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제안한다.

노동사회

새로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제안한다.

admin 0 2,727 2013.05.11 10:52

노 무현 대통령은 한반도의 탈냉전과 남북화해협력을 추진했던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할말은 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방일 결과는 한반도의 미래에 적지 않은 우려를 가져다 주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만을 주장해 왔는데, 한미 두 정상은 “북한의 위협이 커지면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것은 군사적 공격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한국 정부가 공식 ‘수용’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가 연계되면서 대북 문제에서 남한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 등의 한미간 현안에 대한 언급 없이 “한국군의 방위 역할 증대”와 “동맹의 현대화”가 논의된 것도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른바 방위 역할을 증대하는 과정에서 미국 무기의 과도한 도입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한미 동맹의 현대화’ 추진은 한반도의 군축에 역행하고, 미국 무기에 대한 종속 심화와 미사일 방어체제(MD)로의 편입을 빠르게 진행시킬 가능성이 높다. 김대중 정부 시설 기술적 문제와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그리고 국가재정 등을 고려하여 MD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사실 MD는 많은 기술적 결함을 갖고 있으며,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패권전략의 일부라는 점에서 미국 안에서도 그 도입을 둘러싸고 논의가 분분했다.

만약 한국이 MD에 편입된다면, 중국과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손상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MD의 주요 목표가 자신이라고 믿는 중국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아울러 북한이 남한의 MD체제 편입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자면, 기존의 안보 불안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MD 편입은 북한 나름의 군사적 대응책을 모색토록 만들어 북미 갈등을 심화시키고, 결국 남북관계를 후퇴시킬 구조적 환경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sjjung_01.jpg고조되는 군사적 긴장

얼 마 전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미국 의회의 국방위원들에게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 계획을 밝히면서 군비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 주한 미사령관은 6월 안에 패트리엇 미사일 3백 발과 최신형 아파치 헬기 211대를 추가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또한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대규모 무기 증강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동북아에서의 군비 경쟁을 유도할 위험성이 크다. 첨단무기로 무장한 주한미군을 통해 남한을 ‘병참기지’로 만들어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우리나라의 이익과 부합될 수 있는가.

미국과 일본의 안보동맹이 강화되면서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대중국 봉쇄 축에 한국이 편입되는 상황이 강제되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치와 영향력을 감안할 때, 한미일 3자동맹체제가 중국을 봉쇄하는 상황을 중국이 순순히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할 것임에 틀림없다. 

한 편으로, 남한 정부는 정찰위성, 중잠수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장거리 미사일, 사이버전 부대 등 군사력 증강을 검토하고 있다.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국방비를 GDP의 3%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비 증대는 남북 당사자 원칙과 주변국들의 지지로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번영을 추구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정면으로 충돌한다. 더군다나 미국의 ‘강요’ 아래 진행되는 국방비 증액은 북한이나 중국 등 주변국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안보 상황을 개선하려는 지금까지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것이다. 남한의 군사력은 이미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남한은 1976년 이후 군사비 지출에서 북한을 앞서기 시작했고, 1980년대 초부터 북한의 군사력을 사실상 능가하고 있다. 남북 간의 군사비 지출도 3:1 이상의 격차를 보여준다. 북한의 경우, 경제난으로 군비 문제에서는 이미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현재의 재래식 전력으로는 남한과의 군사적 경쟁은 불가능하다.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 절실

남 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안보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군비 증대에 매달리는 ‘군사적 안보’, 그리고 군사적 억지력에 근거하는 ‘소극적 안보’에서 벗어나 주변국과의 대화와 교류에 바탕해 ‘공동 안보’와 ‘협력 안보’를 확보하는 ‘적극적 안보’로 나가야 한다. 군사적 억지력에 근거했던 안보 정책은 이미 ‘안보 딜레마’라는 한계에 다다랐다. 한 나라의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추진한 군비 증강은 주변국의 군비 증강을 유발함으로써 군비 경쟁을 촉발했고, 이에 따라 안보는 증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억지 전략이 적대성을 전제한 대응 전략이라면, 협력 안보 전략은 대화와 타협에 의해 적대성 자체를 축소 내지 제거함으로써 안보를 증진시키는 전략이다. 지금부터라도 ‘자주국방’과 안보의 구체적 방법론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가? 정부는 평화번영정책을 이야기하지만, 국민들 사이에 적지 않은 의문이 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핵을 둘러싼 정부의 최근 논의는 6·15 정신을 반영하지 못할 뿐 더러, 외교적 비전과 창의력을 상실하고 있다. 부시 정부의 강경 정책 등 객관적인 정세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정부의 비전과 의지 부재가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가 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초강대국 미국의 현실적 힘 못지 않게 (많은 외국의 역사적 사례가 보여주듯이) 시민사회 안의 합리적 논의와 비판이 정부 차원의 대미관계 협상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일방적 ‘비대칭적 동맹’ 관계에서 약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제약만 강조하기보다는, 그러한 상수 이외에 우리가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변수’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외교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의 정치 조건이나 여론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긴요하다.  

새로운 남북정상회담 추진해야

미 일 양국의 일방적인 대북 압박 기조로 인해 우리 정부의 ‘제대로 된 중재 역할’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현재의 우려스러운 상황을 반전시킬 대안 모색이 시급하며, 그 방안의 하나로 ‘새로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핵을 둘러싼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고, 정상회담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가시적 성과가 예견될 때에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반도 안팎의 정세가 어려운 시점에서 남북이 주도적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박하다. 지금부터라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주변국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견제를 극복하고 긴장과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정세의 반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