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괴에 서슴없는 족벌방송 SBS

노동사회

노조 파괴에 서슴없는 족벌방송 SBS

admin 0 3,161 2013.05.11 09:21

부 당한 징계와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시작한 지 150일이 훌쩍 지났다. 2002년 12월3일 정리해고를 당한 이후, 여의도 SBS 본사 앞 콘크리트 바닥에서 한겨울의 칼바람을 맞으며 달랑 깔개 하나와 침낭만으로 노숙투쟁을 시작한 지도 벌써 90일이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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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대가, 해고 통지서

" 우리는 SBS스포츠 채널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 반팔 티셔츠를 입고 파업을 시작한 조합원들. 그러나 이젠 두툼한 외투 위에 "SBS 윤세영은 노조탄압 중단하고, 정리해고 철회하라"라는 구호가 적힌 빨간 조끼를 입고 오늘도 단결투쟁가와 파업가를 부르며 아직도 3월의 꽃샘 추위가 매서운 거리에서 투쟁의 대오를 지키고 있다.

예전 같으면 농구, 배구 중계로 겨울을 보내고 봄바람을 느끼며 새로운 프로야구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 조합원들이 벌써 5개월 이상 방송 현장에서 내몰려 근근히 실업급여로 최저 생계만을 유지하며 빼앗긴 일터와 생존권을 되찾기 위한 끈질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1991년 인·허가 과정에서 무수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노태우 정권과의 유착 속에 태어난 지역민방인 서울방송(현 SBS)은 지상파 방송으로 사세확장과 함께 케이블TV 분야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마이TV를 인수해 골프채널을 허가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SBS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던 한국스포츠TV를 인수해 스포츠채널을, 2002월드컵을 겨냥해 추가로 축구채널(현재 드라마채널로 변경)을 허가받았다. SBS는 이후 이들 케이블TV 3개 자회사를 묶어 SBS 미디어넷이라는 통칭을 사용하게 된다.

시작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적자생존만을 강요받았던 케이블TV 업계의 현실에서 SBS 미디어넷의 노동자들 또한 고스란히 그에 따른 고통과 인내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손으로 흑자 회사를 만들어 내겠다며 묵묵히 버텨왔던 그들에게 주어진 건 단 한 장의 '해고 통지서'뿐이었다.

노조 파괴 공작

2002년 3월, 홍성완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사측은 노조의 2002년도 단체협약 체결과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요구에 대해 신임 사장의 업무파악을 이유로 5월말까지 연기를 요청해 왔고, 노조도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신뢰에서 쾌히 응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조의 성실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6월에 있을 월드컵을 이유로 다시 단체교섭을 연기요청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가 불만스럽기도 했지만 월드컵처럼 큰 행사를 통해 스포츠채널이 처음으로 흑자달성을 위한 기초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다시 연기요청을 받아들였다.

월 드컵이 방송되었던 한 달여 동안 스포츠채널의 전 직원들은 밤낮 없이 온 힘을 쏟아 일했고 결국 개국이래 처음으로 16억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일궈냈다. SBS 본사에선 월드컵 특수로 직원들에게 상당액의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우리들은 다만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는 성취감 하나만으로 한 달여 동안의 피로와 수고를 씻어내야 했다.

그러나 그 성취감의 기쁨도 잠깐이었다. 사용자측은 이번엔 자신들의 하계 휴가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또 다시 단체교섭을 연기했고, 게다가 그동안 시행해 오던 하계 휴가마저 남아있는 월차로 대신하라는 억지를 부리며, 이에 항의하는 노조집행부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을 하는 등 그동안 차근차근 준비해 왔던 노조 탄압의 흑심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7월말에는 150여 명에 이르던 조합원 가운데 골프채널과 드라마채널의 70여명 조합원을 차별적 성과급 지급과 임금 인상을 미끼로 집단적으로 노조 탈퇴를 유도하고, 전임 노조 지부장 2명에 대해서는 표적 감사를 통한 징계해고를 하는 등 노조에 대해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결국 사용자측은 9월초 골프, 드라마 2개 채널의 노조 탈퇴 유도 후, 홀로 남게된 스포츠채널에 대해서 노조와의 일말의 협의도 없이 경영합리화에 따른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하에 분사추진 및 희망퇴직(최대 3개월 분의 희망퇴직금 제시)을 실시했고 이에 반발하는 노조 집행부 및 조합원에 대해서는 징계해고를 남발했다.

그리고 노조가 10월4일부터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파업에 돌입하자, 사용자측은 파업 2시간만에 노조 사무실 출입마저 방해하는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 후에도 사측은 지속적으로 파업에 동참한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회유해 노조 탈퇴를 유도했고 결국 12월3일에는 징계해고자를 제외한 31명의 조합원 전원에 대해 정리해고라는 칼을 휘둘렀다. 탄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에게 15억 원 가량의 부동산 및 임금 채권 가압류 및 각종 형사고발을 통해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했다. 심지어 파업에 동참하다 정리해고를 당해 다른 회사에 입사한 전 조합원에 대해서도 월급 가압류를 하는 등 온갖 악랄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게다가 여의도 SBS 본사 및 방이동 미디어넷 사옥 앞에 분사회사 명의로 위장 집회 신고를 내놓아 노조의 최소한의 권리이자 수단인 집회의 자유마저 방해하고 있다.

2002 년 12월 법원으로부터 사측의 직장폐쇄와 함께 자행됐던 노조 사무실 출입 방해에 대한 노조측의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법원 결정 몇 일 후 방이동 사옥 4층에 위치해 있던 노조 사무실의 문을 강제로 뜯고 사무집기 및 비품을 지하창고로 쓰던 장소로 강제 이전시키는 불법적인 작태를 저지르기까지 했다.

방송 세습을 시도하는 SBS

사 측은 현재까지도 노무사를 앞세운 채 단 한차례도 성실한 협상을 위한 노력을 보인 적이 없으며, SBS 본사의 경영진 또한 자회사의 문제라는 핑계를 대며 사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조합원들은 2002년 10월 파업 이후 무임금 상태에서 지난 12월3일 정리해고 이후 가압류로 반쪽만 지급된 퇴직금과 실업급여로 최저 생계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세금마저 가압류된 조합원들은 재계약문제로 집주인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SBS 미디어넷의 장기 파업사태는 결국 SBS 윤세영 회장이 외아들 윤석민에게 SBS 경영권을 세습하려는 과정에서 눈에 가시 같은 SBS 미디어넷 노조를 뿌리째 뽑기 위한 구실로 경영합리화에 따른 구조조정을 빗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한 방송 언론이 한 개인 사주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때 그것이 얼마나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권력으로 변할 수 있는가를 우리 모두 직시해야한다. SBS라는 방송권력을 이용한 대주주 태영의 거대 재벌기업화와 문어발식 확장 또한 우리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그러기에 미디어넷 조합원들은 언론노조 중앙과 산하 지부들과 함께 조·중·동 족벌신문과 새롭게 족벌방송으로 떠오른 SBS의 윤세영 회장의 족벌세습 기도를 저지하고 부당한 징계해고 및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투쟁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