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새 중심, 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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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새 중심, 대한상공회의소

admin 0 4,308 2013.05.11 09:19

‘재계의 대변인’으로 통하는 두산중공업의 박용성 회장. 한 기업의 회장일 뿐만 아니라 60여개에 달하는 직함을 갖고 있다는 그는 경제5단체의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하다. 박용성 회장 취임과 함께 2001년 대한상공회의소는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인원의 1/3을 감축했다. 구조조정의 달인으로 통하는 그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된 후 언론을 통해 재계의 입장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재계의 중심이 대한상공회의소로 옮겨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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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중공업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성씨가 주5일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출처:대한상공회의소 ]

특별법에 의해 운영되는 대한상공회의소

상공인의 권익보호를 위한 대변기관으로 1884년 ‘한성상업회의소’로 출발한 대한상공회의소는 특별법인 상공회의소법에 의해 운영되는 법정 민간경제단체이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에는 회원제 임의 단체이나, 유럽의 경우 우리처럼 의원제 법적 단체가 많다고 한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법적 단체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원은 상공회의소법령에 의하여 지방상공회의소는 설립과 동시에 대한상공회의소의 정회원이 되며, 상공업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비영리법인 및 단체의 중앙회 또는 이에 준하는 기관과 업종별 사업자단체를 특별회원으로 한다. 2003년 7월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원은 65개 지역상공회의소를 정회원으로, 74개 단체 및 협회로 구성된 특별회원이 있다. 또한 정회원인 전국 65개 상공회의소의 회원은 3만5천의 개인 및 법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별회원은 상임의원회의 심의를 거쳐 가입이 결정된다. 특별회원에게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주어진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임원은 회장(1인)과 부회장(10인), 상임의원(20인) 그리고 감사(3인)로 구성된다. 감사를 제외한 임원들로 구성되는 상임의원회는 사업계획과 예산 수립, 사무국을 관장한다. 3년 임기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의원총회에서 선출되는데 보통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이 맡게 된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또한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사무국 직원은 정규직 150명, 비정규직 150명으로 3백여명이 일하고 있다.

주요 활동 영역은 조사/연구, 회의/교육/경영상담/정보제공, 국제협력, 정보화지원사업, 정부위탁사업, 인력개발, 국가기술 자격 검정으로 나뉠 수 있는데, 2000년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성의 취임과 함께 조사/연구와, 국제협력 분야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조사연구의 내용은 경제동향, 기업경영, 금융, 조세, 무역, 노동, 환경, 유통, 물류부문 등의 주요 경제현안과 업계의 경영실태를 조사하고 그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연구활동을 한다. 이러한 조사연구 자료는 정부(산자부)에 정책 건의의 형식으로 제출되는 한편, 언론의 보도자료로 이용된다. 이밖에 노사인력위원회를 비롯한 7개의 업종별 위원회가 있어 회원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관련 분야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밖에 회원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정보 데이터베이스’, ‘중소기업IT화 지원사업’, ‘기업홈페이지 무료 구축’, ‘전자상거래 지원센터’, ‘유통정보센터’ 등 기업의 대외활동과 정보화 촉진을 위한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공단체’로서 정부 위탁사업도 운영

기업인의 이익 도모를 목적으로 조직된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 사업도 위탁받아 운영하는데, 인력개발사업단(노동부), 검정사업단(노동부), Single PPM 품질혁신 추진사업(중소기업청), 산업기반기금 등 정부정책자금 운용(산업자원부)이 그것이다. 

검정사업단에서는 국가기술자격법시행령에 의거 전자상거래 관리사, 워드프로세서, 컴퓨터 활용능력 등 전문사무 분야 및 기초사무 분야의 국가기술 자격검정은 물론 자격기본법에 의거 무역영어, 컴퓨터 운용사 등 국가공인 민간 자격검정을 시행하고 있다. 

인력개발사업단은 과거의 직업훈련교육사업단을 2001년 명칭을 바꾼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993년 직업훈련기본법이 바뀌어 공공직업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공공단체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1994년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으로부터 부산, 광주를 비롯한 전국 8개의 직업훈련원을 인수하였다. 인력개발사업단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원업체의 수요에 부합하는 산업인력 양성, 중소기업에 대한 기능인력의 원활한 공급을 맡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위탁사업인 Single PPM 품질혁신 추진사업은 기업과 행정기관들이 제품 혹은 서비스에서 차질을 빚지 않도록 교육, 컨설팅, 정보제공, 인증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PPM’은 ‘Parts Per Million’의 약자로, 단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100만개 중 불량품 개수를 한자리 숫자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불량률 제로란 품질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구성원 전원이 참여하는 품질관리운동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산자부의 정부정책자금은 ‘유통합리화자금’으로 쓰이고 있다. 이 자금은 산업의 물류효율화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유통물류 정보화, 공동 집배송 단지 건립, 집배송 센터건립 등의 유통물류 인프라 시설에 사용된다. 

‘친기업’ 논리의 전도자 

대한상공회의소는 회원과 기업인을 위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국민을 상대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이미지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이미지 홍보에 나선 것은 국민이 갖는 ‘반기업’ 정서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앙일보』는 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와 기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기업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의 60%, 기업인에 대해서는 68%가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고 매일경제신문사가 후원하는 ‘제2회 경제교육포럼’에서 김영용 전남대 교수는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경제, 사회 교과서가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10대에게 굴절된 기업관을 심어주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청소년들의 기업인에 대한 시각 교정을 위한 ‘하이경제’란 사이트를 11월21일 개설하였다. 청소년들에게 시장경제원리와 기업에 근간한 현실 경제의 작동원리를 정확히 이해시키기 위한 취지로 사이트를 개설하였다고 한다. 하이경제는 ‘콩트경제’, ‘만화 CEO열전’, ‘외국어로 배우는 경제’, ‘직업의 세계’, ‘세상경제 이야기’ 등의 다양한 메뉴로 이루어져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말처럼 “딱딱하기 만한 경제를 청소년들이 접근하기 쉽게” 만든 이 사이트의 글을 하나 소개한다. ‘세상경제이야기’ 메뉴에 실린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제”란 제목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올해 들어 대규모 파업이 자주 발생하고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도 크게 나아지지 못하는 등 기업환경이 나빠지면서 투자 회복이 늦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파업과 기업 규제는 누구의 시각으로 보는가에 따라 기업 환경이 나빠지는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기업 경영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

홍보 캠페인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CEO 현장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미셀 깡페아뉘 알리안츠 생명 CEO, 제프리 존스 전 암참 회장,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 등이 참여하여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용돈 관리부터, 기업 그리고 기업가의 역할에 대해서 강연을 진행하였다. 

‘반노동’ 언론, 우익집회 지원하기도

“성공 비지니스와 함께 하는 최고의 경제단체”를 자부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는 ‘반노동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02년 11월 『매일경제』가 기획한 ‘노조공화국’ 시리즈 기사는 노동계와 경영계로부터 극과 극의 평가를 받으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노동조합이 나라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내용의 기획기사였다. 놀라운 사실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이 기획을 위해 ‘협찬’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져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언론과 자본의 유착이 사실로 확인된 점이다. 2002년 12월1일자 『노동일보』에 따르면, “그간 경제 관련 세미나 등을 진행할 경우 경제지별로 돌아가며 전면기사를 작성하고 천만원 안팎의 금액을 협찬했다”고 한다. 이 기획기사가 11회 분량의 기사임을 감안하면 1억 이상의 자금이 지원됐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 조직은 기업의 이익을 위한 단체이다. 우리가 판단하기에 언론에서 꼭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제에 대해서는 협찬 형식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협찬의 형식에 대해서 그는 “언론계에 계신 분이 더 잘 알 것”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재정 지원은 언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난 3·1절과 6·25, 8·15를 맞아 우익단체들이 개최한 ‘반핵반김 국민대회’의 행사비용도 대한상공회의소가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신동아』 10월호에 따르면, 6·25 국민대회 당시 삼성그룹이 1억원, 전경련이 4천만원, 상공회의소가 3천만원, 무역협회가 3천만원을 각각 지원했다고 당시 국민대회 기획위원장이었던 최정석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장이 밝혔다. 8·15 국민대회도 경제단체로부터 1억3천만원을 지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대회의 주요 참여 단체는 자유시민연대, 자유민주민족회의, 재향군인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단체와 북핵저지시민연대, 청년우파연대, 주권찾기 시민모임 등 우익단체가 대부분이다. 

“21세기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경제단체”

이상에서 살폈듯이, 대한상공회의소는 재계와 기업에 우호적인 정치·사회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친자본 논리를 개발하고 확산시키려는 연구조사 사업은 물론이고, 매일경제신문의 '노조공화국' 기획에서 잘 드러나듯이 자기 입맛에 맞는 언론사들과의 '친기업·반노동' 여론 공세에도 적극적이다. 또한 최근 새로운 사조로 확산되고 있는 우익단체에 대한 지원도 조심스레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 지원을 받아 직업 훈련, 인력 개발, 기술 검증, 품질 혁신, 신규사업 지원 등의 '공익'사업을 펼치면서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설립 1백년이 훨씬 넘은 대한상공회의소는 자본과 재계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국 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수단을 활용하면서 자기 위치를 굳히고 있다. 특히, 박용성 체제에 들어와서부터 대한상공회의소의 사업과 활동이 더욱 공격적으로 전환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21세기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경제단체"를 꿈꾸는 대한상공회의소의 행보를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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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기
대한상공회의소를 소개하면서 박용성 회장의 활동을 언급 안한다면 아마도 ‘수박 겉핥기’가 될 것이다. 박용성 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기자는 대한상공회의소 홍보실에 인터뷰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노사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을 직접 듣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해외출장 중이란 연락과 함께 기다리라는 답신이 왔다. 며칠 후 홍보실로 전화를 다시 걸었다. 홍보실 담당자는 기자에게 “이번은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였다. 이에 기자가 “회장님이 안되면 상근부회장이라도 하자”고 하니 똑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기자가 통화에서 추측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 분신과 자살로 인한 긴장국면을 피해 가겠다는 눈치였다. “할말은 한다”로 유명한 박용성 회장에 대한 소문과는 대조적인 반응이었다. 인터뷰가 없는 대신 그의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

세계 최대 민간경제기구인 국제상공회의소(ICC) 부회장이 되던 2002년 11월21일 그는 두산중공업과 대한상공회의소 사내게시판에 ‘나는 행복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금은 파리의 호텔방”으로 시작되는 이 글은 박용성 회장이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위원과 국제상공회의소(ICC) 부회장이란 감투를 동시에 갖자 포도주 몇 잔을 마시고 쓴 글이다. 다음날 두산중공업 지회의 임단협 속보에는 ‘우리는 정말 행복합니까?’란 글과 함께 박용성 회장이 후들거리는 말 위에 올라타 술을 마시며 당근으로 말을 조종하는 삽화가 실렸다. 그 날은 두산중공업지회에서 단협이 일방적으로 해지 당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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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