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사회와 노동교육

노동사회

정보화사회와 노동교육

admin 0 3,152 2013.05.11 09:26

현재 우리나라는 유선 인터넷 회선 보급률이 이미 50%를 넘고 이용자 수는 2002년 말 현재 2,627만 명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정보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노동운동에도 컴퓨터와 인터넷이 광범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정보통신 기술의 사용이 생활화된 젊은 세대들이 신진 노동자로 편입되고 있다. 반면에 노동운동 내에서 유독 노동교육 분야만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별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와 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노동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의 전망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기존 노동교육에 대한 비판적 이해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대부분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숙박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대기업 노동조합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에는 아예 교육을 받을 엄두를 낼 수도 없으며 여성 노동자들 역시 가정의 굴레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교육 참가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숙박 위주의 대규모 교육은 노동자들의 교육기회 균등이라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숙박 위주의 대규모 교육은 교육의 준비와 집행에 있어서도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교육담당자들은 교육장 확보, 강사 섭외, 교육 준비 물품 구입 등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며 교육 당일까지 참가자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뛰어다녀야 한다. 교육 내용과 진행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교육 외적인 일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비용 면에서도 교육 내용 자체를 준비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보다 참가자의 교통비, 숙박비, 교육장소 이용비 등에 대부분이 소요되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숙박교육은 1~2일, 많아야 3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많은 교육내용을 소화하려고 하다보니 아침 7시에 기상해서 밤 12시에 취침할 때까지 쉬지 않고 무리하게 교육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 내용에 있어서도 각 강좌별로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강의 내용이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일반적인 이야기만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현재 대부분의 노동교육은 강의식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의식 방법은 참가자들이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설명하는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주어지는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일방통행식 전달방식이라는 중요한 한계가 있다. 노동자들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사회변화의 주도세력으로 성장하여 왔고 스스로의 문제를 토론하고 논의하여 방향을 찾고자 한다. 따라서 교육자와 학습자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를 탈피하고, 상호 배우고 가르치는 수평적 관계로 전환되었을 때 비로소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구체화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의 필요성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교육의 시간적?공간적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한 번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습자의 수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은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자신들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영세사업장?비정규직?여성 노동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교육을 받게 된다면, 노동교육 기회 균등화라는 원칙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조직률의 상승과 노동운동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교육 진행팀의 입장에서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기비용은 많이 들지만 일단 시스템이 구축되면 그 이후에 관리를 위해 소요되는 경비가 저렴하다. 지금처럼 매번 교육을 기획하고 준비할 때, 특히 숙박교육의 준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지출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초기에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그리고 교재의 수정 역시 간편하기 때문에, 급변하고 있는 사회 현실과 노동운동 상황에 맞게 언제든지 교재와 자료를 수정?보완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이 갖는 중요한 장점 중의 하나가 개방성이다. 조합원들은 컴퓨터에 앉은 자리에서 홈페이지만 이동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언제든지 자신이 습득하고자 하는 지식이나 기술을 스스로의 계획에 따라 유연하게 배울 수 있게 된다. 교육 진행팀의 입장에서도 다른 노동교육 단체와 교육 내용을 교류하거나 공유할 수 있으므로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교육 과정을 생산하고 배치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교류가 정착된다면 교재를 공동으로 생산하고 교육생이 교육 기관별로 교차에서 수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문서로 된 교재보다 다양하고 흥미 있는 자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활용하여 교육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배려할 수 있으며, 훨씬 더 생동감 있는 자료를 생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본격적으로 쌍방향 통신의 특징을 살릴 수 있게 되면 조합원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노동교육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은 교육 내용의 균일화?체계화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은 교육 모델이 단일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대상별로, 심지어는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별로 교육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인터넷을 통해 교육을 실시한다면 체계적인 교재와 균일화된 강의로 인해 강사 개인의 역량차를 극복하고 교육생들에게 균질의 강의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이미 컴퓨터 교육을 받고 ICT 활용 교육을 통해 성장한 젊은 노동자들과 머지 않은 미래에 노동자가 될 청소년들은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정보통신에 익숙하다. 이들을 노동조합의 틀로 묶어 내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성향에 맞도록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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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과 노동교육'에 대해 발표하는 필자(왼쪽에서 두번째) ]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의 철학

교육자와 학습자가 직접 얼굴을 맞대고 교육을 할 경우 둘 간의 관계는 수직적인 질서를 형성하게 된다. 학습자가 앉아 있는 앞에서 교육자가 강의를 한다는 것 자체에서부터 학습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교육자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학습자들은 교육 내용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갖게 된다. 더군다나 교육 내용에 의문을 갖더라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질문하는 것 외에는 대놓고 교육 내용을 비판하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등의 대중매체와 비교하여 컴퓨터 통신이 가지는 가장 특징 중의 하나는 ‘쌍방향 매체’라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일대일의 대화뿐만 아니라 다수가 동시에 또는 시차적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다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컴퓨터 통신과 관련하여 자주 지적되는 또 다른 특성은 ‘익명성’이다. 화상회의 등 대화를 하는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이겠지만,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형식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방식에서 글을 쓰고 또 그 글을 읽는 당사자들은 서로를 모르며, 설혹 일대일로 대화를 하게 될 경우에도 상대방의 용모나 직업, 심지어 성별조차도 알 수 없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컴퓨터 통신에서의 익명성은 현실 세계의 강제성에서 벗어나 학습자들의 자유로운 입장 개진과 입장 수정을 가능하게 한다. 

온라인에서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다수가 게시물을 게시한 다수에 대하여 소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정한 전달자와 수용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회원 전원이 다른 회원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상호작용 중에서도 특히 학습자들간의 대인간 상호작용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바로 온라인 토론을 통해서이다. 온라인 토론은 대면 토론과는 달리 학습자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공동 과제를 해결하거나 특정 주제에 대하여 상호간에 의사를 교환하는 상호작용 활동이다. 일방향적 의사소통과는 달리 다방향적 의사소통에서는 학습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협동학습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학습자들간의 상호작용을 촉진시켜 준다.

이렇게 본다면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한다’는 사실에서가 아니라 ‘누구나 동등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원격교육은 물론 많은 양의 정보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는 기술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기존의 교육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소통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인터넷 등의 통신 네트워크는 중요한 학습공간으로서 다양한 학습자들이 동시에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으로 설정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통신의 핵심적인 특성은 학습자의 자유로운 소통을 촉진하는 지향성에 있기 때문에 학습자의 자발적 학습에 대한 주목이 보다 요청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 사례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을 통해 노동교육을 시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이하 사이버 노동대학)’과 전교조의 ‘참캠퍼스’를 들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지면 관계상 간략한 소개만을 해 보기로 한다.

1)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사이버 노동대학의 학제는 정규과정과 공개강좌로 크게 나뉜다. 정규과정은 3년 6학기로 이뤄지며 학기 당 4과목 2학점씩 모두 48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한다. 한 학기는 6개월 동안으로, 5개월의 강의와 1개월의 평가로 이뤄지며 한 달에 한 번씩 전국 10여 개 지역에서 오프라인 강좌도 열린다.

1학년은 주로 기초적인 교양과정으로 사회과학(정치경제학, 사회학), 역사(한국사, 동아시아사, 서양사), 일반교양(과학기술, 문화예술, 인간학), 종합교양(철학, 노동운동사) 등의 4과목을 수강한다. 2학년은 오늘의 자본주의와 노자관계, 한국 사회의 성격, 여러 대안사회의 이해 등 기초교양과정을 보다 심도 있게 분석하는 강의로 진행된다. 3학년은 정치운동 과정과 노조운동 과정으로 나뉜다. 정치운동 과정은 노동자 정치운동의 일반론에서부터 한국의 다양한 정치운동 활동에 대한 이해까지, 노조운동 과정은 노조 운동 및 조직론에서부터 민주노총, 각급 연맹, 현장조직 등의 실제 조직활동에 대한 이해까지 진행된다. 

강의는 과목별로 주 1회(1시간 이내 분량)씩 4차례의 온라인 강의와 1차례의 오프라인 강의(지역별)로 이루어진다. 온라인 강의는 GVA라는 전자강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컴퓨터 화면에 강의 요점을 정리한 전자칠판(글, 사진, 그림 등 관련 자료를 편집하여 만듦)을 보여주면서 교수가 직접 음성으로 강의하는 형태와 오프라인 강의 내용을 동영상으로 편집하여 올려놓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과목별로 4회의 온라인 강의가 끝난 후 지역별로 교수들이 직접 학생을 대면하여 교재와 온라인 강의를 총괄 정리하고 보충한다.

2) 전교조 ‘참캠퍼스’

전교조는 합법화 이전 1만 명 남짓의 조합원에서 2002년 12월 말 현재 조합원 93,378명에 이르는 거대한 대중조직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조합원간의 의식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이를 해결하고 조합원들의 통일적인 인식을 형성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온라인 원격연수원을 개설하게 되었다. 

참캠퍼스 강좌는 직무 연수, 자율 연수, 조합원 강좌로 구성되어 있다. 직무 연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식인가를 받은 학점 이수 과정이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에게는 수강료의 일부를 조직에서 지원하고 있다. 4주~6주에 걸쳐서 진행되며, 총 30시간과 45시간의 강좌로 구성되어 있다. 자율 연수는 수강생들이 스스로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받는 교육으로 학점이수와는 상관없는 강좌이다. 2개월에 걸쳐서 진행되며 교육비는 무료이다. 주로 ICT활용교육과 취미?교양교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합원 교육은 전교조 조합원을 위한 무료 온라인 강좌이다. 전교조에서 자체 개발하였거나 외부 강좌 중 조합원 교육과 관련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탑재하여 언제든지 조합원이 개인적으로 혹은 분회 차원에서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강의는 전교조 자체 강좌의 경우에는 Active Tutor를 사용하고 있다. 여타 전자강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화면에 강의 요점을 정리한 전자칠판(글, 사진, 그림 등 관련 자료를 편집하여 만듦)을 보여주면서 교수가 직접 음성으로 강의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외국의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 사례 

1) 캐나다 공공노조의 ‘솔리넷(SoliNet)’ 

캐나다 공공노조는 캐나다 전역에 2,200여 개의 지부를 두고 있고 조합원이 500,000명이나 되는 캐나다 최대의 노동조합이다. 공공노조는 각 지부 및 조합원들 사이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전국적인 온라인 통신망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1985년에 세계 최초로 노동자가 주체가 된 컴퓨터 회의 시스템인 솔리넷을 개발했다.

솔리넷의 주된 임무는 노동조합의 분쟁 상황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노사협상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수행하며 교섭위원들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투쟁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또한 솔리넷에는 여러 가지 주제의 온라인 단기교육 코스가 개설되어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였는데, 1988년의 경우 각 강좌에 평균 30명에서 10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하여 수강하였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흩어져 고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던 교육담당자들이 솔리넷을 이용한 토론을 통해 체계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솔리넷은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 다양한 뉴스와 정보, 지원 등을 제공함으로써 산재해 있던 공공노조의 지역지부들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의 조직 체계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캐나다 공공노조의 솔리넷은 다른 노동조합이나 노동단체에게도 공개되어 솔리넷의 회의실을 사용하여 단체협상 전략을 토론하기도 하고, 솔리넷에서 제공하는 뉴스나 게시판, 그리고 온라인 단기강좌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솔리넷에서는 노동조합의 자체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게 전개되어, 여러 지역 노동조합 활동가들 사이의 연결이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과 다른 부문과의 연대 역시 확고하게 정착되는데 기여하였다.

2) 아사바스카 대학의 ‘노동자학습프로그램(Labour Studies Program)’

아사바스카(Athabasca) 대학은 1970년에 캐나다 알버타 주정부의 공공기금에 의해 설립된 캐나다의 온라인 원격교육 방식의 개방대학이다. 캐나다 공공노조는 1년 동안에 걸친 온라인 토론과 준비 과정을 거쳐서, 1992년부터 아사바스카 대학의 온라인 학부과정에 ‘노동자학습프로그램’을 개설하게 되었다. 그리고 강좌는 1994년에 대학의 학점인정 과정으로 인가되었다.

‘노동자학습프로그램’에는 모두 세 가지 종류의 과정이 있다. 중심이 되는 것은 정규학위과정으로 총 4년에 걸친 강좌이다. 4년 동안 총 120학점을 취득하면 문학사 학위를 수여한다. 프로그램은 필수과정과 선택과정으로 나뉘어 있다. 필수과정은 ‘노동자 학습 프로그램 소개(3학점)’, ‘캐나다 노동운동사(6학점)’, ‘노동과 산업의 사회학(3학점)’의 세 강좌로 구성된 총 12학점 강좌로, 각 강좌에는 5~9개 정도의 과목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선택강좌는 13개의 강좌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강생은 이 중에서 총 27학점까지 수강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단기집중 학위과정이 있다. 이 과정은 3년 동안 총 90학점을 취득하면 문학사 학위를 수여한다. 그리고 학점인정과정이 있는데, 이는 12학점의 필수과목 3강좌를 이수하고 나머지 18학점을 13개의 선택과목 중에서 선택해서 수강하면 학점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노동자학습프로그램’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노동조합에서 실시하는 교육프로그램이나 다른 원격교육기관에서 진행하는 강좌를 이수한 경우에도 그 학점을 인정해 주는 제도를 두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캐나다 자동차 노동자를 위한 유급 교육휴가 과정’을 이수한 수강생은 3학점을 인정해 주고, ‘캐나다 우편노동조합’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한 수강생은 6학점을 인정해 준다. 물론 수강생은 이러한 학점을 합산해서 총 30학점, 90학점, 120학점을 취득하게 되면 졸업 졸업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3) 국제노동교육협회의 ‘인터넷 스터디 서클(ISC, Internet Study Circle)’

인터넷 스터디 서클은 1996년 국제노동교육협회(IFWEA)에서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설했다. 1996년 열린 총회에서 세계화와 노동자 교육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결의문은 세계적 차원의 경제 변동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있어 국제노동자교육운동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협회는 교육의 주제로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와 질서재편의 시기에 국제노동계급의 이익을 방어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채택했다.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자료를 개발하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핵심적인 국제문제들에 대한 세계적 차원의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수단으로 국제 스터디 서클이 채택되었다. 세계적인 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잠재력은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에 의해 엄청나게 성장했다. 이제는 인터넷을 토론과 정보 배포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여 세계 곳곳의 노동자들과 노동조합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노동자들이 직접 만나는 것만 하지는 않겠지만, 컴퓨터는 정규적인 국제회의보다 더욱 값싸고 효율적으로 국제적인 차원에서 서로를 연결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들은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의 영향에 관해 귀중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교육프로그램은 대개 6주 동안 계속되며, 주별 모임은 2시간정도 진행된다. 그룹은 활동 보고서를 작성하는 간사(coordinator)를 두고 있다. 보고서는 다른 그룹이 다음 모임에서 읽고 토론할 수 있도록 국제 스터디 서클 웹사이트에 게시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나라들의 노동자들은 동일한 문제에 대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세계화에 각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국제 스터디 서클은 교육과정이 참여적이며, 교육생들의 민주적인 통제 아래 진행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국제 스터디 서클은 참가국 노동자들 사이의 공동 행동과 장기적 연결고리와 연대를 추구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의 전망과 활성화 방안

정보화사회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새로운 기술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재교육을 받고자 하는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평생교육 개념이 도입되면서 정규 교육 외에 관심사를 스스로 배워나가려는 의욕도 높아진 상태이다. 앞으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문화가 더욱 더 우리의 생활 전반을 지배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도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동교육 역시 정보통신 기술이 가진 장점을 활용하여 노동교육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인터넷에 익숙해져 있는 신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 고민되어야 할 시점이다.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은 신진 노동자들의 수가 더 많아질수록, 그들이 이 사회와 노동 현장의 중심이 되어갈수록 더욱 더 유용한 교육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정착되어 갈 것이다.

현재 우리 노동조합의 현실을 돌아보면 아직까지는 그 토대조차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의 활성화 방안에서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기본적인 토대를 구축하는 작업일 것이다. 우선 노동조합 지도부와 교육담당자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마인드를 변화시켜야 한다. 노동조합의 홈페이지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고 조합원들에 대한 홍보와 선전만을 잘한다고 해서 그것이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활용의 문제 의식은 조합원들의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시키고 지도부와 현장 조합원이 물 흐르듯이 의사를 소통해 가면서 살아 있는 노동조합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 입각해 있을 때 인터넷 활용의 운동성이 살아날 수 있으며 노동교육에서도 인터넷의 ‘다방향성’을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본다면, 노동운동 진영의 연령층 및 산업별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총연맹과 산별노조?연맹의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 

현재 여건에서 인터넷을 통한 노동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책임과 역할의 상당 부분은 단위 노동조합보다는 총연맹과 산별노조?연맹에 있다고 할 것이다. 교육담당자들이 인터넷을 활용해서 노동교육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정보통신교육, 특히 활용 교육 및 온라인 원격교육을 위한 연구팀을 조직하고 워크샵을 개최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노동운동의 기본적인 원리와 활동의 원칙과 방법을 동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술을 활용해서 제작하는 사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 결과물을 총연맹의 홈페이지에 탑재하거나 각급 산별노조?연맹과 단위 노조에 보급한다면, 하부 조직의 교육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통일적인 인식 함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흩어져 있는 교육담당자를 위한 원격회의의 틀을 마련해서 일상적인 토론과 사업 기획 및 집행을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 자체 교육 사업의 통일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교육담당자들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시켜 나가기 위한 전망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노동교육 정보화사회 대응 모색해야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우리나라 노동조합에서 실시하는 노동교육의 여건은 아직까지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노동조합 지도부나 간부들 역시 항상 노동교육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당면 투쟁에 바빠 노동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기 일쑤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조합원들이 일상적으로 노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 등이 현재 우리 노동교육 앞에 놓여 있는 일차적인 과제들이다. 이제 노동교육이 때로는 정보기술을 주체적으로 활용해서 정보화사회에서 급변하는 사회 및 노동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하며 또 때로는 현재 부닥치고 있는 몇 가지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전부터 노동운동에 과거 학습소모임과 같은 진지한 토론의 문화를 되살려야 한다는 소리가 많았다. 컴퓨터 정보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의 광범한 활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솔리넷’이나 ‘인터넷 스터디 서클’의 경험에서 보듯이 노동자 상호간의 온라인 토론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실현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따라서 노동교육 담당자들은 이제야 말로 다시금 노동교육에 토론의 문화를 되살려 내어서 보다 진지한 노동교육의 성과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