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노동자의 정치적 성장

노동사회

민주노동당, 노동자의 정치적 성장

admin 0 2,976 2013.05.11 11:27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여기저기서 누가 출마한다느니 신당을 만든다느니 용퇴하라느니 하면서 난리법석들이다. 총선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과 더불어 한국사회의 양대 권력을 구성하고 있는 국회의 구성원을 선출하는 절차이다. 삼권분립의 축을 이루는 또 하나의 권력인 사법영역(검찰 포함)의 경우 선거가 아닌 시험을 통해 선발되고, 또한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약하다. 또한 업무 자체도 창조적이라기보다 기술적 요소가 많기 때문에 통상 정치영역에서는 제외된다. 결국 대통령과 국회가 좁은 의미의 정치영역을 구성한다. 그 중 대선은 작년에 끝났고, 이제 나머지 반쪽에 해당하는 국회라는 정치영역에서의 지분확대를 위해 각 정치세력들 사이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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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창원을 총선후보 선출과정과 창원갑 창당대회에 참석한 지도부. 맨 오른쪽이 권영길 대표  - 출처 :오마이뉴스 ]

정치는 중요하다

정치는 좋은 의미에서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그래서 창조와 희생과 그에 따른 보람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정치를 업으로 삼는 정치인들은 누구나 그럴싸하게 포장된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들로 대중들을 사로잡아왔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서 정치는 결코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지 못했다. 선거 당시의 거창한 공약들과 달콤한 말들은 당선 이후 휴지처럼 버려지기 일쑤였고, 당선된 자들은 기득권자들의 힘에 굴복하여 대중을 실망시키는 역사만이 반복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거짓말, 사기, 배신, 부패 등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대중들의 구체적인 삶을 실제로 개선해나가는 정치 본연의 이미지는 간데 없고 부정적인 이미지만이 가득하게 만든 책임, 그리고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게 만든 책임은 지금의 정치인들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타락한 정치인들을 계속 뽑아준 유권자들에게도 일부 책임은 있다고 하겠다.  

사실 보통사람들이 정치와 자신의 삶을 직접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다. 정치를 남의 일처럼 욕하는 일이나 선거 때 투표하는 일은 쉽다. 그것은 TV에서 코미디 프로를 시청하면서 웃고 즐기는 일이나 술자리에서 안주거리 삼아 남의 흉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나름의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살아간다거나 또는 현실정치와 나의 삶 사이에 존재하는 함수관계를 인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개별화된 욕망을 무한대로 자극하는 현대 자본주의 소비사회는 원자적 개인들로 하여금 자기가족을 뛰어넘는 공동체에 대한 사고기능을 억제하도록 한다. 잘못된 정치를 제대로 비판할 수 있도록 생각해 볼 만한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 속에 나와 내 가족의 삶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조차 힘든 것이 현실인 것이다. 현실 속의 정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헛된 욕망을 갖도록 부추기고 이를 이용해 상품을 팔아 이윤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행해지는 상품광고와 닮아 있다. 상품광고가 진실과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알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진실이 아닌 것의 영향을 받고 그것에 의해 지배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이나 귀에 들리는 것은 진실과는 거리가 먼 법이다. 

계급·계층 대변하는 정치여야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실 정치 속에 숨은 그리고 현실 정치 너머에 존재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현실 정치의 진실은 정치가 사회 속에 존재하는 계급 또는 다양한 계층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적이거나 차이가 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정치적 투쟁과 타협과 조정을 통해 해소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 다수의 행복증진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 존재한다. 정치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 각 계급, 계층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가 얼마만큼 정확히, 또 어느 정도의 힘으로 반영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정치의 진실인 것이다. 그러한 과정은 제도적으로는 각 계급과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을 통해 매개되고 대변되며 실현된다. 

어느 정당이 어느 특정한 계급이나 계층의 이해가 아닌 국민 일반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자신이 대변하고자 하는 계급이나 계층이 없다는 말과 마찬가지이다. ‘국민 일반’이란 국적을 가진 자를 일컫는 추상적 개념에 불과하다. 그것은 현실 속에 존재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구체적인 국민의 분열된 모습을 전혀 드러내주지 못한다. 자본가와 노동자, 대자본가와 중소자본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지주, 도시자영업자, 실업자, 장애인, 노인, 여자, 재산이 많은 자와 없는 자, 투기꾼, 집이 있는 자와 없는 자, 서울에 사는 자와 지방에 사는 자, 내국인과 외국인, 경쟁에서 승리한 자와 패배한 자 등등 우리 현실 속에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국민의 모습이란 결코 서로 같지 않다. 국민 속에 존재하고 있는 이러한 현실적인 분열과 차이를 무시한 채 그냥 국민을 대변하겠다고 하는 것은 현존질서의 강자일 수밖에 없는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현재 국회의석을 가지고 있는 기성정당들을 거창하고 달콤한 구호를 떠나 그들이 대변하고 있는 구체적인 국민의 모습으로 살펴본다면 그들은 결코 사회적 약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들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들은 본질에 있어서 계급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실에 있어서 분열되어 있고, 차별 당하고 있는 그래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구체적인 국민들의 분열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정치영역으로 끌어들일 의지가 없는 정당, 그러한 문제들을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국민 다수의 행복을 도모하는 관점에서 책임지고 해결할 의지가 없는 소위 국민정당들이다. 

민주노동당을 주목하자

과거의 반독재 투쟁은 그 본질에 있어서 정치적 반대자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 정치적 경쟁을 해볼 수 있는 틀이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끝내고 형식적인 차원에서 정치적 경쟁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 투쟁이었다. 그것은 그 본질에 있어서 정치의 내용을 채우기 위한 투쟁, 즉,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정치영역에 끌어들여 이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 투쟁은 아니었다. 그와 같은 형식적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시대는 갔으며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시대 즉,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정치를 통해 실현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상태이다. 이러한 시대적 조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에 부합하는 진보정당은 아직 힘이 미약하고 정치적 시민권을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상태에 놓여있다. 그 원인은 아마도 분단과 냉전체제가 부과해온 억압의 역사와 실질임금의 지속적 상승을 동반한 고도성장의 경험에 유래한 사람들 머리 속의 의식적, 무의식적 잔존물 때문이 아닐까 추정해본다. 그러나 계급정당의 성장을 가로막아온 이러한 객관적 조건들이 점점 그 생명력을 다해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의 선두주자로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통해 이미 제3당으로 부상했고 내년 총선에서는 원내진출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지방선거를 통해 일부 기초단체장과 광역지방의회의원을 배출한 바 있는데, 비록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극히 소수의 의원들임에도 기성 정당 출신들과는 현격하게 다른 정치적 실천을 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현실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중앙정치의 영역에서도 민주노동당 출신 국회의원들이 배출된다면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계급정당으로서 국민 일반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국민을 구성하는 계급·계층 중 사회적 약자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정치에 반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다.  여기서 정치란 단순히 원내정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현장을 포함한 원외활동도 포함된다. 한국사회에서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계급정치가 제대로 전개되려면 민주노동당은 사회적 약자로부터 정당한 정신적, 물질적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 힘을 업을 수 있을 때라야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이해관계를 정치과정에 반영시키고 그들의 이익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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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비정규직 양산하는 3대악법 철폐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출처:민주노동당 ]

노동자들의 계급적 지지 절실

흔히 민주노동당은 힘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힘이 없다는 바로 그 이유로 민주노동당을 버리곤 한다. 그러나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세상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으며 힘도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의 힘을 키우는 것이 당 소속 정치인들만의 몫도 아니다. 왜냐하면 민주노동당은 대변하는 계급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는 당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하루아침에 클 수 없는 당임은 분명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꾸준히 성장해가야만 하는 당이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인간답게 살 권리를 부여해주고, 그들이 노년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줄 수 있는 당은 오직 진보정당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간층까지 지지계층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으로 전개될 것이다. 

지금 민주노동당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지지다. 상대적으로 노동계급 중 정치의식이 높다고 여겨지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가 높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성장과 발전은 민주노동당 정치인들의 성공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성장으로 귀결된다는 사실, 즉 노동계급 스스로의 정치적 힘이 커지는 것에 다름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후보를 내는 것도 훌륭한 지지의 표현이고, 돈을 내는 것도 훌륭한 지지의 표현방법일 것이다. 내년 총선을 맞이하여 특히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가 커지게 되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내년 총선이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원년으로 되기를, 나아가 이를 발판으로 민주노동당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함으로써 민중에 의한 정치의 실현이 앞당겨지는 계기로 되기를 기대해본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