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투기자본에 대한 노조의 대응 마련해야

노동사회

국제 투기자본에 대한 노조의 대응 마련해야

admin 0 3,569 2013.05.11 09:29

외환위기 이후 더욱 거세진 세계화는 자본의 천국을 만들고 있다. 최근 금융산업의 상황을 보면 경제뿐만 아니라 노사관계도 외국자본에 포위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8개의 시중은행 중 제일, 한미, 외환은행 등 3개 은행은 외국인 소유로 넘어갔고, 외국계가 최대주주인 은행의 숫자는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제1금융권의 경우, 11월3일 외환은행이 해외 투기자본 론스타가 51%의 지분을 획득, 최대주주로 등장했으며, 한미은행, 제일은행 등의 외국계 대주주들은 다른 해외자본인 스탠다드차타드와 테마섹, 시티은행 등에 지분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 또 우리금융의 경우는 경영권 매각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제2금융권도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긴 마찬가지다. 8개 카드사가 연말까지 갚아야 할 빛이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카드업계 시장 점유율 1위인 LG카드가 경영권 매각까지 내걸고 자금유치에 나섰다. 현투증권은 매각 본계약 체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외환카드는 론스타가 최대주주로 있는 외환은행에 흡수합병 되는 등 카드업계는 유동성 문제로 ‘카드대란’ 조짐을 보이며 몸살을 앓고 있다.

해외 투기자본의 도전 

이처럼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되거나 진행되면서 금융사들은 고강도 내부 구조조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도 연말에 명예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협의를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지난 10월 50여명을 명예퇴직시킨 우리은행도 또 한차례 자연스러운 인력감축을 위해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은 은행원들을 대상으로 복지혜택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이미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11월5일 임원 16명을 10명으로 줄이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LG카드는 현재 전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삼성카드도 최근 기존 22개 사업부를 17개로 줄이는 한편 전체임원 29명 가운데 24%에 해당하는 7명을 감축했다. 미국계 펀드 론스타에 매각된 외환은행 역시 11월초 이강원 행장을 포함한 집행임원 5명이 집단사퇴를 한데 이어, 19일 본부장급 인사를 단행하고 외환카드를 흡수합병 하는 등 큰 틀의 정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부 구조조정의 수순밟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최근 수년동안의 금융산업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의 이면에는 국제자본 또는 투기자본(vulture fund)과 관련되어 있어 단순한 산업개편, 구조개편으로 치부하기에는 국민경제적 시각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입장에서 보면 극히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 입장에서 해외 투기자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외국 대주주의 권한이 강화되고 외국자본이 지배주주가 되는 현상, 그것도 제조업이 아니라 금융산업을 장악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리고 노사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이며, 노동조합은 어떤 대응을 해나가고,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노사의 역관계에 어떻게 적응하고 관계를 정립해나갈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폭넓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자본, 형식적 경영권을 행사할 사용자, 경영참여 등 견제와 감시자로서의 노동조합 등 3주체의 대응방법에 따라 결정되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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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은행지부 김지성 위원장이 론스타 등 외국인 경영진과 일방적 구조조정에 항의하며 11월 21일부터 단식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 출처:외환은행노조 ]

세일 대한민국, 노동자 죽이기

이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중인 금융산업노조 외환은행 지부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지난 10월31일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가 51%의 지분을 확보하며 외환은행의 지배주주로 부상하였다. 론스타는 경영진 교체를 전격적으로 단행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은행가치 올리기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만만의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부실에 허덕이던 외환카드마저 흡수합병하면서 외환은행 직원들은 더욱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어 외환은행 지부에서는 고용불안 문제의 해결이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해외자본과 사용자가 기존의 노사관계, 문화, 관행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정면 대결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향후에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의 사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사업장의 문제로 보면 론스타라는 미국계 펀드가 최대주주로 지분율 51%를 장악한 가운데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에 들어갈 경우 기존의 노사관계에 커다란 파열구가 생길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노사관계도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게 될 것이다. 사업장의 틀을 넘어, 보다 넓게 보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본의 세계화와 그 과정을 주위에서 돕는 세력들의 행위결과는 결국 투기자본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반면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몫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특히 투기자본의 국내투자 메커니즘과 투자의 과정에서 비밀스런 거래들이 드러나면, 매머드급 핵폭풍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외환은행의 경우만 보더라도 론스타라는 해외 펀드자본, 그들의 충견 역할을 하는 김&장 같은 법률회사,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 특히 거대한 해외투기성 펀드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전직 고위관료 등이 한 몸뚱아리가 되어 계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 투기자본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사냥감이 어디로 귀결될 것인지는 펀드 관리자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세일’과 ‘노동자 죽이기’에 나서고 있고 최종적으로 그렇게 귀결될 것임은 확실하다. 

국제자본은 단기 이익만 추구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은 단순히 해외자본이 수익성을 찾아 은행에 투자한 정도로 볼 수 있지만 경제적 사회적 문제와 노사문제를 동시에 동반할 가능성도 크며, 상황에 따라서는 정치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왜냐하면 해외펀드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채, 폐쇄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들의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한 주고받기 게임의 내부 메커니즘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할 뿐 아니라, 원천적으로 봉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예외는 아니다. 

자본주의 선진국으로 갈수록 투자는 물론 투기의 기법도 발달되어 있다. 국내 부실기업이나 부실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털, 칼라일 등은 모두 국제 투기자본들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초국적 자본의 돈벌기 ‘의사결정’이 쏟아지고,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매일 경제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국제 금융자본이 ‘자본 이동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국가간 경계를 넘나들면서 위험한 장난을 계속하고 있다. 기업과 은행의 소유경영권을 국제 금융자본에게 무제한으로 넘김으로써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의 희생은 불을 보듯 뻔하다.

본질상 단기이익을 최고의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국제 금융자본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대하게 되면 경제의 불안정과 양극화가 심화된다. 이 자본은 단기이익을 위해서 급진적인 기업구조조정을 상시적으로 추구하게 된다. 여기에는 극단적으로 추구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조합의 실질적 무력화도 포함된다.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하며 노동시장을 금융자본의 단기이익 욕망에 완전히 종속시키고 사회적 효율성을 파괴하는 형태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한 결과물이 바로 비정규직의 확산이며, 이미 론스타, 소버린, 골드만삭스 등과 같이 자신들이 인수한 기업에서 짧은 기간내에 종업원 수를 대폭 줄이는 방법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려왔다. 그리고 이를 팔아 막대한 단기 수익을 획득해왔다. 

노동조합의 대응 마련 절실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경제나 노동조합과 노동자도 하등의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목표는 단 하나, 부실기업을 헐값에 인수한 다음 마치 중고차 사서 적당히 겉칠해서 광을 내어, 높은 값 받고 되팔아버리는 것과 유사한 수법으로 차익을 남긴다. 되팔 때의 기업가치 상승의 주요 이유가 노동자 등을 비롯한 국민의 비용 때문임도 불구하고 이들 투기자본은 노동자의 일자리만 빼앗고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간다. 현재 금융산업의 경우도 미시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앞으로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국제 투기자본이 어떻게 노사관계를 변형시키고 노동조합을 종속변수로 전락시키는지에 대한 사례들에 진지한 검토와 대응방안의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1월17일 ILO 제288차 이사회에서 이 기구의 공동의장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세계화의 방향은 바뀌어야 한다. 현 상황은 윤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타당하지 못하다. 극소수만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세계화는 인간의 자유와 복지를 증진하고,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을 진작시키고, 환경과의 균형을 이뤄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바로 ‘세계화’와 ‘반세계화’, ‘자본’과 ‘노동’이 추구하는 바가 궁극적으로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변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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