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6개월을 돌아본다

노동사회

노무현 정부 6개월을 돌아본다

admin 0 2,728 2013.05.11 11:59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지 여섯 달째다. 그런데도 몇 년이나 지난 것처럼 느끼는 것은 나만의 일은 아닐 듯 하다. 그 만큼 우리 사회에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았든 탓이다. 그 가운데서도 노사관계는 격동기라고 착각할 만큼 공방이 치열했다. 그 도발자는 자본 쪽이었다. 자본은 노동운동 진영의 움직임을 나라망치는 역적처럼 몰아 부쳤다. 가히 '마녀사냥'이라 할 만 하였다. 1989년에도 '임금인상 망국론', '파업 망국론'이라 하여 노동조합운동을 공격하였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무엇 때문인가? 그들의 말대로 노조가 그들의 힘을 넘어서서 체제를 위협해서인가? 아니면 노동운동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서 위험을 느낀 것인가?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노동조합의 요구와 투쟁과정을 보면 분명해진다. 

올 노동조합운동의 단초는 두산중공업 배달호 노동자의 분신이었다. 50대 장년인 그의 죽음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멍든 노동대중의 울분이 어느 정도인가를 대변하였다. 잇달아 노동대중의 요구가 격렬한 투쟁으로 분출하였다. 화물연대의 파업, 전교조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거부투쟁, 조흥은행 매각 반대파업, 부산·대구·인천 지하철노조의 '시민안전'을 내건 연대파업, 민주노총 조직사업장의 6월25일 총파업, 4월20일 합의 이행을 요구한 철도노조의 파업, 6월30일의 한국노총 임단투 시기집중파업 등이 이어졌고, 현대자동차와 엘지화학 등 굴지의 대기업노조들이 전면파업 또는 부분파업으로 자본을 압박하였다. 이들 투쟁은 매우 격렬한 양상을 보인 듯 하지만, 실상은 새로운 투쟁이 아니라 임단투와 구조조정 반대투쟁의 연장전에 지나지 않았다. 새로운 움직임이라면 화물연대 파업 정도였다. 

성과 있는 노조 투쟁, 그러나

초여름의 열기를 달구었던 노동조합진영의 투쟁은 성과 면에서 업종과 기업에 따라 기복은 있지만 몇 가지 변화를 나타냈다. 두산중공업은 비록 새 정부의 노동부장관이 들어서 합의를 본 것이기는 하지만, 회사측의 탄압이 잘못된 것임을 드러내는 것으로 지난한 투쟁의 끝자락을 마무리하였다. 조흥은행노조나 전교조의 투쟁은 정부정책이 지닌 모순과 혼돈을 스스로 드러내게 했고, 지하철은 임금이나 노동조건보다는 안전운행을 쟁점으로 제기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투쟁의 성과는 민간기업에서 두드러졌다. 금속산업노조는 산별노조에 걸맞은 중앙단위 단체교섭을 성사시키고, 한발 더 나아가 노동조건의 저하 없는 주40시간 노동제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한 현대자동차노조는 42일간의 장기파업 끝에 임금을 올리고, 오는 9월1일부로 주40시간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한편, 고용에 영향을 끼치는 경영상 중요한 사안에 대해 노사공동으로 결정하여 시행한다는데 합의하였다. 이밖에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요구조건으로 내걸고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및 수당 인상, 공정 재조정 시 고용승계 등을 합의사항으로 이끌어냈다. 이들 민간기업의 교섭결과는 주5일제 문제와 관련하여 자본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자본은 금속산업노조와 현대자동차노조에서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40시간제'에 합의하자 차일피일 밀쳐두었던 주5일제 정부안을 수용하겠다고 나섰고, 국회에서는 이러한 자본의 움직임을 받아들여 재협상을 서둘렀다. 

이밖에 최근 노동자투쟁에서 나타난 변화로는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든 것과 많은 사업장에서 해고자 복직에 합의한 것, 그리고 임금인상률에서도 경기침체가 매우 심한데도 오히려 작년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등이다. 이러한 것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노동조합이 계속 수세에 몰려 현상유지에 급급했던데 비하면 상당한 변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노동조합투쟁 결과의 변화는 지금까지의 수세를 공세로 전환시켜 침체상태의 노동운동을 극적으로 도약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아니었다. 

노동계급 내부의 분열을 노리는 자본

자본은 일련의 노동조합의 쟁의를 모조리 불법적인 '줄파업'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불법파업이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어 국제경쟁력을 근원적으로 무너뜨리고 외국자본의 유입을 막고 있다고 몰아 부쳤다. 그들은 노동조합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며, 이 나라를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강자라고 강변하였다. 6월 25일 경총, 상의, 전경련, 무역협회, 중기협의 공동성명은 그 압권이었다. 이들은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고 고용을 줄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장을 나라 밖으로 옮기겠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하였다. 현대자동차 노사합의를 두고 노조는 기업 고유의 경영권을 침해하고 사측은 일방적인 백기투항을 했다고 맹렬히 비난하였다. 

자본가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줄곧 공세를 펼쳤다. 그들은 정부를 노동자편이라고 경계하였다. 그 경고는 노무현 정부의 목표를 '사회주의적'라고 한 전경련 한 간부에게서 노골화하였고, '과격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새 정부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후 자본은 노무현 정부의 반격에 기를 숙인 듯 했지만 곧바로 공격의 강도를 높여갔다. 이들은 기회 있는 대로 노무현 정부에 대해 노조는 결코 약자가 아니므로 정부가 말하는 노사간 힘의 균형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였다. 마침내 자본의 오만함은 정부가 나라 망치는 노조를 가만두면 투자를 포기하고 나가버리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으로까지 발전하였다

가진 자의 공격은 가히 전면적이었다. 자본의 횡포는 한나라당과 극우 보수언론이라는 정치적 후견인의 비호 하에 더욱 기승을 부렸다. 한나라당은 '재벌을 위한 당'답게 번번이 노조를 폄하하고, 마침내는 "노조는 조직화된 힘과 막강한 투쟁력을 가진 무소불위의 집단"이라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은 노조공화국, 노조망국론으로 노동운동을 매도하고 사설과 해설을 동원하여 자본가들의 견해를 대서특필하였다. 여기에는 이들 극우보수언론과 노무현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까지 개입되어 확대되기 일쑤였다. 최대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자료를 동원하여 노동조합과 정부를 대립구도로 몰아가려고 하였다. 

자본이 이토록 광기 어린 공격을 감행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두말할 것 없이 경제의 어려움을 노조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노조의 요구를 묵살시키고 자신의 이윤을 확보하자는 것이 첫 번째일 것이다. 그런데 공격의 과정을 보면 이와 다른 노림수를 발견할 수 있다. 노조 고립화가 그것이다. 노동조합에 우호적이라는 정부를 멀리 떼 놓고, 국민들 사이에 노동조합의 투쟁을 철없는 '횡포'로 부각시킴으로써 노동조합운동을 고립시키려는 것이었다. 나아가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열을 촉진하여 운동의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저지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현대자동차 교섭을 기회로 대기업 노동자들 노동조건의 상대적 우위를 대대적으로 공격한데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노동운동 때리기'로 돌아선 정부

노사간의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정부정책이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전 "사회적 제도의 역학관계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함으로써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의 의지를 비쳤다. 두산중공업 쟁의에 노동부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 자본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해결책을 만든 것은 새 정부의 의지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를 잘 나타냈다. 화물연대의 파업과 관련한 협상결과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노동부장관은 "불법파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주장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올바른 노사관계는 정립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함으로써 당초의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암초에 부닥쳤다. 예상외로 경기침체가 심해지고 빈번한 국정혼란이 이어지는 속에서 보수언론을 앞세운 자본이 투자기피와 자본의 해외이전을 공공연히 거론하는 등 노골적인 협박성 공격이 거세지자 정부의 노동정책은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끝나고 전교조에 대해 보수세력이 날을 세워 공격하는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운동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참여정부의 인내력은 조흥은행 파업사태를 계기로 한계를 드러내고, 6월25일 이후 노동자투쟁이 급격히 확산되자 강경 기조로 돌변하였다. 

정부는 경제자유특구법 폐기, 철도공사화 철회, 노조의 경영참가 요구 등은 노조활동의 본령에서 벗어난 명분 없는 정치투쟁이라고 규정하고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였다. 그리고는 마침내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는 공권력 투입을 단행하고 대량징계의 칼을 휘둘렀다. 심지어는 민간기업의 손배청구를 삼가라던 방침에서 후퇴하여 9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정부의 조치는 당초 노동자편이라는 자본측의 두려움과 질시가 무색할 만큼 강경하였다. 이후 정부의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 기조는 더욱 고조되었다. 경제성장 우선론이 흘러나오는 속에서 경제부처 장관들은 현대자동차의 파업에 대해 긴급조정권 발동을 들먹이며 위협하더니, 노사합의가 이루어지고 난 뒤에는 산업자원부가 앞장서서 '경영대항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노사관계법 개정을 건의하고 나섰다. 

그 내용은 정리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근로자 처우개선, 재량근로제 확대, 법정 퇴직금 폐지 및 기업 연금제 도입, 노조의 부당노동행위제도 신설, 노조전임자제도 개선, 복수노조화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조정전치제도 개선, 쟁위행위요건 강화,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산별노조의 연대 및 동정파업 금지, 유니온숍 폐지 등 자본 쪽 요구를 대부분 모은 것들이었다. 
정부의 강경 대응은 대량의 구속사태로 연결되었다. 8월12일 현재 구속자는 철도노조 간부 15명을 비롯하여 78명에 이르렀고, 체포영장이나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노동자는 50여명에 이른다고 민주노총은 밝히고 있다. 대화와 타협은 법과 원칙으로 바뀌었고, 비폭력 파업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삼겠다는 참여정부의 방침은 벌써 옛 이야기로 변했다고 민중진영은 비난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DJ 정부의 전철을 밟는가

노동운동에 대한 정부의 불만과 비판의 소리는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집약적으로 표출되었다. 노 대통령은 노조가 정부를 길들이기 하는 투쟁은 용납할 수 없으며, 개발시대에 노조 억압의 대상으로 주어진 특혜, 즉 전임자 임금지급, 파업 중 임금지급, 해고의 경직성 등을 이제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노조 지도부의 도덕성까지 언급하였다. 최근 노무현대통령은 포항 포스코를 방문한 자리에서 "노동운동은 노동자 전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민주노총은 대규모 기업들로 돼있으며,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두 배 세 배를 받는 사람들이 뭉쳐서 밀고 가고 있다"고 비난하고, "노동운동을 법과 힘으로 밀어 부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통령과 정부의 노동운동에 대한 이러한 일련의 태도는 '참여'정부의 국정방향과 권위를 인정하고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데 노동운동진영이 동의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정부의 태도변화는 곧바로 노동운동진영의 반발을 불러왔다. 애당초 대기업의 경직된 고용관행 때문에 비정규직이 늘어났다는 노 대통령의 진단에 의구심을 품어오던 노동조합은 노무현 정부가 자본의 협박에 굴복하여 반노동자적 정책으로 치닫고 있다고 맹비난하였다. 노동운동진영은 그 예로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특구법 시행령을 제정 공포한 것, 이주노동자의 당초 고용허가제도 도입에서 후퇴하여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 실시한 것, 노정합의를 뒤엎고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강행한 것, 기본권을 제한한 채로 공무원노조를 허용하려 한 것, 구속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 등을 들었다. 극단적으로는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승계한 정권으로써 당초부터 노동자 편은 아니었으므로 노동운동을 적대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노동운동에 대한 강경 대응은 새 정부 출범 당시의 형세를 역전시켰다. 노무현정부의 지지자들이라고 여겼던 세력의 상당수는 참여정부의 결정에 반대의사를 표명하였고, 노무현 정부를 과격 진보성향이라고 공격하던 정적들은 참여정부의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형상으로 변화한 것이다. 노동부 장관이 "노동부는 노동자 편이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소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논리로 회귀시키려는 권력안팎의 공세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참여정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자본의 공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거세질 게 분명하다.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경쟁의 격화에 대응하고 경영합리화를 위해 노동의 희생과 양보를 더욱 거칠게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은 정부가 목말라하는 경기회복과 경제성장을 볼모로 정부를 노동 공세에 대한 방패막이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정부 역시 경제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자본의 주문을 뿌리치기 쉽지 않을 것이고 보면, 노동에 대한 견제를 쉬 풀 것 같지 않다는 게 일반의 예측이다. 자칫 노동운동은 자본과 정부 양쪽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기 십상인 형국이다.

참여정부를 '배신자'라고 비난하거나 규탄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참여정부는 노동자 정부가 아니며, 노동운동의 전략 목표와 전술 과제에 따라 대응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동운동진영이 기본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당면 전술을 기본전략에 맞추어 얼마나 잘 구사하느냐일 것이다.

앞으로 노동조합이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이 제기될 것이다. 자본과 권력의 도전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요구가 다양하게 분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주5일제 국회 협상을 둘러싸고 대치상태에 있으며, 정부가 준비하고 있다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도 노동조합운동의 목줄을 옥죄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다. 이 밖에 비정규직문제, 공무원노조, 화물연대, 구속 수배 해고자문제 등도 대결과 갈등을 불러올 소지가 많은 사안들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진영의 투쟁에는 적지 않은 취약점들이 가로놓여 있다. 우선 국가권력과 자본에 맞서기에는 역량이 턱없이 모자란다. 양대 노총에 중간노조까지 다 합해도 겨우 12%도 안 되는 조직률이 단적으로 그 사실을 입증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기간운송산업, 주요 공기업에 노동조합이 진을 치고 있어 정부가 겁을 먹고 있다지만 통일행동은 결코 쉽지 않다. 같은 노동조합원이면서도 엄연하게 존재하는 천차만별의 격차들이 연대와 단결을 가로막고 있다. 더욱이 각급 노동조합이 지루한 투쟁에 소진한 역량을 재충전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노동운동이 강해지려면

모든 투쟁에는 중요도와 역량을 가늠하여 투쟁대상을 잘 선택해야 하고 철저한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관성대로 사안마다 투쟁에 나서야 하는 것인지 신중히 점검해야 한다. 정책참가 문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제도개선투쟁의 한 수단으로서의 정책참가는 노동운동의 변혁적 전략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는 한, 양보와 개량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육체적 정신적 퇴화를 막고 노동자투쟁의 성과로 쟁취함으로써 더 큰 단결과 투쟁을 촉진시키며 체제 개혁을 위한 목표에 다가가게 할 수 있다. 

여기다가 투쟁에는 무엇보다 많은 동맹세력과 국민의 호응 등 사회적 지지가 따라야 한다. 자체 역량이 취약할수록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그 중에서도 일반 노동대중들은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투쟁을 얼마나 응원해주었으며, 앞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것인가 진지하게 돌아볼 일이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공세 아래 '10대 90'의 군상으로 전락한 채 노동조합으로부터도 소외되고 노동조합 결성에 엄두도 내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이 몸으로 나서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마음속으로라도 노동조합의 투쟁을 자기 일처럼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지 응원해주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노동조합의 투쟁은 그 자체로 전체 노동자계급의 노동조건 개선과 권리신장을 선도한다. 따라서 각급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열심히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권익만을 위해 투쟁할 경우, 그것은 곧바로 소수의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어 정당성에 손상을 입을 뿐만 아니라, 같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비난의 적이 된다. 이것은 노동조합의 투쟁이 조합원의 권익증진과 소외되어 있는 비조합원의 권익증진을 결합시켜 진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곧 노동조합운동은 소외되어 있는 대다수 노동대중들을 품안에 끌어들일 때 발전의 전망이 열릴 것이며, 노동운동이 갈구해마지 않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역시 이러한 대중들에 대한 배려와 보호 없이는 소수의 선진 활동가들만의 잔치로 머물 공산이 크다.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노동조합이 교섭의 대상으로 제기하는 일이 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 조직을 만드는데 떨쳐 일어나는 모습은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징표이다. 노동조합은 계급연대의 당위성에 따른 형식적인 행사치레나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차별 철폐를 위해 투쟁하고 조직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여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것이 자본과 권력의 악의에 찬 이념공세를 막고 전체 노동자계급의 통일 단결을 촉진하며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터전이 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