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노동법 개악 시도

노동사회

일본의 노동법 개악 시도

admin 0 3,349 2013.05.11 10:41

일본노동변호단은 1993년부터 매년 ‘해고 110번’이란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올해도 6월7일 27개 지역에서 활동을 펼쳐 678건의 상담을 받았다. 상담내용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잔업수당 미지급 건으로 전체 상담건수의 40%를 차지했다. 그밖에 위법적인 퇴직 강요나 직장에서의 이지메 등에 대한 상담이 있었다. ‘해고 110번’의 상담 내용이 보여주듯이 지금 일본의 노동자들도 그 권리를 유린당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불안정 노동자도 전체 취업 노동자 중 30%를 넘어서고 있다. 또 청년층의 불안정 취업 노동자가 1995년 248만 명에서 2001년에는 417만 명으로 급증했다. 한편 전체 기업의 38%가 임시직과 파트타이머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노동력의 유동화, 노동자 지위의 불안정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해고의 자유 확대 시도

이 러한 가운데 지금 국회에서는 노동자의 지위를 불안하게 만들고 그 권리를 침해하는 노동법제 개악안이 상정되어 심의되고 있다. 이 개악안은 사용자의 해고권을 명시하고, 사용자가 유기(有期: 기간이 정해진) 고용계약을 체결하기 쉽게 하며, 재량 노동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사용자가 파견노동을 쉽게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중 파견노동법의 개악법안은 6월6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되었으며, 노동기준법 개악안도 중의원에서 가결되어 참의원에서 심의되고 있어 국회에서의 힘 관계를 본다면 이것 역시 본 국회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기준법에 ‘사용자는 노동자를 해고 할 수 있다. 단, 해고가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지 못하고 사회 통념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는 권리의 남용이라는 차원에서 무효로 한다’는 규정을 집어넣은 것이다. 일본 기업의 해고권 남용경향을 생각한다면, 법률에 일부러 ‘사용자는 노동자를 해고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함으로써 어떠한 일이 발생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연실색할 정도이다. 노동기준법은 최저 노동조건을 정하여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기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개악안은 노동기준법의 기본 성격에도 반하는 것이다. 이번 노동법 개악안에서 가장 비판받고,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저항이 거셌던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었다.

결 국, 중의원에서의 심의 결과, ‘사용자는 노동자를 해고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삭제되어 ‘해고가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지 못하고 사회 통념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는 권리의 남용이라는 차원에서 무효로 한다’는 규정만이 남게 되었다. 이 부분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해고 사유를 목적으로 했던 개악안이 노동조합의 저항과 국민의 비판으로 해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사태의 변증법적 발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정규직 확대와 노동시간 증대 시도

유 기(有期: 기간이 정해진)고용계약은 현행 노동기준법에서는 원칙적으로 1년이 그 한도로 되어 있다. 유기고용을 체결하는 것에 대한 제한은 없다. 유기고용 노동자가 여러 분야에서 급증하고 있으나, 유기고용 노동자는 형식논리로 1년 경과하게 되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상황에 있다. 실제로 사용자는 유기고용 노동자를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편리한 존재로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 노동운동에서 유기고용 노동자의 신분보장에 관한 투쟁은 일정정도 성과를 거뒀다. 즉, 재판 투쟁의 결과, 1년의 유기고용을 계속 갱신하게 되면 기한이 정해지지 않는 고용으로 인정되는 등, 현재에서는 유기고용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는 원칙을 만들었다.

노동기준법 개악안은 유기고용계약 기한의 한도를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는 유기노동계약에 있어서 기간 선택의 폭이 1년 이하에서 3년 이하로 넓어지게 된다. 지금보다 자유롭게 유기고용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유기 노동기간이 2∼3년으로 연장되면 반복갱신의 회수가 줄어들어 반복갱신에 따라 기간이 정해지지 않는 고용으로 인정되는 것이 어렵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의 투쟁으로 쟁취한 원칙, 즉 유기고용 노동자라고 해서 사용자가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는 원칙이 파괴될 것이다.

유기고용계약의 기한 제한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려는 노동기준법 개악안은 지금까지 투쟁으로 쟁취한 유기고용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함과 동시에 정규직 노동자를 비정규직 노동자로 대체하려는 자본의 요구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 번 국회에서 다루어질 파견노동법 개악안은 파견기간의 상한선 1년을 3년으로 연장함과 동시에 현행법에서는 금지되어 있는 생산 현장에도 파견을 가능하게 하고, 그 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려는 것이다. 자본의 요구에 따라 상용직 노동자가 파견노동자로 전락할 수 있는 내용이다.

비정규·불안정 노동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상과 같은 법개정, 즉 사용자가 비정규·불안정 노동자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 일본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분명하다. 개악 노동법의 국회 심의 중에 ‘비정규 고용의 확대가 기업의 전략인 이상 (상용 고용을 유기 고용으로 대체하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위험이 있다’는 한 국회의원의 비판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기업의 상용 노동자와 유기 노동자의 구성은 기업 전략의 일환으로 결정된다’고 하여 기업 전략으로써 비정규·불안정 노동자의 확대 가능성을 인정하였다.

재량 노동제에 관한 주요 개악은 그 적용 범위를 기업 업무에 관계되는 화이트칼라 노동자, 즉 본사 근무자에 한정한 현행법의 기본 틀을 없애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화이트칼라 전체에 재량 노동제가 적용되어 노동법제의 기본인 노동시간제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될 위험이 생긴다.

일본 노동운동, 단결투쟁해야

현 재 일본의 노동자가 처해 있는 직장의 상황은 잔업, 과로사, 과로 자살등 장시간·과밀 노동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엄격한 노동시간 제한이 있어 준수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노동시간 규제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재량 노동제를 넓은 범위의 노동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재량 노동제의 개악은 잔업을 합법화할 뿐 아니라 노동자에게 제한 없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 과로사와 과로자살 증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노동자를 희생시켜 자본의 이윤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노동법 개악이 자본의 요구에 따른 것이고 노동자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것은 그 내용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이러한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 본에는 전일본노동조합총연합(연합), 전국노동조합총연합(전노련), 전국노동조합연락협의회(전노협)등 3개의 전국중앙조직이 있고, 각각 독자적인 주의 주장과 운동 형태가 있어 여러 가지 노동운동의 과제에 대하여 언제나 견해를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노동법 개악 문제에 관해서는 3개 조직이 함께 반대와 폐지를 외쳤다. 통일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각 센터는 내부 학습회, 서명 활동, 가두선전 등의 활동을 조직했다. ‘사용자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삭제시켜 해고를 규제하는 규정으로 바꾸는 성과는 이러한 노동운동의 통일단결을 통해 가능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정부와 자본의 의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고 전망하기는 어렵다. 상술한 것처럼 국회의 힘 관계에서 밀릴 뿐만 아니라, 노조 조직률이 20%에도 달하지 않는 일본 노동조합의 역량에도 문제가 있다.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불안정 노동자로의 전락이 노동법 개악으로 대규모로 추진된다면, 지금까지의 정규직 중심 노동조합의 조직화는 더욱 곤란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일본의 노동조합운동은 지금까지 노동법 개악 반대투쟁을 전개하면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남은 국회 심의 기간동안 노동기본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서 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목표를 완전하게 달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경험은 이후 노동조합운동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