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선 공무원노동조합

노동사회

시험대에 선 공무원노동조합

admin 0 2,621 2013.05.11 10:59

노 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5월 22~2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부결되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위원장, 사무총장이 사퇴하는 등 조직 결성 1년 3개월만에 큰 위기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조직의 리더인 임원들이 사퇴하였다는 사실보다 더 큰 문제는 찬반투표 결과와 향후 방향을 둘러싸고 분출된 정제되지 않은 조직 안의 갈등과 대립이다. 

부결이후 잇달아 개최된 중앙위원회와 대의원대회를 통해 과도기를 이끌어 나갈 지도부와 투쟁방향이 결정되었지만 현 상황에 대한 인식,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대한 평가, 향후 투쟁방향에 대한 분명한 조직적 결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되고 말았다. 한편 정부는 공무원노조와의 협의 없이 단체협약권조차 부정하는 이른바 ‘1.5권 보장’이라는 입법안을 5월19일 발표한 후 7월 중에 입법화 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공 무원노조가 조직 안의 갈등과 문제를 어떻게 수습하고 해결하느냐에 따라 공무원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투쟁과 입법 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미래를 향한 전진은 현실 조건에 대한 냉정한 분석에서 출발하며 과거의 활동에서 그 교훈을 찾음으로써 구해진다. 공무원노조의 나아갈 길은 다른 곳이 아닌 과거 활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치열하고 냉정한 현실인식에서 찾아 질 수 있다. 

비판의 칼날을 내부로  

투 쟁 평가는 누가,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엇갈린다.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둘러싼 평가도 어떤 것을 주요 측면으로 하느냐에 따라, 혹은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은 다양한 편차를 보일 수 있다. 부결의 주원인을 행자부를 비롯한 정부의 무법적인 탄압에서 찾을 수도 있고 이에 대비하지 못한 조직의 준비 미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평가가 우리 활동을 개선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주체의 입장에 선다면 평가의 주요 초점은 공무원노동조합 내부로 돌려져야 한다. 이렇게 될 때만이 활동의 개선과 변화가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에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다음과 같은 3가지이다. 

첫 째,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운동의 기본 원리를 투쟁 과정에서 올바르게 구현하지 못하였다. 노동조합의 힘은 단결에서 나오며 투쟁 승리의 기본 요건은 조직의 주인인 조합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목표가 무엇인지 향후 투쟁방향은 어떠한지, 정부의 입법안은 왜 거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조합원의 결의를 이끌어 내는 준비과정이 대단히 부족하였다. 이 결과 현장 조합원들은 이번 쟁의행위 투표를 왜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에 임하게 되었으며, 소수이기는 하지만 투쟁을 이끌어야 하는 현장 간부들의 이탈 현상까지도 초래하였다. 또한 조합원을 투쟁의 주체로 만든다는 것도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견해가 민주적으로 논의되고 이를 토대로 하나의 조직적 동의를 형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조합원을 일방적인 교양과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잘못이 나타났다.

둘 째,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에 대한 총체적인 전략과 전술의 부재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형식적이고 절차적 민주화 단계에서 실질적인 내용을 공고히 하는 내용적, 실제적 민주주의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제 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이라는 주장과 입장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꼭 해결해 나갈 과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당한 주장이라도 이것이 구호가 아닌 사회 제도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걸림돌을 헤쳐나가야 한다. 일반 국민들에서 공무원하면 연상되는 ‘부정부패의 온상, 철밥통, 복지부동’이라는 고정관념은 제도 언론에 의해 과장되고 조장된 것이지만 실제 국민들이 생각하는 공무원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원칙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주도면밀하고 과학적인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그 러나 안팎 상황의 복잡성과 걸림돌에 불구하고 공무원노조의 2003년 새 정부 출범이후의 활동은 좌충우돌의 양상을 보였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그 결과 일반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데서 문제점을 초래하였다. 변화된 정치상황과 공무원노조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에 형성된 공무원노조에 대한 의식 수준은 이제 우리 사회에도 공무원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초보 수준의 인정이 형성되는 과정이지, 공무원들에게 일반노동자들처럼 단체행동권까지 보장해야한다는 것으로 나아간 것은 아니다.

국민 공감대가 이뤄졌는가

이 점에서 중요한 것은 왜 공무원노조가 이 사회에 필요하고, 무엇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동3권이 충분히 실현돼야 하는가 하는 사회적 공감대의 확보이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이와 같은 정치 사회적 환경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단선적인 행동 양식의 과거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는 잘못을 노출하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처럼 공무원노조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정부에 대해서는 조직력을 기초로 한 투쟁이 최상의 해결책이지만, 노무현 정부처럼 공무원노조를 탄압의 대상이 아닌 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하겠다는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고차원의 투쟁 전략과 전술을 요구한다. 공무원노조에 반대하는 수구언론과 기득권세력, 고위직 관료, 보수 정치권을 물리치는 투쟁이 병행되어 추진되지 않는 한 국민 동의를 얻어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이것은 최근 전교조의 NEIS 반대 투쟁에서도 동일한 정황을 발견할 수 있다.   

셋째, 조직체계와 운영 잘못이 내부 혼란을 자초하였다. 2002년 출범 초 2만 명이었던 전국공무원노조의 조합원 수는 창립 1년 만에 10만 명의 거대 조직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의 빠른 성장이 조직의 안정화와 내실을 깨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먼저 공무원노조는 조직 형태로는 산별노조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조직은 기업별노조의 연합체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따라 직장협의회 시절부터 기관별(시·군·구)활동에 익숙하던 일선 조합원들에게 전국공무원노조의 위상 및 조직운영 방식은 대단히 낯설었다. 더욱이 산별노조는 조합원 이익을 계급적으로 대변하는 장점이 있지만, 조직운영에서 민주집중제가 구현되지 않을 경우 관료제의 위험성에 노출되기 쉽다.

이 러한 조직 위상에 대한 상반된 인식은 현장조합원과 지도부 생각의 괴리로 나타났고, 지도부의 잦은 투쟁방침 변화는 본조의 지침이 하부로 전달되지만 그 실효성은 담보되지 않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덧붙여 노동조합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신뢰 관계’가 파괴되는 ‘조합원 재정비리’ 사건이 일부 언론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부각되면서 투쟁 지도부에 대한 믿음과 조합원의 조직 충성도는 현저하게 추락하였다.

‘참여 없이 행동 없다’ 

정부의 공무원노조 입법(안)이 7월 초 임시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시 공무원 노조는 새로운 도전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여 공무원노조는 6월25일 행자부의 쟁의행위 투표 방해 및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에 맞서 전국 중앙집회를 준비하면서 정부의 일방적 입법안을 저지하고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메어 쓰지는 못한다”는 속담처럼 투쟁을 준비하고 계획하는데 있어 준비하여야 할 것이 있으며, 지난 5월 투쟁의 잘못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하반기 투쟁을 준비할 때 다음과 세 가지 사항이 고려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우선, 투쟁의 방향과 당면 목표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조직이 어려움에 빠지고 상황이 어려우면 기회주의 또는 실리주의가 득세하고, 다른 한편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모험주의가 등장한다. 향후 공무원노조는 이 두 가지 방향을 모두 배격해야 한다. 과거 노동운동의 역사를 보면 두 가지 경향 모두 조합원의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실리주의 노선은 정부와 사용자에게 교섭이 아닌 구걸로 귀결되고, 모험주의는 원칙은 선명하지만 소수 간부 중심의 선도투쟁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 노조의 간부들은 스스로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현장으로 내려가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조합원들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으며 공무원노조의 투쟁 방향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적인 공감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참여 없이 행동 없다’는 대중운동의 원칙은 노조의 요구가 조합원의 요구로 변화하여야 함을 말해준다. 이점에서 어느 시기보다 현장 단위의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조합원들의 판단을 넓혀줄 수 있는 객관적 자료와 교육이 광범위하게 추진되어 한다. 이럴 때 노무현 정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뒷짐지고 있는 조합원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현재의 정부 입법(안)은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공무원노조 활동을 옥죄는 많은 독소 조항(가입범위 제한, 무급전임문제, 조직범위 문제, 협약체결권 제한) 등 악법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장 단위의 준비 과정을 통해 조합원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조합원들의 분노를 조직하여야 한다. 또한 투쟁의 수위는 작은 행동도 함께 할 수 있는 낮은 수준부터 출발하여 공감대를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높은 집회, 연가투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권과 정부의 각성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변화와 활동 그리고 헌신적인 투쟁 속에서 실현된다.

투쟁의 목표와 방향을 바로 세워야

다음으로, 법외노조 상태에서 실제적인 공무원 노조 활동이 추진되어야 한다. 아직 명문화된 법으로 공무원노조가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작년 이후 공무원노조는 사회적 시민권을 확보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공무원노조는 한편으로는 국제 수준에 맞는 노동기본권 확보투쟁을 전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 상황에 적합한 공무원노조 활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하면서 공무원노조의 필요성과 의미를 사회적으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뿌리내리는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낙하산 인사 저지, 공무원 정년 동일화, 계급제 폐지, 중복검사 저지, 비정규직 확대 반대, 예산 감시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이 모색되어야 한다. 일상활동 없는 노조활동은 조합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고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높여낼 수 없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론을 획득하고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굳건히 하여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은 주창하지만, 실제로는 ‘이미지(image)의 정치’에 빠져 있다. 공직사회 개혁을 이야기하면서도 이것을 주장하는 공무원노조와의 진지한 대화와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이제 노무현 정부의 공무원노조 정책을 바꾸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민의 여론이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이다. 이제 합법화 투쟁에서 공무원노조의 목표와 방향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호소하고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한 공무원노조 구성원들의 거듭남과 미래 사회의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실제 공직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부정부패는 왜 추방되지 않는지, 지방분권화운동은 왜 추진되어야 하는가, 공무원의 업무와 보수수준은 어떠한지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 에 더불어 지역사회의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역을 바꾸고 행정을 바꾸어 결국 공무원들이 정권의 하수인이 아닌 실제 주인인 국민들에게 돌아가고자 한다는 광범한 여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게 부각되는 시기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