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

노동사회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

admin 0 3,642 2013.05.11 10:29

1. 들어가는 말

노 무현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여 참여와 협력 및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선거공약과 인수위원회에서 검토된 내용을 보면,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수준에는 미흡하지만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경영계와 보수 정치권의 반대가 심각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전향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여 노무현 정권은 권기홍 씨를 노동부 장관에, 김금수 씨를 신임 노사정위원장에, 신홍 씨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노사관계 '빅3'에 대한 구상을 마무리 했다. 또한 노사정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위해 주기적으로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회의를 주재하는 등 대통령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여전히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고 있고, 주요 현안은 상호의견이 접근되지 못하거나 타결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두산중공업 파업사태와 철도파업 그리고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 등 현안 문제의 발생 등 노사현장이 달아오른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노사정위원회의 존재 자체는 현재 잊혀져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획기적인 조치들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오는 5월 29일로 예정된 김금수 위원장 체제 출범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본회의와 대통령의 노사관계 및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인식과 발언이 향후 노사정위원회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판단을 해 볼 수 있다. 어쨌거나 현재의 노사정위원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히 싱거운 일이라 느껴지기에 현재 노사정위원회의 논의 내용과 개선 및 향후 전망, 그리고 한국노총의 입장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2. 과거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성과와 과제에 대한 노사정위원회의 인식

노 사정위원회의 5년간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금년 초 열렸던 노사정 본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즉, "98년 2월 노사정 대타협으로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였으며, 대화와 타협 원칙을 기반으로 사회적 협의체제 구축, 참여 민주주의의 정착, 산업현장의 노사협력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운영상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노사정위원회법상 협의기구임에도 이행력 제고 차원에서 지나치게 「합의」에 치중하였다"고 전제하고, "'98년 초에는 위기의식이 작용, 상호 양보에 의한 대타협이 가능하였으나, 이후 노사가 자기 주장을 고수하고 세부 사항까지 합의를 추진함으로써, 노사단체의 이해관계 충돌 시 공익위원의 중재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노사단체의 대표성 및 리더십 부족을 지적하면서 "민주노총의 불참, 낮은 노조 조직률(노동계), 경제단체간 조정기능 미비(경영계) 등으로 노사단체의 대표성과 리더십이 확보되지 아니하여 협의과정에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 민주노총은 지난 98년 12월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 및 합의사항 미이행 등을 내세워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이후 아직까지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바, "의제별 논의기간이 장기화되면서 노·사가 대립된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제시 등 조정·중재 노력에 소홀,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 지연 그리고 노사간 첨예한 구조조정, 노사관계 법·제도개선 논의에 치중, 근로자들과 직결된 사회·경제정책에 관해 사전 설명·협의하려는 노력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에 기초하여 금년도에는 사회적 파트너십에 바탕을 둔 통합과 협력의 메카, 노사간 대등한 관계와 신회에 기초한 타협문화 확산,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와 국민경제의 재도약을 뒷받침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여, 노사정위원회 운영 내실화, 노동·사회 현안의 합리적 대안 모색(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대책 수립, 노사관계 제도·문화 개선, 노동자 복지 확충 및 고용·실업대책, 구조개혁 과정에서의 근로자 참여 확대),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 유도, 21세기 노사관계 발전방향 모색을 중점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운영 내실화와 관련하여, 노사정위원회는 각계에서 제시된 의견을 토대로 공개 토론회 개최, 인수위원회 협의 등을 거쳐 개편방안을 마련하였는 바, ① 노사정위원회 의제 확대, ② "기본방향과 원칙"에 관한 합의 지향, ③ 위원회 운영 개선, ④ 지역별·업종별 협의 활성화 방안 모색 등에 대하여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하여 의사결정 단계의 간소화 및 의제별 논의시한 종결제 실시, 노사정위는 "기본방향과 원칙"에 관한 합의를 추구, 노사정위 의제 확대 및 정부 관계자 출석의무 명시, 사안에 따라 대기업, 지역·업종별 노사대표의 참여,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력 확보(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 검토), 지역·업종·산업별 노사정협의회 활성화, 공무원 파견 시스템의 운영개선 및 인사·예산의 독립성 부여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또한, 사회적 파트너십 형성을 위한 중앙기구로의 성격 정립을 위해, "노사정간의 대등한 관계와 성숙된 타협문화를 바탕으로 주요 정책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최대한 이끌어내되, 합의가 안 될 경우에는 공론화된 사항을 정부에 신속히 이송하는 등 사안에 따라 논의결과를 다양화"하는 한편, 논의 원칙과 관련 위원회에서는 큰 틀에서 "기본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경제·사회 정책에 대한 협의 기능 강화와 관련하여, "현행법상 위원회에서 노동정책과 직결된 경제·사회정책을 협의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그간 노사관계 법·제도 및 구조조정 관련 사항을 주로 논의하였다"고 보고, 앞으로는 논의범위와 기능을 확대하여 주택, 세제, 금융, 사회보장 등 근로자와 직결되는 경제·사회정책은 정부가 사전에 본위원회 등에 설명하고 노사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추진하여 노사의 이해와 참여 하에 정부정책이 마련·시행 되는 관행이 정착되도록 운영하고 이를 위해 상무위원회 산하에 「의제개발·조정팀」을 구성·운영하여 진행의제 점검 및 중장기 사회적 의제를 개발키로 하였다.

지역 및 업종별 협의화 활성화와 관련하여, 중앙차원의 주요 정책 협의기능을 확대·강화하는 한편, 지역·업종 차원의 특수성에 대한 노사 이해의 제고 및 중위적 수준의 사회적 협의체제를 구축, 지역 노사정간 협력 강화를 위해 지역별 노사정협의회 활성화 방안 강구(현재 38개 지자체에 설치·운영), 업종별 노사정협의회는 활성화를 원칙으로 하여 노사정간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키로 하고, 노사정위 내부에 「(가칭) 중층적 대화·교섭체계 소위원회」 설치 또는 기존 「노사관계소위원회」에서 우선적으로 업종별 협의회의 구체적인 설치방안을 시한을 정해 논의하기로 하였다. 또한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위원회 운영을 위해, 노·사·공익위원의 역할 및 기능을 강화하고 회의체 운영방식을 개선하며 위원회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키로 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현장감 있는 논의를 위해 노사위원의 범위를 현행 전국단위 노사단체 관계자 이외에 사안별로 현장 경영자 및 노동자 대표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논의 의제의 다원화에 대비, 공익·전문위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익위원 위촉 시 외부 전문가뿐만 아니라 각계 대표를 포함토록 하는 한편, 사안별 심층 논의를 위해 공익위원 규모를 확대하고, 노·사 양측이 제시한 "교차배제 방식" 도입 등 선정절차 개선을 통하여 공익위원의 조정역할을 강화키로 하였다.

회의체 운영방식 개선과 관련, 의제 내용에 대한 의결 시에는 노사정 합의정신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현행요건을 유지하되(사실상 전원합의제), 신속한 협의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협의절차 관련 사항(논의시한 설정, 논의종결 및 종결방식 선택, 의제선정 등)의 결정 시에는 노사정 각 1/2이상 출석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2/3이상 다수결 방식은 현행 유지), 소위원회는 「분과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전문성에 입각하여 사실 확인 및 쟁점정리 중심으로 운영(규모는 10명 내외로 구성·운영)하며, 「특별위원회」는 현행과 같이 사안별로 본위원회에 한시적으로 설치·운영(현재 4개 특위)하고, 의사결정 구조의 간소화·효율화 방안을 강구키로 하였다. 이를 위해 현재의 3층 구조를 2단계로 간소화하는 방안 등과 의제별로 「논의시한 종결제」를 도입, 논의의 장기화 사례를 방지하고 논의결과 처리 유형은 예컨대 ① 합의 ② 논의결과 송부(공익위원안 포함) ③ 기타 참고사항 통보 등으로 규정할 방침이다. 이밖에 합의사항 등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3. 현재의 논의현안 및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전망과 한국노총의 입장

현 재 노사정위원회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방안, 기업연금제 도입 방안, 고용안정 문제, 운수 노동자 처우개선 문제 등이 폭넓게 다뤄지고 있으나 핵심쟁점에 대해서는 거의 의견접근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 전망이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정부로 이송되어 국회 차원에서 노사정간 재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현장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문제 지원도 지원이거니와 "아무런 성과도 내고 있지 못하는 노사정위원회"에 참여에 대해서는 과거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한국노총 역시 "회의와 논의"로 그치고 마는 노사정위원회에 계속 참여할 것인가에 대한 내부 논란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한국노총의 입장은 최근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일관성 없고 무원칙한 대응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것은 현 정부가 사회통합적 구조조정과 노사관계, 노사간 힘의 대등성 보장에 기초한 실질적인 대화와 타협, 상식과 순리가 통하는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종합적이고 일관된 철학과 원칙의 확립에 기초한 치밀하고 정교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노사정위원회에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할 것이며,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는 물론이고 한국노총 역시 노사정위원회의 계속적 참여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노총은 "대화와 타협", "투쟁과 협상"의 병행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그러한 유용한 틀로서 노사정위원회는 훌륭한 장(場)의 하나로 인식된 적도 있었으나, 현재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서 노사문제 및 노동문제를 보는 시각은 한국노총 각급 조직으로 하여금 그러한 한국노총 방식의 접근이 경쟁력이 없도록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아무런 메리트가 없도록 하게 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은 노사정위원회의 발전 전망을 어둡게 할 뿐만 아니라 한국 노사관계의 합리적 발전에 장애요인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 점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물론 노동부, 청와대, 정치권 모두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할 대목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노사관계를 장기적,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을 때만 가능할 것이다. 정치적, 정권적 차원과 임기응변적, 대중적 접근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