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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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원회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

admin 0 4,220 2013.05.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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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5일 열린 노사정위원회 관련 토론회   ▷ 출처: 노동과세계 ]

1. 노무현정권의 출범과 노사정위원회

노 무현정권의 노동정책은 이른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으로 표현된다. 노사정위원회는 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의 주요 과제 중의 하나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시스템을 개선하고, 노동정책은 물론 산업·경제·사회정책 전반을 다루도록 하고, 공익위원의 기능을 강화하며, 지역·업종·산업별 노사정위원회를 활성화한다'는 방향과 함께 '민주노총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노무현정권의 노사정위원회 체제의 관건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 노총 안에서는 노무현정권의 출범과 함께 지난 4년간 물밑에 잠복해 있던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지난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교섭방침으로 노사정위원회 문제에 대한 논란이 전개되었으나 결론을 보지 못했다. 이후 지금까지는 노무현정권의 노동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주시하면서 공식적인 논의는 일단 중단된 상태이다. 정부 역시 전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노사정위원장으로 선임한 이후 노사정위원회의 체제정비 작업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2003년 상반기 투쟁 과정에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정관계의 정비 등 여건조성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예상컨대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사정 협상국면 이후 노동관련 제도개혁 논의 문제와 노사정위원회 문제를 연동하여 본격적으로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2. 지난 노사정위원회의 평가

1997 년 IMF 외환위기와 함께 등장한 김대중 정권은 노사정위원회를 축으로 노동정책을 구사했고, 민주노총 역시 노사정위원회 참여와 탈퇴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노무현정권이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노동정책을 구사한다는 입장인 이상 김대중 정권의 노사정위원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평가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노동자들에게 천명해야 한다.

노동 조합 역시 지난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평가 위에서 입장을 정해야 한다. 현재 노사정위원회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사회협약체제론, 활용론, 불참론)을 민주노총은 지난 1, 2, 3기 노사정위원회에서 모두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평가는 실사구시적 논의에 도움이 될 것이다.

1) 1기 노사정위원회: 사회협약체제론

1997년 11월, 김영삼 정권의 IMF구제금융 신청을 전후하여 경제파탄과 정리해고라는 상황에 직면한 민주노총은 노·사·정 사회협약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경제파탄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1997년 12월 10일 중앙위원회에서 '재벌개혁·고용안정에 대한 제도개선과 노·사·정 사회적 협약을 공세적으로 제기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어 1998년 1월 7일 속리산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민주노총 주관 하에 노사정 중앙교섭과 총력투쟁을 병행한다'는 1998년 투쟁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투쟁에 근거한 교섭이라는 노사정 사회협약의 기본원칙을 설정한 것이다.

"사회적 협약은 밀실합의·내용 없는 들러리합의, 또는 투쟁 없는 참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대중투쟁을 기본으로 재벌해체, 고용안정 요구를 적극적으로 제기해나가야 할 것이다." (1998. 1. 7 중앙위원회, 98년 투쟁방침)

그러나 사회적 협약의 기초가 되는 투쟁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매우 조심스러운 판단을 함께 하고 있었다. "97년 1월에는 전국민적 지지 하에 총파업을 전개할 수 있었지만, 98년 1월은 주변 여건이 크게 달라져 자칫 잘못 대응하면 노동운동의 몰락마저 자초할 수 있는 고립무원의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며 신중한 대응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1998. 1. 7 중앙위원회, 98년 투쟁방침)

투쟁에 대한 이러한 조심스러운 판단은 이후 제1기 노사정위원회 진행과정에서 교섭을 뒷받침하기 위한 강고한 투쟁을 준비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렇게 시작된 제1기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1월 15일 발족되어 2월 6일, 정리해고제 개악과 근로자파견법 제정을 주요 골자로 한 노사정 잠정합의가 이뤄지기까지 가동되었다. 민주노총이 애초에 노사정위원회에 부여했던 적극적 의미보다는 정권이 의도하는 정리해고 법제화로 모든 중심이 이동되었다. 노동3권과 노동조합 정치활동과 관련한 몇 가지 조치들이 반대급부로 합의되었지만,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사항은 대부분 2차 개혁과제로 유보되고, IMF 합의사항에서 이미 기정사실화 된 부분들이 합의사항에 열거되었다. 1998년 2월 6일 정리해고 잠정합의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부결 결정 이후 1기 노사정위원회는 종결되었다.

2) 2기 노사정위원회: 노사정위원회 활용론

정부는 잠정합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2월 14일 국회에서 정리해고제 2년 유예조항 삭제, M&A에 의한 정리해고제 등 근기법 개악과 근로자파견제 제정을 단행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약속했던 부당노동행위 척결 등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았다. 1998년 6· 10 전면총파업을 준비하던 민주노총 내에서는 투쟁동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대세를 이루면서 6·5 노정합의가 이루어졌고,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와 대의원대회에서 노정합의 수용과 사실상 노사정위원회 참여가 결정되었다. 이로 인해 6월 19일 민주노총이 참여한 가운데 제2기 노사정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출범했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공공부문 구조조정 문제, 민간부문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고용안정 문제, 사회개혁 등에 대해 자본과 정권 측에 공세를 가하기 위한 공간으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1) 노사정위원회에 대해서 민주노총은 일정을 주도하고, 2)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가 사회적 쟁점이 될 수 있도록 긴장관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이른바 노사정위원회 활용론 대응방침을 결정했다.

그러나 제2기 노사정위원회에서 6·5 노정합의사항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 일방적 으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단행되었다. 부당노동행위 척결 약속이 이행되기는커녕 현장에서는 임금체불·삭감, 단협 개악, 노조 탄압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노동절과 5·27 총파업 탄압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반면 55개 퇴출기업 발표(6.18), 5개 퇴출은행 발표(6.29),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신고(6.30), 11개 공기업민영화 계획안 발표(7.3) 등 일방적 구조조정이 강행되었다.

6·5 노정합의의 하나인 구조조정의 충분한 사전협의는 완전히 휴지조각이 된 것은 물론이고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경우는 정부 측이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구조조정의 사전협의라는 형식을 갖추기 위해 공공부문 구조조정 특위를 소집했으나 요식행위에 그치고 결국 7월 3일 공공부문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강 제적 구조조정과 임금체불, 단협 개악, 부당노동행위 등 임단투의 현안문제에 직면한 해당연맹들(공공, 공익, 금속, 금융, 병원 등)은 7월 중순 연맹별 총력투쟁을 준비해 들어갔고, 민주노총은 산별연맹 대표자회의(7.13), 중앙집행위원회(7.14) 등을 통해 연맹의 투쟁을 중앙이 시기집중 방식으로 전국적 투쟁전선을 치고, 정부가 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전면 탄압을 자행할 경우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결정을 했다. 이와 함께 7월 10일 한국노총과의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노사정위원회 선결과제 4가지를 발표하고 불참선언을 했다.

7월 14일부터 16일 사이에 공공, 공익, 금속, 금융을 중심으로 5·27 총파업과 비슷한 규모의 투쟁을 전개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정권은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100여명의 간부·조합원들을 구속·수배하는 등 강경탄압으로 일관했다. 민주노총은 7·23 총파업투쟁을 위해 7월 15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7·23총파업의 선결과제(6·5 노정합의 이행, 청문회 개최,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때까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중단, 탄압중단 등) 4가지를 투쟁요구로 확정했다. 선결과제 이외의 당면요구에 대해서는 교섭국면으로 들어가서 해결한다고 결정했다. 총파업 투쟁 돌입에 임박한 7월 23일까지 진행된 최종 교섭 결과, 청문회 개최, 퇴출기업(은행) 고용보장, 삼미특수강 문제, 그리고 이후 진행될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사전협의 등에 대해서는 일정하게 성과가 있었지만,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중지 요구(한국통신, 현대자동차 등)는 해결되지 못했다. 총파업을 위력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역량 판단을 토대로 총파업을 유보하고 정부 최종안 중 미타결 2개항에 대한 교섭을 계속한다고 결정했다. 이어 7월 27일 미타결 2개항에 대한 교섭을 마무리하고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결정했다.

그러나 1998년 12월 31일 교원노조 법제화 등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음에 따라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하고, 1999년 2월 24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결정했다.

3) 제3기 노사정위원회: 노정 직접 교섭과 불참론

민 주노총이 탈퇴한 상태에서 김대중 정권은 제3기 노사정위원회를 한국노총 포섭, 민주노총 배제라는 노동 분할 정책 도구로 활용했다. 2000년 2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연간 2천 시간대로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한다는 선언적 합의가 이뤄지고, 이후 노사정위원회의 핵심 문제로 노동시간 단축을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는커녕 노동시간 단축을 근로조건 저하와 노동시장유연화로 왜곡시켜 버리고 말았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 체제 유지의 반대급부로 한국노총 주력조직인 금융산업 구조조정에서 방어를 시도해 보았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투쟁력으로 노정 직접교섭을 끌어낸다는 교섭방침 하에 1999년 공공연맹을 중심으로 한 총파업,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 2002년 국가기간산업 사유화저지 총파업투쟁 등 대정부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장관면담, 청와대 노동정책 라인과의 막후 접촉 수준에 머물러 대정부 교섭을 끌어내지 못했다. 2002년 발전노조 투쟁으로 정부를 교섭테이블로 이끌어 내었으나, 교섭이 투쟁을 와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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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2월 11일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

3.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각 입장

2003 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조건 참여 9.3%, 불참 6.5%, 노정 신뢰 회복을 위한 선행조치 시 참여 16.4%, 총체적 교섭체제 하에서 참여 65.5%로 나타난 바 있다. 이는 노사정위원회 참여 입장이 다수를 이루면서도 전제는 상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사정위원회 참여의 입장에서는 그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1) 사회협약 모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노 사정위원회를 사회협약 모델의 출발로 보고, 사회협약모델을 지향하는가? 현재의 민주노총 논의 속에서 이런 주장이 선명하지는 않다. 그러나 제1기 노사정위원회를 적극적으로 추동한 민주노총 1기 지도부는 이런 입장에 있었다는 사실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997년 말 제1기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체제'라는 내용으로 사실상 노동운동의 전략적 선택이 제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논의과정에서 '전술'이라고 표현한 것과는 무관하게 전략적 전망을 내포하고 있었다. 다만 1997년의 상황에서 전략적 전망을 가슴에 담고 있었던 사람들도 사회적 합의모델의 필수요건인 제도권 내의 노동자정당을 김대중 정권의 '개혁성'으로 대신하기에는 모자람이 있어서 '전술'로 표현했을 것이다.

노사정 사회협약 모델이 노동운동 노선에 있어서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한 주장은 없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국제 조류에서 노사정 사회협약을 노선으로 표명하는 대표적인 예가 국제노동기구(ILO)의 1996년 제83차 총회 일반 논의(경제 사회 정책에 대한 전국 차원의 3자 협력)이다. 이는 1960년의 113호 권고(산업 차원, 전국 차원의 협의에 관한 권고)가 경제·산업 차원으로 확장된 것이다. 113호 권고에서 3자 협력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들이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신실성(good faith), 신뢰성, 상호 존중의 정신 속에서 접근해야 하고 이 과정은 길고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부언하고 있다.
노사정 사회협약론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협력적 노사관계에 대해, 그리고 노자대립 체제에서 정권을 객관적 제3자로 규정하는 문제 등에 대해 한국노동운동이 노선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견해를 표명해야 한다. 노무현정권의 노사정위원회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의 핵심이고,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가 박정희·전두환 시대의 '산업평화'나 김대중 정권의 '신노사문화'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구구절절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른바 4대 국정원리 중의 하나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서, 대결과 투쟁의 문화는 조선, 일제, 군부독재의 구시대적 잔재이며, 이제 '대결과 투쟁'의 시대는 가고 대화와 타협의 시대임을 선포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노사간의 새로운 협력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노사정 사회협약론의 입장에서는 노무현정권이 사회적 협약체제의 노동자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것인지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노사정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사회협약 모델 또는 그 단초로서의 노사정위원회 참여론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은 최소한 현재로서는 사회협약 모델을 채택하지 않음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2)활용론란 무엇인가?

1998 년 민주노총 2기 집행부가 2기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한 근거는 활용론이었다. 대정부 요구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총이 총파업투쟁을 힘 있게 조직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위원회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활용론 입장은 단순히 투쟁조직을 위한 요구의 쟁점화에만 국한되고 있지는 않는 듯싶다. 그것은 1999년 이후 4년 동안이나 노사정위원회 참여론이 제기되지 않다가 노무현 정권 출범과 함께 다시 제기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김대중 정권 보다는 개혁적인 노무현 정권 하에서 노사정위원회 내에서 노동자에게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어 있다. 활용론의 입장은 이 점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일정정도의 유리한 합의를 활용하는 것인지, 합의의 가능성은 별로 없으나 요구의 쟁점화를 활용하는 것인지는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판단과 이후 거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교섭 틀로 접근한다 해도 노사정위원회는 사실상 노자, 노정간의 제3의 심판자와 같은 구실을 할 것이다. 노동과 자본의 주장은 애초에 좁혀질 수 없는 상수이고, 그 이해의 차이를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힘인 노동조합의 파업권은 제3의 심판자의 판정으로 대체되도록 되어 있다. 정부는 공익위원의 그늘에 숨어서 심판관의 노릇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사·정 모두 노사정위원회에서 첨예한 쟁점들이 합의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 배달호 열사의 분신으로 촉발된 손해배상·가압류 문제가 노사정위원회에서 다루어졌다면 아마 노무현 정권은 지금 수준의 문제해결 의지도 천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다. 노무현 정권의 개혁 드라이브를 강제하고자 한다면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라는 완충구조에 완전히 안주하게 해서는 안 되는 문제에 대해 활용론은 답변을 해야 한다.

3) 불참론의 문제

불참론은 코포라티즘(corporatism)에 대한 경계, 활용하기보다는 오히려 투쟁전선을 교란시킬 것이라는 우려, 노동조건 후퇴와 노동시장 유연화 양보 강요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교섭문제에 대해서는 취약하다. 투쟁으로 노정교섭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주장은 어떤 상황에서건 통용될 수 있다. 노정교섭을 끌어낼 수 있는 투쟁력이 전제되면 노사정체제의 협력적 노사관계 역시 분쇄할 수 있다.

4. 민주노총의 방침

지난 2월 1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 문제가 안건으로 다루어졌다. 집행부는 2003년 사업계획 중 교섭방침으로 '노정교섭, 노자교섭, 노사정교섭을 포함하는 총체적 교섭제도를 마련한다'는 안을 제출했다.

·교섭체제 문제 이전에 노정 신뢰회복을 위한 가시적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노정교섭: 최소한 정부가 사용자의 위치에 있는 공공부문 등에서는 노정교섭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산업별 노사교섭: 착취의 직접 당사자인 자본은 노사정 체제에서 노정간의 비판자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별 교섭체제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노사정 교섭: 노정교섭과 노자교섭이 보장되는 조건에서 김대중 정권의 노사정위원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노무현 정권의 노사정위원회 개편안을 검토하여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기구 참여 문제를 결정한다.

이 러한 교섭방침은 1998년 민주노총이 2기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후 공식적인 입장으로 가져왔던 '노정 직접교섭' 방침과는 변화된 안임에 틀림없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① 노자(勞資) 역관계는 자본이 절대적 우위에 있고, 제도정치권에서 노동자를 대변할 정치세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노사정 사회협약체제는 김대중정권의 노사정위원회를 개선한다 해도 기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② 노동문제의 성격상 노정교섭, 노자(산별)교섭, 노사정교섭 등 다양한 형식이 총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채 모든 사안을 노사정위원회로 넘기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③ 민주노총은 지난 5년간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배제전략으로 인해 투쟁요구를 쟁점화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근거 하에 이러한 교섭방침안을 제출했다. 한국노동운동의 노선과 관련되는 사회협약 모델 자체에 대한 집행부의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지만, 민주노총이 사회협약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주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의 교섭방침이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위해 몇 가지 전제를 붙인 것도 아니고, 반대로 참여를 위해 몇 가지 조건을 붙인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5년간 정권이 자본의 편에서 극단적인 노동탄압을 자행해 온 상황이 개선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 문제를 노사정위원회 내에서 다루겠다는 데 대해 명확히 반대하는 것이다. 여전히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정권과 자본 편향인 공익위원들이 포진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모든 노동사안을 다루는데 대해 명확히 반대하는 것이다. 교섭구조 문제는 노사정위원회 문제로 국한 될 것이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교섭체제 확보로 확대되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