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6차 노사정협약, “진보의 지속”

노동사회

아일랜드의 6차 노사정협약, “진보의 지속”

admin 0 2,621 2013.05.11 10:24

2003년 1월 중순 아일랜드노총(ITUC), 아일랜드기업사용자총연맹(IBEC), 그리고 정부는 2002년 12월31일에 종료된 협약을 대체하는 새로운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였다. 이어 3월26일 아일랜드노총과 아일랜드기업사용자총연맹이 각각 새 협약을 승인함으로써 3년 기간의 협약이 맺어졌다.

아일랜드 노사정은 이러한 협약제도를 1987년부터 실시하여 이번 협약까지 3년 기간의 협약을 여섯 차례 체결하였다. 아일랜드 노사정 3자는 2002년 12월 끝나는 협약을 대체하는 새 협약을 위한 협상을 2002년 10월31일 수상이 주재한 가운데 시작하였다. 시작 전부터 새 협약이 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었고, 지금까지 협상 중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일 것이라는 예상이 광범위하게 있었다. 

노사정 협약을 지원하는 노사정자문기구인 경제사회이사회(National Economic and Social Council)는 노사정이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협약이 다루어야 하는 전반적인 문제와 사안에 대한 전략적 배경자료를 발표하여 협약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협상을 둘러싼 많은 어려움을 반영하듯 경제사회이사회는 협상이 시작된 뒤에야 보고서를 발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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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7월 1일에 열린 아일랜드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연설하는 베르티 아헤른(Bertie Ahem)수상. ]

협상을 앞둔 노사 힘 겨루기

아일랜드노총은 2002년 11월부터 시작할 공식 협상을 앞두고 영국식 노조인정 조항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용자단체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였다. 노총은 특정 사업장에 일정한 비율의 종업원이 노조를 통해 대표되길 원한다는 것을 노조가 증명할 수 있을 경우, 해당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실행하기를 정부에게 요구하였다. 나아가 현재 노조인정과 교섭권 제도는 유지하되 소요 기간을 축소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회원사의 50% 이상이 노조와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사용자단체(IBEC)는 내부 반발을 이유로 더욱 노조인정 법제화 요구에 반발하였다.

2002년 12월31일 유효기간이 소멸되는 협약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협상이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사용자단체는 새 협상에 대한 우려와 문제제기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2002년 3월 사용자단체는 내부 보고서를 통해 지난 협약과 그 이행을 평가하였다. 우선 33개월 동안 15%의 임금인상은 너무 높으며, 기업 차원의 지속적인 변화를 단행하는 데 노조가 협조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표시하였다. 또한 협약 내용에 대한 해석과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의 유효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노조인정 문제가 제기된다면 단호하게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1987년부터 계속되어 온 협약 체제를 개선하고 유지하는 것이 개별 기업 단위의 임금협상으로 복귀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입장이 우세하였다.

한편 노조도 협상을 앞두고 입장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5월 아일랜드노총의 최대 노조인 서비스산업전문기술노조(SIPTU)의 노사관계 담당 간부는 만일 사용자단체가 연말에 중앙교섭을 거부한다면 노조는 노총을 중심으로 단체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7년 이전의 개별 교섭형태는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전국 최저임금을 확정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용자단체가 중앙협약을 계속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이러한 1987년 이전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노총을 중심으로 전체 노동운동 차원에서 중앙협약을 쟁취할 수 있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5차 사회협약에 대한 부정적 평가

사용자단체(IBEC)도 9월에 사회협약에 대한 평가와 협상 방침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여기서 사용자단체는 새로운 사회협약을 체결하느냐 못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상실한 경쟁력을 회복하느냐 못하느냐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단체는 1987년 이후부터 아일랜드의 경제발전에 대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인정한다고 밝히면서 현 협약 체제가 유지되는 것을 원하지만 15년 동안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사회협약의 동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새로운 협약이 이루어지려면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BEC는 새로운 협약에 협약 이행 감독 기능의 강화, 지불능력 부재를 호소하는 기업 사정 반영 장치 등이 포함될 것을 요구하였다. 임금인상과 관련해서는 아일랜드의 주요 교역 대상 국가의 임금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되며 협약에서 합의된 임금인상율 준수를 강제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중재 기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노조가 기업 차원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과 유연성 강화에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몇몇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노사간의 불만과 요구 그리고 협약 체제가 부닥치고 있는 다양한 압박을 감안할 때 중앙 차원에서 민간부문 임금인상을 합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정부가 임금인상 자제에 대한 보상으로 단행할 수 있는 감세 조치 등의 수단이 상실되어 협상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리고 사용자단체가 중앙협약을 체결하더라도 많은 비노조 회원사는 그 내용을 수용하기보다는 참고사항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금인상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인상이냐 경쟁력이냐

11월 협약 재협상에 맞추어 경제사회이사회는 최근 3년 협약 기간의 상황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사정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사회는 새로운 협약을 위한 협상에 돌입하고 있는 노사정에게 거시경제 정책, 분배정책, 총괄적인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일관성 있는 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공공재정 정책, 임금정책, 인플레 정책, 조세정책,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 사회인프라 정책, 공공서비스 정책, 공간개발 정책, 산업정책 분야의 과제를 다룰 것을 권고했다. 

10월31일 협상을 앞둔 사용자단체는 "새로운 사회 파트너 관계를 위한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사용자단체는 많은 기업들이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는 일자리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에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상실한 경쟁력을 회복하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임금인상유보 장치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단체에서 내세운 가장 중요한 요구는 임금-가격 상승 작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 노조, 사용자는 공동으로 효과적인 인플레 통제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업장 단위에서 기업이 추진하는 변화에 대해 노조가 협력하지 않았다며 이번 협약에는 기업 단위의 변화를 지원할 수 있는 조치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나아가 현재 공공 지출이 지나치게 높다며 이를 제한하고 그 방안 중의 하나로 공공부문의 고용을 동결시킬 것을 요구했다. 

beard_02.jpg교섭의 시작 그리고 결렬

6차 사회협약 체결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열린 협상의 주요 쟁점은 △ 인플레, △ 공공부문 임금, △ 고용안정, △ 노조인정 문제, △ 협약 이상의 임금인상 등이었다.

11월 중순경 새로운 협약을 위한 교섭이 시작되었지만 아일랜드노총은 12월18일 집행위원회를 열어 협상 결렬을 선언하였다. 아일랜드노총의 사무총장은 "임금인상 관련 교섭이 결렬됨으로써 포괄적인 파트너 협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현재로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노총은 성명에서 지난 2주간의 협상에서 임금인상율과 인상분 집행 과정, 정리해고 수당 인상, 인플레 대응 정책, 공공-민간 협력틀과 준국영기업과 관련한 국가의 역할, 탁아·육아와 부모유급휴가 등의 비임금 사업장 차원의 사안, 이민정책과 사업장 차원의 사안, 노동자의 노동조합을 통해 대표될 수 있는 권리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노총은 임금 관련 교섭에서 인플레를 감안하여 생활 수준을 보호할 수 있는 정도의 인상을 요구했는데, 이에 대해 사용자 측은 3년 협약 기간 중, 첫 해에 한해 임금인상율을 확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불확실한 세계경제 전망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일랜드노총은 사용자 측에서 제시한 접근 방법을 수용한다고 했는데, 사용자 측은 며칠 후 임금인상 대상 기간을 18개월로 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노총은 사용자 측의 제안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임금인상 대상 기간을 첫 12개월로 국한하든지 3년 협약 기간 동안 3단계로 할 것을 주장했다. 

사용자 측은 18개월에 대해 5%의 임금인상율을 제시했는데 이는 인플레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노총이 거부했다. 이와 함께 사용자측이 제시한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임금인상율 적용 면제를 신청하고 승인하는 장치 도입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노총은 영국에서 새롭게 제정된 고용관계법과 유사한 법의 제정을 요구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 사업장의 전체 종업원의 40% 이상이 원할 경우 노조가 노동자를 대표해서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제화하게 된다. 정부와 사용자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아일랜드노총은 기존 노조대표권 인정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요구했는데, 사용자 단체 측에서는 이것도 거부했다. 

정부의 중재와 타결

아일랜드노총 집행위원회는 교섭 결렬을 점검하면서 연말에 사회협약이 만료되는 것과 때를 맞추어 각 개별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요구서를 제출할 것을 가맹 노조에게 권고했다. 그리고 주택문제, 홈리스문제, 육아·탁아문제, 사회복지 급여를 전 산업 평균소득과 연동하는 문제 등 사회 현안을 어떻게 계속 추진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 경제사회이사회에 참여하는 지역사회단체들과의 간담회를 제안했다.

한편 사용자단체(IBEC)는 1월9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회원사에게 전달할 개별 기업 차원의 단체교섭을 위한 종합적인 지침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IBEC는 협약 교섭이 완전히 결별되었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지침서를 회원사에 발송할 것이라며 협약의 타결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그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BEC는 전국 중앙 임금 결정의 원칙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합의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임금인상은 한 자리 수로 한정되어야 하고 기업의 사정을 감안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경쟁력과 고용 유지를 위해 임금인상을 유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탄절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노사정은, 1월13일 수상실에서 중재안을 제출함으로써 1월 중순에 이르러 협약을 타결지었다. 수상, 재정부 장관, 부수상이 새로운 3년 협약의 기본 골격이 될 7개항을 제안한 것이다. 협상 과정에 수상이 직접 나서는 것은 흔한 일로, 노사간에 비공식 협의의 진전 여부와 정도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노사는 공식 협상이 결렬된 시점부터 비공식 협의를 통해 타결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1월15일 IBEC 회장은 수상실의 중재안에 대해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전국 차원에서 실현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용자단체는 1월22일 열리는 전국임원회의에서 수상실에서 제출한 중재안을 논의할 것이며 이와 함께 개별 기업 대표, 지역 그리고 분과 차원에서 논의하여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IBEC 회장은 주요 임금인상 요구 요인인 주택문제에 대해 정부가 안을 제출한 점, 노동조합과 효과적인 인플레 방지 정책을 강구하겠다고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수상실에서 제시한 임금인상안은 다수의 기업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하면서도 새 협약에서 중요한 것은 협약 이행을 확실히 하는 것이며 새 협약 안에 합의된 임금인상을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의 사정을 감안할 수 있는 장치가 포함된 것을 환영했다. 

새 협약의 주요 내용

새로운 협약은 18개월 동안 7%의 임금인상, 노조인정제도의 개선, 그리고 법정 정리해고 수당의 인상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협약의 1부는 협약의 전체적인 범위를 설정하고 협약의 기간 동안 추진할 10가지 특별 노력을 명시한다. 이러한 특별 노력에 사회파트너들이 참여하는 방식을 명시하는 것과 함께 거시경제정책, 경제발전과 번영 그리고 공정하고 포괄적인(inclusive) 사회 실현 정책 등 보다 포괄적인 정책 틀을 제시한다. 10가지 특별 노력 영역은 다음과 같다. △ 주택·주거 문제, △ 보험 비용과 사용 용이성, △ 이민과 문화간 대화, △ 장기 실업자, 취약 노동자, 정리해고 노동자, △ 교육 불이익 문제, 문자·숫자 해독력 그리고 조기 교육 이탈 문제, △ 쓰레기 처리, △ 보살핌-아동, 장애인, 노령자, △ 알콜, 마약 남용, △ 정보화 사회에 모든 사람의 참여, △ 아동 빈곤 종식.

협약의 2부는 민간부문의 임금인상 합의 내용, 공공부문의 임금인상 합의 내용 그리고 이와 연동된 사안인 최저임금, 법정 정리해고 수당 수준 그리고 사업장 차원의 파트너 관계 및 노사관계 사안에 대한 합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 평등성의 향상, 직무기술 향상, 노동보건과 안전, 보다 나은 노동과 삶의 균형, 이주노동자를 위한 총체적인 정책 등을 위한 광범위한 조치가 담겨 있다. 그리고 공공서비스의 현대화를 위한 주요 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임금수준 현실화에 따른 마지막 2단계 임금인상과 일반 임금인상은 이러한 의제의 이행과 연동되어 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동자 대표권: 정부는 노사가 합의하는 수준에 맞게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표할 수 있는 절차를 개선하는 법개정과 규정의 개정을 단행하기로 하였다. 개정 내용은 노조가 특정 사업장에서 일하는 조합원을 대표해서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받는 절차가 걸리는 시간을 현재의 최대 18개월에서 6∼8개월로 단축하고 그 절차를 노동관계위원회에 회부, 노동법원의 권고, 구속력 있는 노동법원의 결정, 사법기관에서의 심의 등 4단계로 나눈다. 노동조합인정을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합의문에는 "유럽연합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에 대한 언급이 포함됨으로 인해 정부와 사용자 측이 이를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 차원에서 정해지는 규정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

주택문제: 이번 협약에는 매년 1만 호의 저가 주택을 공급하는 새로운 계획이 포함되었다. 전국개발재정기구를 통해 연기금의 잉여자금을 활용하는 것으로, 자치단체가 소유하는 땅을 활용하여 저가 주택을 건설하여 공급하는 것이다. 국영주택청이 건축을 시행하며 부동산개발업자는 배제한다. 이렇게 지어진 주택은 저소득과 중간 소득층에 공급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금은 다시 저비용 사회주택사업의 기금으로 투입되어 임대주택을 공급하게 된다.

인플레: 정부는 노사단체와 함께 주요 인플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인플레 통제 방안을 마련한다. 이 안이 승인될 경우 경쟁력과 임금인상이 합의된 18개월 동안 실제 생활수준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이 방안에 따른다면 현재 6%에 가까운 인플레가 2003년 중반에 이르러 개선될 것이다. 방안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 가격 인상이 시장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조사 결과 가격이 과대하게 높다면 정부가 해당 부분에 대한 임시적 가격 통제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검토해서 보다 수용 가능하고 실제 경쟁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법정 정리해고 수당: 정부는 법정 정리해고 수당의 인상을 법제화하여 1년 근속에 대해 2주일치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연령에 따른 차별대우 조항을 삭제했다. 이러한 법적 최소기준은 실제 사업장에서 체결되는 기준 이상으로 결정되는 정리해고 수당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 최저임금: 정부는 법정 최저임금을 현재 시간당 6.35유로에서 7유로로 인상한다. 이는 이번 협약이 일정한 기준 이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 대한 추가 정액 인상을 포함하지 않고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임금인상: 18개월 기간 동안 7%의 임금인상을 첫 9개월에 3%, 그 다음 6개월 기간동안 2%, 마지막 3개월에 2%로 나누어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임금협상이 결렬될 시점에 노조는 7.5%, 사용자는 6.5%를 제시했던 점을 감안하여 중간 수준에서 합의되었으며, 사용자는 첫 해에 3.5%만 인상하면 된다는 위안과 노조는 18개월 기간 안에 인플레가 통제되어 실제 소득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합의를 도출하는 데 작용했다. 

또한 이번 임금인상 합의에는 이행 장치를 도입하였는데, 개별 기업을 상대로 한 노조의 협약 이상의 임금인상 요구, 정상 또는 지속적인 관행 이상의 변화에 대한 사용자의 요구, 그리고 사용자가 지불능력 부재를 호소하는 경우는 모두 노동법원에 회부되어 법원이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노조는 무리한 합의 수준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되었고, 사용자는 지불능력이 없음을 법원에 증명해야 하며, 사용자가 작업조직 등의 변화를 단행할 때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노동자들에게 추가 수당 또는 임금인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을 법원에 입증해야 한다. 

공공부문 임금: 민간부문과 똑같은 임금인상이 적용되지만, 첫 6개월은 인상이 유보된다. 그리고 공공부문 임금수준합리화 권고에 따른 임금인상은 2001년 12월1일까지 소급 적용되는 것을 포함하여 2005년 6월1일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beard_03.jpg새로운 협약의 승인

협약 협상에서 잠정 합의안이 도출되어 아일랜드 여론의 모든 관심은 협상을 진행했던 노사가 어떻게 잠정 합의안을 구성원들에게 제출하고 설득하여 승인을 확보하는가에 쏠렸다. 1월말에 타결된 잠정 합의안에 대해 노사단체는 두 달에 걸친 내부 논의를 거쳐 3월말에서야 최종 결정을 내렸다. 아일랜드노총은 3월26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토론을 거쳐 합의안을 승인했다. 아일랜드노총의 집행위원회는 대의원들에게 잠정합의안의 수용 여부에 대해 아무런 권고를 하지 않기로 하였는데 대의원대회에서는 195대 147로 잠정합의안이 비준되었다. 노총과 사용자단체가 모두 잠정합의안을 비준함에 따라 공공부문 임금수준합리화에 따른 임금인상도 집행되게 되었다. 

아일랜드노총의 사회협약 협상 제안을 수상이 적극 수용한 후, 사용자단체를 설득하여 이루어진 '사회협약'은 이번 6차 협약으로 18년간 지속되게 되었다. 이번 협약의 결과에서도 볼 수 있지만 임금 결정을 중심에 놓고 조세 정책, 거시경제 정책, 인플레, 주택, 사회복지, 교육, 의료, 보살핌, 정보화 사회, 교통, 빈곤, 장애인, 이주자, 지속적 직업 훈련 등 사회 경제의 제반 문제와 과제에 대한 정책 기조와 내용의 기본 방향이 논의되었다. 즉 중앙임금 인상에 대한 합의를 '담보'로 사회경제 협약이 성립된 것이다.

1987년부터 협약 체제를 운영하면서, 협약에 담긴 각 과제의 이행 과정에 필요한 후속 논의와 협약 이행을 점검하는 장치도 마련되었다. 협약에는 노사정 3자의 역할이 명시되어 있는데 특히 정부가 맡은 일이 상당히 많다. 정부의 약속이 노사간의 합의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정부가 협약에서 특정 정책을 약속하고 그 후에는 정부가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하나하나 시행하는 과정에 노사가 동수로 참여해서 그 약속의 이행을 협의하고 점검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협약 시기에는 협약 이행과 후속 작업을 위해 총괄 점검 기구 외에 56개의 작업반과 위원회가 설치되어 가동되었다.

이번 협약 과정을 살펴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노사 모두 개별 사업장 단위의 임금 인상 협상을 '위협'의 수단으로 사용한 점이다. 개별 사업장 단위의 임단협에 익숙한 한국에서는 노동조합과 사용자들이 왜 이것을 위협의 수단으로 사용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일 개별 사업장 단위로 임금 협상을 하면 기업의 상태에 따라 또 각 단위 노조의 조직력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즉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가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진보의 지속

2002년 4월 협약 갱신 협상이 시작되기 전 아일랜드노총 사무총장은 가맹노조 등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진행한 정책협의회에서 "만일 임금만이 문제라면 새로운 협약에 목 맬 이유가 없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는 지난 15여년 동안 '사회협약'을 기초로 진행된 경제발전의 성과가 노동자들에게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었다. 

그는 "그러나 협약 과정은 전체 경제 상황과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그리고 전반적인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사안을 다룬다"며 협약 체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사무총장은 노동조합운동이 내세우고 있는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중장기적인 전략 속에서 협약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러한 노동조합운동 내부의 긴장이 비준 투표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18개월 뒤인 2004년 6월이면 후반부 임금인상을 협상하게 되면서 협약의 주요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또 한번 협약 체계가 유지될 것인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릴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아일랜드 노사정이 왜 제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리고 왜 그 제도를 버리고 새로운 제도를 모색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진행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