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침략전쟁의 본질과 진보운동의 과제

노동사회

이라크 침략전쟁의 본질과 진보운동의 과제

admin 0 2,913 2013.05.11 09:24

미국의 야만적인 침략전쟁

3월20일 오전 11시35분 최첨단무기로 무장한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를 공격했다. 바그다드는 불타올랐고 정확도를 상실한 미국의 초정밀무기들은 이라크의 어린이와 여성, 민간인들을 가리지않고 학살했다. 최소한의 명분마저도 상실한 ‘더러운 전쟁’은 너무도 끔찍하게 이라크 민중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ysyoon_01.jpg미 국은 대량살상무기 해체와 테러를 지원한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자유의 전쟁’을 추진한다고 주장한다. ‘악의 축’ 이라크를 붕괴해야 이라크 민중의 자유와 세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주장은 침략의 진정한 목적을 은폐하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이라크는 지금까지 유엔의 무기사찰에 성실하게 응해왔으며 또 알카에다 조직과의 관계는 입증된 바 없다. 후세인 정권의 비인도적 통치의 문제 역시 이라크 민중과 국제사회의 합리적 노력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미국이 무력으로 해결할 사항이 아니다.

미국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과 국제사회의 상식을 무시한 채 이라크 침략을 단행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많은 한계를 갖고 있지만 오랜 역사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에 대한 기본 원칙을 합의해 왔다. 그 합의란 바로 유엔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군사 공격은 ‘야만적 침략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미국의 행동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유엔과 수많은 나라의 정부들이, 그리고 전세계 수천만 민중들이 미국의 행동을 비난하고 거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를 비웃고 조롱하고 있다. 미국의 행동은 일종의 ‘광기’와도 같다. 그들의 눈에는 2천2백만 이라크 민중들이 보이지 않는다. 수천만 명에 달하는 거리의 반대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의 눈에는 ‘탐욕’만이 아른거릴 뿐이다.

미국의 석유자원 확보

미 국 정부의 행동은 상식과 합리적 사고를 통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유엔과 세계 수천만 민중의 반발을 무시할 정도로 강한 그들의 탐욕뿐이다. 힘으로 세계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야욕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미국은 무엇보다도 이라크의 석유를 탐내고 있다. 이라크의 석유매장량은 세계의 11%에 해당되는 1,125억 배럴이며, 채굴비용은 사우디보다 훨씬 저렴한 0.5∼1달러(배럴당)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추가로 조사, 검증할 수 있는 매장량이 현재의 2배 가량이나 된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1위의 산유국이 될 것이다. 미국은 바로 이 석유를 장악하고 싶은 것이다.

석유는 지금껏 세계 모든 산업의 생명줄 역할을 해 왔다. 이런 석유가 현재 매장량을 기준으로 할 때, 약 45년∼50년이 지나면 바닥이 날 것이다. 확인되지 않는 매장량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60∼70여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남아 있는 석유를 어떻게 생산 분배하느냐의 문제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가 21세기 최대의 경제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석유만큼 싸고, 열효율이 높으며, 널리 쓰일 수 있는 대체 에너지가 개발되어 있지 않고, 또 당분간 그럴 전망도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존하는 석유 자원의 생산과 공급을 둘러싼 국가 사이의 심각한 이해관계 충돌이 21세기 세계경제의 가장 중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 국은 이러한 석유 자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질서를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석유 자원의 수급문제가 결정적인 장애물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장애는 세계1위의 석유소비량을 과시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핵심 암초이며, 엑손을 비롯한 미국 석유산업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도 하다. 1970년대 미국과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1, 2차 석유위기를 생각해 보자. 만일 석유 때문에 미국의 세계경제 지배력과 대다수 미국기업의 경쟁력이 붕괴된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도래할까? 물론 비극적인 세계 경제의 공황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또 석유 자원의 위기를 계기로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질서를 위협하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가 형성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현재의 미국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황,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미국은 예상되는 난국을 국제사회의 합리적 힘을 모아서 이성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본의 탐욕은 공존과 협력보다는 경쟁과 대립을 통한 독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며,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경제논리는 그것을 더욱 극단으로 대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동패권전략

미국은 석유 매장량 1위∼5위 국가를 송두리째 지배하기 위한 ‘매머드 계획’을 세웠으며, 새로운 석유자원의 보고인 카스피해 유전을 장악하기 위한 음모도 그 연장선에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군사력을 이용해 타국의 자원을 머뭇거림 없이 강탈하는 미국의 제국주의 패권논리가 등장하는 것이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세계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한 힘의 사용, 전쟁을 통한 탐욕 추구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다. 미국 군수산업의 대규모 이윤창출을 위해서 전쟁은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전쟁을 빌미로 이윤을 낳으려는 엑손을 비롯한 석유회사와 록히드 마틴 등 무기산업 회사가 공생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

이미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전후로 카스피해 유전을 장악하기 위한 미국의 음모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미 카스피해 주변 국가들에 미군기지를 건설하고 있고, 그것을 발판으로 미국기업들이 그 나라 경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석유매장량 1위∼5위 국가(매장량을 기준으로 1위 사우디아라비아, 2위 이라크, 3위 아랍에미리트연합, 4위 쿠웨이트, 5위 이란, 6위 러시아, 7위 미국 순이다)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OPEC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이라크와 이란 때문에 불안정하다. 결국 이들을 제압하는 것이 석유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요하게 된다. 그 핵심추가 바로 이라크인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석유를 장악한다면 그것은 단지 이라크 석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산유국들에게 미국의 영향력이 엄청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중동질서를 미국의 뜻대로 재편성하는데 성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이란’이다. 전쟁을 통해서든, 경제적 압박을 통해서든 이란의 석유는 ‘이라크 다음의 목표’가 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라크는 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매머드 계획의 핵심이다. 테러조직과의 연계설이나 대량살상무기 해체라는 침략 명분은 석유에 대한 미국의 탐욕을 은폐하기 위한 조작된 말장난에 불과하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힘으로 타국의 주권과 자원을 침탈하는 ‘강도 행각’이며, 미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제국주의 침략’이다. 중동에서 석유자원 확보와 미국 중심의 패권질서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공화당 매파 중심의 부시 행정부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도 동일하게 추구했던 경험이 있다. 단지 그것을 관철시키는 수단과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절차와 시기 문제를 제외한다면 민주당 정권에서도 가능했다.

미국의 석유자원 확보와 중동질서 재편 구상은 철저한 힘의 논리,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약탈과 패권의 논리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군사력을 앞세워 한 나라의 주권을 유린하고 대다수의 민중들의 생명을 무차별로 학살하는 미국의 포악한 행태를 이라크 정부와 민중들이 가만히 앉아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 라크에 대한 미국의 야만적 침략이 주변 아랍국가들의 종교적, 민족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면 중동에서의 거대한 반미·반제국주의 항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슬람과 기독교, 이스라엘과 아랍이라는 종교와 민족 대립까지 가세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방조한 아랍의 친미 국가들이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며, 미국의 구상과는 정반대의 중동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범아랍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나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질서 재편과정에 저항해 온 세계의 수천만 민중들이 미국의 야만스런 이라크 침략에 저항하면서 광범위한 반전평화의 국제 여론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현실은 미국에게는 엄청난 도덕적,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들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운동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현실의 움직임은 때로 수많은 사람들의 주관적 예측을 넘어 거대한 시대 변화를 만들어 내곤 한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은 지금 지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반전평화운동 전개해야

전 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운동은 지금 무조건 정당하다. 그것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든 우리는 지지해야 한다. 반전평화운동은 1960년대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능가하는 진보운동의 새로운 희망이자 모색의 근거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제 남한의 진보운동이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문제에 본격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했고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반전평화운동은 남한 진보운동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물론 전쟁을 반대하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군사적 힘에 바탕을 둔 세계 질서를 변화시키려는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평화, 생명, 평등을 추구하는 진보운동의 이상이 미국이 지배하는 제국주의 패권질서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비록 그 출발이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비록 그 출발이 한반도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시작된다 하더라도 세계의 새로운 질서수립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 속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노동운동, 농민운동, 환경운동, 생명운동의 성과들이 모아지도록 해야 한다. 국제기구의 민주적 개혁운동이 발전하도록 해야 하며, 반전평화운동이 구체적인 조약과 협정을 변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국제적 연대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초 롱초롱한 눈망울을 갖고 미래를 꿈꾸던 이라크의 어린이들이 비참하게 죽어 가는 현실은 다른 나라 문제가 바로 우리의 문제이며, 우리의 문제가 바로 세계 모든 국가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깨우쳐 주고 있다. 민중의 자율성, 주권국가의 자율성에 바탕을 둔 새로운 세계질서는 그래서 우리 모두의 꿈일 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 꿈틀거리는 희망인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