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급이 풀어야 할 과제들

노동사회

노동계급이 풀어야 할 과제들

admin 0 2,361 2013.05.11 10:37

현대자본주의의 역사에서 1930년대의 대공황은 제2차 세계대전과 그 뒤의 전후 복구라는 엄청난 재앙을 인류에게 주었고, 1970년대 중반 이래 지금까지의 세계적 대불황은 신자유주의라는 불행을 노동계급에게 가하고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는 이른바 자본주의의 황금기로서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이 모두 혼합경제, 완전고용, 복지국가를 사회적 합의사항으로 인정했던 것에 비교한다면, 신자유주의는 역사의 진보를 수십 년 후퇴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자본가계급이 시장에서 자기 멋대로 이윤을 추구하고 있으며 실업자는 증대하고 특히 서민들의 생활수준은 악화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극악한 군부독재 아래에서 모든 국민이 복지국가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다가 또다시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의 끝없는 착취와 수탈에 시달리고 있다. 수출제일주의, 국가경쟁력 향상, 외국투자자의 신뢰도 등등 이데올로기적 용어가 항상 국민의 목을 비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불행한 사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신자유주의는 이미 경제성장이나 소득분배의 공평성이나 복지수준의 향상에 실패했고, “자본주의 이외에는 어떤 체제도 인간의 본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은 무위도식하는 수많은 금융자본가의 등장, 기아에 허덕이는 수억의 인류, 미국의 계속되는 침략전쟁과 인종차별, 지구적 차원의 환경파괴 앞에서 점점 더 힘을 잃고 있다. 제조업·금융업·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다국적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인류의 희망을 짓밟고 있는 지금과 같은 세계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이다. ‘모든 인간이 서로서로 사랑하며 함께 사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에 세계의 모든 진보세력이 힘을 합쳐야 할 필요성이 더욱 증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한 신자유주의

우리나라 의 구체적 현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를 외치면서 재벌을 앞세워 대외팽창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이데올로기를 전파한 바가 있다. “만주가 고구려의 영토이었으므로 우리의 영토가 될 수 있으며, 동남아는 우리 기업이 지배할 수 있는 종속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만만한’ 포부를 가졌지만, 그것은 허무맹랑하고 반동적인 사상이었다. 어느 한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경제적으로 힘이 세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일본제국주의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것도 바로 이런 생각에 의거한 것이 아니었던가.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를 완전히 외국자본에 종속시켰다. IMF신탁통치 아래에서 미국 재무부와 미국 금융자본은 자기들의 이익을 최대한 챙겼다. 우리나라의 기업과 은행이 미국의 금융자본에게 진 빚을 김대중 정부가 대신 갚아주기로 협약했다. 원래 사적인 채무관계는 채무자가 파산하면 채권자는 채권을 잃어버리고 손해 보게 마련이다. 미국의 은행이나 금융자본가가 자기의 판단 아래 대출하거나 투자했기 때문에, 채무자가 망하면 당연히 채권자는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이다. 이 손해를 우리나라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대신 갚아준 것이다. 그리고 환율 폭등, 긴축금융, 이자율 폭등으로 미국자본은 국내의 알짜기업과 알짜재산을 헐값에 사들였고, 대기업의 부채/자기자본 비율을 갑자기 축소하라는 요구에 대기업이 주식을 발행하기 시작하자 미국자본은 대기업의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면서 대기업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을 미국자본이 지배하면서 주가 조작으로 개미군단의 재산을 수탈한 것이다.

외자 유치의 허와 실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자본가 이데올로기에 따라 노동법을 개악해 대량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비정규직을 대규모로 창출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공기업을 외국자본에게 헐값으로 팔아치우는 ‘사유화’는 시간이 없어 대규모로 단행할 수 없었다. 노무현 정부는 외국자본의 지배라는 현실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경제특구’를 건설해 우리나라 노동자들을 외국자본을 위한 노예로 ‘상납’할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참여정부’는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 국정에 참여하고 모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이기 때문에, 온갖 부문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이야말로 국정에 참여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깨달아야 하고 그 불만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더욱 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물론 자본을 미국자본, 한국자본, 일본자본으로 구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모든 자본은 이윤을 얻기 위해 모든 기회를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자본이라고 해서 외국자본과 달리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다른 나라에서 이윤을 더욱 많이 얻을 수 있다면 그곳으로 이동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어느 정도로 자본의 비정상적인 영업활동을 규제할 수 있는가에 있다. 특히 미국자본이나 일본자본은 미국정부와 일본정부를 배후 세력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미국자본이나 일본자본을 규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가장 큰 세력으로 부상한 자본이 외국의 금융자본인데, 외국의 금융자본은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에서 투기를 일삼으면서 순식간에 우리나라를 이탈해 버리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에 매우 큰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특혜를 주면서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노동계급 하나로 단결해야

지금 우리나라 노동계급이 부닥치고 있는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자.
우 선 노동계급의 50% 이상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다. 자본가들은 노동계급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할해 지배하고 있는데, 이 분할은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분할보다도 더욱 노동계급의 힘을 약화시킨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기본적으로 대기업 정규직이 중심인데, 정규직이 감소하는 추세이고 나란히 함께 일하면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에게 느끼는 소외감이 크면 클수록 노동운동은 점점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포섭해 그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길이 정규직의 축소를 막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왜냐하면 자본가들은 항상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개혁’을 위한 노동운동의 투쟁이다. 교육, 보건, 기초생활보장, 연금의 제도개혁과 재정확대를 위한 투쟁은 노동계급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노동운동이 국민 전체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토대이다. 사실상 노동운동이 ‘이기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회개혁을 위해 국민을 조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조직되어 있는 노동운동이 환경운동, 여성운동, 소비자운동 등의 시민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셋째,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이다. 정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을 배출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노동계급의 주장과 희망을 표출하는 것은 더욱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정치집단이 너무나 많으며 전혀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단결만이 살 길이다”는 구호가 적용된다. 작은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는 결코 달성할 수가 없다. 하나의 당 안에서도 온갖 정파가 있을 수 있으므로,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정치집단들은 하나의 당으로 뭉쳐 대동단결하는 참신한 기풍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사항은 정치는 정당이나 국회를 통해서만 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개혁을 위한 길거리의 시위, 파업 등등이 훨씬 더 큰 정치적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노동운동은 경제투쟁일 뿐 아니라 정치투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