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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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황혼

admin 0 2,955 2013.05.11 10:06

 


book_12.jpg이 책은 딱딱하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그런 류의 책은 아니다. 저자인 진덕규 교수가 여행과 강의실에서 느꼈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써 간 글이다. 그렇다고 너무 쉽게 생각하기에는 만만치 않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저자는 강의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이 민주주의 하면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떠올리는데 놀라웠다고 지적한다. 흔히 민주주의는 최선의 정치제도이자 만능의 제도로 생각하고, 모두가 참여하고 함께 소유하는 정치, 대중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민주주의는 "단지 다른 제도보다 어떤 면에서 조금 더 나은 것에 불과"할 뿐이다. 애석하게도 모두가 대등하게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는 페이지, 페이지마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결코 완벽한 것이 아님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는 다양한 실체로 나타났다.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로부터, 미국의 민주주의, 영국, 프랑스의 민주주의, 그리고 엘리트와 대중의 민주주의 등 다양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자리잡고 있던 '민주주의'에 대해 그는 하나하나 살펴본다.

"오늘의 민주주의는 황혼 속으로 걸어가는 노인과 같다. 여름 한 낮의 햇살에 길을 나설 수 없는 노인처럼 민주주의도 어두움이 감도는 저녁에만 어슬렁거리게 된다."는 책 속의 내용은 저자가 생각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어느 영국 노인과의 대화에서 흘러나온 '민주주의의 황혼'은 이제 저자가 바라보는 민주주의가 되었다. 미래를 기약해 주는 희망의 논리가 아니라 이제는 오래 사용해서 폐기해야 할 건전지처럼, 그러나 아직은 조금 더 쓸 수 있는 그런 제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꿈

민주주의의 황혼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책임과 헌신 그리고 인내에 바탕을 둔 시민이 사라져 버린 사회는 황혼의 민주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것이 민주주의의 다 인냥 여기는 순간 우린 '중우정치'(衆愚政治)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질문한다. "왜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천민성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하루아침에 정치가로 변신한 전업 정치인들이 엮어져 있는 패거리 식의 통치구조가 활개치고 있고, 자기 합리화나 적대 세력 제거의 논리로 이데올로기가 사용되며, 더 좋은 정치 사회가 아닌 사적 이익과 연고 때문에 정치에 참여하는 한 우리의 천민성은 극복될 수 없다고 그는 역설한다.

그는 민주주의를 향한 꿈을 '시민사회'와 '공공성'을 통해 실현시키려 한다. 내 이익을 위해서 남의 이익도 인정해야 하는 공리적 합리주의에 바탕한 공공성. 공공성에 바탕을 둔 공공체로서의 시민사회의 성립.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시민이 형성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저자는 이건 개인의 몫으로 돌린다. "내 스스로 공공성을 받아들이고, 혁명적인 자아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저자는 그의 대안이 윤리적이란 평가를 받았다고 후기에 적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기 혁명을 주장하는 이유는 후기에 잘 나와 있다.(진덕규 짓고, 학문과 사상사 냄. 만원)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