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가족과 함께 하는 노동교육

노동사회

조합원 가족과 함께 하는 노동교육

admin 0 3,235 2013.05.11 11:19

흔히 우리는 노동조합에서 진행하는 교육이라고 하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자본가와 기업주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지역주민이나 조합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여러 가지 다양하고도 폭넓은 교육과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주민이나 조합원의 가족은 노동조합의 가장 큰 우호세력이며 동반자라는 측면에서 노동교육의 대상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이 글에서는 이미 89년 이전부터 가족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조합원 가족 대상 교육의 최근 사례와 경험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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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의 2002년 여름 갯벌학교  - 출처:현대자동차 ]

1. 현대중공업노조의 자녀교육

(1) 목적

현재 노동조합에서 매년 실시하는 조합원자녀를 위한 겨울 눈사람 학교와 여름 숲속 학교는 교육부의 여러 가지 사업중에서 조합원과 주민들, 그리고 자녀들에게 매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사업이다. 노동조합에서 조합원 자녀를 위한 교육을 시작한 것은 1994년 겨울 글쓰기 강좌를 열면서부터이다. 글쓰기 강좌는 90년 초반 이후 기업문화 운동 등 본격화된 회사의 신경영 전략에 맞서 노조는 다양한 대응 활동을 펴는 가운데 조합원들에게 노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94년 50명으로 시작한 교육은 조합원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참가자가 300여명까지 확대 되었다.

2002년의 경우 노조는 자녀 교육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좋은 숙박 시설과 학교 교육에서 채울 수 없는 체험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정서를 키우고 노동자인 부모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자연을 벗삼아 캠프를 실시함으로써 초등학교 아이들의 정서를 친자연적으로 순화함으로써 사람과 자연이 하나라는 참된 교육을 실현한다. 이러한 목표아래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98년 겨울 눈사람 학교를 시작한 이래 15년째 계속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2002년과 2003년의 사례를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2) 눈사람 학교

해안 도시인 울산에는 한 겨울에도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눈 구경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눈이 많은 곳을 찾아 아이들에게 자율성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열린 교육을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눈사람 학교이다. 눈사람 학교를 처음 시작하던 98년에는 기차를 타고 설악산으로 가는 “눈 기차와 함께 하는 하얀 나라”를 진행한 바 있다.

2002년의 경우 눈사람 학교는 조합원 자녀 294명을 대상으로 강원도 홍천의 모둘자리 관광농원에서 1월22일부터 3박4일간 진행되었다. 전교조 울산지부 동구지회와 공동 기획하고 교사 36명이 함께 한 프로그램에는 “자연 속에서 함께 신나게 놀아요”라는 주제로 눈썰매 타기, 얼음썰매 만들어 타기, 토끼몰이, 옛날놀이 익히기 등으로 진행되었다.

2003년 눈사람 학교는 “꾸러기들의 ‘신나는 겨울나가’ 눈사람 학교”라는 주제로 1월21일 모둘자리 캠프장에서 열렸다. 2002년도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기획과 진행과정에서 전교조 교사들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연과 청소년’이라는 단체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한 점이다. 수련회는 20명 모둠별로 진행자가 함께 동고동락하는 형태로 진행하였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허수아비 만들기, 전통연 만들기, 떡메치기, 눈썰매 타기, 얼음썰매와 얼음 팽이치기, 빙어 얼음 낚시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놀이가 진행되었다. 또한 다양한 전통 놀이를 실습하는 민속놀이 박람회, 도전 골든벨을 울려라, 아빠들의 영상편지, 모닥불 놀이를 하면서 교사와 아이들이 하나가 되었다.

노조는 프로그램을 마친 이후에 겨울 눈사람 학교 참가자들에게는 전체 일정을 담은 비디오 테잎을 나누어주었고, 숲속 학교 참가자들에게는 일정을 시디 한 장에 담아 조합원들을 통해 나누어주었다.

(3) 갯벌 학교와 숲속 학교

‘갯벌아 나랑 노올자’라는 주제로 열린 2002년의 여름 갯벌 학교는 8월20일부터 3박 4일 동안 300명을 대상으로 남해 유스호스텔에서 열렸다. 역시 전교조 교사 38명이 함께 하였으며, 갯벌 올림픽 및 탐사, 노량공원과 충렬사 돌아보기, 대나무 뗏목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엮었다. 

첫째 날은 노량공원과 충렬사를 돌아보고 숙소에 도착한 뒤 모둠별로 텐트를 치고 열림식과 모둠별 깃발 만들기를 하였다. 둘째 날은 4개 반으로 나뉘어 갯벌 탐사와 물로켓 만들기, 바다 수영과 튜브타기, 추척 하이킹 등을 하였다. 갯벌탐사 시간이 늦어져 일정에 다소 차질을 빚기도 하였지만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가운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어 우리들이 바라보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영상물을 보았으며,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다. 셋째 날 오전은 둘째 날과 같은 프로그램을 이어 진행하고 저녁에는 보물찾기 놀이, 모닥불 놀이와 불꽃놀이를 한 뒤 아쉬운 마지막날을 보냈다. 마지막날은 모둠별로 텐트를 정리하고 야영장 전체를 청소한 뒤 울산으로 되돌아 왔다.

2003년 여름 숲속 학교는 조합원 자녀 405명이 참석한 가운데 8월19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여주 청소년 수련원(세종 천문대)에서 진행되었다. 

수련회 참가비는 학생 1인당 6만 8천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노조는 참가자 개인에게 2만원씩을 받았다. 참가자 모집을 위해 조합원들이 사는 아파트 주변에 알림 현수막 9개를 내걸고 노조 유인물을 통해 홍보를 하였다. 그 결과 예상을 뛰어 넘는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참가자 접수를 시작하던 날 예정 시작 2시간 전부터 참가신청이 쇄도하여 노조는 할 수 없이 당초 예상 인원을 100명이나 초과하여 신청을 받았다. 이 같은 높은 호응은 겨울 눈사람 학교가 매우 즐거웠다는 학생들의 입소문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숲속 학교의 주요 프로그램은 여주 지방의 특징을 살려 도자기 만들기와 천문대의 장점을 살린 별자리 관측이 배치되었다. 아울러 뗏목 체험, 래프팅, 양초 공예, 수영, 캠프파이어 수화, 택견 등의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4) 평가

2002년까지는 대체로 전교조 동부지회 교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행사가 진행되었으나 노조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교사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기획과정에서 전교조에 의존하다보니 내부의 기획 역량 강화를 통한 경험의 축적과 역량 강화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참가자 선정도 6학년의 경우 통제가 어렵다는 점과 보다 많은 가정의 자녀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4학년과 5학년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원이 참가하여 교육적 효과가 떨어지므로 2회에 나누어 진행할 필요를 느끼고 있지만 예산 문제나 노조의 바쁜 일정에 밀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5) 기타 교육

이밖에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자체 교육장에서 조합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02년의 경우 컴퓨터 교육은 조합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10여 차례 실시하였다. 2001년도에는 참가자가 대단히 많았지만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참가 인원이 크게 감소하였다. 교육 내용도 기초과정보다는 전문적인 과정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기초과정과 전문과정을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2. 현대자동차 노조 어린이 여름학교

(1) 목적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여름학교는 여성부의 주요 사업으로 문화부의 협조를 얻어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여름학교의 취지를 갈수록 개별화, 다양화, 물질화 되어 가는 사회 환경에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체험하게 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 문화나 문화 민족의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매일 정규 학습을 제외하고 학원과 컴퓨터, 텔레비전 앞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일상적인 생활인데, 노조에서는 이러한 조합원 자녀들에게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2) 주요 프로그램

조합원 자녀 여름학교는 올해로 7년째인데 처음에는 인원을 100명으로 하였다가 2001년부터 300명으로 확대하였다. 2002년의 여름학교는 150명씩 2차례로 진행되었는데, 1차는 8월12일부터 14일까지, 2차는 8월17일부터19일까지 삼동 한마음 수련원에서 진행되었다.

참가대상은 초등학교 4, 5, 6학년생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주제는 “우리 문화의 체험과 이해” 그리고 “자연환경의 소중함”으로 정하였다.

주요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첫째 날에는 물놀이, 깃발 만들기, 탈춤, 풍물, 소리, 택견 등을 배울 수 있는 우리놀이 배움터, 담력 기르기와 공동체놀이 그리고 부모님께 편지쓰기가 진행되었다. 둘째 날에는 등산, 짚과 풀을 이용해 달걀 꾸러미와 여치집 만들기를 하였으며, 민속놀이, 물놀이, 장승깎기, 맷돌 갈아 두부 만들기, 떡메로 떡 만들기 그리고 대동놀이 등이 진행되었다. 셋째 날에는 생활 도자기 만들기와 부모들의 일터인 공장을 견학하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2003년 여름학교의 기획과 진행은 울산에 있는 ‘동해민속예술원’과 함께 하였는데 300명을 대상으로 1회 실시하였다. 주요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날 난장트기, 떡과 두부 만들기, 놀이마당, 배우기 마당. 둘째 날 한솥밥 먹기, 물놀이, 탈춤 배우기, 장승깍기, 밥하기와 저녁식사, 문화공연과 대동놀이가 이어졌으며, 집에 편지쓰기로 마무리되었다. 셋째 날에는 짚공예로 새끼꼬기와 계란 꾸러미 만들기, 평가서 쓰기와 졸업식으로 진행되었다. 여름 학교는 노조에서 6만원을 지원하고 참가자가 3만원을 부담한다. 참가자들 모두 여행자 보험에 가입을 하고 단체 티셔츠와 간식, 액자 등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3) 평가 

노조에서는 해마다 여름학교 참가 인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조합원들의 요구를 따라가기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겨울 학교를 열어달라는 요청도 있고, 가족 사업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데 특히 중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텐트를 치고 야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초등학교 때 가졌던 노동조합에 대한 경험을 중학생이 되어서도 유지할 수 있고 노조에 더 친근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아직 현실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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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2003년 여름학교  - 출처:현대자동차 ]

3. 부모와 함께 하는 역사 기행

(1) 목적

1998년부터 시작된 역사 기행은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나라의 오래된 유적과 보물들을 관찰하고 삶의 지혜를 얻는 시간이다. 특히 부모와 함께 하는 역사 기행은 우리문화 체험과 자녀와 부모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노동가치관에 대하여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데 두고 있다. 아울러 여가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가족 놀이문화를 만들어 간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2) 2002년의 역사기행

2002년의 역사 기행은 “우리지역 알아보기”란 주제로 10월20일과 27일 두 차례 진행되었는데 각각 51명과 50명이 참석하였다. 경주, 남산지역 및 ‘서라벌요’를 방문하였는데 하루 일정은 아침 8시30분에 출발하여 남산 유적지 돌아보기, 점심식사, 도자기 공예, 집단놀이 등으로 진행되었다. 전체 기획과 진행은 노동조합 여성부와 울산 여성회가 길라잡이로 도움을 주었다. 

2003년도에는 7회를 기획하였으나 임단투에 때문에 4월과 5월에만 실시하였고 9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경비와 관련하여 버스는 회사에서 지원하고, 노조가 1만5천원을 지원하여 1인당 참가비로 1만원을 받는다.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까지 제공하고, 가족 사진을 담은 액자를 모두에게 나눠준다. 유리 액자에 담은 가족 사진은 두고두고 볼 수 있고 막상 가족 사진을 찍을 기회도 별로 많지 않아 반응이 아주 좋다.

(3) 평가

자녀들과 부모가 함께 하는 유적지 견학과 집단놀이는 새로운 가족 놀이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조합원 가족들의 반응을 보면 매주하고 싶을 정도로 반응이 좋지만 매월 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전문 기획팀이 있어서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사업의 경험이 축적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주5일제 시행과 더불어 휴일에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의 모범 사례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