복귀, 후대화는 또 한번의 거짓말이 되었다. 7월18일부터 진행된 징계를 비롯하여 정부는 8월22일과 27일에 예정된 70여명에 대한 중징계를 제외하고도 이미 지도부 15명 구속 및 파면, 해임 79명을 포함하여 133명에게 중징계를 단행했다. 정부와 철도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파업참가 조합원에 대한 전원 중징계 방침을 밝히고 있다. 또한 파업기간 동안 ‘전년 대비 예상 수입액’에 차질을 빚었다며 참여정부의 이름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75억원의 손배 청구를 단행했다. 정부보다 한 발짝 더나간 철도청은 법원의 가압류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이른바 ‘상계조치’라는 명목으로 7월 조합비의 67%를 임의대로 가압류하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감행했다.

철도현장에 ‘법과 원칙’이 사라진 지 오래이며, ‘대화와 타협’이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된 지 오래이다. 정부와 철도청은 4월20일 철도노조의 총파업 투쟁을 저지하기 위해 ‘고도의 경영상의 문제’이며 ‘국가정책’인 철도민영화 정책의 폐기를 합의했다. 더 나아가 철도산업의 공공적 가치를 유지하는 대안 마련에 공동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철도노조의 6·28 총파업이 선언되자 정부는 노동조합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선전했다. 그리고 지금은 천환규 위원장 등에 대한 기소 및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 사유를 ‘고도의 경영상의 문제’, ‘국가정책에 대한 문제’는 ‘노사협의와 쟁의대상이 아니며 입법저지를 이유로 한 불법파업’을 주도, 선동한 혐의가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정부와 철도청의 노조 탄압은 4·20 합의파기의 책임을 가리려는 행위이며, 철도 구조조정의 완성을 위한 민주노조 무력화의 얄팍한 행위이다. 철도청은 모든 쟁의행위를 중지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해산하면 ‘대화와 타협’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무차별 탄압으로 진실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와 철도청의 오만함에 철도노동자의 반격은 시작되고 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있는가?

철도노조는 이미 중앙 임원 및 지방본부 임원, 지부장까지 절대 다수가 해고자 신분으로 활동중이다. 철도노조와 철도노동자들이 더 이상 잃을 것이 있는가? 철도청은 9월중 징계 마무리 운운하며 4월20일 체결한 핵심적 합의사항인 현장인력 충원과 해고자 복직에 대한 합의를 파기하는 내용의 계획을 추진 중이고, 인력확보 및 안전조치도 없이 분당-수선간 연장운행, 심야연장 운행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대량징계에 의한 업무공백을 빌미로 운전, 역무, 차량 분야에 대한 계약직 채용을 통해 그간 미루어 왔던 그들의 숙제를 진행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중앙위원회와 전국 지부장 간담회를 통해 ‘노조탄압 분쇄, 노정합의 이행을 위한 투쟁방침’을 결의하고 대오를 복구하고 있다.

7 월25일 철도노조 사무처장을 비롯한 징계당사자와 가족대책위가 8일간의 국가인권위원회 단식농성을 진행하며 현장투쟁의 불씨를 만들었다. 구속된 6·28 파업 지도부가 옥중에서 동조단식에 돌입했고 이들의 단식농성은 첫 공판일인 8월5일까지 진행되었다. 서울지역 각 현장에서 징계 당사자들의 선도적 투쟁이 천막농성 투쟁으로 번져 부산, 영주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지난 2000년 직선제 쟁취 공투본 투쟁의 해고 동지들과 2002년 2·25 파업 투쟁의 해고 동지들이 철도노조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움츠려든 현장을 한발 먼저 복구하였다. 철도노조 중앙 간부들의 현장순회가 뒤를 이었으며 각 지방본부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복원되어 지역 자체적인 순회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호흡하고 직접 소통하라고 했던가. 철도노조의 끈질긴 조직력은 그 특유의 저력을 발휘하며 일어서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단식농성 투쟁으로부터 지역별 천막농성 투쟁, 중앙실천단 및 지방본부별 현장순회 투쟁 이후, 이형원 위원장 직무대리의 전국순회 투쟁과 함께 해고자들의 구호 및 조직복원을 위한 구호기금 모금(CMS)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한꺼번에 몰아치는 정부와 철도청의 탄압에 움츠렸던 현장의 조직력이 복구되고 있으며 8월20일 79명의 해고자들이 처음으로 전국모임을 갖고 본격적인 해고투쟁을 결의했다.

꺾일 지언정 굴복하지 않는 철도노동자의 저력이 발휘되고 있다. 노조 민주화 투쟁의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긴 철도노동자의 힘은 이 정도의 탄압과 역경에 구부러지지 않는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동지들의 적극적인 연대투쟁을 통해 철도노동자의 투쟁은 더욱 힘차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