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전교조위원장

노동사회

이수호 전교조위원장

admin 0 3,861 2013.05.0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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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부터 9일까지 실시된 조합원 직접선거에서 51.27% 득표로 이수호 前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위원장으로 당선되었다. 합법화 이후 전교조 2기 집행부를 맡은 이수호 위원장을 만나 전교조와 노동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때: 2000년 12월 29일(금)
곳: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
대담: 윤효원 『노동사회』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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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안고 있는 현안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interview_01_0.jpg교육부의 제7차 교육과정을 저지하는 게 최대 현안입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통해 교육을 장악·통제합니다. 그 내용이 신자유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어요. 시장논리를 교육에 도입하겠다는 거지요. 막지 못하면 학생 사이에, 교사 사이에, 학교 사이에, 시도 사이에 경쟁이 부추겨 집니다. 우열반도 만들어지게 되고요. 

2001학년도 수능이 쉬웠다고 언론에서 난리입니다. 

수능은 자격고사의 기능을 맡으면 되지 일류대학 갈 학생을 추려내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학생선발 문제는 대학 스스로 알아서 해야지요. 국영수 중심, 성적 위주의 입시제도를 탈피하려면 더 쉬워져야 합니다. 지금 언론에서 문제삼는 변별력 문제는 '일류' 대학 들어갈 3∼4%의 아이들을 위해 나머지 아이들을 포기하자는 발상이나 마찬가집니다. 결국 서울대와 연고대 문제인데 이 대학들 때문에 전체교육이 휘둘려서는 안됩니다. 

새 집행부의 사업방향은 어떻게 잡았습니까.

조직 측면에서 노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현재 조합원 수가 8만 명에 달합니다만, 규모에 걸맞은 발전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조합원 사이의 의식편차가 심합니다. 노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고요. 일반조합원과 일선활동가를 위한 교육사업에 힘을 실어야 합니다. 제도개혁에서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의 개정을 요구할 겁니다. 무능부패 사학을 척결하고 유치원의 공교육성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책에서는 임금이나 경제적 지위와 관련된 요구보다는 교육정책에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과 함께 교육정책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국민교섭안'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이것을 중심으로 학부모단체와 시민운동단체의 힘을 모아 교육부에 압력을 가하는 교섭전략을 구상 중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지지율이 51%대에 그쳤고, 상대 후보의 지지율은 47%에 이르렀는데요. 두 팀간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차이로 부각된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금까지 전교조를 책임져온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이었습니다. 교육부와의 교섭이 실패했고, 운영이 관료화되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10년 동안 같은 사람들이 또아리를 틀고 활동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었지요. 둘째는 이부영 집행부가 투쟁에 미온적인데 대한 반발이었습니다. 신자유주의적인 7차 교육과정을 전면거부하고 대정부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차이점에 대한 위원장님의 입장은 무엇이었습니까.

조직을 개혁하고 바꾸자는 데는 저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운동이 관료화 협소화 되고, 역동성을 상실한 점이 있지요.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분명히 하는 속에서 바꿀 것은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사무처장과 정책실장을 비롯한 중요간부를 전원교체 합니다. 투쟁과 관련해서는 이전 집행부도 투쟁을 방기하거나 과소평가한 적은 없습니다. 문제는 투쟁을 투쟁답게 조직하고 가능한 많은 조합원들을 어떻게 참여시키는가 입니다. 지난 하반기에 투쟁이 무원칙한 가운데 무리하게 배치되어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합법화 이후 첫 집행부였던 이부영위원장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시죠.

합법화라는 새로운 상황과 경험 미숙, 그리고 교원노조법의 장애가 겹치면서 이전 집행부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주체 역량이나 객관적인 조건에 비해 교섭과 투쟁의 목표가 과도하게 설정된 측면이 큽니다. 교육부도 파트너로 인정하기보다는 제압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버텼고요. 한마디로 '시행착오기'로 볼 수 있습니다. 손에 쥔 성과는 없지만, 노동조합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경험이었다고 봅니다. 조직세의 성장에서는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합법화 이전 조합비를 내던 조합원은 8천명이었는데 반해, 이번 선거에 참여한 조합원이 7만 6천명에 이릅니다.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1년 이상 하셨습니다. 민주노총이 제자리를 못 잡고 허둥대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주노조운동이 변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독재체제 아래서 민주화운동과 결합되었던 시절의 내용과 지금의 내용은 달라야 합니다. 지금 민주노총은 대기업중심의 노동운동입니다. 물론 경제위기와 구조조정 상황에서 대기업노동자들이 큰 손해를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낫습니다. 그런데 대기업노조에 민주노총이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롯데호텔과 한국통신 파업에서 교섭을 책임지며 뛰었는데 장애물이 내부에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힘있는 교섭을 해야 하는데 내부분파가 발목 잡고 교섭 결과를 두고 각파마다 물어보아야 하는 통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의 관료화 주장이 있습니다. 

중앙위원회와 대의원대회가 성원미달로 무산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게 단적인 예입니다. 지금까지 굳어진 제도와 관행을 사회 변화에 걸맞게 바꿔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합니다. 일반조합원들의 생활도 바뀌고 의식도 바뀌는 데 조직과 체계, 활동방식과 마인드는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구태의연한 관행과 틀을 깨야 합니다. 회의자료도 수십 페이지고 회의시간도 길고, 이런 게 세 새대의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조합원들과 지도부가, 구세대와 신세대가, 상급단체와 가맹조직들이 따로 놀 수밖에 없습니다. 

개량화 비판은 어떻게 보십니까.
 
쉬운 곳에 안주한다는 의미로 쓰인다면, 당연히 개량화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대의나 원칙이 분명하다면, 나머지 것들은 여유를 갖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낡은 틀과 생각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개량화 비판은 의미가 없습니다. 변화해야 운동입니다. 그리고 총연맹이 변화를 주도하지 않는다면 운동의 미래는 없습니다. 민주노총이 개량화됐다고 보지 않으며, 오히려 과거의 논리에 쓸데없이 집착하는 부분이 염려스럽습니다. 변화하려는 노력을 '개량화'로 몰아붙이고, '자기순결성'에 갇혀 과거의 운동 속에 안주하는 나쁜 성향은 없어져야 합니다. 원칙을 유지하되 능수능란하고 유연해야 합니다. 

민주노조운동이 분파로 분열되는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데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다, 정리해고다 해서 요즘같이 노동운동이 어려운 시기에는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 '국공합작'했던 시대 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지금 모두 힘을 합쳐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막아내기 어렵습니다. 한국노총과 비정규노동자의 힘을 모아 대응할 판에 민주노조를 자처하면서 조금 다르다고 구별하고 패거리를 나누는 것은 올바르지 못합니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분파도 건강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인맥과 연줄로 이어져오던 세력들이 권력화한 노동조합을 장악하려는 수단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큽니다. 

1월 18일 민주노총 선거가 있습니다. 새 집행부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총연맹의 지도력과 논리력, 정책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대우자동차를 비롯해 정부정책의 잘못으로 노동자들이 희생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완강한 투쟁을 다시 조직해야 합니다. 비정규노동자를 비롯한 소외된 노동자를 위한 관심과 사업이 일상적으로 배치되어야 합니다. 조직개혁과 관련해서는 자기조직 챙기기를 지양해야 합니다. 산별연맹과 대규모사업장의 자기조직 챙기기가 은연중에 퍼져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노선과 분파 갈등보다는 세대갈등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전교조 선거도 낡은 세대가 물러가고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정서가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되고요. 

지금 노동조합 각 단위 선거에서 바꿔보자는 열풍이 일관되게 먹혀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세대간의 충돌도 함께 작용한다고 보입니다. 새로운 젊은 세대들은 명망성이나 과거의 후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전교조운동에서 상징적이고 대표성을 갖는 사람이고, 교장이나 관료들까지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이번 선거에서 고전했어요. 노동운동 안에 새로움이 필요합니다. 운동이란 게 시대가 주는 역할과 요구가 있는 거고, 나름대로 자기 임무를 다했으면 좋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내려갈 수 있어야 합니다.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감사합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