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많이 하고 말을 적게 하라”

노동사회

“일을 많이 하고 말을 적게 하라”

admin 0 3,154 2013.05.11 11:47

 


book_14.jpg“지금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바로 형식주의가 많다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을 틀어보면 모두가 회의뿐입니다. 회의가 많고 문장이 너무 길며 연설도 너무 깁니다. 내용이 중복되고 새로운 말이 많지 않습니다. 중복되는 말을 하더라도 간결히 해야 합니다. 형식주의도 역시 관료주의입니다. 시간을 내서 실제적인 일을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하고 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중국의 위대한 지도자 등소평이 개혁·개방의 길을 재확인하고 재천명하기 위해 1992년 1월과 2월에 무창, 심천, 주해, 상해 등지를 돌아다니며 한 이야기의 일부이다. ‘회의가 많고 문장이 길며 연설도 너무 길다. 내용이 중복되고 새로운 말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개혁·개방에 몰두하던 중국 공산당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랴.  

파벌을 만들지 마라 

속 빈 논쟁보다 알찬 실천을 강조했던 등소평의 실용주의는 임시변통과 즉흥성의 산물이 아니다. 적어도 국가의 분명한 장기목표 아래 반세기 이상을 내다보는 식견 속에서 나온 것이다. 

“개혁은 한두 해 걸리는 일이 아닙니다. 지도층의 젊음화도 비교적 만족스런 상태에 도달하자면 10년은 걸려야 합니다. … 중간 정도의 발달한 국가 수준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50년 이상의 시간을 더 들여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적어도 70년 간의 평화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당내에서는 어찌 되었든 작은 파벌이나 작은 동아리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당은 엄격히 말해서 이런저런 파벌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모택동파는 없었습니다. 나는 많은 오류를 범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마음에 부끄러운 바가 없습니다. 그중 하나는 여태까지 파벌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파벌이 사람을 해칩니다. 많은 실수가 여기서 나오며 오류도 여기서부터 범하게 됩니다.”

파벌을 만들지 말고 목표를 향해 10년, 50년, 70년을 내다보고 여유를 갖고서 차근차근 준비하자는 등소평의 주장은 1년, 5년, 7년도 못 내다보며 ‘속도’와 ‘임시방편’을 즐기면서 일이 아니라 인맥과 이념으로 파벌 짓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이 아닐까. 

깔끔한 마무리 

“많은 외국 기자들이 취재를 와서 나의 전기를 쓰려고 했는데 나는 모두 완곡하게 거절해 버렸습니다. 개인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말하는 것은 틀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결국 죽게 마련입니다. 어느 날 내가 죽으면 중국은 마치 영혼을 잃게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정치무대에서 서서히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1903년 사천성(四川省) 광안(廣安)에서 태어난 등소평은 15때인 1918년 프랑스로 유학했고, 1924년 파리에서 중국공산당에 가입한 다음 모스크바로 가 수학했으며, 1927년 중국으로 돌아와 광서(廣西)에서 공산당 지하공작에 종사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선포되었을 때 그는 제2야전군 정치위원이었고, 1952년 정무원 부총리, 1956년 당중앙 총서기, 1965년 국방위원회 부주석을 끝으로 문화대혁명에 휩쓸려 들어갔다. ‘부르주아 반동파’로 비판받고 숙청된 그는 1967년 당과 정부의 모든 자리에서 해임되었다. 하지만 1973년 주은래의 강력한 추천으로 국무원 부총리로 복직한 이래 1976년 모택동의 죽음으로 ‘4인방’이 숙청되자 1977년 완전 복직되었다. 12년 동안 중국의 최고지도자로서 개혁·개방 정책을 진두지휘한 그는 1989년 11월 모든 공직에서 은퇴했고, 1995년 숨을 거뒀다. 그의 유해는 화장되어 중국의 산하에 뿌려졌다. 올해는 등소평 탄생 1백주년이 되는 해다. 오늘을 고민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자, 등소평을 읽어보자. (범우사 / 6천원)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