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합법화 투쟁, 현황과 과제

노동사회

공무원노조 합법화 투쟁, 현황과 과제

admin 0 3,920 2013.05.11 10:03

작년 하반기 노사관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공무원노조의 합법화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공무원노조 합법화와 관련, 노조 명칭 허용,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일부 보장, 특별법 형태, 내년 시행 등을 골자로 한 입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는 정부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공무원 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재현되었다. 또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공무원노조의 향후 일정에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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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과정

1996 년 OECD 가입과 함께 논의되기 시작한 공무원 노동기본권은 지난 1998년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거치고 난 후 과도기로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설치되었으며, 지난 2년 동안 계속 법제화가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작년 행정자치부가 공무원 노동기본권 마련을 위해 입법예고안 법안은 ‘노동조합’ 명칭 사용 불허를 비롯한 독소조항을 가지고 있어 공무원단체들의 반발을 샀고, 급기야 11월 법외단체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중심이 된 공무원 연가투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긴 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공무원 노조의 합법화 입장을 밝혀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전망이 밝아지는 듯 했다. 공무원노조는 정부 입장의 긍정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둘러서 입법화하기보다는 공무원 단체들과 정부가 합의를 거쳐 노정(勞政) 단일안을 만들 것을 주장했다. 특히 입법화 방향도 중요하지만 조합원들의 사면복권과 징계철회 문제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 무원노조는 5월13일 결의대회를 갖고 정부를 압박한다는 차원에서 5월22일, 2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강행과 가결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하였다. 노조는 “교원노조관련 특별법 수준의 공무원노조 법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을 갖고서 대정부 직접 교섭을 통한 노동3권 보장과 일반법에 의한 공무원노조 인정을 요구하였다.

정부가 5월19일 발표한 △ 입법형식은 특별법 형태로 제정, △ 노조 명칭 허용, △ 단체행동권을 금지한 노동2권 보장(단, 법령과 예산에 관련된 단체협약 제한)을 골자로 한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요구사항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3권 보장, 일반법 형태 등 노조 요구안이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공무원노조를 둘러싼 쟁점

노 조가 반발하는 부분은 입법형식, 권리범위, 조직형태, 가입 범위, 노조활동 보장, 교섭주체, 교섭대상 이렇게 일곱 가지에 해당된다. 이 중에서 입법형식과 권리범위를 둘러싸고 정부와 전국공무원노조 사이의 대립이 가장 첨예한 상태이다.

공무원 노조는 특별법 제정은 공무원의 단결권을 제한하는 악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자주적’ 단체이므로 공무원인 노동자가 참여하는 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하여 구체적인 법규정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법 제정이 아니라 노조법 제5조 단서 조항, ‘공무원…에 대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를 개정하여 공무원의 노동3권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가 완전한 노동3권 쟁취를 주장하는 데는 전교조 사례로부터 영향을 받은 바가 적지 않다. 합법화 4년째를 맞는 전교조의 ‘1.5권’ 특별법이 노조활동에 뚜렷한 제약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의 주장에 대해 전폭 수긍하지 않는 의견들도 존재한다. 공무원노조가 전교조를 자신들의 잣대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전교조의 권리는 십년 동안 법외노조로 활동하면서 천여 명이 넘게 해고를 당하는 투쟁을 통해 쟁취해 낸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역사와 경험이 일천하고 조직역량이 크지 않다는 점을 냉정하게 평가한 가운데 전술과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 무원노조는 정부의 노동3권 제한을 명백한 헌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단체행동권의 금지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노동쟁의조정법 제12조 제2항 등 공무원의 쟁의행위금지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선언이 있어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전국공무원노조의 요구에 대해 권기홍 노동부장관은 지난 4월29일 전국공무원노조와의 면담 자리에서 “공무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말고 노동자로 대해 달라는 말인가?”하면서 “단체행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조 직형태에서 노동부는 헌법기관, 시·군·구 등 최소단위만 규정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공무원노조는 조직형태 및 조직대상과 범위는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고유권한이므로 자체 규약으로 정하거나 단협을 통해 정할 사항으로 파악한다. 특히 공무원노조 관련 복수노조를 인정하고 있는 노동부 안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유일단체로 인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한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라는 또 하나의 공무원 노동조합이 꾸려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공무원 단체간의 갈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정부의 강경 자세

공무원노조는 노동부 안이 발표된 5월20일 다음 날 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예정에 따라 22일, 2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갈 것임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 오는 22∼23일 실시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대한 원천봉쇄 방침 철회, △ 5·18 기념식 해프닝 관련 공무원 노조원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 철회, △ 공무원노조 일방 입법방침 철회 및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정교섭단 구성 등을 요구했다. 또한 쟁의행위가 가결되더라도 일단 6월16일까지 정부와 협상을 시도한 뒤 더 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교섭결렬을 선포하고 즉각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두관 행자부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공무원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불법 집단행동은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찬반투표 주동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와 노조간의 팽팽한 긴장이 오가는 가운데 공무원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예정대로 강행되었다. 첫날 서울, 충남, 전남, 부산 등이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되었지만, 경기지역의 경우 3개 지부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하였다.

정부는 공무원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관련해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법무·행자·노동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한 관계 장관 간담회를 열어 찬반 투표 주동자를 가려 법에 따라 처리하기로 하는 등 대응 방침을 마련했다. 고 총리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일 뿐 아니라 국가기강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각 부처의 장관과 지방 자치단체장들은 이를 위반한 공무원에 대해 징계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차봉천 위원장 등 18명을 사법처리하기로 하고, 이들에게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 부결과 이후 과제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전체 조합원 8만5,685명 가운데 5만6,087명(65.46%)이 투표해 3만9,978명(71.27%)이 찬성했으나 재적 대비 찬성율이 46.65%으로 과반수에 못 미쳐 쟁의 행위는 부결됐다. 투표 결과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악랄한 방해와 압력, 실력 저지 등을 동원한 가운데 민주적 절차에 의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신분상 불이익 위협 등 강압에 의한 투표참여율 저조에 따라 찬성율 미달을 초래한 것”으로써 “투표결과를 그대로 인정할 것인지 인정하지 않고 무효로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여지가 아직 남았다”고 밝혔다.

쟁의행위 투표결과는 정부의 강력한 투표참여 저지라는 외적 요인도 컸지만, 내부 요인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했다. 우선 쟁의행위의 목적이 갖는 선명성이 작년에 비해 떨어졌다. 작년에는 노동조합의 인정 여부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 쟁의행위에 대해 조합원들의 지지가 높았지만, 올해는 합법화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합원들의 기대감이 커졌고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1.5권’을 굳이 반대해야하는가 하는 정서가 조합원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것도 사실이다. 또한 작년과는 달리 준비도 부족했으며, 조직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으로 지도력이 약해진 측면도 있다. 그동안 공무원노조가 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정착시키고, 간부 역량을 키워내고, 조합원을 중심에 놓고 사고 하는 노조활동의 기본에 충실했는가 하는 지적도 있다.

뜻밖의 투표결과를 놓고 결정을 하지 못하던 공무원노조는 이 결정을 중앙위원회로 넘겼고, 5월26일 개최된 중앙위원회의 결과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중앙위원회에서는 투표 결과의 해석과 지도부 사퇴를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정부의 방해공작을 들어 무효를 주장하는 의견과, 만일 무효를 선언한다면 도덕적 정당성이 크게 훼손되고 이후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맞선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위원회 결과에 따라 차봉천 위원장은 사퇴를 하고 수석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기로 한 상태이며 이후 보궐선거와 투쟁 방침은 6월8일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키로 했다.

이번 투표 결과와 지도부 사퇴는 공무원 노조의 진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무원노조의 향후 행보에 노동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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