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산업의 고용관계

노동사회

정보통신산업의 고용관계

admin 0 4,073 2013.05.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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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2003. 5. 30(금)
곳: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실

사회: 김영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발표: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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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늘 발표할 내용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1년까지 주요 이동통신서비스 모기업들의 하청용역회사에서 나타난 독특한 조직, 고용, 노사관계에 관한 것이다. 조사대상이 된 기업들은 우리나라 굴지의 이동통신기업(해당기업의 동의 없이 이름을 밝힐 수가 없어서 A사와 B사로 표시하겠다) 두 곳이다.

1. 고용구성

모기업


이동통 신서비스 모기업의 인력구성은 기능별로 보면 크게 마케팅인력, 관리인력, 기술인력을 포함한 전문인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마케팅인력의 핵심기능은 서비스 아이디어 개발, 마케팅 기획·이행·관리 등이다. 관리인력의 핵심기능은 시장, 재무, 조직, 인사, 홍보, 투자, 정부정책에 대한 분석과 기획 그리고 관리이다. 기술인력의 핵심기능은 각종 설비의 운용, 응용프로그램의 개발, 새로운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프로그램 개발이다.

A사의 정규직 인력은 2002년 12월 현재, 4,089명(여 517명)이다. 기업연령이 낮아 직원들의 평균연령도 33세로 젊은 편이며, 평균 근속연수는 7년 정도이다. 정규직 직원들의 학력은 대졸이 61.3%, 석사와 박사가 18.7%로, 전 직원의 80.6%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이다. A사가 직접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은 총 129명이며, 계약직 형태로써 파견노동자를 활용하기 어려운 분야나 특수한 업무에 종사한다. 파견노동자는 총 423명(장기파견 300명)으로, 비교적 단순 사무나 비서직 등에 종사한다. 영업센터분야 현장이나 각 분야에서 갑자기 업무가 늘어날 경우, 단기간 100∼400명의 파견노동자들을 이용하며 이들은 직접 영업과 관련이 없는 업무에 종사한다. B사는 2002년 11월말 현재 정규직 1,806명을 고용하고 있다. 학력별로는 대졸이 74.6%, 석사 이상이 15.3%이므로, 전체 인력 가운데 89.9%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임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은 743명으로 계약직이 352명, 파견직이 389명이며, 파견직 가운데 단순 사무직이 304명이고 상담직이 39명이다. A사나 B사 모두 비정규직 규모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는데, 이는 다음에 살펴볼 외주화와 관련이 깊다.

하청용역기업

A사와 B사는 고객을 직간접으로 만나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 모두를 외주화 하였다. 이런 하청기업들로는 영업대리점, 콜센터, 지점, 기지국 등이 있다. 하청기업들은 협력회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이동통신 서비스 모기업의 이름으로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다. A사의 영업대리점은 전국에 총 1,500개 가량 되며 여기에 근무하는 직원은 약 7,500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또한 A사의 콜센터 하청기업 10개가 운영하는 콜센터 13개와 텔레마케팅센터 5개에 근무하는 직원은 총 3,000명 정도이다. 기지국 중계기의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하청기업의 인력이 약 1,500명 가량 되며, A사의 지점 51개, 위탁매장 20개, 투자매장 10개에 근무하는 하청기업의 직원도 총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결국, A사 관련 하청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약 13,000여명이나 된다. 이는 A사 모기업에 근무하는 직원 4,000 여명의 3.25배 정도가 된다. B사의 경우 2002년 11월 현재 전국 1,467개 영업대리점에 약 3,600∼4,000명의 직원들이 고용되어 있다.

기지국을 유지 보수하는 회사에는 1,138명, 콜센터(텔레마케팅센터 포함)에 1,511명, 거점채널에 625명, 수납센터에 581명 등 총 3,870명이 협력회사에 고용되어 있다. 영업대리점을 포함하면 하청용역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인력은 총 7,370∼7,87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B사에서 하청용역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인력은 모기업에 고용된 정규직 인력의 4배가 넘는다. 이와 같은 이동통신서비스 모기업과 하청기업 사이의 인적 구성 비율은 그 숫자만으로도 소수의 핵심인력과 다수의 주변인력으로 구분되는 이동통신 서비스 산업의 구조적 특징을 말해 준다. 또 매출액 가운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1년 현재 A사는 3.5%, B사는 1.4%로 유선통신 서비스회사인 KT의 22.3%에 비해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이동통신업체의 기술집약적인 성격에서 유래하기도 하지만 일부 원인은 주요 단순 기능직의 외주화에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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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동통신서비스 산업의 하청구조

외주화 전략


이 동통신 모기업들은 왜 어떤 업무는 직접 담당하고, 다른 업무는 하청업체들에 외주화 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전통적인 기업조직에서는 상대적으로 획일화된 인사 및 고용전략이 통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동통신 서비스산업에서는 창의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와 관리업무 등의 소위 ‘핵심’ 업무와 단순 정형화된 ‘비핵심’ 업무를 구분하고 이에 대한 차별적인 인사 및 고용전략을 추구해 왔다.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획일적 인사관리가 여러 경직성을 낳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서비스산업처럼 기술과 시장이 빨리 변화하는 환경에서 핵심인력은 이런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함께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단순, 반복적 기능인력들은 빠른 기술 및 시장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응력이 떨어지고, 보유한 기능과 숙련이 점차 쓸모 없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획일적 인사관리 하에서는 이들에 대한 인건비가 경직적으로 상승하고, 고용조정의 요구가 있어도 이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1990년대 초 특히 노조가 강한 대기업에서 이와 같은 모순이 나타나자, 이동통신 서비스회사들은 콜센터, 기지국, 거점채널 등에서 일하는 인력을 계약직이나 파견노동자 형식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핵심인력과 차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또한 수요 변동이나 기술 변화에 따라 필요 없게 된 인력을 쉽게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파견노동자를 2년 연속 사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근로자파견법의 규정 때문에,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은 2001년 3월부터 기존에 계약직이나 파견노동자들을 사용하며 직영해 오던 사업, 즉 콜센터, 기지국 유지보수 등을 외주화 했다. 결국 두 이동통신 서비스 모기업은 고객과의 접점, 즉 서비스 생산의 모든 과정을 하청업체로 외주화 했다. 제조업에 비유하자면, 제품생산 공장을 하청기업에 맡기고 모기업은 기획, 디자인, 품질관리, 연구개발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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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구조

외 주화를 통해 형성된 모기업과 하청용역기업 사이의 관계는 독립적이고 수평적인 협력관계가 아니라 지원과 통합, 지배ㆍ종속이 공존하는 중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 그림이 그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3개의 서비스 채널을 담당하는 하청기업은 형식적으로는 이동통신 서비스 모기업과 분리되어 있는 독자 회사이지만, 실제로는 이동통신 서비스 모기업에 조직적, 내용적으로 통합되어 있으면서 모기업의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1) 하청기업에 대한 지원과 통합: A사와 B사는 하청기업에 위탁된 서비스를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의 통합된 서비스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상당한 지원을 해 왔다. A사의 경우 영업대리점의 건물임대료 보증금, 표준화된 간판, 인테리어, 전산, 복장, 판촉물 제작비, 쇼핑백은 물론 매장 당 전산유지 보수에 필요한 연 80만원과 LAN 사용료 등을 지원해 주고 있다. B사에서도 대리점에 대한 임대료와 권리금 대출, 간판과 인테리어를 지원해 주고 있다. A사와 B사가 하청용역 콜센터의 경영진을 통해서 콜센터의 상담원들에게 제공하는 복리후생 서비스로는 휴대폰 통신비 지급, 건강정기검진, 이비인후과 진료지원, 경조금 지급, 회식비, 명절 선물비, 회사 멤버십 카드, 교육과 자기개발비 지원 등이 있다. A사에서 갖춘 상설교육장에서는 신입 혹은 경험 있는 대리점 직원들을 상대로 다양한 전산교육, 고객서비스 교육, 부실대리점 교육을 하고 있다. B사에서도 거점 채널의 신입 혹은 경력직 직원들을 상대로 한 고객서비스(CS) 교육, 서비스제품에 대한 교육, 순회교육, 집체교육 등을 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은 지원을 통해 모기업은 하청용역기업들을 자신이 통제하는 서비스 생산과정에 통합시키고 있다.

2) 통제와 관리: 영업대리점들은 모기업에 전속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사업과 매출을 모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모기업은 고객서비스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통해 영업대리점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통제하고 가입자 확보 경쟁을 시켜왔다. 모기업에서 신규가입자 유치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하는 관리수수료 이외에, 영업대리점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문의, 불만처리, 상담 등의 서비스에 대해 모기업에서 주는 고객서비스 수수료가 있다. 그 외에도 고객만족도 모니터링(Happy Call이라는 이름으로 영업대리점을 방문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서비스 내용과 질에 대해 확인), 미스테리 고객(고객으로 가장하고 영업대리점을 방문하여 서비스를 감시하거나 카메라에 담는 방법)의 평가에 따라 등급을 매겨 고객만족도 수수료를 지급한다.

반면 판매 실적이나 서비스 실적이 저조한 대리점에 대해 모기업은 경고를 주고, 더 나아가 그 대리점과 맺고 있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콜센터를 통제하는 방법은 인적 통제와 서비스 평가를 통한 통제로 구분된다. A사의 외주화된 콜센터는 A사 출신으로 명예퇴직한 부장급 관리자에게 3년간 콜센터 운영을 맡기는 소사장제 식이다. 콜센터 사장에게 수입을 보장해주고 콜센터 운영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더 준다. 콜센터 사장은 모기업과 강한 유대감 및 소속감을 갖고 모기업의 일부인 것처럼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비스에 대한 통제는 서비스의 질과 내용을 전문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기관의 조사를 기반으로 수행된다. 상담통화수, 순수 상담시간, 상담원의 친절도, 상담원 연결의 신속성, 상담원의 업무처리 속도와 업무지식 등 여러 가지 항목에 관한 조사를 토대로 콜센터별로 서비스 순위가 매겨지고, 상담원별로도 서비스 순위가 매겨진다. 이 같은 평가는 매주, 매월, 매분기, 매년 단위로 센터별, 팀별, 개인별로 이루어지며 등급 및 순위가 매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에 따라 콜센터 사장의 수입과 상담원들의 성과급이 결정된다. 상담원들은 S, A, B, C (합하여 65%) 및 등외(35%)로 구분된 성과등급에 따라 40만원(S등급)에서 8만원(C등급)에 이르기까지 차등적인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와 같이 모기업은 콜센터의 서비스 수준과 질에 대한 면밀하고 다양한 통제를 통하여 마치 모기업 조직의 일부인 것처럼 움직이게 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별도 회사로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리인을 통해 직영체제에 매우 가깝게 운영되며 긴밀하게 통제되고 있다.

하청구조의 고용관계에 대한 영향

모 기업과 하청용역기업의 지배ㆍ종속, 지원과 통제라는 특수한 관계는 하청기업의 고용관계를 결정하거나 지배한다. 모기업은 콜센터나 거점채널의 상담원들이나 영업대리점 직원들을 직접 통제하기도 하고 그들의 서비스에 대해 직접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모기업은 영업대리점, 거점채널, 콜센터 노동자들의 고용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하청용역기업들은 이런 구조적 제약과 규정성 속에서 해당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3. 하청용역기업 고용관계

콜센터의 고용관계


1) 직무와 작업조직: 콜센터의 직무 및 작업과정은 기술환경의 변화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하루 평균 120∼150 콜을 처리하고 있는데 한 통화 당 걸리는 시간은 일반상담인 경우 평균 2분 10초 정도이다. 상담원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고객들로부터 걸려오는 상담전화를 받고 있으며 동시에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데이터를 찾고 응답을 하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두 가지 상반되는 현실에 처하게 되는데, 고객상담콜의 양적인 응대율에 맞추어야 하는 동시에 수없이 많은 이동통신 서비스 상품들에도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품에 대한 지식은 제품의 내용, 서비스 패키지, 어느 정도 기술에 대한 이해 등을 포괄하는 것이고 새로운 제품에 대해서는 지식이 갱신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담원들의 노력이 항상 필요하다. 이러한 직무의 복잡성(complexity)은 작업과정이 표준화되는데 일정한 제약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콜센터 상담원들의 고객상담 업무수행에 필요한 직무기술도 단순하지만은 않다. 기본적인 컴퓨터 관련된 기술이 필요하며, 각종 서비스 제품에 대한 지식, 고객응대에 필요한 사회적 기술 등이 요구된다. 이러한 다중적인 기술의 요구는 직무의 표준화와 상충되는 현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직무 범위는 넓어지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권한과 자율성이 강화되지는 않고 있다. 또 서비스 질의 향상이라는 명제를 눈앞에 두고도 직무가 상당히 분절화(fragmentation) 되어 있다.

2) 작업조직 또는 팀: 콜센터에서는 자신만의 책상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상담콜에 대응하게 함으로써 노동자간의 업무상 협력의 여지를 없앤다. 따라서 현재 콜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팀 또는 실 체제는 일종의 ‘행정단위’로써 기능하고 있는 정도이다. 이는 결국 직무 복잡성이 노동자의 권한 및 자율성 부여로 연결되지 못한 콜센터 작업 과정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해결이나 서비스 향상을 위한 상담원들의 참여도 거의 없다.

3) 관리 및 통제: 상담원들의 성과는 중앙 컨트롤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측정되고 보고된다. 성과의 주요 지표는 총통화수, 서비스레벨, 총응대율, 1인당 통화수/평균통화시간, 자리를 뜬 시간, 휴식시간, 전화 받는 이외의 일에 소비한 시간 등 고객상담을 중심으로 모든 작업과정들을 알 수 있다. 관리자들은 총통화율, 서비스레벨 지수 등 큰 지표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러한 양적 지표로 채워지지 않는 서비스 질의 확보를 위해 근로자들을 교육, 훈련시키고 마음 편히 응대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애써야 한다는 것을 또한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통제관계는 광범위한 전자적 감시체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상담 콜에 대한 모니터링, 교육, 평가, 인센티브, 그리고 고객들로부터의 만족도 피드백 등의 수단을 동원한 유연한 관리 및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콜센터 직무의 특징인 개인화된 노동과정과 제품에 대한 지식의 복합성, 고객만족의 요구 등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허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인적자원관리: 콜센터에서의 인적자원관리는 불안정성이 전제되어 있다. 신입사원은 거의 대부분(97%) 20대 초, 중반의 여성이며, 평균 학력은 전문대졸이며 대졸과 고졸도 있다. 신입사원들의 초기 입사교육은 짧게는 3주에서 4주가 걸린다. 2주는 고객서비스와 기술분야에서 다양한 토픽들을 커버하는 광범위한 이론교육이 실시된다. 기존 상담원들의 교육은 연간계획에 의해 집단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매일 팀 단위로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교육을 받고 있다. 또 근무하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내용이나 달라지는 서비스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입사원의 초봉은 월 평균 104∼110만원, 연평균 1,200∼1,300만원 정도이다. 모기업의 신입사원 임금 수준에 비교하면 50%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회사에서는 승진할 수 있는 직급체계를 운영함으로써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상담원들은 1급에서 6급까지 직급이 있는데 빠르게는 6개월, 아니면 1년에 한 번 승진할 수 있다. 이는 직급체계를 운영하지만 전통적인 연공에 따른 진급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6개월에 한 번 승진할 수도 있는 인센티브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직급이 올라갈 때 직급별로 임금 차이는 기본급 기준으로 30,000∼50,000원의 차이가 나타난다. 성과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도 존재하는데, 개인별 인센티브제도로는 개인별 성과 평가 점수에 따라 S, A, B, C, D 등급의 평가 등급을 부여받아서 S등급의 35만원부터, A등급 23만원, B등급 17만원, C등급에 12만이 지급된다. 집단 인센티브제는 각 실(팀)의 성과에 따라 최우수 팀(10%)의 팀원들에게는 각 10만원, 우수팀(20%)에게는 각 5만원, 그 다음의 상위 20% 팀의 팀원들에게는 각 3만원이 지급된다.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의 운영은 모기업에서 제시하는 고객서비스 수준을 맞추려는 노력이자 상담원들의 이직을 방지하려는 두 가지 목적에서이다.

5) 고용안정성 및 경력관리: 콜센터를 운영하는 하청기업들은 설립된 지 1∼2년 밖에 되지 않았고 높은 이직률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고용안정성에 대한 이슈는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 높은 이직률의 추세는 자발적인 직원들의 이동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회사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경력 개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을 보유하려는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6) 콜센터 고용관계의 특징: 콜센터 고용관계의 특징은 첫째 표준화된 생산과정에 의한 대량생산방식, 둘째 고객관계 및 서비스의 질을 고려한 근로자 권한부여(empowerment) 모델의 어느 한쪽도 아닌 중간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결과는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직무 표준화와 그에 기반한 통제가 가능한 반면,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에 따른 고객서비스의 강조는 좀 더 많은 권한과 자율성을 근로자들에게 부여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반된 측면은 인적자원관리에서도 나타난다. 첫째 채용 시 별다른 직무기술이 없는 전문대 졸의 젊은 여성근로자를 뽑으며, 보상도 연봉 1200∼1300만원 정도로 낮다. 고용안정성은 경기상황에 좌우되며, 근무조건이 좋지 않아 기회가 있으면 다른 회사로 옮기고 싶어한다. 둘째 복잡한 직무지식의 습득을 위해 끊임없는 교육, 훈련과정에 임해야 한다. 교육에 대한 강조는 콜센터에서 매일 시행되는 일일교육 및 연간교육플랜 등 수시 교육으로 이어진다. 이는 그동안 일반적으로 콜센터를 묘사할 때 사용되어온 어느 한쪽만의 방향으로는 고용관계를 설명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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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대리점에서의 고용관계

1) 직무·작업조직·작업관행: 영업대리점에서의 직무는 내방고객 영업, 판매점(소매점) 영업, 창구서비스, 영업 및 서비스 지원업무 등 네 가지로 나뉘어 진다. 내방고객에 대한 영업 및 서비스 제공은 창구에서 같이 이루어지는데 영업대리점에서의 전형적인 업무라고 하겠다. 판매점(소매점)을 대상으로 단말기를 제공하는 도매영업은 대리점영업의 70%를 차지하는 중요한 영역으로 대리점에서 주로 근속이 긴(경력이 있는) 남자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다. 판매점 영업은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가격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리점에서의 근무경력이 중요하다. 이는 도매영업 분야에서의 감각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일이며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이 필요한 영역이다. 대리점 직원들의 일반적인 기술수준은 입사 시 컴퓨터 사용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고객 응대에 필요한 사회적 기술이 요구된다. 작업조직에 있어서는 업무과정이 개인화 되어 있기 때문에 팀제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다. 작업과정에서 기술에 의한 통제는 콜센터에 비하면 거의 없는 편이다. 작업과정에서 통제관계는 차라리 고객만족(CS) 점수에 의한 간접적인 것이 훨씬 높다.

2) 인적자원관리: 모기업-영업대리점 구조 속에서 “중심-주변(core-periphery)”모델에서의 주변부에서 나타나는 저임금, 저기술, 고용불안을 특징으로 하는 “이차 모델 (secondary model)”에 가까운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 직원들의 학력은 고졸과 전문대졸이 많으며, 콜센터와 달리 남자의 비율이 6대 4 정도로 높다. 평균 근속은 1년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인데 여자들의 이직률이 매우 높은 반면 남자 직원들의 이직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여성들의 초임은 월 70∼80만원인데 6개월간의 전산교육을 이수하면 월 120∼130만원 정도가 된다. 반면에 남자들은 1∼2년 내에 연봉 2,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여기에 20만원∼50만원의 인센티브가 있다. 입사 후 경력자 교육, 훈련은 모기업에서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단계별로 통과할 때마다 인센티브가 있는데 4단계까지 통과 시 그 직원의 임금 일부를 지원하기도 한다. 고용안정성은 현재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사업의 부침에 따라 쉽게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항상 있다. 긴 근무시간은 직원들의 불만이 특히 큰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판매고를 채워야 하고 CS 평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잔무 처리-휴대폰 판매 후 신청서류처리, 보관, 본사우송- 재고품 정리 등 부대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과 처우의 문제인데 모기업과 대리점에서 임금 및 다른 혜택들이 소속사가 틀리다는 이유로 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가장 큰 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

3) 영업대리점과 거점채널의 고용관계의 특징: 직접 대면접촉에 의한 대고객접점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대리점과 거점채널의 고용관계는 주변부 특성인 저임금, 경력개발의 부재, 고용불안정 등의 요소와 중심부적 측면인 직무범위의 확대, 즉 비표준화와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훈련이 강화되는 추세를 보여준다. 서비스 질에 대한 제고는 콜센터에서와 마찬가지로 작업과정이 세분화되는 것을 부정하고 근로자들이 넓은 범위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되어있다. 다음으로, 인적자원관리의 부재(또는 취약)는 핵심인력과는 달리 기술수준의 향상이라든가 경력관리를 할 수 없는 주변부 근로자들의 별로 장래성이 없는 취약한 근무조건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와 같이 상충되는 두 가지 현실로 이루어진 복합적 고용관계는 영업대리점 및 거점채널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데, 영업대리점 내부에서는 직무에 따라 차별적인 고용관계로 다시 분화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같은 직종 내에서도 고용관계의 편차(variation)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산업구조에서 새로운 지식기반 사회로 전이하면서 직무의 본질, 작업관행, 그리고 고용관행(또는 인적자원관리)이 변화하면서 고용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할 것이다.

노사관계

모기업과 하청용역회사 사이의 지배·종속관계는 하청기업 고용관계의 차이를 통해 일부 걸러지지만, 하청기업의 노사관계에 그대로 투영된다. 즉 모기업과 종속적인 계약관계에 있는 하청용역회사에서는 근로자들이 이익을 대표하고, 조직하고, 협상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으로 취약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근로자 조직화의 움직임은 모기업이 하청용역회사와 맺은 위탁용역 계약파기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기업이 주도하는 노사관계의 특징이며 결과적으로 하청기업의 근로자들은 비조직화되고 집단적으로 목소리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조직이나 기구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실제로 하나로통신(주)의 통신운용, 구축, 개통 장애처리에 대한 도급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하나로테크에서 노조를 설립하고 하나로통신의 불법적 고용형태를 고발하자 그동안 맺어왔던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하나로테크를 4개의 회사로 분할하기로 하면서 계약직 200명에게 재계약을 않거나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통보했던 사례가 있다.(B사 플라자(Plaza)의 상담원들도 2001년 한솔텔레콤과 B사의 통합 직후 노조결성을 시도하였으나 B사가 용역회사를 교체할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결국 노조설립은 좌절되었다.)

모기업 대 하청기업 사이의 비대칭적 권력관계의 구조적 문제는 하청기업으로 하여금 항상 노사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게 하고 있다. 모기업의 관리자들에게는 경영성과의 목표와 더불어 노사관계에 대한 관리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사관계 향상의 구체적 방안으로 실장(팀리더)과 과장 등 관리자들은 월 1회 정도 상담원들과의 면담과 대화를 하고 있다. 모기업이 취하는 하청기업에서의 비노조 전략의 결과로 하청기업 근로자들은 노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형태라도 자신들의 입장을 집단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기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지금까지 노사협의회 형식을 가진 회사는 한 군데도 없다. 그리고 기업별 노조 체제 아래에서는 이들 이동통신 서비스 하청기업 근로자들에게 사업장별 노조 조직화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결과 적으로 미조직화, 집단적 대변기구의 부재라는 현실 제약조건은 모기업과 하청기업 사이의 고용관계와 노사관계의 양극화를 개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하청기업에서의 노사관계는 노조 조직화 및 근로조건 개선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하청기업에서의 노동조합 조직화는 기업별 틀을 넘어서는 지역 혹은 업종별 노동조합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우리의 주변에 존재하는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더불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4. 시사점

고용관계 양극화


이 동통신 모기업은 인력 고급화 전략에 따라 고급인력의 채용,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을 통한 인적자원개발, 지식노동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유연한 팀제의 도입 등을 추구해 왔다. 이 부문에서는 업무의 자율성 부여, 몰입(commitment) 제고, 고용관계의 개별화를 통한 업적 및 능력과 보상 및 승진의 연계 등의 고용관계 특성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지식노동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유연한 팀제를 매개로 다양한 지식경영의 기법들이 채용되고 있다. 이런 인사관리 모델은 연공제적 질서, 관료적 통제, 고용관계의 집단성, 인력에 대한 획일적 관리를 강조해 온 전통적인 고용관계와 질적으로 구분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하청용역기업들은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고, 고객들을 직접 접촉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청용역기업은 모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생산하도록 비교적 단순하고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다양하게 통제, 감독하고 있다.

통제는 하청용역 재계약, 서비스 수수료율, 인센티브와 연계된다. 하청기업 노동자들은 적은 재량권, 의사결정 참여 기회의 부재, 자기개발이나 교육지원의 부재, 낮은 처우, 희박한 승진가능성 속에서 다양한 통제를 받아가면서 일을 하고 있다. 한편 일단 외주화를 통해 하청기업 네트워크에 편입되면 노동자들의 처우는 유사 업종 외부노동시장의 유사 직무 노동자들의 처우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노조나 노사협의회도 없는 상태여서 이러한 고용관계가 개선될 여건도 부재하다. 결국 하청기업 고용관계는 저비용, 저몰입(low commitment)의 시장중심적 고용관계 모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용관계 양극화는 기존의 임금과 소득의 양극화라는 양적 개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용과 작업의 질적 내용, 참여와 자율성, 기업에 대한 소속감과 헌신성, 교육과 승진기회, 자기개발의 가능성 등에 걸쳐서 다양한 측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리고 이는 지식기반산업의 발전이 갖는 긍정적 혜택을 모기업 내의 소수 정규직 노동자들만이 향유하고 다수의 하청용역회사 노동자들은 여기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관계 양극화의 이면에는 다양한 변화와 편차도 존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콜센터 및 영업점에서 직무 복합성 증대는 노동자들에게 직무 자율성과 재량을 일정하게 부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경쟁 초점이 신규고객 유치로부터 고객관리의 질로 옮겨감에 따라 고객관계 관리가 더 강조되면, 이들의 자율성과 재량은 더욱 커지고 통제도 더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콜센터에서는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이 승진할 수 있는 직급제를 도입하여 경험이 많고 실적이 좋은 상담원들에게 보상하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이러한 점은 콜센터, 영업대리점, 거점채널의 고용관계가 단순한 저비용, 통제 중심의 고용관계에 그대로 머무르기보다는 좀 더 복잡한 동학의 영향 아래 고객층 차별화, 서비스 질 개선과 합리화, 저비용과 같은 모순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따라서 이들의 고용관계는 단순히 저비용, 저몰입, 시장중심적 고용관계라고 규정하기보다는 향후 추이를 더 지며볼 필요가 있으며 그 종적, 횡적인 연관관계, 내부에서의 일정한 차이를 고려하는 가운데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정책적 함의

모 기업과 하청기업 사이의 고용관계의 양극화가 갖는 사회정책적 함의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로는 대기업이 소수의 지식노동자들만을 포용하고 여기서 배제된 다수 노동자들의 문제를 기업 외부로, 즉 사회로 전가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배제가 기업 내부의 경쟁력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몰라도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이동통신 서비스산업의 사례는 지식기반산업이 ‘좋은 일자리(decent work)’를 창출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보다는 소수의 좋은 일자리(decent work)와 다수의 나쁜 일자리(bad jobs)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에 무게를 더해 준다는 것이다.

이 와 같이 양극화된 노동시장 조건에서는 하청기업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단결된 힘으로 차별과 낮은 대우를 개선할 여지가 적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대표성의 부재는 심각하다. 기업의 독립성이 없는 상태에서 노조설립은 모기업이 하청용역관계를 해지할 명분을 주게 된다. 노동자 대표성 부재와 기업의 노조회피 전략은 제조업 사내하청기업에서의 그것과 맥락이 상당히 유사하다. 하청기업의 노조회피는 이동통신 모기업에 종속된 지위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부문의 노조 조직화는 제조업에서 사내하청 조직화에 대해 모기업 노조가 적극 지원했던 경험을 활용하거나 혹은 산업별 조직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통신서비스부문의 노조나 상급 연맹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사회적 불평등의 일차적 제어수단인 노동자 대표성 부재의 상황은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의 정책 개입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적인 노동정책적 개입을 통해 노동자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이들이 스스로 단결하여 지위를 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의 제약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