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노동운동 탐방기

노동사회

네덜란드 노동운동 탐방기

admin 0 4,340 2013.05.11 11:09

풍차와 튤립의 나라, 최근에는 히딩크와 폴더모델(Polder Model)로 일반사람에게도 친숙해진 네덜란드를 6월 21일부터 28일까지 방문하였다. 이번 방문은 네덜란드노총 국제국(FNV Mondial)의 초청으로 이루어졌으며, 한국을 비롯하여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체코, 페루, 인도 등 총 7개 국가의 노동조합 간부와 연구자 25명이 참여하였다. 한국에서는 유니레버코리아 정기원 노조위원장과 기업 모니터링 연구를 담당하였던 연구소의 김태현 부소장과 필자가 참가하였다.

네덜 란드노총 국제국은 2000년부터 해외 진출 네덜란드 다국적기업의 노사관계 및 기업윤리 준수를 위한 모니터링 활동을 추진해 왔는데, 이번 워크숍은 지난 2년 동안 국가별로 진행된 기업 모니터링 결과를 평가 공유하고 향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장이었다.

한 국의 경우 지난 외환위기 동안 외국인투자기업의 수가 1997년 4,419개에서 2001년 11,515개로 2.6배 증가하였고, Philips, Volvo, P&G, GM 등 세계의 대표적인 다국적기업들의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또한 국가별 진출을 보면 유럽자본의 비중은 29.5%로 미국(29.3%)과 일본(14.6%)을 앞질렀으며, 유럽 자본 중 네덜란드의 비중은 43.7%로 그 비율이 가장 높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외환위기 동안 한국에 진출한 대표적인 네덜란드 다국적기업으로는 필립스를 꼽을 수 있는데 필립스는 16억 달러를 투자하여 LG전자와 공동으로 LG.Philips-LCD와 LG.Philips-Display를 설립하였다. 기업 모니터링의 한국 대상기업은 필립스, 유니레버, 악조노벨 3개 그룹의 자회사들이었다.

이 글은 다국적기업 모니터링 회의 결과와 함께 현지공장방문, 노조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확인 된 네덜란드 노사관계를 소개하는 것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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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NV 다국적기업 감시회의에 참가한 페루.멕시코 활동가들과 함께. 오른쪽 세번째가 필자 ]

네덜란드 모델

한 국가의 노사관계를 알기 위해서는 그 국가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문화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의 면적은 41,548㎢로 한국의 1/3정도이며 인구는 1,600만이고, 이 중 경제활동인구는 약 50%이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작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세계 3위의 농산물 수출국으로 과일과 야채, 화훼를 전 유럽에 공급하는 유럽의 정원(Garden of Europe)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민소득이 2만5천 달러로 적지만 강한 나라이다. 또한 국제적 지명도가 높은 대표적 다국적기업인 필립스(Philips), 쉘(Shell), 악조(Akzo), 유니레버(Unilever), 하이네켄(Heineken), ING 금융그룹의 본국이다.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어로 'Nederland'라고 표기하는데 여기서 Neder라는 말은 '낮은'이라는 뜻으로 '땅보다 낮다'는 의미이다. 국토의 20%이상은 13세기 이후 바닷물을 빼내 만들어낸 간척지로 이루어져 있고, 인형집처럼 빽빽이 밀집된 집모양은 높은 인구밀도의 상징이다. 네덜란드의 역사를 물과 싸운 역사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살 땅은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철학을 갖고 수 천년 동안 물을 퍼내 간척지를 만든 자연과의 투쟁의 역사는 모험과 도전, 그리고 혁신과 협력 등의 단어를 자연히 떠올리게 한다.

또한 국민의 대다수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나라이며, 부자들도 검소한 삶을 살고 있어 계층간 위화감이 없는 나라,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여 실업 발생을 막는 나라로 유명하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특성은 네덜란드의 국가 목표가 1인당 GNP를 높이는 것에 치중하지 않고, 높은 삶의 질, 공정성, 지속 가능한 사회 등을 목표로 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한편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안락사와 동성애를 합법화한 국가이며, 이미 오래 전에 사형을 폐지하였고, 매춘을 합법화하여 성(性)의 천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코카인, 마리화나 등의 마약도 구입하여 피울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정책들은 네덜란드의 과감한 정책 구상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20세기 말 폴더모델, 네덜란드의 기적(Dutch Miracle)으로 불리는 경제부흥을 이루어, 미국식 경제모델과는 다른 새로운 발전 모델로 부상한 국가이다. 이런 영향 탓에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를 협력적 파트너십으로 바꿀 수 있는 모범사례로 노무현 정부의 벤치마킹의 대상국가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구상은 노사 양측으로부터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논의로 뭇매를 맡고 있다. 물론 정부는 폴더모델의 근간이 되었던 바세나 협정(Wassenaar Agreement)의 내용인 "임금인상률의 축소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확대"를 "임금삭감과 노조의 경영협의"로 왜곡한 부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고, 여기에 덧붙여 경영 측은 시대착오적인 사용자의 고유권한 운운하는 경영권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빼놓지 않아야 할 사실은 노사협력의 밑바탕이 된 것은 네덜란드의 철저한 평등주의와 탄탄한 사회복지 정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협력의 밑바탕에는 '오두막집도 없지만 궁전도 없다'는 네덜란드 사회의 평등주의적 공통체적 담론이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노동사회』31호, 1999년 3월호, 주진우 「네덜란드 노사관계 모델과 한국에의 시사점」볼 것).

다국적기업 모니터링

다 국적기업 모니터링사업은 2000년 FNV 국제국의 주도로 진행된 사업으로 해외에 진출한 네덜란드 다국적기업에 대한 감시 조사 프로그램이다. 네덜란드 국제국은 97년 사업의 총괄목표로 첫째 빈곤퇴치, 둘째 노동자들의 생활과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설정했으며, 이를 위한 정책방향으로 1) 비공식부문 노동자 조직화, 새로운 조직화 개발과 이를 통한 노조의 혁신, 2) 세계화와 다국적 기업에 대한 기업윤리 강령 등 기본 노동권 보장 방안, 3) 노조권리 강화, 4) 아동노동 퇴치, 5) 성평등을 설정하였다.

네 덜란드 노총(FNV)은 90년대 하반기부터 몰아닥친 세계화의 물결과 이에 따른 다국적기업의 확대 및 강화가 세계적으로 '빈곤, 불평등, 사회적 배제(기회, 분배, 여성)의 확산 그리고 환경파괴'를 가져왔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자국의 해외진출 다국적기업에 대한 감시 활동을 추진하였다.

다국적기업 모니터링(감시) 조사사업의 주요 의제와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해외진출 자회사의 기업 현황(기업의 매출, 순이익 등) 및 노동조건의 조사(임금, 노동시간, 기업복지 등), 둘째 국제수준의 노동기본권(아동노동, 노동차별, 산업안전, 여성차별, 비정규직 차별,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조합과의 참여 등)의 준수 여부 확인, 셋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조사활동에 기초하여 해당기업들에 문제가 발견될 경우, 이를 네덜란드 사회에서 문제제기(자료집 발간, 기자회견)하여 해결을 촉구하며, 궁극적으로는 본국 노동자와 해외 각국 노동자간의 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노동자간 국제연대를 꾀하려는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을 위해 네덜란드노총은 기업 감시 프로그램의 대상기업을 4개 그룹-Philips, Unilever, Akzo-Nobel, Ahold-으로 확정하고 이들 기업의 자회사들이 진출한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체코, 폴란드 등을 대상 국가로 확정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과는 달리 한번의 조사와 교류에 끝나는 것이 아닌 3년 동안 지속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의 경우 대상사업장은 Philips의 자회사인 LG.Philips-LCD와 LG.Philips-Display, 그리고 Unilever-Korea, 마지막으로 Akzo-Nobel의 7개 자회사였으며, 세계적 유통업체인 Ahold는 한국에 진출하지 않아 제외되었다. 초기 계획에 따르면 2002년에 평가 워크숍이 개최되었어야 하나 브라질 등 대상국가의 조사가 차질을 빚어 1년 늦은 2003년 6월22일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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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NV 다국적기업 감시 회의 장면 ]

다국적기업 모니터링 평가 워크숍

이 번 워크숍의 주요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지난 2년 동안 추진되었던 조사 연구 내용보고 및 평가작업, 둘째 본사 경영진과의 면담 및 노동자 요구안 전달, 셋째 네덜란드 공장방문 및 해당기업 노조 간부와의 대화, 마지막으로 연구결과를 총 결산하는 발표회 및 기자회견 순이었다.

프로그램에서 확인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브라질을 비롯하여 각국에서 추진된 노사관계 및 노동조건 조사 보고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의 노동조건은 국제적인 수준의 노동기준이 준수되고 있었으나, 문제가 발생한 가장 큰 영역은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해당기업의 노조가 결성되는 경우 경영자는 노조를 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배제의 대상이라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특히 멕시코의 경우 해당기업에서 노조를 결성·운영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인도 힌두스탄 유니레버의 경우 사측은 어용노조의 결성을 통해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기존 공장의 규모를 축소하면서 저개발 지역, 조세특혜를 제공하는 지역으로 새로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다국적기업들이 임금 및 단체교섭 시 기업 이전을 핑계로 해당기업들의 노동조건을 약화시키는 공통점이 발견되었고, 지난 5년동안 대규모 인원감축, 아웃소싱, 비정규직 확대라는 구조조정 작업이 추진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의 참여를 배제하였다. 물론 브라질의 경우처럼 노조이외에 사업장별 공장평의회를 인정하는 발전된 사례도 보고되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또 하나의 쟁점은 자회사들의 노동조건은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하지만, 자회사의 하청 및 외주업체의 경우 이를 준수하지 않는 사례가 대단히 많다는 것이다. 인도의 경우 유니레버 자회사의 하청회사에서 아동노동이 확인되어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는데, 이번 조사의 한계는 하청 및 외주업체의 노사관계 및 노동조건 조사가 불충분하였다는 것이다.

공통된 문제들

이번 워크숍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는 다국적기업 본사 경영진과 자회사 노조 간부들과의 면담이었다. 먼저 경영진은 대부분 연구조사 사업이 추진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며 자회사 경영진들은 연구팀에게 자료 협조를 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유니레버의 경우 방문 전날까지도 면담 약속이 확정되지 않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본사 경영진과의 만남은 4개 그룹 모두 예정대로 진행되었으며 경영진들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외교적인 수사로 피해 가는 노련함을 보였다. 경영진들은 면담과정에서 본사의 경영지침이 자회사에 일방적으로 하달되는 것이 아니고, 노동조건 및 노사관계는 해당 국가의 경제상황, 노동법, 정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연구결과 보고서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해당국가 경영진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Philips 방문에서 확인된 사실이 한국의 경우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Philips는 LG-Philips에 대해 그 기업은 LG와 Philips가 공동으로 50: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므로 Philips가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였다. 브라질을 비롯하여 다른 국가에서 온 LG-Philips 공장 간부들은 우리는 이전에 Philips에서 근무하였으며 지금 LG-Philips로 공장명이 바뀌었지만 Philips가 책임감을 가지고 노사관계를 풀어갈 것을 요구하였다(다른 나라의 참가자들은 LG의 노사관계에 대해 아주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공장 방문은 Philips 조명회사와 Unilever 세제공장 두 곳을 방문하였다. 두 기업 모두 공장자동화로 생산라인에 노동자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Philips의 경우 25년 전에 10만 명이었던 일자리가 현재는 3만 명으로 축소되었다. 사측은 네덜란드의 인건비를 감안하면 공장자동화를 하지 않는 한 경쟁력이 없고 공장은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네덜란드의 공장 노동자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일하고 있는가? 네덜란드 공장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약 32시간이며, 교대근무는 5조 3교대(6일 일하고 4일 휴식)였다. 또한 30인 이상의 모든 공장에는 공장평의회(works council)가 법률적으로 보장되어 구조조정 또는 전체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업 경영상황에 대해 사용자와의 협의권을 보장받고 있었다.

워크숍의 마지막 행사는 연구결과를 네덜란드 사회에 공표하는 발표회겸 기자회견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발표회장에는 네덜란드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는 일꾼들과 학계, 언론사에서 약 1백명이 참석하였다. 시민단체의 주요 참석자는 소비자운동단체, 인권단체였으며, 그들은 네덜란드노총이 주관한 다국적기업 모니터링 결과 발표에 뜨거운 관심과 함께 국제적 노동운동의 연대 활동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러나 발표회장에는 해당 기업 경영자들은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평 가 워크숍에 참석한 각국 노조간부들과 연구진들은 이번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하고, 1차 조사에서 미진하였던 해당기업의 하청업체 및 외주업체에 대하여 조사활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속적인 교류 협력을 통해 해당기업 노조 간부들과 연구진들과의 연대를 굳건히 할 것을 약속하며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노동3권이 보장된 네덜란드 공무원노조

워 크숍이 끝난 후 한국 참가자들은 하루 일정을 연장하여 네덜란드 공무원노조인 ABVAKABO를 방문하였다. ABVAKABO의 사무실은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헤이그에 위치하고 있다. ABVAKABO의 전체 조합원은 365,000명이며 중앙부처 및 지방공무원과 교사 등을 주요 조직 구성원으로 하고 있다. 중앙 사무국에는 3백여 명이 상근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중 40명은 임원이고, 정책 담당 업무에 40여명이 일하고 있다. 본부 부서의 특기할 상황은 조합원의 상담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콜센터를 운영한다는 점이며, 여기에는 약 40명이 파트타임(사회사업 및 상담전문가)으로 일하고 있다. 콜센타의 주요 업무는 조합원의 고충처리활동(인간관계 상담-동료 및 상급자와의 관계, 법률 상담)이며, 1년에 한번씩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세무상담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 공무원노조는 1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1980년대 중반 법원에 의해 파업권이 인정되면서 완전한 노동3권이 확보되었다. 또한 1995년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공장평의회(works council)가 공직사회에서도 법률적으로 보장되었다. 교섭구조를 보면, 부문별 임금협상 체계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1993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12개의 독자적인 부문별(국가공무원과 사법부, 군대, 초·중등 학교, 대학, 대학병원, 기초자치제 등)로 교섭이 이루어지며, 각 부문의 공통의제(연금, 사회보장 등)에 대한 협상은 공공부문인사정책협의회(ROP)에서 공공부문 사용자와 노동조합 간에 추진된다.

그 동안 ABVAKABO는 좌파정부 아래에서 협력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왔으나, 2002년 총선이후 우파정권의 등장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파정부는 공무원 인원감축 및 임금억제 정책을 공식적으로 천명해 왔는데, 그 도전은 첫 교섭이 예정된 가을에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 공무원의 정규 노동시간은 36시간이며, 전체 인원의 약 30%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파트타임은 한국과 같은 기간제 노동이 아닌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며, 언제든지 풀타임으로 전환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점에서 파트타임 공무원들은 정규직 공무원과 비교할 때 차별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공무원의 휴가는 22일인데, 파트타임 공무원들은 근무시간과 연령에 비례하여 동일한 휴가를 받고 있다.

맺음말

짧 은 기간이었지만 네덜란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나라이다. 한국 노동운동의 지향점과 진보정치의 방향을 고민할 때 한번은 곱씹어 볼만한 국가라 생각한다. 세계화와 다국적기업과 연관하여 노동운동에서 함께 고민할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방문기를 마치고자 한다.

첫째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유럽국가의 노동운동에서 추진되는 국제활동이다. 네덜란드 노동운동이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제활동은 조합원에 기초한 활동으로 추진되고 있다. 네덜란드 노총 국제국의 예산은 전체 예산의 50% 수준인데, 이와 같은 예산은 산별노조의 별도 모금으로 확보된다. 산별노조는 임금인상의 일정부분을 국제연대기금으로 확보하거나 별도의 기금을 조합원으로부터 따로 모아 기금을 확보한다. 자본의 세계화에 맞선 무기는 노동의 국제연대를 꾀할 수 있는 자원이다.

둘 째 다국적기업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는 새로운 의제 개발이 필요하다. 과거 한국의 노동운동은 기업의 해외 매각를 둘러싸고 많은 투쟁과 논의가 있었지만, 싸움이 끝난 이후에는 다국적기업에 취약한 대응력을 보이고 있다. 이 점에서 이번 워크숍에서 새롭게 제기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개념은 향후 다국적기업에 대한 감시 및 규제에 있어 유용한 개념이라 판단된다.

CSR를 간략히 설명하면, 기업의 역할이 이윤 확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이해당사자와의 협력과 조화 속에서 그 역할이 규정되며, 따라서 기업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 구성원의 노동조건 및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뿐 아니라 경영투명성과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를 존중하고 덧붙여 기업 외부의 환경문제, 소비자 권리, 지역 사회 발전 등에 헌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의 활동은 어떠한지를 조사 검토하여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셋째 다국적기업의 문제에 있어 한국은 피해국가가 아닌 수혜국가가 되고 있다. 그 동안 한국의 노동운동은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폐해에 대해서는 많은 주장을 하였지만, 한국의 재벌기업이 제3세계에 진출하여 야기하는 악행에 대해서는 외면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드러낸 LG-philips의 해외 진출은 네덜란드 노동자만 고민 할 문제가 아닌 한국의 노동자가 함께 해결할 문제이며 노동운동이 재벌그룹에게 요구해야 할 문제이다. 이제 한국의 노동자도 OECD 국가의 국민이 아닌가!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