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래 비정규직 증가 원인

노동사회

1980년대 이래 비정규직 증가 원인

admin 0 11,662 2013.05.11 11:39

*************************************************************************************
* 이 글은 필자의 고려대학교 경제학박사 학위논문인 “한국 노동시장의 비정규직 증가 원인에 대한 실증연구” 중 일부를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


I. 머리말

1960 년대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는 노동자 10명 중 6명이 비정규직이었다. 비정규직 규모가 가장 작았던 1980년대 초반에도 노동자 4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었다. 그렇지만 지난 40년 동안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임시일용직 비중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선 1999년 3월에야 비로소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때는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금지’가 노동부문 최대 공약으로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급부상하자, 국내 연구는 일차적으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 결과 비정규직 규모와 관련된 논란은 아직까지 말끔히 종식되고 있지 않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무권리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정규직이 증가한 원인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척되고 있지 않다. 이 점은 다른 나라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 특히 외환위기 직후 비정규직이 급증’한 사실만 주로 인지(認知)된 나머지, ‘비정규직 증가는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이니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등의 경제 결정론과 시장 만능론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그만큼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지난 40년간 임시일용직 비중을 살펴보면, 몇 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1960~70년대에는 임시일용직 비중이 계속 감소했지만, 1980년대 이후로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둘째 전두환 정권 때 이미 50% 선에 육박했고, 다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1983년 2월에는 노동자 4명 중 1명이 임시일용직인데, 1986년 10월에는 2명중 1명(49%)이 임시일용직으로, 3년 반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셋째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을 거친 뒤인 노태우 정권 때는 임시일용직 비중이 감소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권이 출범한지 1년 남짓 지난 1994년 5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넷째 외환위기를 겪은 뒤인 1999년 3월부터 50%를 넘어섰고, 최근에는 51%대에서 구조화하고 있다. ([그림1]과 [그림2] 참조)

yskim_01_16.gif

첫 번째 특징만 보면 외견상 ‘1960~70년대는 고용의 내부화, 1980년대 이후는 고용의 외부화를 특징으로 한다. 최근 비정규직 증가는 새로운 고용관행의 형성이 아니라, 경제개발 초기 단계인 1960년대 초중반의 고용관행이 부활하는 것이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만으로는 ‘왜 전두환 정권 때 급증하던 임시일용직이 노태우 정권 때 감소했으며, 김영삼 정권 때 다시 증가했는지, 김대중 정권 때는 50% 대에서 구조화하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더욱이 1960~70년대에 비정규직 감소는 주로 비공식부문의 공식화 내지 제도화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1980년대 이후 비정규직 증가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증가 원인과 관련해서 간헐적으로 제기되어 온 가설들을 노동시장(노동공급, 노동수요)과 행위주체(기업전략, 노사관계) 요인으로 구분하여 유형화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공급 측면에 주목하는 ‘노동력의 인적구성 변화’ 가설이다.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고, 청소년과 고령자의 노동시장 진입이 증가하면서, 임시직 등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노동력 구성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둘째 노동수요 측면에 주목하여 세계화와 그에 따른 경쟁의 격화, 수요의 불확실성 증가를 강조하는 ‘경제환경 변화’ 가설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수요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비정규직 증가가 불가피한 현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환경 변화 가설은 수요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부터 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한다는 ‘정규직 보호 완충장치’ 가설로 이어지고, 경제 결정론 내지 시장 만능론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이밖에 기술구조와 제품수요의 변화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고용이 이동했다는 ‘산업구조 변화’ 가설도 노동수요 측면에 주목하고 있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셋째 노동수요 측면에 주목하면서도 행위주체 요인을 강조하는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수요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핵심 노동자층은 유지하되 전통적인 내부노동시장 외곽에 더 많은 노동자를 배치함으로써, 수량적 유연성을 제고하고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인사관리전략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도 이러한 기업의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의 연장선에 있다.

넷 째 노사관계 그 가운데서도 노동조합의 저항력에 주목하는 ‘노사간 힘관계 변화’ 가설이다. 핵심 노동자층을 제한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기업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의 목적과 배치된다. 따라서 최근 비정규직 증가는 전체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힘이 약화된데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1980년대 이래 비정규직이 증가한 원인을 규명할 것을 목적으로, 노동시장(노동공급, 노동수요)과 행위주체(기업전략, 노사관계) 요인으로 변수를 구분한 뒤, 가구조사 자료를 사용하여 개인의 비정규직 취업 결정요인을 횡단면 분석하고, 사업체조사 자료를 사용하여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 결정요인을 횡단면 분석했으며, 지난 20년간 거시지표를 사용하여 1980년대 이래 비정규직 증가 원인을 시계열 분석했다. 또한 인적구성 변화, 경제환경 변화, 정규직 보호 완충장치, 산업구조 변화, 인사관리전략 변화, 노사간 힘관계 변화 등 6개 가설을 검증했다.

II. 실증분석 결과

실 증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시장(노동공급, 노동수요)과 행위주체(기업전략, 노사관계) 모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구조사 자료를 횡단면 분석하면 노동공급, 노동수요, 노사관계 모두 유의미하다. 사업체조사 자료를 횡단면 분석하면 기업속성, 노동수요, 기업전략(인사관리전략)이 유의미하고, 노사관계는 유의미하지 않다. 거시지표를 시계열 분석하면 노동공급, 노동수요, 노사관계 모두 유의미하다. 횡단면 분석(사업체조사)에서 노사관계(노조유무)가 유의미하지 않은 것은 자료의 제약에서 비롯된 것인 바, 노동시장과 행위주체 요인 모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yskim_02_16.gif

둘 째 1980년대 이래 비정규직 비율은 단선적으로 증가한 것이 아니라, 전두환 정권 때 증가하고, 노태우 정권 때 감소했으며, 김영삼 정권 때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흔히 김대중 정권 때 비정규직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1987~88년 격변기와 외환위기 전후를 통제하면 전두환(0.0096) > 김영삼(0.0028) > 김대중(0.0023) > 노태우(-0.0019)로, 전두환 정권 때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김대중 정권보다 김영삼 정권 때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셋 째 모형의 설명력은 전두환 정권 61.9%, 노태우 정권 88.4%, 김영삼 정권 87.5%, 김대중 정권 84.7%이고, 노조 조직률의 계수값은 전두환 정권 -16.53***, 노태우 정권 -1.03, 김영삼 정권 -2.92**, 김대중 정권 -5.44***이다. 이것은 ⑴ 전두환 정권 때는 시장외적 요인 즉 행위주체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지만, 노태우 정권 이후로는 노동시장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었고, ⑵ 김영삼 정권 때부터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추진되고,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시장형 인사관리전략이 확산되었으며,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저항이 강화됨에 따라, 점차 행위주체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1980년대 이래 노동공급은 비정규직 비율 감소요인, 노동수요는 증가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으로 시기를 구분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노동공급이 감소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노동자들의 학력 수준 향상에 따른 비정규직 비율 감소요인이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참가 확대에 따른 증가요인을 상회한데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비해 노사관계는, 노조 조직률이 하락한 전두환·김영삼 정권 때는 비정규직 비율 증가요인으로 작용했고, 노조 조직률이 증가한 김대중 정권 때는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지난 20년간 비정규직 비율이 증감을 거듭한 것은 노사관계 등 행위주체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크며, 김대중 정권 때 증가세가 둔화된 것도 노조 조직률 증가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다 섯째 다른 시기에는 존재하지 않던 자기상관이 김대중 정권 때 비정규직 비율 증가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김영삼 정권 때부터 추진해 온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기업의 시장형 인사관리전략으로, 비정규직 사용이 기업의 고용관행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yskim_03_15.gif

III. 가설 검증 결과

횡 단면 분석(사업체조사)에서는 검증 가능한 3개 가설 가운데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만 지지되고, 경제환경 변화, 정규직 보호 완충장치 가설은 기각된다. 시계열 분석에서는 검증 가능한 5개 가설 가운데 노사간 힘관계 변화 가설만 지지되고, 인적구성 변화, 경제환경 변화, 정규직 보호 완충장치, 산업구조 변화 가설은 기각된다. 역대 정권 별로도 인적구성 변화, 경제환경 변화, 정규직 보호 완충장치 가설은 일관되게 기각되고, 산업구조 변화 가설은 노태우·김영삼 정권 때만 지지된다. 이에 비해 노사간 힘관계 변화 가설은 전두환·김영삼·김대중 정권 때 지지되고,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은 김대중 정권 때 지지된다. 결론적으로 비정규직 증가 원인을 노동시장에서 찾는 가설은 대부분 기각되고, 행위주체에서 찾는 가설은 지지된다.

yskim_04_14.gif

첫 째 인적구성 변화 가설은 ‘기혼여성, 청소년층, 고연령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증가하면서 비정규직이 증가했다’고 가정한다. 지난 20년 동안 기혼여성과 고연령층 비중은 증가했다. 그러나 기혼여성은 노태우·김영삼 정권 때만 유의미한 증가요인이고, 다른 시기는 유의미하지 않다. 고연령층은 김대중 정권 때만 유의미한 감소요인이고, 다른 시기는 유의미하지 않다. 이에 비해 청소년층과 저학력층은 계속 감소했고, 전두환 정권을 제외하면 모두 유의미한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노동력의 인적구성 변화는 전체적으로 비정규직 증가요인이 아닌 감소요인으로 작용했고, 인적구성 변화 가설은 기각된다.

둘째 경제환경 변화 가설은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수요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비정규직 증가가 불가피한 현상으로 자리잡았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횡단면 분석(사업체조사)과 시계열 분석 모두 경제환경 변화 가설을 기각한다. 횡단면 분석에서는 시장환경 변화(경쟁격화, 수요증가), 고용변동성(경기순환변동, 계절변동) 모두 유의미하지 않다. 시계열 분석에서는 경쟁격화의 지표로 사용한 대미달러환율은 유의미하지 않다. 노동수요 변동성(경기순환변동, 계절변동)은 노태우·김대중 정권 때만 유의미한 (-)로 변동성이 클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하고, 다른 시기는 모두 유의미하지 않다. 따라서 경제환경 변화 가설은 기각된다.

셋째 정규직 보호 완충장치 가설은 ‘수요의 변동성이 클수록 정규직 보호를 위해 비정규직이 증가한다’고 가정한다. 횡단면 분석(사업체조사)과 시계열 분석 모두 동 가설을 기각한다. 횡단면 분석에서 고용 변동성은 유의미하지 않고, 시계열 분석에서 노동수요 변동성은 노태우·김대중 정권 때 유의미하지만 계수값의 부호가 (-)로 변동성이 클수록 비정규직이 감소한다. 이밖에 다른 시기는 모두 유의미하지 않다. 따라서 정규직 보호 완충장치 가설은 기각된다.

넷째 산업구조 변화 가설은 ‘기술구조와 제품수요의 변화로 제조업 고용이 감소하고 서비스업 고용이 증가하면서 비정규직이 증가했다’고 가정한다. 동 가설은 시계열 분석에서 검증이 가능한데, 노태우·김영삼 정권 때는 지지되고, 전두환·김대중 정권 때는 기각된다.

다섯째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은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수요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핵심 노동자층은 유지하되 전통적인 내부노동시장 외곽에 더 많은 노동자를 배치함으로써, 수량적 유연성을 제고하고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인사관리 전략이 변화’한 데서 비정규직이 증가한 원인을 찾는다. 횡단면 분석(사업체조사) 결과 시장형 인사관리전략을 취하는 기업일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외환위기 이후 시장형 인사관리전략이 확산되었음을 감안할 때,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은 지지된다. 시계열 분석에서는 다른 시기에는 존재하지 않던 자기상관(고용관행)이 김대중 정권 때 유의미한 증가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은 지지된다.

여섯째 노사간 힘관계 변화 가설은 노동조합의 저항력에 주목하여 ‘비정규직 증가는 전체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힘이 약화된데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동 가설은 시계열 분석에서 검증이 가능한데, 노태우 정권 때를 제외하면 역대 정권 별로도 일관되게 지지된다. 노조 조직률 계수값은 유의미한 (-)로, 노조 조직률이 하락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하고 노조 조직률이 증가하면 감소한다.

IV. 정책적 시사점

이 상의 분석결과로부터 정책적 시사점을 끌어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기추세선을 기준으로 할 때 비정규직 비율은 2001년 1월(51.7%)을 정점으로 완만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감소폭이 매우 미미해 2003년 1월(51.1%)에도 여전히 51%대에 머무르고 있다. 앞으로 공무원 노조 합법화 등으로 노조 조직률은 증가할 것인 바,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는 한 지금보다 비정규직 비율은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행 노사관계 제도를 개혁하지 않는 한, 노조 조직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노조 조직률이 가장 높았던 1989년 말에도 노조 조직률은 17%대에 불과했고, 87년 항쟁과 같은 거대한 사건이 다시 재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비정규직 사용이 기업의 고용관행으로 자리잡았음을 감안할 때, 법제도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고용관행을 개선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 비율은 50% 안팎에서 구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 째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비정규직 사용이 기업의 고용관행으로 자리잡으면서,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때는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금지’가 노동부문 최대 공약으로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더딘 데는 ‘비정규직 증가는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이니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등의 경제 결정론과 시장 만능론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심지어 ‘노조 책임론’ 내지 ‘정규직 과보호론’ 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증분석 결과 인적구성 변화, 경제환경 변화, 정규직 보호 완충장치 가설은 기각되고, 인사관리전략 변화, 노사간 힘관계 변화 가설은 지지된다. 이것은 비정규직 증가가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기업의 시장형 인사관리전략, 노조 조직률 하락 등 행위주체 요인에 주로 기인하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역시 행위주체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셋째 미국과 일본 모두 비정규직 비율이 30%에 못 미침에도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50%가 넘는 것은, 낮은 노조 조직률 이외에 정부의 노동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폭압적 노동탄압과 병영적 노동통제로 특징지워지는 전두환 정권 하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1983년 2월(25.3%)부터 1986년 10월(48.7%) 사이 2배 가량 증가하여 이미 50%선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러나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 이래 노동조합운동이 활성화되고 노동시장이 작동되면서 노태우 정권 때는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권 때부터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추진되고, 외환위기 이후 시장형 인사관리전략이 확산되면서 비정규직 비율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부 정책이 미친 효과는 횡단면 분석(가구조사, 사업체조사)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다른 변수를 통제하지 않을 때는 민간서비스업이 공공서비스업보다 비정규직 비율이 크게 높지만, 직종 등 다른 변수를 통제하면 공공서비스업이 민간서비스업보다 비정규직 확률이 높다. 이것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공공부문 정원동결, 아웃소싱 등을 강제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증가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만큼 민간부문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정당화시켰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재검토함과 동시에,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고용관행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비정규직 사용이 기업의 고용관행으로 자리잡았음을 감안할 때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을 금지하는 방향에서 노동법제를 정비하고, 노사관계 개혁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넷 째 지난 20년간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한데는 노조 조직률 하락이 크게 기여했다. 횡단면 분석(가구조사)에서는 ‘영세기업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것은 영세기업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은데 기인하며, 노조유무를 통제하면 기업체 소속 노동자들 사이에 규모별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고,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사용에 동일한 유인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현행 기업별 노동조합 체제를 극복하고 산업, 지역, 고용형태 등 다양한 형태의 초기업 노동조합을 조직할 때만이 영세업체에서도 비정규직의 과도한 남용을 제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노조 조직률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현행 기업별 노조 체제를 극복하고 노사관계 제도를 개혁하며,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을 금지하는 방향에서 노동법제를 정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