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인연금보다 낫다.

노동사회

국민연금, 개인연금보다 낫다.

admin 0 2,640 2013.05.11 11:25

국민연금제도가 언론의 도마에 오를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이유로 가슴이 쓰리다고들 한다. 어떤 이는 꼬박꼬박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아까워서, 어떤 이는 형편이 어려워서 가입자격을 제대로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서, 또 어떤 이는 나라에 맡기는 것이 못 미더워서 그렇단다. 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걷어가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내기야 하지만 과연 은퇴한 후에 정말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하니 국민연금제도가 우리나라의 노후 소득보장의 근간을 이루기 위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가입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제도는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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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총을 비롯한 사회단체가 국민연금 개정안을 반대하면서 공단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

낸 것보다 더 받아

국민연금이 사회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는 데는 국민이 연금제도의 의미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는 측면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불신을 조장한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 먼저 후자부터 살펴보면 초창기에 정부는 공적자금관리법에 의거해서 예탁금증서만 써주고 연금기금을 빌어다가 쌈짓돈처럼 쓰곤 했었다. 차용하는 형식을 빌기는 했지만 가입자들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연기금을 돌려쓰는 것을 보면서, 가입자들은 돈이 다른 곳으로 새어나간다든지, 특히 그간 각종의 정권과 연루된 비리들을 보면서 아예 연기금이 없을 거라든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연금제도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제도이다. 보험이긴 하지만 생명보험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상품하고는 성격이 다르다. 생명보험회사는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가입기간 동안의 수익을 일정정도 더한 금액을 연금으로 또는 일시금으로 주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회사의 관리운영비라든지 기타 비용은 가입자들이 부담하게 된다. 반면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은 급여 수준이 본인의 가입기간 및 그간의 소득수준에 비례해서 결정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납부액수에 비해서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민간의 보험상품과 혼동해서 낸 것만큼 받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이다. 

둘째, 연금제도는 사회적인 재분배가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소득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젊은 세대가 내는 보험료에서 일부 노인 세대의 연금을 부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를 보고 세대내 그리고 세대간 재분배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나름대로 사회적 연대가 이루어지도록 고안된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누구는 낸 것에 비해 더 많이 받아간다든지, 현 세대의 이기심 때문에 차후 세대가 큰 부담을 지게 된다든지 하는 것은 연금이 마치 사보험인 것처럼 착각해서 나오는 소리다. 이런 오해는 ‘사회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의 합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듯 싶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이다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되었고 2008년이 되면 처음으로 정상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이 생겨난다. 5년 뒤 성년이 될 연금제도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 국민연금제도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우리 모두 보다 성숙한 고민을 할 때가 되었다.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노후에 발생하는 소득빈곤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연금제도는 이에 걸맞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 위험을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 개개인이 자신의 노부모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더 이상 노인부양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부모세대를 부양하면서 자식들 교육시키기에 힘겨워하는 지금의 30~50대에게는 노후대비책의 일환으로 연금제도가 든든한 대들보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제도원리상으로 세대내·세대간 재분배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실제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15세 이상 65세 미만 경제활동인구 중 2002년 말 현재 가입대상자는 1,650만 명이다. 이중 납부예외자가 약 430만 명, 보험료 미납자가 약 120만 명이나 된다. 실제로 보험료를 내고 있는 사람은 약 1,100만 명에 불과한 것이다. 납부예외자나 보험료 미납자는 나중에 은퇴해도 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급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연금가입자이지만 노후빈곤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다. 또한 경제활동 연령대의 인구 중에서 특수직역연금가입자를 제외하고 상당수가 현재 국민연금의 가입대상에서도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를 꾸준히 내는 사람도 8월에 입법예고된 정부안에 따르면 상당히 낮은 수준의 연금을 받게 되는데, 아예 그마저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면 국민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의 근간을 이룬다고 하기가 무색해진다. 

내가 널 돕고 네가 날 도와야 

연금제도에서 노후소득의 일부라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다른 사회보장제도, 예컨대 공공부조가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초고속 고령화로 세계의 모든 기록을 경신해버린 우리나라에서 노인층이 폭증하는 시점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너무 늦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예컨대 갑자기 장사가 잘 안되서 보험료를 내기 어렵다거나, 또는 군대에 입대하거나 아이를 낳느라고 잠시 취업을 중단해서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못한다거나 할 경우에도 보험료를 대납해준다든지 가입자격을 유지시켜 주는 등의 보완장치를 두어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사람이 연금제도의 우산 안에서 머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소위 연금크레딧제도라든지 다양한 시간 및 기간 인정제도를 통해 비정규직이나, 전업주부 그리고 그 외의 연금제도 사각지대에 속하는 사람들의 노후빈곤 위험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입자에게 또박또박 보험료를 내는 것만 가지고 연금제도를 굴려나가려는 생각을 정부에서도 버려야 한다. 가입자의 다양한 형편에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고, 내가 낸 돈, 네가 낸 돈을 넘어서 우리가 함께 내고 관리한 돈으로 노후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연금제도가 되도록 국민연금제도의 성년식을 준비하자.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