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생생하게 다루었으면"

노동사회

"현장을 생생하게 다루었으면"

admin 0 2,152 2013.05.11 09:34

현대자동차 노조의 교육위원인 임 경우 회원(44)을 현대자동차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자그마한 체구였지만 강단 있어 보이는 얼굴의 임 경우 조합원은 현대자동차에서 엔진조립작업만 18년 동안 해왔다. 

저녁 먹을 시간이라 회사 식당에서 요기를 하기로 하고 그를 따르는 내 걸음이 쉴 틈이 없었다. 빠른 발걸음과 식사 내내 몇 마디가 오고가지 못한 것은 나의 불찰이라기 보다 언뜻 경상도 사람의 무뚝뚝함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은 후, 회보에 들어갈 사진을 야외에서 찍기로 하고 조합 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될 수 있으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웃는 모습이 좋을 것 같아 여러 차례 말도 붙였지만 영 웃지 않는다.

mk_03_1.jpg두발 자유화가 노조 요구인 시절

“노동조합에 가입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노동부 탓이죠”
엥? 웬 노동부. 자초지종은 이렇다.

“고 등학교 시절 실습 나간 공장에서 임금을 받지 못했어요. 노동부에 신고해 보란 주변 얘기에 같은 처지의 학생들과 함께 노동부를 찾아갔죠. 이러저러해서 왔다니까 자기가 해결해 주겠다며 바로 회사에 전화를 걸더라구요. 그러자 회사 직원이 봉투에 돈을 넣어 부리나케 달려 왔어요. 임금을 받으려고 다섯 번이나 찾아갔지만 허탕을 치고 돌아 왔는데 전화 한 통으로 만사 오케이였죠.”

노동부와 노동조합이 비슷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고, 노조에 가입하면 피해를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얘기해 주었다.

1986 년도에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그에게 1987년 바로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노동조합결성식이 있었고 그는 결성식 한 켠을 지키고 있었다. 당시 일화 한가지.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위해 모였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회사에게 원하는 요구사항을 받았는데, 그 첫 요구가 ‘두발 자유화’였다. 당시 현대자동차에서는 바리깡을 들고 다니면서 머리가 긴 노동자를 적발해 머리를 강제로 잘랐다고 한다.

대안 제시하는 『노동사회』가 되길

연구소와는 1999년도 현대자동차 교육부장 시절 교육관련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노동사회연구소를 방문해 보라는 주위 권유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노동사회』를 이용해 만든 교안을 보여주며 자료로써 많은 가치가 있다고 했다.

노동사회를 자주 보냐는 질문에 “현장에 있을 때 보다 덜 읽게 된다”며 그래도 “현장 투쟁 관련 소식이나 특집은 꼭 읽고 있다”고 했다.

“옛날엔 책을 뒷주머니에 꽂고 다니면서 읽을 정도로 다들 열심히 공부했어요, 소모임이나 동아리도 많았고…” 뭔가 할말이 더 있어 보이는 눈치이다. “근데 요즘엔 인터넷 때문인지 영 책을 안 읽는 분위기네요.”

대의원 시절, 1998년 고용안정투쟁, “비투사, 눈투사”란 얘길 들으며 “맹목적”일 만큼 열심히 했던 노조활동에 대한 얘기로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마지막으로 『노동사회』를 위해 꼭 하고 싶은 말씀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노동사회』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다뤘으면 해요. 그리고 현장의 문제를 다각도로 다뤄서 현장 활동가들이 교육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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