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한 일은 전직원을 노조에서 탈퇴시킨 일입니다”

노동사회

“제가 잘한 일은 전직원을 노조에서 탈퇴시킨 일입니다”

admin 0 3,212 2013.05.11 09:59

내가 ‘판매노동자’들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분쇄 투쟁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에서 상경투쟁하는 그들을 만났다. 대우그룹 본사 점거투쟁, 7~8개 영업소 동시 점거농성, 잠깐씩 본 동지들은 역시 금속노동자였다. 상경투쟁을 오래하다 보니 나중엔 밥 한끼 사먹을 돈조차 떨어져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2002년 1월16일 서울역 앞, 4백여 명이 모여 투쟁선포식을 하는 자리에서 전병덕 위원장과 지부장들의 삭발식을 보면서 흘리던 그 분노의 눈물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비록 1천여 명이었던 조합원들이 1백30명 이하로 줄고 조합비가 가압류돼 투쟁자금이 바닥났지만, 영업소 현장에 ‘살아있는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투쟁하는 노조’가 되어 2003년 투쟁을 만들고 있다.

십년의 노조 파괴 역사
 
hsjung_01.jpg대 우자동차판매(주)는 GM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로 대우자동차와는 별도의 법인회사이다. 대우자판은 또한 창사이래 계속 흑자를 내 2000년 1천4백 억원의 흑자, 2001년부터 2003년까지 6백 억원 가량의 흑자를 기록해왔으며, 부채비율 70% 가량의 초우량기업이다.

이 회사 노사관계는 1991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대기업 연대회의 파업 뒤, 비서실에 있던 이동호(현 사장)를 대우자판영업소장으로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 동호는 자신이 부임한 영업소의 조합원들을 모두 조합에서 탈퇴시켰고, 이 일로 그는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 뒤 그는 사조직을 만들어 1997년 8월부터 약 1년 동안 조합원 1천명 정도를 탈퇴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 때 만든 반(反) 노조조직이 바로 전문영업직발전협의회(아래 전발협)이다. 이동호는 이런 행위로 1998년 노동부 특별조사까지 받았지만 그의 기세는 꺽일줄 몰랐다. 2000년 대우자판 워크 아웃 당시 전무로 있던 정 아무개가 사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전발협 소속 관리자들을 시켜 집단 사표를 제출케 하는 무력시위를 벌여 결국 지금의 사장 자리를 차지했다.

부당노동행위, ‘구체적인 증거’ 몇 가지  
    
대 우자판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는 한마디로 ‘백화점’과 같다. 종류도 다양하고 횟수도 엄청나다. 이런 모진 탄압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대우자판 조합원은 회사 쪽이 벌인 부당노동행위의 ‘물증’을 잡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약 3백 쪽 분량의 증거를 확보했다. 그 중 몇 가지 사례만 살펴본다.

1) ‘블랙리스트’ 조합원사찰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 1본부 성동지점 김 아무개, “성격은 소심하나 노조에 관심이 많음…집회에는 거의 참석치 않고 파업에 동조”, 지점장 통제 가능성: “△”
·장위지점 최 아무개, “다소 과격한 성격으로 깊은 관찰을 요함. 집회 및 파업에 적극 동참, 성북 출장소 폐쇄 관련하여 장기간 이동거부”, 지점장 통제 가능여부: “×”

서 울 2본부에서도 지점별 신임 대의원을 노조활동에 적극적이거나 별로 관심이 없다고 판단되는 대의원을 “A, B, C"로 분류했다. 이런 조합원사찰은 최근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영업소별 조합 탈퇴 공작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2001 년 9월 중구영업실 윤 아무개소장이 본부 상무에게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부임 후 제일 잘한 일이 1997년 11월 영업소 전 직원을 조합에서 탈퇴시긴 일이며, 제일 안된 일이 2001년 2명이 노조에 가입한 일”이라며 “남은 조합원들을 반드시 탈퇴시키겠다”고 적고 있다.

이들 영업소장들이 본사에 낸 보고서에는 대우차판매 경영진이 노조파괴에 얼마나 혈안이 되었나를 보여준다. 이들은 차를 얼마나 많이 판매했는가보다는 조합탈퇴를 얼마나 더 많이 시켰는가하는 게 더 빨리 승진하는 길임을 알고 있었다. 

2) 전발협 육성화 → 노동조합 무력화

1998 년 10월 노사관련 지점장 회의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노조가 영업직원의 전망을 빼앗아간다”고 부추기면서 “차 못 파는 직원”들이 모여 있는 노조에 가입하지 말고 영업전문가로서 꿈을 키우려면 “전발협에 가입해야 한다”는 식으로 유도했다.

서울 2본부 조직가입 운영현황에서 보면 “신입 카매니저 입사자는 전원 전발협 가입원칙”을 못 박고 있다. 회사는 신입사원 교육기간에도 선배와의 대화시간을 마련해 전발협 간부가 전발협 소개 교육을 하게끔 했다. 교육 뒤에는 지역 본부장, 영업소장과 전발협 가입을 강요했다. 회사는 전발협 간부에 대해 시간할애, 임금지원, 인사고과시 배려 등 끊임없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임단협때도 마치 전발협과 교섭을 하여 합의한 것처럼 직원들을 속이기도 했다.

3) SR 동의서 = 임금체계를 바꾸고 비정규직으로 전환

2001 년 10월 GM에서 대우차를 인수한 뒤 대우자판은 곧 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 회사가 내놓은 ‘노조 파괴 결정타’가 바로 임금체계를 CM(Car Manager)에서 SR(Sale Representative)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노조가 강력하게 반대하자 회사는 아예 노조를 무시하고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동의서를 받아내기 시작했다.  

이 개악안은 직영들에게 지급하던 월 평균 1백70만 원의 기본급을 43만 원으로 낮추고, 자동차 한 대를 팔 때마다 받던 12~15만 원의 성과급을 35~43만 원으로 올리는 방식이다. 즉, 기본급과 성과급의 비율을 3:7로 기본급은 낮추고 성과급은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 개악안에 동의하면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입사를 하는 방식을 거쳐 정규직이 비정규직 딜러로 바뀌게 된다. 

이에 노조는 전국에서 3차례나 상경총파업을 했다. 그러나 회사는 반발하는 조합원들에게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하겠다”고 했다. 노조가 “조합원만 정리 해고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해도 회사는 “불법이라도 상관없다. 법으로 가면 3~4년이 걸릴 테니 그 때 가서 벌금 몇 푼으로 해결하면 된다”면서 “노조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냐?”는 태도를 보였다.

4) 조합원은 직원이 아니다!   

회 사는 조합원뿐 아니라 영업소 관리자들에게도 끊임없이 직장폐쇄 위협을 가했다. “상경 파업 전 대응지침”이라는 회사 문건을 보면 “영업소 직원 중 50%이상이 파업에 참석할 경우 직장을 폐쇄하겠다”고 나와 있고, 실제 조합원들이 근무하던 영업소 43개 중 37개를 폐쇄하고, 조합원들을 전시장도 간판도 없는 통닭집 2층, 3층으로 발령을 냈다.

이동호 사장의 지시에 따라 “조합원은 회사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조합원은 당직근무에서 제외되고, 인사고가에서 누락되고, 회사 교육도 하지 않고, 성과금, 격려금도 주지 않았다. “SR에 동의하지 않은 조합원은 모두 강성 조합원이며 이들을 모두 퇴사시키고, 그것도 안되면 영업소를 폐쇄하라”는 게 사장의 지시라고 모 본부장 다이어리에 적혀 있었다.

최근 들어 탄압은 더욱 치졸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조합원들은 무노동무임금에 시달려 생계가 말이 아니다. 그런데 회사는 이를 악용해서 “퇴직금에 5천만 원을 더 주겠다”며 “지금 나가라”고 비열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

5) 리본착용도 ‘업무 방해죄?’  

2002 년 1월, 노조의 3차 상경총파업 관련, 회사가 낸 대응방안에는 조합원 설득 방식, 현장과 본사 대응 방안 등이 치밀하게 나와 있다. 우선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철저히 막기 위해, “회사의 SR체계와 정리해고에 대한 입장은 불변이다. 대우자동차 정리해고자들의 어려운 생활을 예로 들며 동의서를 거부하거나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정리해고 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할 것을 지시하고, 장기간 파업하면 조합원만 손해본다며 조합 내부를 분리시킬 것, 본사는 경찰, 검찰, 노동부, 국회에 사전 로비를 통해 불법행위를 정당화시키며 회사 홍보를 통해 압박하겠다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특히 회사는 ‘영업직’임을 내세워 조합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해 왔다. 임단투 때 리본착용은 ‘업무방해’, 머리띠 착용, 사복출근은 ‘불법쟁의행위’, 정시출퇴근, 집단조퇴, 집단 연·월차, 업무일지 작성거부, 구호제창, 대자보·현수막 설치, 근무중 유인물 배포들이 대부분 ‘업무방해, 불법파업에 해당’된다. 그리고 주동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증거를 모아 고소할 것 등을 지시해 놓고 있다.  

이동호 구속과 노조 다시 세우기 

지 난 4월17일 금속연맹은 대우자동차판매(주)를 노동부와 검찰에 고발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19일 인천지검은 부당노동행위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대우자판에 대해 긴급 압수수색을 했다. 현재 검찰은 수거한 자료를 토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동호 사장은 당장 구속시켜야 한다. 왜냐면 그는 그동안 부당노동행위로 무려 38번이나 고소됐지만 안타깝게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처벌이 ‘불법부당노동행위’ 때문에 고통받았던 판매조합원들에게 ‘노조를 세우는 힘’이 되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수많은 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끝으로 대우자판노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서로 버티는 것만으로도 노조를 지켜 냈고, 임금체계 개악을 막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노조 간부로서 또는 조합원으로서 현장에서 당당하게 서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