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노조의 산별교섭과 주5일근무제 쟁취

노동사회

증권노조의 산별교섭과 주5일근무제 쟁취

admin 0 3,615 2013.05.11 09:42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이하 증권노조)은 1999년 3월 건설된 이후 4년 동안 산별교섭에서 계속 진전을 이루어왔다. 2001년에는 집단교섭과 대각선교섭을 통해 통일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2002년에는 경총과 산별교섭을 전개해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5일근무제를 쟁취하였다.

2003년 임단투에서는 증권업협회를 상대로 대사용자단체 산별교섭을 요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증권노조는 아직까지 산별노조를 통한 현장강화, 일상활동 강화, 산업별투쟁 등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산별노조의 힘을 최대한 활용한 단체교섭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주5일근무제 쟁취 등의 성과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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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6월 17일 여의도 중기협 중앙회 회의실에서 열린 경총과의 첫 교섭  ▷ 출처:증권노조 ]

1. 산별교섭의 진전

사용자들의 경총으로 교섭권 위임


증 권사 사용자들이 2002년 임단협 교섭권과 체결권을 경총으로 위임한 것은 산별노조에 대응하여 사용자단체를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서 짜낸 고육지책이었다. 증권사 사용자들은 교섭권을 위임하기 위해 증권업협회, 변호사 등과 협의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용자들은 1999년 3월 증권노조가 건설된 후 3년이 경과하면서 산별노조의 교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사용자단체를 만들거나 이미 구성된 사용자단체를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경총으로의 위임을 통해 보여주었다.

교섭 권을 위임하게 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사용자 입장에서 대각선교섭이나 집단교섭이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증권사에 노동조합들이 설립된 후 10여 년 간 사용자들은 기업별교섭만 해보다가 증권노조 설립 후 3년에 걸쳐 대각선교섭과 집단교섭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노조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산별노조는 통일된 요구와 방침 및 교섭의 전문성을 갖는 반면, 사측은 공통된 준비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3∼4개월 간 대각선교섭과 집단교섭에 대표이사부터 인사부서 전체가 매달리는 것도 과도한 비용지출인 것이다.

둘째, 다양한 교섭방식에 의해 체결된 통일단체협약을 갱신하기 위해서는 통일교섭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1년은 대각선교섭을 통해 전 지부의 공통된 단협 조항을 모아서 산별협약(통일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통일교섭을 통한 통일협약 체결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산별협약이 체결되었기 때문에 이를 갱신하는 교섭 방식으로 대각선교섭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교섭틀이 되었다. 사용자들은 산별교섭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교섭에 경험이 있고 사용자단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상으로 경총을 선택한 것이다.

다양한 교섭시도와 산별교섭의 진전

증 권노조를 건설하기 전과 건설 직후에는 교섭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갖지 못했다. 산별노조를 건설한 1999년에는 임단협 상견례 때와 조인식 때만 위원장이 참석하는 형식적인 교섭, 2000년에는 대각선교섭, 2001년에는 임금집단교섭과 대각선교섭을 통한 통일단체협약 체결, 2002년에는 사용자단체와의 산별교섭을 이루어졌다.

산별교섭이 진전된 중요한 계기는 2000년에 점심개장(점심시간에도 증권시장을 여는 것)을 도입하려고 할 때, 조합원들의 투쟁을 바탕으로 점심개장으로 인한 초과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집단교섭을 시도했던 것이다. 증권노조 7개 지부와 7개 기업별노조에서 교섭권을 위임받아 14개 회사 사장들과 집단교섭을 실시하여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대한 단체협약 보충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후 통일교섭과 주5일근무제 쟁취의 초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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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임단협(안) 및 체결 내용

임금


2002년 임금방안은 안정적 생활임금 확보, 지부별 임금격차 극복이었다. 임금안은 총액대비 12.1%인상이었으며, 임금협약으로 성과급제 등 임금제도 통일을 위한 “증권산업 임금제도협약”을 요구하였다.

임 금인상은 7%인상으로 타결되었다. 임금인상율 7%가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적자사업장이 있는 상황에서 개별교섭을 하였다면 사용자들의 지불능력, 경영상태 악화 논리에 밀려 낮은 인상율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지부들을 감안한다면 산별교섭을 통해 인상율을 기대치만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임금제도협약이 쟁점화되지 못한 채 철회되었고, 지부간 임금격차 해소 등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하는 전략전술은 미비했다.

단체협약

2001년 99조에 이르는 통일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단체협약의 기본틀과 채무적 부분은 상당수준 확보한 상태였다.

2002 년 단협의 주요 쟁점은 분기별 증권산업 노사협의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균등처우, 비정규직의 조합가입 등이었다. 타결의 주요 내용은 년 1회 사용자들과의 간담회 개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회 부여와 처우개선 노력을 명문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이 50%를 상회하던 하나, 한양지부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회가 주어졌다. 다른 지부들은 2001년 단체협약을 통해 지부보충협약으로 비정규직 비율상한제, 공개채용시 비정규직 채용금지, 정규직 전환프로그램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비정규직의 조합가입에 대해서는 사용자들에게 단체협약에서 조합가입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수세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산별노조 규약에 따라 비정규직을 조직화하여 공통의 요구로 투쟁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주5일근무제 쟁취

2002 년 임단투의 가장 큰 성과물은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5일근무제 쟁취이다. 증권노조 주5일근무제는 영업직의 경우 주40시간, 관리직은 주42시간(월∼목: 8시간 30분 근무)을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연월차휴가 등 근로조건을 후퇴시키지 않고 도입되었다. 다만 지부별로 정기휴가를 6일에서 5일로 조정하는 수준의 휴가조정이 있었다.

2000년 전체 조합원의 노력으로 점심개장 투쟁과 점심개장 합의서를 받아낸 역량이 금융노조와 달리 연월차를 비롯한 근로조건을 후퇴시키지 않고 주5일근무를 쟁취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었다.

증권노조의 주5일제 합의는 노사간 쟁점사항과 노사문제가 갈수록 기업단위 교섭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단체교섭의 기능을 잘 살린 산업별교섭의 결과물이었다.

증권노조의 주5일제는 7개 지부가 합의한 것이지만 2개월 사이에 40여 개가 넘는 거의 모든 증권사(삼성, 동부제외)로 확산되었다. 이를 통해 산별협약이 내용에서도 산업 내부에 확장·적용되는 사례를 남겼다.

3. 한계

증 권산업에 종사하는 3만5천여 명의 노동자중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는 40%정도이며, 증권노조 조직율은 17%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21%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미조직 노동자, 기업별노조로 남아있는 노동조합 등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직화와 산별노조 강화가 증권노조의 과제로 남아 있다.

체결된 산별협약이 증권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조직화사업과 산별노조 확대사업이 필수적이다.

증권노조는 산별교섭의 진전으로 명실상부한 조직의 틀을 갖추어 나가고 있지만 투쟁과 활동, 인력과 재정의 최대 집중, 조합민주주의 실현, 현장조직력 강화가 함께 향상되지 못한 채 교섭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산별노조 건설 후 강력하고 전문적인 교섭력을 이용하여 통일협약을 체결하고, 산별교섭을 이루어냈지만 조직 전체로는 산별교섭의 방향과 조직체계와 운영에 대한 방향이 부족한 것 또한 현실이다.

2002 년에는 전년도에 하지 못하였던 임단투 출정식, 지부운영위원회 합동수련회, 경총 점거 농성을 힘차게 전개한 바 있다. 그러나 산별교섭을 뒷받침하는 산별투쟁을 계획하고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교섭에만 매몰되는 임단투를 극복하기 위해 2002년에는 공동쟁의 발생신고서 제출 및 파업을 포함한 투쟁 계획을 세웠지만 조직적 준비부족이 노출되었다.

교섭위원의 전문화와 지부의 집중적인 조직사업이라는 역할 분담 시스템이 가동되지 못하고 임단협 기간 중 지부사업의 공동화 현상도 초래되었다.

4. 과제

2003 년에는 증권업협회를 상대로 사용자 단체교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은 증권노조 지부가 아닌 기업별노조들의 교섭권과 체결권을 위임받기 위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증권노조 소속이 아닌 기업별노조들의 교섭권과 체결권을 위임받아 공통투쟁을 전개하여 올해 안에 증권노조로 모두 편재하는 것 또한 목표이다.

이미 체결된 통일단체협약과 임금인상율 협약을 뛰어 넘는 산별협약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단체협약 중 비정규직, 여성 등 산별협약으로 담을 수 있는 내용을 강화하는 것, 임금협약중 연대임금이나 산업내 최저임금제도를 포함해 산별 임금협약을 구성하는 것, 제도개선관련협약을 만드는 것 등이 2003년의 과제이다.

증 권노조는 4년 간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토대로 2003년 사용자단체와의 교섭과 산별협약 강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주요한 사업내용은 임단투 시작 전에 비정규특별위원회를 통한 조직화 방안 및 비정규직 철폐투쟁, 여성국을 통한 학력차별·간접차별 철폐투쟁, 임단협 TFT를 통한 산별협약 토론 등을 준비하여 임단투를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조직적으로는 제2금융권 구조조정저지, 산별노조 확대강화, 미조직 비정규조직화, 산별 조직운영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비록 더디더라도 증권노조의 노력이 밀알이 되어 산별노조의 확대 강화에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