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참여정부의 인권지수

노동사회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참여정부의 인권지수

admin 0 2,635 2013.05.11 10:21

과연 행정은 교육에 앞서는가? 또한 대통령의 권한은 국민의 인권 위에 설 수 있는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한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 행정과 교육, 권력과 인권의 가치 사이에 대한 첨예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NEIS를 둘러싼 대립지점

교 육행정시스템(NEIS)이란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자료와 건강기록부 자료(인적사항, 가족관계, 성적, 출결, 행동발달상황, 키, 몸무게, 질병 상황, 건강상황 등 학생의 약 256가지 정보가 담김)를 인터넷으로 시도 교육청 서버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NEIS가 도입되면 학부모들이 민원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고, 가정에서도 학생들의 활동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전교조에서는 성적, 출결, 학생 생활 등의 정보는 민감한 정보로서 학부모와 학생의 동의 없이 학생 자료를 모으는 일 자체가 위법이며, 인터넷 대란, 은행신용정보 유출 등에서 보여지듯 정보 유출시 학생들의 피해가 엄청날 것임을 들어 NEIS에서 3개 영역을 분리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양쪽의 주장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5월12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가운데 교무·학사, 보건, 입학·진학 등 세 가지 영역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시민단체와 교원단체의 요구대로 해당 영역을 제외하고 시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헌법상 ‘사생활 비밀 및 행복 추구권’과 유엔 아동권리협약,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프라이버시 보호기준’등에 따라서 국가의 개인 정보 수집이 정보 주체의 동의 아래서만 이뤄져야 하고, 특히 민감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제한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전교조와 교육부 사이에 놓여 있는 대립지점은 무엇인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은 수시 입학과 예산, 보안문제이다. 수시 모집의 경우, 교육부는 NEIS 운영을 중단하면 고등학교 3학년 대학입학전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 전교조는 1학기 수시 모집은 2학년 2학기까지의 자료가 수록된 생활기록부 사본을 제출하면 되고, 앞으로의 2학기 수시나 대학입시는 시간이 충분하므로 기존의 학교종합정보시스템(CS)을 재개발해서 사용할 수 있어 NEIS와 수시 모집과는 사실상 커다란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예 산에 있어서는 교육부는 학교단위 CS시스템으로 업무처리를 할 경우, NEIS를 활용하는 것에 비해 5년 간의 운영비가 최소 8,400억원에서 최대 2조 2천억원이 더 소요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교조는 교육부의 예산 계획이 인건비에 대한 과장된 계산에 근거한 것으로 최대 예산은 950억원 정도뿐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보안 문제에 있어, 교육부는 NEIS는 금융기관에 버금가는 우수한 보안장치를 하고 있어, 학교 단위에서 관리하는 CS를 대신하여 안전한 NEIS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그동안 CS 보안의 문제점이 심각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없던 교육부가 도리어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CS를 앞으로 보완하거나 혹은 수기나 단독컴퓨터(SA) 방식을 도입하면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의 데이타베이스는 집적 규모에 비례하여 가치가 증대하며 따라서 수백만 아이들의 정보를 모으는 NEIS에서의 자료 유출과 해킹의 위험성은 CS 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쟁 의의와 전망

수 차례에 걸쳐 NEIS 시행 여부는 전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던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교육부 관료들과 조중동 언론의 반발 속에서 입장 발표를 미루더니,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삭제를 권고한 3개 영역 가운데 교무·학사 영역의 학교생활기록부 일부 내용과 보건 영역의 건강기록부 관련 항목만을 제외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교육부장관의 발언 번복 이후 NEIS 문제는 일파만파로 확산되었다.

당연히 전교조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영역이 NEIS에서 제외되더라도 질병치료에 의한 장기간 결석이나 조퇴의 경우 교무학사 영역의 출결항목에 결석, 조퇴 이유가 나오기 때문에 여전히 인권침해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성적이 곧 인격의 지표이며 해킹과 상업적 이익의 표적이 되는 우리 사회의 성적 지상주의 풍토 속에서 교무·학사, 입학·진학 영역 자체는 인권침해의 핵심이어서 타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논란의 확산에는 대통령도 한몫 하였다. 5월21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NEIS의 시행 논란과 관련해 전교조가 대화노력을 통해 문제를 풀지 않고 국가 제도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며, 만약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연가투쟁을 비롯한 집단행동에 돌입할 경우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리고 NEIS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대해서는 지나친 부분이 있으며, 22일에는 전교조, 한총련 등 때문에 대통령직 수행을 못해먹겠다는 발언까지 하였다.

그러나 시민단체들과 학계 인사들은 전교조가 국가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며 정부의 굴복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사태 인식은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국정과 교육의 총책임자가 인권과 관련한 인식 수준이 매우 낮은 데에 대해서 크게 실망하고 있다. 물론 노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굴욕적 방미외교에 대한 여론악화, 화물연대의 파업과 광주 한총련 시위사태 등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다는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들은 자신의 기조와 지지기반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에 빠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청와대 게시판과 노사모 홈페이지에서는 노무현에 실망했으며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후 국가인권위원회도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NEIS의 조사 책임을 맡아왔던 박경서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권고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고 하면서 “인권위가 네이스를 폐기하라고 한 적이 없으며, 인권침해 요소가 심각한 학사, 보건, 전·입학 등 3개 영역만 빼고 시행하라는 권고를 한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학생들의 개인 정보가 학교 담장 밖을 넘어서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며 “만약 교육부가 NEIS를 감행할 경우 현행 법률을 위반하게 되는 심각한 자기 모순에 빠질 것”임을 경고하였다.

한국사회 개혁 성패 달려 있어

이처럼 사태를 악화시킨 데에는 일차적으로 윤 교육부총리와 교육부의 수구관료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자체를 ‘참을 수 없는 가벼운’ 것으로 치부하면서 사태를 뒤엎으려는 윤 교육부총리는 전교조의 연가투쟁 교사가 1천5백∼2천명 될 것이라고 하며 노 대통령에게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전교조 쪽의 대화 의지 부족만을 집중적으로 보고함으로써 노 대통령의 극단적 사태 인식을 부추겼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했으면 되는 문제를 교육부 관료들의 말에 흔들려 교육현안에 한나라당, 조중동, 교총 등 범보수세력을 끌어들이는 꼴을 자초한 셈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정치권, 교육당국이 NEIS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노무현 정권의 존립기반, 나아가 한국사회 개혁성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현재 전교조는 교육부의 NEIS 시행 강행의사에 따라 5월28일 연가투쟁에 돌입할 것을 결정하고, 위원장을 비롯한 지부장들 무기한 단식 철야 농성에 돌입한 상태이다. 정부가 연가투쟁에 대해서 강력한 징계를 경고했지만 이것이 사태해결이 도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NEIS 시행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9만의 NEIS 인증 폐기자가 있어 이들이 NEIS 업무를 거부하는 한 화물연대사태처럼 이들을 처벌할 마땅한 법적 규정성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NEIS의 문제는 적어도 우리 사회가 인터넷 보급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화의 인프라만 되었지 정보 인권에 대해서 사각지대라는 사실과 정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반 조치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제 서로가 승리자가 되기 위한 해법을 찾는 길만이 남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