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 관련 판례 검토

노동사회

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 관련 판례 검토

admin 0 5,548 2013.05.11 08:59

Ⅰ. 서언

1997 년 말부터 이른바 IMF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구조조정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노사 모두 큰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근로자의 경우 대규모의 인원감축,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 근로조건의 하향조정 등이 노동시장과 노동법의 유연화라는 명목하에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결국 근로자 입장에서는 고용되어 있던 실업 상태이던 항상 고용이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국가차원의 경제위기는 여러 사업장에서 대규모 인원감축을 초래하여 우리 노동법의 가장 중요한 법리중 하나인 해고제한의 법리를 무력화시키게 되었다.

IMF체제 이후 경영사정을 이유로 하는 집단적 인원감축과 관련하여 문제된 사안들을 보면 근로기준법에 의한 경영해고 뿐만 아니라 경영사정을 이유로 하는 명예퇴직·권고사직, 부실기업 재건을 위한 사업양도·인수 과정에서의 고용승계 거부, 채용내정자들에 대한 채용취소처럼 매우 다양하여 IMF 경제위기 이전까지는 거의 문제되지 않았던 쟁점에 대한 새로운 노동법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인원감축과 관련한 법적 분쟁에 대한 하급심 판결들은 주로 1999년 이후부터 많이 발견되고 있고 2000년 이후부터는 관련 대법원 판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 판결내용들을 보면 법원은 IMF 관리체제라는 상황에 편승하여 고용존속 보호라는 노동법적 원리는 도외시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IMF 관리체제 이후 경영위기와 관련된 인원감축의 정당성 여부가 문제된 주요 판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관련 판례들에 대한 검토

1. 경영해고 사건

(1) 대상판결

(사례 1) 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우리은행 사건)


[사 건개요] 상업은행은 1998년 누적된 적자로 인하여 경영개선 목적으로 한일은행과 합병계약을 체결하여 한빛은행(이하 “피고 은행”)으로 전환되었는데 피고 은행이 금융감독위원회 등과 체결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약정 중에는 3급 이상 직원을 최대한 감축하도록 노력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피고 은행은 감축대상 인원 및 선정기준을 노동조합에 통보하고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 실시를 발표하였다. 한편, 피고 은행은 1999년 3월4일 노동조합과 1급, 2급, 3급 직원 총 282명을 감축하기로 합의하여 당시 원고는 감축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피고 은행은 3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였는데 3급의 경우 감축대상자들중 원고만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아니하여 나머지 감축대상자인 281명과 감축대상이 아니었으나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5명 등 총 286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시켰다. 이후, 피고 은행은 원고에게 감축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통보한 후 1999년 4월30일자로 원고를 정리해고하였는 바, 원고는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서울지법(99가합55101)과 서울고법(2000나15908)은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였다.

[판결요지]  (경영해고를 실시하기 위한)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피고 은행이 1999년 상반기에 일시적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은 부실요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가결산이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하고 이 자료를 들어 피고 은행의 경영상태가 구조조정의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호전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위와 같이 피고 은행의 경영위기가 계속되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실시한 합병과 부서 통폐합에 따른 인원과잉현상을 참작하면 피고 은행이 원고에 대해 정리해고를 실시할 당시에도 이를 실시하여야 할 고도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 할 것이다.

② 해고회피노력: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회생의 기회를 마련하였던 점, 희망퇴직자를 모집하였던 점, 희망퇴직자 중 일부를 계약직으로 전환하여 재취업시키고, 일부는 자회사나 관련업체에 취업 알선하였으며, 또 일부에 대하여는 재취업을 위한 연수를 실시하는 등 퇴직자를 배려하는 상당한 조치를 취하였던 점, 노동조합과 협의 과정을 거쳐 당초 356명 해고 계획에서 282명만을 해고하는 것으로 해고인원을 감축 합의하였던 점을 고려해 보면, 피고 은행은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다고 할 것이다.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 피고 은행은 공적자금을 지원받기 위하여 금융감독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에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서에서 3급 이상 직원을 최대한 감축하기로 약속하였고,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위와 같은 선정기준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으며, 우리나라에 독특한 연공서열적인 임금체계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높은 직급의 연령이 많은 직원과 재직기간이 긴 직원을 해고하면 해고인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피고 은행이 정한 위 기준은 당시의 상황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서 수긍할 만하고, 정리해고를 조속히 마무리지어 안정을 기해야 할 필요성에 비추어 주관적 판단에 좌우되기 쉬운 근로자 각자의 개인적 사정을 일일이 고려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다.

④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협의: 이 사건에서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할 경영상 필요의 긴박성 등 실질적요건의 충족정도, 피고 은행의 노동조합이 종전에도 사용자와 임금협상 등 단체교섭을 함에 있어 3급 이상 직원들에 대한 부분까지 포함시켜 함께 협약을 해왔고 이 사건 정리해고에 있어서도 노동조합이 협의에 나서 격렬한 투쟁 끝에 대상자 수를 당초 356명에서 282명으로 줄이기로 합의하는데 성공한 점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정리해고가 실시되는 피고 은행 전사업장에 걸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이 사건에 있어, 피고 은행이 위 조항의 문언이 요구하는 노동조합과의 협의 외에 정리해고의 대상인 3급 이상 직원들만의 대표를 새로이 선출케 하여 그 대표와 별도로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정리해고를 협의절차의 흠결로 무효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례 2) 대법원 2002. 7. 9. 선고, 2000두9373판결 (재단법인 예술의전당 사건)

[사 건개요]  공연사업 이외에 공익자금 및 정부보조금을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 재단법인 예술의전당(이하 ‘원고법인’)이 문화관광부장관으로부터 98년 예산 삭감, 인건비 삭감 및 인원 삭감 지시를 받고, 1998년 8월7일부터 8회에 걸쳐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노동조합과 사이에 1998년 9월 말까지 당시 현원 155명 중 20명을 감축하기로 하였다.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을 위해 9명의 직제개편위원을 선발하여 구성된 직제개편위원회에서 직제개편위원들은 소정 선정기준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직원들에 대한 무기명투표의 방법으로 뽑아 그 중 최다득표를 한 순서대로 해고대상자를 정하였다. 이 후 노동조합측에서 선정한 직제개편위원들이 그 직책을 고사하는 등으로 직제개편위원 선발이 지연되자 원고법인이 1998년 10월7일 이미 선정된 직제개편위원을 노동조합과의 합의하에 선발하고, 1998년 10월8일 직제개편위원회를 개최하여 무기명투표를 한 결과, 직제개편위원회는 5표 이상을 얻은 자들 중 해고대상자를 인사권자인 이사장이 선정하도록 위임하는 결의를 한 뒤, 이중 1명은 영어를 전공한 전문인력이라는 이유로 제외하고 참가인들 및 소외인들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하여 1998년 10월10일 이들에 대해 대기발령하였고, 그 후 위 해고대상자중 1명이 추가로 희망퇴직을 하자, 원고법인은 남은 대상자 3인에게 3인이 합의하여 1인을 선출하면 선출된 사람은 정리해고 대상에서 구제하여 주겠다고 제의하였으나 3인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1998년 12월19일 이들을 모두 정리해고하였다. 이후 해고된 2인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여 서울지노위와 중노위로부터 모두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원고법인이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를 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 역시 해고대상자 선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로 인정하였다(99구20403). 그러나 고등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고(2000누5601) 대법원 역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였다.

[판결요지]  경영해고를 실시하기 위한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이 사건 정리해고는 IMF 관리체제하에서 문화관광부장관의 정부보조금 삭감조치와 인원감축요구에 따른 것으로서 인원감축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는 때에 해당되어 이 사건 정리해고에 대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은 있었다.

② 해고회피의 노력: 이 사건 정리해고 후 계약직직원을 신규채용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계약직원 15명에 대하여 재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들의 업무는 원고들과 같은 사무직 직원들에 의하여 대체가능한 업무가 아니었으므로, 원고법인이 임금삭감이나 무급휴직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거나 계약직 직원을 신규채용한 사유만으로는 해고회피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자 선정: 원고법인이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정한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이 다소 애매모호한 점은 있으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고, 직제개편위원들이 노동조합의 동의아래 선발된 이상 그 선발이 위원회의 개최 하루 전일에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해고대상자 선정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2) 판례들 검토

1) 경영해고 실시를 위한 요건들에 대한 완화된 해석

현 행 근로기준법은 4요건을 모두 구비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규정의 취지에 따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각 요건을 모두 구비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법상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법개정 이후에 문제된 사안들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기업이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는 이른바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하려면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여부, 사용자가 해고회피를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였는지 여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였는지 여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 등을 거쳤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해 해고가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지닌 것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법개정 이전의 판례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두1454 판결 등) 각 요건을 갖추어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를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31조 5항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위 사례들을 보면 대법원은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구체적인 적용에 있어서도 ‘경영해고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요건의 준수여부에 대해서는 완화하거나 고려하지 않는’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2)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

사례 1의 경우, 경영해고를 실시한 1999년 상반기에 이미 어느 정도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었고 회사와 노조간에 합의된 감축인원수는 이미 희망퇴직에 의해 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1심, 2심과는 달리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피고은행이 적자 누적상태에서 타은행과 합병을 단행하고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등 경영위기 상황에 있었음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조와 합의된 감축인원 수를 넘어선 근로자들이 이미 퇴직한 상태에서 원고에 대한 경영해고를 단행해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사례 2는 당해해고가 “IMF 관리체제하에서 문화관광부장관의 정부보조금 삭감조치와 인원감축요구에 따른 것으로서 인원감축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라고 하여 정부 지시에 의한 인원감축에 대해서는 다른 정황에 대한 별도의 판단 없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특히 공기업 등에서 정부의 지시나 영향 등으로 인하여 인원감축을 하는 경우, 법원은 거의 대부분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일단 경영해고가 정부의 영향 아래에서 실시되었다는 점이 확인되면 정보에의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근로자 측에서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 해고의 부당성을 인정받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고, 결국 근로자에 대한 보호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3) 해고회피노력에 대한 판단

사례 1에서 대법원은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당초의 해고계획 인원인 356명을 노조와의 합의에 의해 282명으로 줄였다는 사정이 해고회피노력의 판단에 참작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고회피의 노력을 다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실시하기에 앞서 해고를 피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야 하며 긴박한 경영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경영해고가 이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두 가지 조치만 취하고 바로 경영해고를 단행한 경우에는 해고회피의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해고회피의 노력은 기본적으로 고용보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명예퇴직은 어디까지나 퇴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용보장을 위한 하나의 조치로 볼 수 없어 해고회피노력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적어도 명예퇴직, 희망퇴직 외에 별다른 비용절감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는 해고회피노력을 다한 것으로 인정될 수 없을 것이고 그러한 점에서 사례1과 같은 대법원 판단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4) 해고기준 설정 및 대상자 선정에 대한 판단

국 내의 여러 학자들은 해고대상자 선정에 있어서 근로자측의 사정을 사용자측 사정에 우선하여 고려해야 한다고 보거나, 근로자측 사정과 사용자측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간의 판례 역시 ‘근로자의 주관적 사정과 기업의 객관적 사정을 고려한 형평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을 판단하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서울행법 2000. 6. 1. 선고, 99구28247 판결; 서울행법 2000. 7. 7. 선고, 99구34600 판결 등).

그러나 사례 1의 경우, 경영해고를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근로자의 개인적 사정은 고려하지 아니하여도 무방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또한, 연령, 재직기간, 근무성적을 기준으로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였을 뿐 근로자의 생활보호적 측면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1, 2심과는 달리 고임금을 받는 높은 직급의 고연령·장기근속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해고인원을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해고대상자 선정이 정당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고로부터 보다 많은 보호를 받아야 할 장기근속자를 우선적인 해고대상자로 정한 것은 합리성과 공정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온 기존 대법원판례(대법원 1993. 12. 28. 선고, 92다34858 판결)에서 제시되고 있던 대상자 선정 기준과도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 2의 경우 해고대상자 선정에 있어서 근로자측의 주관적 사정은 도외시되었다는 점, 정리해고기준이 애매모호하였고 해고대상자 선정 하루 전날 선정된 위원에 의해 대상자가 선정되었다는 점 등으로 인하여 1심 법원에서는 해고대상자 선정의 객관적·합리성이 부정되었지만 고등법원 및 대법원은 사례1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측 입장만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해고대상자 선정을 적법한 것으로 옹호한 것이다.

5) 근로자대표에 대한 통보 및 협의에 대한 판단

경 영해고시 근로자측과의 협의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는 사례 1과 2중에서 사례 1에서만 다투어졌다. 동 사건에서 1, 2심 법원은 조합원 자격이 없는 직원들로만 구성된 해고대상자들을 대표할 수 없는 노동조합과 협의한 것을 무효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협의하였다면 해고대상자들이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하여 별도의 근로자대표를 선출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하고 있다. 법문상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과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의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1, 2심 법원이 근로자의 이해관계에 보다 부합되는 실질적 판단을 하고자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단순히 비조합원이 아닌 조합원 가입자격조차 없는 자들에 대한 해고에 대해서도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협의만으로 충분하다는 해석을 하여 근로자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는 도외시하고 말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 영업양도 및 자산·부채인수(P&A)와 고용승계 관련 사건

(1) 대상판결

(사례 1)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2680 판결 (삼미-창원특수강 사건)


[사 건개요]  삼미특수강은 5년여에 걸쳐 적자 상태에 빠져 있던 중 도산을 피하기 위하여 봉강 및 강관 사업부문을 정리하기로 결정하여 동 사업부문 자산을 포항제철 자회사인 창원특수강에 매각하면서 자산매매계약서 상에서 근로관계의 이전을 명시적으로 배제하였다. 이후 삼미특수강 근로자중에서 1,917명이 창원특수강에 입사지원을 하여 이중 1,728명만이 합격되었는데 삼미특수강 소속 근로자로서 창원특수강의 채용전형에 응하였다가 탈락한 자 및 채용전형에 응하지 않은 자들은 이 사건 거래가 사실상 영업양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창원특수강이 자산매매계약서에서 고용승계배제특약을 한 것과 신규채용방식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인수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1997년 6월에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구제신청의 3개월 제척기간이 경과하였음을 이유로 구제신청을 각하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의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 계약의 실질을 영업양도로 보아 부당해고를 인정하였다(97부해207, 97부해212). 이후, 동 재심판정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 역시 이 사건 자산매매계약의 실질은 영업양도에 해당한다고 하여 승계거부를 부당해고로 인정하였다(97구53801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창원특수강이 고용승계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판결요지]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①~⑩까지의 사실들을 거론하며 이 사건 거래의 영업양도성 및 창원특수강의 고용승계 의무를 부인하였다. ① 삼미특수강은 적자사업부문을 정리하기로 하였지만 종업원을 포함시킨다면 인수희망자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자산만을 양도하기로 결정하였다, ② 삼미특수강은 단체교섭과정에서 공장자산매각의 경위와 고용승계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조에 통고하였고 최대한 고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③ 포항제철은 고용은 승계하지 않는다는 점을 계약과정에서 명백히 하였으며 이러한 점을 삼미특수강 근로자에게 충분히 주지시키도록 하였다, ④ 삼미특수강은 신규채용에 필요한 종업원에 대한 자료를 창원특수강에 제공하였고 종전 근로자의 근로관계청산에 관한 의무를 부담하였으며 창원특수강에 채용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삼미특수강에 잔류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⑤ 창원특수강은 인수한 60.6%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해 신규입사형식을 취하고 3개월 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창원특수강 고유의 직급 및 급여체계, 근무시간 등에 따라 재배치함으로써 종전 삼미특수강의 인적조직을 해체하여 포항제철 계열사의 기준 및 인사관리방법에 따라 재구성하여 조직화하였다, ⑥ 특수강생산에 있어서는 필요지식과 기술이 정형화·규격화되어 있고 모회사인 포항제철에 기술인력이 많이 있기 때문에 창원특수강으로서는 삼미특수강 근로자를 인수할 필요는 없지만 배려차원에서 일부 종업원을 신규채용하였다, ⑦ 창원특수강은 특수강을 계속 생산하고 있기는 하지만 봉강부문을 장기적으로 폐업하고 다른 품목을 주력사업으로 계획하여 생산전략을 크게 바꾸고 품질도 향상시켰다, ⑧ 창원특수강은 채권과 부채를 인수하지 아니하였다, ⑨ 창원특수강은 삼미특수강의 거래선과의 계약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았고 원자재 구입처의 29%, 판매처의 10% 정도만 유지하였을 뿐 대부분의 거래처를 새로이 개척하였다, ⑩ 창원특수강은 삼미특수강의 상호의 성가, 영업상 주문관계, 영업비밀 등 재산가치를 인수하지 아니하였다.

(사례 2) 서울고법 2001. 2. 2. 선고, 2000나31597 판결 (동남-주택은행 사건)

[사 건개요 및 판결내용]  금융감독위원회는 1998년 3월말 기준으로 ‘동남은행’의 자산·부채를 실사한 결과 동남은행의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고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1998년 6월29일 동남은행을 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의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동법 및 은행법 등에 의하여 동남은행에 대하여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모든 영업의 정지를 명하고, 일부 자산·부채 등에 관하여 한국주택은행(이하 ‘피고 은행’)에게 계약이전결정을 하며, 소외 박운병을 동남은행의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한편, 재정경제부장관에게 동남은행의 은행업무 등 모든 업무에 관한 인가·허가 등의 취소를 요청하였다. 피고 은행은 위 계약이전 결정 후 위 계약이전 결정에 따라 동남은행의 점포에 피고 은행의 직원을 보내 계약이전을 받은 자산·부채와 관련된 고객들에 대한 은행업을 하는 한편, 동남은행의 관리인 박운병과 동남은행의 신탁업무를 피고 은행이 대행하기로 하는 신탁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동남은행의 전산기기와 116개의 점포 중 50개의 점포를 인수하기 위한 부동산 매매계약, 임대차 승계계약, 업무용 고정자산 매매계약 등을 체결하여 50개의 점포에서 은행업을 하였으며, 그밖에 동남은행의 홍콩현지법인 동남금융유한공사와 동남은행의 전산시스템인 탑라인망, 하나로 교통카드, 비자카드 등의 업무 및 전산원장, 서류철, 고객관계 등을 각 인수하는 한편 동남은행 직원 중 618명을 1998년 10월1일 계약직으로 신규 채용하였다. 이후 1998년 9월30일 재정경제부장관은 동남은행에 대한 은행업 등 모든 업무에 관하여 인가 및 허가를 취소하였고 같은 날 및 같은 해 10월7일에 동남은행 관리인 박운병은 금감위의 명령에 따라 동남은행의 잔존 근로자들을 해고하였다. 이후 해고근로자들 중 일부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에 따른 주택은행으로의 자산부채이전은 영업양도에 해당한다고 하여 주택은행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1심에서는 영업양도로서의 성격을 부정하고 이에 관해 각하판결을 내렸다(99가합14793). 2심 역시 “피고 은행이 동남은행과 사이에 동남은행의 인적 조직도 함께 양수받기로 하는 영업양도에 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거나 법률의 규정에 의한 영업양도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달리 동남은행과 피고 은행 사이에 선정자들에 대한 고용관계의 양도를 수반하는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피고 은행이 선정자들에 대한 고용관계를 승계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하여 항소를 기각하여 현재는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2) 판례들 검토

영업양도시 양도회사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양수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이른바 원칙승계설에 입각하여 판례법리를 형성하여 온 것으로 해석되고 있고, 학자들도 영업양도시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해석하는 점에 대해 거의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사례 1 삼미-창원특수강사건의 핵심적인 법적 쟁점은 영업양도시 근로관계의 승계 여부 자체보다는 근로관계 승계를 초래하는 영업양도의 개념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였다. 즉, 이 사건 거래가 자산매매계약 형식을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영업양도에 해당되어 계약서 형식에 관계없이 당연히 삼미특수강 근로자들의 근로관계 승계를 초래하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 것이다.

기존에 영업양도와 근로관계가 문제되었던 사건에서 판례는 영업양도의 개념에 대하여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총체, 즉 물적·인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으로 정의하여 왔다. 이러한 개념과 더불어 역시 판례에서 인정하고 있는 영업양도시 근로관계 승계의 법리가 연결되는 경우에는 인적조직이 양수회사에 포괄적으로 이전되는 사실상의 결과가 반드시 있어야 영업양도가 인정되고, 영업양도로서 인정되면 근로관계가 승계된다는 순환론에 빠지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인적·물적 조직의 동일성 유지”라는 것이 반드시 인적·물적 조직 전체가 양도되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게 제시되었다. 즉, 영업양도시 일부 재산이나 일부근로자의 제외가 있었던 경우 그것을 이유로 인적 조직의 동일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물적·비물질적 영업수단과 함께 일부 근로자가 양도되었다고 하더라도 영업의 동일성을 유지시키기에 족하다면 영업양도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미-창원특 수강사건에서의 대법원 판결은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양수하는 기업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확인하고는 있지만 영업양도 개념 판단에 있어서 양도계약 당사자의 주관적 의사를 지나치게 중시함에 따라 결국 해고제한법리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점이 비판되고 있다. 삼미-창원사건과 관련하여 사회 일각에서는 동 사건에서 근로자가 승소하게 된다면 당시 수행되고 있던 여러 형태의 구조조정에서 모두 고용승계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여태까지 실시된 구조조정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는데 대법원의 판단은 이러한 주장에도 영향을 받아 구조조정을 위해 근로자보호법리는 양보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던 것은 아닌가 의문시된다.

사례 2의 경우에도 역시 정부의 부실금융기관 계약이전명령에 근거한 자산·부채인수가 실질적인 영업양도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법원은 주택은행이 동남은행의 유·무형의 자산과 부채, 고객관계 등을 인수받아 동남은행의 영업을 그대로 영위하였고 동남은행의 정규직 근로자 1,722명 중 618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양 은행간에 근로자 인수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영업양도성을 부정하고 있다. 영업양도의 실질을 가진 거래의 경우 근로관계의 포괄적 승계를 인정하고 있는 노동법리나 거래의 실질을 통해 영업양도 해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존 판례의 입장 등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양 은행간의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근로관계 문제는 도외시해 버린 것이다. 퇴출은행의 근로자 보호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나 그에 근거하는 계약이전결정서 역시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음이 지적된다.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기업 일부를 매각하거나 이 과정에서 경영해고를 실시하는 것 모두 우리 법체계 내에서 합법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기업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자산매매나 P&A와 같은 방식을 취하여 해고제한의 법리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법상 경영해고의 요건을 갖추어 정당하게 인원을 감축하였어야 할 것이다.

3. 명예퇴직, 권고사직 관련 사건

(1) 대상판결

(사례 1)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2다19292 판결 (알리안츠제일생명보험주식회사 사건)


[사 건개요]  알리안츠제일생명보험주식회사(이하 “피고회사”)는 1997년 12월경 IMF 외환위기로 인한 경영난과 모기업의 부도위기에서 벗어나 생존할 수 있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후, 1998년 7월경 피고회사 서울지역본부 업무부장으로서 산하기관 직원의 인사관리업무 책임자는 지점장 및 지점의 과장 등에게 사내 부부는 그 중 한사람이 그만두더라도 당장 생계문제가 생기지 않으므로 자진 사직을 하도록 해보라고 연락하였고, 같은 달 중순경부터는 각 지점에 지점별 진행상황을 알려주었으며 사내부부가 누구인지에 대한 문의가 있으면 확인하여 알려주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이 소속한 지점 산하 영업소의 소장들은 원고들과 남편들에게 원고들이 사직할 것을 수차에 걸쳐 권유하거나 종용하여, 결국 1998년 8월경까지 사내부부 88쌍 중 86쌍의 한쪽 배우자가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여 1998년 8월3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사이에 모두 퇴직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원고들을 비롯한 퇴직사원들은 피고회사의 취업규칙 소정의 퇴직금 이외에 아무런 금원도 수령한 바는 없었다. 이후 원고들은 자신들의 사직이 회사의 강요로 인한 것으로서 부당해고에 해당되고 특히 사내부부인 여성근로자들이 퇴직하게 된 것은 성차별적 해고임을 주장하며 제소하였다. 이에 1심 법원(2000가합38454)은 본 건 사직은 해고에 해당되지 않는 사직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고등법원(2001나25018) 및 대법원은 부당해고를 인정하였다.

[판결요지]  원고들을 비롯한 퇴직사원과 그 배우자들로서는 퇴직 권유 또는 종용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경우에 입게 될 불이익이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들에게까지 미칠 경우에는 그 압박감이 가중되고 지속될 것이며, 그러한 권유 또는 종용이 계속, 반복될 경우에는 더 이상 저항하여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므로, 이러한 상황하에 있는 원고들에 대하여 피고회사의 중간관리자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행한 퇴직권유 또는 종용행위는 원고들에 대하여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피고회사의 강요행위라고 인식될 것이어서, 사직서를 제출한 대가로 별도의 이득도 얻지 못한 원고들이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표명한 사직의사는 피고의 강요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내심의 효과의사 없는 비진의표시라 할 것이고 따라서 이는 의원면직의 외형만을 갖추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피고 회사에 의한 해고에 해당하고,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으므로 위 해고는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사례 2)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35379 판결 (농협중앙회 사건)

[사 건개요]  농협중앙회(이하 ‘농협’)는 IMF 사태와 축협 등과의 통합을 대비하여 구조조정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인력감축방안을 강구한 끝에, 1999년 1월초, 현원 16,960명에서 모두 2,510명을 감축하기로 하였다. 그 시행방식은 명예퇴직제를 우선 실시하고 응하지 않는 경우 1년간 순환명령휴직을 실시하되, 휴직기간 종료 후 정리해고대상자가 됨을 분명히 주지시키는 등으로 100%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1999년 1월6일 작성된 농협의 ‘인력구조조정추진방안’은 “동료가장이 퇴직하는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생활안정자가 퇴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특히 부부가 동시에 한 직장에 근무하는 것은 현재의 구조조정시점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부부직원 중 한사람이 퇴직하는 것이 바람직함. 따라서 최근 금융기관뿐 아니라 전 기업들이 사내부부 중 한사람을 퇴직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기술하였다. 그리고 이 구조조정대책에 관한 각 지역 지점장대상의 교육에서도 부부사원 중 1인의 퇴직이 바람직하며 남편들이 순환휴직명령대상자가 된다는 말이 있었고 이에 따라 중간관리자들이 부부사원들을 대상으로 적극 명예퇴직을 종용하였으며 특히 여성들에게 명예퇴직하지 않으면 남편이 순환명령휴직자가 되는 등의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음을 주지시켰다. 명예퇴직 실시 결과 762쌍의 부부직원 중 752쌍(98.7%)의 부부직원의 각 1명이 명예퇴직하였으며 그 중 688쌍(91.5%)은 여성이 명예퇴직 하였다. 명예퇴직 당시 이들은 소정의 특별퇴직금을 지급받았다. 명예퇴직한 여성 중 54.7%는 다시 농협 계약직으로 채용되었다. 사내부부 여성근로자로서 명예퇴직한 원고들은 회사측의 부당한 압력으로 인하여 사직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1심(99가합48608), 2심(2001나1661) 및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한 사건이다.
[판결요지]  원고들이 피고에게 사직원을 제출함으로써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데에 원고들의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나아가 피고가 명예퇴직제 등 인력감축방안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원고들에게 명예퇴직 권유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였다거나 예상을 넘은 명예퇴직 신청자 등으로 인하여 피고가 결과적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않았고 순환명령휴직을 받은 직원들이 사후에 모두 복직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들을 기만하였다거나 강박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원고들이 사기?강박에 의하여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거나 헌법상의 기본권 및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제반 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원고들이 피고의 기망, 협박, 강요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였다고 볼 수 없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원고들이 사직원을 제출하고 피고가 이를 수리함으로써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퇴직이 실질적인 정리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판례들 검토

IMF 체제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원감축을 위하여 이루어진 명예퇴직이나 사직 등이 부당해고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많이 다투어졌는데 이와 관련된 하급심판례들에 의하면 이미 대기발령을 받아 곧 해고된다는 경고를 직접적으로 받았거나 해고대상자로 공고까지 되는 등 사직하지 않는 경우의 불이익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사직에 대해서는 사직의 의사표시의 효력을 부정하고 있는 반면(서울행법 2001. 4. 10. 선고, 2000구20867 판결, 서울고법 2001. 11. 15. 선고, 2001누2470판결, 서울고법 2000. 5. 25. 선고, 99누7373판결 등) 사직을 종용받았더라도 경영해고를 당할 것이라는 향후의 불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사직의 의사표시의 효력은 부정하지 않고 있고 특히 명예퇴직금 등 금전상 이익을 고려하여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대해서는 사직의사표시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서울행법 2001. 3. 22. 선고, 99구32604 판결, 서울행법 2000. 11. 21. 선고, 99구15784 판결 등).

위 1, 2 사례들은 모두 스스로 퇴직하지 아니하면 어차피 해고당할 것이라는 압박, 특히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에게까지 불이익이 가해질 것이라는 압력속에서 퇴직한 경우이다. 다만, 사례 1의 경우는 퇴직자들에게 명예퇴직금이 지급되었지만 사례 2에서는 퇴직 조건으로 아무런 경제적 이익이 부여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보인다. 물론, 퇴직위로금을 지급받고 명예퇴직한 경우에 대해 섣불리 경영해고법리를 적용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퇴직위로금 지급 등의 부담을 지면서 명예퇴직을 실시하고자 하지 않게 될 것이고 경영해고를 당한 근로자와 퇴직위로금을 지급받으면서 퇴직한 근로자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형평상 문제가 있다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가 전적으로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게 되는 경우와 경영해고를 당하거나 아니면 사직해야 하는 상황, 즉, 어느 쪽을 선택하건 직장상실의 자유만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게 되는 경우, 이들 의사표시를 법적으로 동일하게 평가해도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심각한 제고가 필요할 것이다.

사례 2의 경우 비록 결과도출을 위한 논리전개 과정에서 사내부부 우선퇴직의 성차별 해당 여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남지만 어쨌든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1심 판결과는 달리 사내부부인 근로자들에 대한 지속적 퇴직종용에 따른 퇴직의사표시를 비진의 의사표시로 인정하여 사실상 부당해고조치로 평가하였다는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인원감축을 위한 퇴직종용 사안에 대해 법적 제한을 가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기존의 판례법리와 마찬가지로 민법상의 비진의 의사표시이론을 원용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들을 노동법 이념에 의해 보호해줄 필요성이 있을 정도로 그 종료과정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종료행위로 볼 수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판단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위 사례들은 사내 부부 중 여성근로자가 퇴직하였다는 점에서 성차별 해당여부에 대한 격론을 불러일으켰다. 알리안츠제일생명사건에서는 법원이 성차별문제에 대해서는 일체의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고 농협사건에서도 1심 법원은 성차별문제에 대해 판단하지 아니하였으며 다만 고등법원에서는 사내 부부 직원중 일방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이 성차별에 해당되지는 아니한다고 판시하였으며 대법원 역시 2심 판결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농협이 수립한 인원감축기준에 성차별 의도가 없고 부부간에 스스로 퇴직자를 선택하도록 하여 외형상으로는 성중립적인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러한 기준에 의해 결과적으로 부부사원중 절대다수(농협, 알리안츠제일생명 모두 90% 이상)는 아내 쪽이 퇴직하게 되었다면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간접차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4. 채용내정취소 관련 사건

(1) 대상판결

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51467판결 (현대전자산업주식회사 사건)


[사 건개요]  피고회사는 1997년 8월경 원고들을 포함한 대학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들로부터 채용신청서류를 제출 받은 뒤 1997년 11월경 최종합격통보를 하였고, 1997년 11월30일 열린 입사예정자 소집 간담회에서 신입사원 입사교육계획 일정과 늦어도 1998년 4월6일까지는 모두 입사일이 지정되어 근무가 시작될 것임이 고지되었다. 그 후 1997년 11월경부터 IMF 경제위기가 도래하자 피고회사는 1997년 12월경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입사교육을 연기하고 1998년 2월경 당초의 입사일정이 추후 별도로 결정될 것임을 알리는 안내문을 송부하였고, 1998년 6월11일과 12월 개최된 신입사원간담회에서 신규채용의 취소를 통보하면서 그 대신 ① 금 200만원의 위로금을 받는 조건으로 입사지원을 취소하고 이에 대한 일체의 법적 청구를 받지 않기로 하는 방안과 ② 1999년 6월30일까지 피고회사의 채용발령을 기다려 보되, 위 기한까지의 채용은 피고회사가 정한 채용발령 예정순번에 따르고 만약 신규인력 수요가 없어 채용되지 못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두 가지 방안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였으나 원고들은 이 두 가지 방안을 모두 거부하고 종업원지위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였다. 1심 서울지법(98가합67930)은 “원고들과 같이 피고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관계는 성립되어 있으나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아니하는 등의 사유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있는 경우에는, 합리적이고 상당한 이유가 있는 한 기존의 근로를 제공하려면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과 비교하여 그 정리해고의 요건에 관하여 이를 다소 완화하고 동시에 기존 근로자들보다 우선적인 정리해고의 대상자로 삼는다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채용내정취소의 정당성을 인정하였고 이러한 판단내용은 고등법원(99나41055)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다만, 고등법원에서는 채용내정자들에 대해서 근로기준법 제31조 3항의 경영해고시 협의의무와 법 제32조의 해고예고에 관한 규정은 배제된다는 점이 추가적으로 설시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의 판단내용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보았다.

[판결요지]  피고가 1997년 11월경 원고들에게 최종합격통보를 해 줌으로써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되어 늦어도 1998년 4월6일(이 때까지 입사일이 지정되어 근무가 시작될 것임이 고지) 이후에는 원고들이 피고회사의 근로자가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 후 피고가 원고들에게 한 신규채용의 취소통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하고, 이어서 그 해고가 정당하다는 피고의 주장을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주장으로 본 다음, 피고의 위 정리해고는 판시와 같은 여러 인정사실에 비추어,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② 해고 회피를 위한 사용자의 노력이 병행되면서, ③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의하여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여, ④ 근로자측과의 성실한 협의를 거쳐서 행하여진 것이고, 한편 피고회사의 취업규칙에 비추어 신규채용된 자들의 채용내정시부터 정식발령일까지 사이에는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의 해약권이 유보되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들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결국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모두 정당하다.

(2) 판례 검토

채 용내정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채용내정을 근로계약의 성립으로 볼 것인가에 관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지되고 있는 해석론은, 기업에서의 근로자모집에 대해 근로자가 응모·응시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이고 이에 대한 사용자의 채용내정통지는 그 청약에 대한 승낙이며 이로써 채용내정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해약권을 유보한 근로계약이 성립하게 된다는 것이다. 위 사건에서도 법원은 채용내정통지를 함으로써 채용내정자들과 회사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으므로 IMF사태에 따른 경영악화에 의한 채용내정취소는 실질적으로 경영해고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경영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 근로자들의 경우보다는 완화된 입장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경영해고시 근로자대표와의 협의의무, 해고예고의무 등은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 이 사건 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회피노력, 해고대상자 선정기준 등에 있어서 정당한 해고라고 판단하였다.

채용내정자 들을 이미 근로하고 있는 근로자들에 비하여 우선적으로 해고하는 것은 회사와의 밀접도, 장기근속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위 사건 1심 판결에서 설시되고 있는 바와 같이 근속년수나 연령 등의 기준을 고려할 때 채용내정자들을 정규근로자들에 비해 우선 해고하는 것은 합리적인 기준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등법원이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은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하여는 60일전에 이를 통보하고 근로자의 대표자와 협의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근로자의 신분보장을 위한 이러한 규정은 근로계약이 확정된 근로자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사용자에게 해약권이 유보되어 있는 채용내정자에 대하여는 그 적용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채용내정을 취소하기 위하여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나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대법원이 이를 그대로 정당하다고 본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해약권”이 유보된다는 것은 채용내정자가 졸업을 못한다거나 질병이 걸린다든가 하는 등의 근로를 제공할 수 없게 된 사유를 해약원인으로 하는 해약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의미이고 이러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사용자가 해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파악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에서 해약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점과 근로기준법상 경영해고의 절차적인 법적 의무 사항을 연결시켜 해약권이 유보된 근로자이므로 경영해고의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해고한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채용내정자 보호에 소홀하고 경영해고시 근로자대표와의 협의의무를 경시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위 사건에서는 어차피 채용내정자 전원이 해고되었기 때문에 협의가 별다른 실익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규채용 내정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채용내정취소는 그들이 대부분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자 하는 상황에서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용자측에서는 채용내정자들에 대한 성의있는 협의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Ⅲ. 결어

이 상과 같이 IMF 경제위기 이후 근로자들의 고용존속 여부가 문제되었던 사안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주로 판례상에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검토하여 보았다. 적어도 현재까지 발견되는 대법원 판례들 중에는 근로자 보호라는 노동법적 이념에 소홀한 해석을 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며 IMF체제라는 특이한 상황속에서 예전에는 문제되지 않았던 새로운 법적 쟁점이 제기되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사건들에서는 특히 사용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몇몇 사건에서는 지방법원이나 행정법원, 혹은 고등법원 등이 근로자 보호를 고려하는 노동법리에 충실한 판단을 한 경우들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대법원은 경영사정이나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근로자의 이해관계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정부의 구조조정 지시”나 “IMF로 인한 경제위기” 등은 노동법상의 의무를 쉽게 회피하는 근거로 다소 무책임하게 이용되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의문시된다.

산 업 구조조정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에서 법원의 친자본적 경향에 대한 노동법학계의 우려와 지적은 이미 90년대 초, 중반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또한, 노동법리에 충실한 해석에 입각하는 하급심판결이 내려져도 시민법적 사고수준에서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고 마는 대법원의 보수적 경향에 대한 비판 역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더욱이 IMF 경제위기라는 특수상황에서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근로자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사회분위기까지 가세하여 그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된 것은 아닌가,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자본의 세계화, 노동의 유연화라는 명목하에서 앞으로도 지속되지 않겠는가 우려된다.

전 국가적 경제위기로 인한 기업의 존속자체의 위협이라는 비상한 상황에서 무조건 근로자 보호만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겠지만 사용자의 재산권과 근로자의 노동권·생존권을 조화롭게 인정함을 법이념으로 하는 우리 법체계 내에서도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과정에서의 근로자보호가 문제되었던 최근 일련의 대법원 판결 내용들은 노사 이익에 대한 조화로운 해석이라기보다는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해 근로자가 보다 많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에 노사정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기 쉬운 슬로건이겠지만 적어도 법원은 그러한 대의명분하에서 무시되어 버리기 쉬운 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한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