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이 죽어간다

노동사회

락이 죽어간다

admin 0 2,734 2013.05.11 09:31

우리의 좋고 싫음을 떠나 미국의 대중문화는 이미 전 세계에 뿌리깊게 박혀있고 우리도 그 자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시대다. 어느 나라나 미국의 대중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일본 가요인 J-POP이나 한류(韓流) 같은 '국내' 혹은 '지역정서'에 기대는 팝 시장이 발전하는 단계에서 뼈대를 이루는 것은,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간 미국에서 타악기로 두들기던 노동요에서 그 근원을 빚지고 있는 락(Rock) 음악이다. 

빈사 상태의 락 음악

bsson_01.jpg하지만, 최근 한국의 대중음악계는 락에 관한 한 빈사 상태를 맞고 있다. 음반시장의 위축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독립음반과 공연에서도 언제부턴가 실험성이 느껴지는 작업이나 강력한 생동감을 주는 공연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락을 대중음악의 적자로 복권하기 위한 작업이 최근 들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저항과 반항'의 음악인 락을 연주하는 긴 머리에 가죽옷을 입은 '락커'들이 직접 나서서 협회를 조직하고 시장의 냉혹한 상업성과 대중의 무관심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세종문화회관 세미나실에 모인 이들은 각자 자신이 느끼는 '장르 소멸'의 위기의식을 가감 없이 말했다. 인디밴드 해모수의 리더 '해모수'(예명)는 "지금 락이 숨이 넘어가는 순간"이라며 "대형 방송국들의 공짜공연 남발로 공연무대가 초토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0년대 말 시나위, 부활과 함께 한국 락 음악의 초석을 구축한 밴드 '백두산'에서 리드기타를 맡았던 기타리스트 김도균씨는 "80년대 말 락이라는 장르가 대중적으로 더 탄탄히 나 갈 수 있는 기회를 서로의 견제와 준비 부족으로 놓친 것이 당시 락을 이끌던 입장에서 가슴에 아직도 부담으로 남는다"며 "당시 더 큰 무대(세계시장)에서 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에 팀이 해체되게 한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또한 김씨는 "긴 음악행로를 통해 나는 국악과 락을 접목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락과 관련된 된 행사나 모임에는 사회적 의무로 생각하고 참여를 한다"며 "미국도 민주당이 집권하면 락이 더 융성하고 보수적인 공화당이 집권하면 전통적인 팝 발라드가 유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는 개혁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도 '진짜 댄스'도 아닌 희한한 기획음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sson_02.jpg윤도현 식의 락이 아닌 락

헤비메탈 밴드 '블랙신드롬'의 멤버인 김진만씨는 "윤도현 같은 '락이 아닌 락'은 시장에 있지만 정통적인 락은 갈수록 자리를 잃고 있다"며 "영화로 비교하면 락은 액션이고 메탈은 그 중에서도 공포물이나 강렬한 대형액션"이라며 "액션의 매력을 소리로 즐기고 싶은 분은 앞으로 락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락 밴드들보다 대중적인 인지도나 인기 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블랙신드롬'의 멤버들도 "음반시장에서 기획사를 중심으로 한 기이한 유통망의 독과점과 홍보시스템, 그리고 방송국의 공연시장 교란을 시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밴드는 다행히 락 발라드 중 몇 곡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 팀 운영이 되고 있지만 요즘 락커들이 락이 사랑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락이 아닌 것과 락을 섞으려다 실패하면서 매니아들이 떠난 부분도 있는 만큼 앞으로 락의 진정한 모습을 찾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석에 앉아 있던 한 기타리스트는 락이 왜 그토록 소중하냐는 질문에 "락은 진실에 다가 서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락이 죽어간다. 시장의 상업성에 저항하는 몇 안 되는 음악인 락이 죽어간다.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