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과 주5일 근무제 논의

노동사회

임단협과 주5일 근무제 논의

admin 0 3,378 2013.05.11 10:06

주5일 근무제가 올해 임금단체 협상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5일 근무제 논의는 이미 수년째 임단협의 핵심 이슈를 형성해 왔지만 이번에는 올해 안에 제도화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노사 모두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놓고 첨예한 대립 양상을 빚을 전망이다.

특히 금융권이 2002년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금속노조 만도지부도 지난 3월 임금삭감 없는 주40시간 근무에 합의했으며, 삼성도 토요일 휴무를 실시하는 등 주5일근무제 실시가 사회적 대세를 이룸에 따라 노사 모두 주5일 근무제를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효성 있는 요구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또한 총연맹 차원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도로 주5일 근무제 재협상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협상이 결렬될 경우 주5일 근무제 문제는 6월 임시국회를 겨냥한 제도개선 투쟁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미 제조업노조 공동투쟁본부가 재협상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6월4일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등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고, 민주노총도 정부나 국회가 협상 결렬에 따라 6월 임시국회에서 독자 입법을 추진할 경우 총파업투쟁 등을 통해 강력히 저지한다는 입장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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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공투본이 주5일 근무제 토론회를 열고 있다.  ▷ 출처:한국노총 ]

제도개선 투쟁과 임단협의 연계

노 동계는 중앙차원의 재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기 위해 개별 사업장 차원의 임단협에서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경총 등 재계에서도 개별 사용자들이 임단협에서 노조의 요구를 최대한 방어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다.

주 5일 근무제와 관련, 개별 사업장 임단협과 제도개선 논의가 연계될 수밖에 없는 데는 먼저 개별 사업장 임단협에서 주5일 근무제가 유리하게 타결될 경우 제도개선 논의에서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사 모두 개별 사업장에서 유리한 타결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경우, 동종업계 시행이나 관련법 개정시 시행 등으로 타협점을 찾게 되는 데 이럴 경우 제도개선 내용이 사실상 임단협 내용을 결정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지난번의 정부입법안처럼 ‘기존 단협 및 취업규칙을 법개정 사항을 반영해 갱신해야하는 의무 조항’이 부칙으로 삽입될 경우 임단협에서 유리한 타결을 이루더라도 이후 노사갈등의 불씨를 안게 되기 때문에 노동계는 제도개선 논의에서 부칙 조항 삭제를 강하게 요구하는 한편 개별 임단협에서는 ‘임금저하 불가’ 조항만이라도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는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요구안만이 제출돼 있을 뿐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임단협 시기가 다소 지연되는 데는 외부적으로 노무현 정권 등장과 이라크 전쟁 발발, 국내경기 악화 등의 요인을 들 수 있다. 또한 주5일 근무제를 비롯해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 쟁점에 대한 노조의 요구안이 예년보다 많아지면서 교섭기간도 다소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금속노조의 산별중앙교섭이 5월 초에나 첫 교섭을 가졌고, 보건의료노조 집단교섭도 이제 추진단계에 있어 산별교섭에서 주5일 근무제가 쟁점을 형성하는 데 다소 시일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을 비롯한 노동계 주요 조직들이 당초 6월 중순에서 7월 초로 투쟁 계획을 연기하고 있어 노동계 임단협 투쟁은 7월 초가 되어야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5일 근무제 관련 요구는 업종별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이 초과근무 할증률, 주휴 유급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사무직의 경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대신 연월차 휴가 축소 범위를 놓고 노사가 논란을 벌이고 있다. 또한 병원 사업장의 경우 실제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인력확충 문제와 교대근무 시스템 전환이 주5일 근무제 도입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되고 있다.

제조업노조, 주5일제 전면에 내걸어

제조업의 임단협에서 주5일 근무제 실시 논의는 ‘임금 삭감 및 근로조건 저하 없는 실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노총의 금속, 고무, 화학, 출판, 섬유 등 5개 연맹으로 구성된 제조연대와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민주화학섬유연맹이 참여하고 있는 제조공투본은 지난 5월1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에서 이뤄지는 노동시간 단축 협상에 최대한 협력을 다할 방침”이라며 정부와 경영계의 합리적이고 성실한 협상을 당부하는 한편, 노동계 요구를 무시하고 국회 상임위 통과를 시도한다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제조공투본은 국회 재협상과는 별도로 “양대 노총 제조부분 1,800개 노조에서 일제히 단협갱신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제조연대는 지난 4월29일 대표자회의를 통해 주5일 근무제에 대한 ‘공동 대안’을 확정했다. 민주노총의 금속산업연맹과 민주화학섬유연맹이 민주노총 내부 조율을 고려해 제조공투본 요구안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공동 대안’은 사실상 제조공투본 내부 논의를 거쳐 양대 노총 제조부문 연맹들 사이에 동의된 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공동 대안’은 △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법에 명시, △ 연월차 휴가 18∼27일, 1년당 1일씩 추가, △ 연장근로 상한 및 할증률 현행유지, △ 휴가촉진 방안 및 선택적 보상휴가제 도입 반대, △ 2005년 7월까지 전 사업장 시행, △ 생리휴가 유급 유지 등 임금삭감 및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5일 근무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정부 입법안 부칙에 삽입되면서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 왔던 기존 단협 및 취업규칙을 법개정 사항을 반영해 갱신해야 하는 의무 조항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법이 개정되더라도 개별사업장 임단협을 통해 유리한 근로조건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에 앞서 발표된 제조연대 단협 공동요구안에서는 기준노동시간에 대해 △ 1일 8시간, 1주 40시간, △ 1주 5일 근무 기본, △ 지하 및 유해·위험부서 기준노동시간 1일 6시간, 1주 30시간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사용주는 기준노동시간 단축을 이유로 기준 내 임금과 노동조건을 여타의 이유로 저하시킬 수 없으며, 노동시간 단축분은 기본급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의 임금저하 불가 조항을 명시하고 초과노동에 대해서도 1일 2시간, 1주 12시간, 1년 20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사용자에게 구조조정 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유지 및 고용창출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더구나 이 같은 수준으로 타결이 어려울 경우 ‘관련법 개정시 즉각 주40시간제를 시행한다’고 합의하고 임금저하 불가 조항만이라도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는 노동계가 개별 임단협과 함께 제도개선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개별 임단협에서 주5일 근무제 관련 조항을 합의하기보다는 동종업계 시행 시, 또는 법 개정 시 시행 등으로 합의하려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사업장 상황에 따라 법개정 시 시행으로 합의할 경우에도 임금저하 불가 조항을 명시해 임금삭감을 최대한 막아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총연맹 차원의 총력투쟁을 통해 제도개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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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공투본의 주40시간제 완전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  ▷ 출처:금속노련 ]

자동차업종 노조, 타결 가능성 커져

민 주노총 금속산업연맹과 민주화학섬유연맹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를 공동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97개 중소규모 사업장이 참여하고 있는 금속노조 산별 중앙교섭에서도 주5일 근무제가 핵심 쟁점을 형성할 전망이다.
또한 국내 최대 기업별노조이자 사회적 파급력이 큰 현대자동차노조도 임단협 요구에 △ 1일 8시간 주 40시간, △ 토요일 및 일요일 유급 휴무, △ 주5일 근무제로 인해 이미 확보된 기득권 저하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이 와 함께 올해 단협 갱신이 없는 기아자동차노조도 하계휴가 이후 주5일 근무제 전면실시를 내세우고 있으며, 노사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하계휴가 이후에는 격주 토요일에 파업을 해서라도 주5일 근무제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부품사들 뿐만아니라 제조업 전체에 파급력이 큰 두 완성차 노조가 주5일근무제를 실시할 경우 다른 사업장 임단협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 구나 제도개선 논의가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4시간 축소해야 하는 데 반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 사업장은 현행 42시간 근무를 채택하고 있어 근무시간을 2시간 축소하면 되기 때문에 제도개선 논의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태다.

뿐 만 아니라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지난 3월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실시를 관철시킨 것도 다른 제조업 사업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도 노사는 △ 오는 7월1일부터 주40시간 근무시행, △ 법 개정 이후에도 노사합의 없는 임금 및 근로조건 후퇴 불가 등에 합의했으며, 7월 시행을 앞둔 5월, 6월에도 토요일 4시간 근무분에 대해 특근에 해당하는 통상급 150%를 가산지급하기로 했다.

사실상 5월부터 임금 삭감 없는 주40시간 근무제 실시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도 “주5일근무제 실시를 단협 요구안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합의 결과가 나왔다”며 “다른 사업장에서도 임금삭감 및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5일 근무제를 쟁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무직노조·보건의료노조, 주5일제 움직임

제 조업과 함께 주5일제 논의를 이끌고 있는 금융권에서도 주5일 근무제 논의가 활발하다. 이미 은행권과 증권계가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해보험 노사가 5월3일 오는 6월부터 주5일 근무제 도입에 합의했다. 각 보험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번 합의는 △ 6월1일부터 시행, △ 휴가축소 불가, △ 임금총액 저하 금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어 다른 사무직 임단협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삼성그룹이 주5일 근무제에 들어감에 따라 다른 대기업에도 잇따라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전망이며, 이미 격주 휴무제를 시행하는 사업장이 많아 주5일 근무제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무직 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연월차 축소를 통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격주휴무를 실시하면서 연월차 휴가를 상당 부분 양보한 사업장들이 있어 주5일 근무제 실시 교섭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도 산별노조 4대 핵심요구 가운데 하나로 주5일제 전면 실시를 내세우고 있으며, 중소병원들을 고려한 ‘중소영세 비정규직 희생 없는 주5일제 실시’와 이에 따른 인력확보 방안 마련, 휴무일 증가에 따른 응급의료체계 확립 등이 주요 쟁점을 형성할 전망이다. 특히 병원 사업장의 경우 주5일 근무제가 제도화되지 않고는 개별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주5일 근무제 실시 문제는 제도화된 이후에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다른 연맹에서도 사업장 특성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건설산업연맹 타워크레인노조는 일요 휴무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투쟁을 시작했으며, 올해에는 사용자 단체와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업계가 일요 휴무를 실시할 경우 건설현장의 다른 직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임단협과는 별개로 민주택시연맹, 자동차노련 등 운수노동자들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운수노동자특별법 제정 투쟁을 하반기에 벌일 계획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