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대! 미제국주의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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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반대! 미제국주의 반대!

admin 0 3,612 2013.05.11 08:49

미 국의 대 이라크 침략전쟁의 개시를 앞둔 2003년 3월 중순 현재, 미 전역은 <비상 전시체제>로 들어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대 이라크 전쟁 선전포고 발언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 3월7일 기자회견을 비롯해서 연일 언론매체는 전쟁 이야기로 뒤덮여 있다. 국제사회의 격렬한 반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신에게 전쟁은 이미 불가피한 선택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미 국은 자신과 세계의 안보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체제의 무장력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위협받고 있는 것은 가공할 미국의 군사력으로 인해 존망의 기로에 서 있는 인류의 생명과 세계 평화이다. 미국은 반(反)테러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세계를 기만하고 있으며 21세기 초반의 역사는 이렇게 초강대국의 파괴와 살육의 폭력 앞에 직면해 있다.

미국, 그 자신이 대량학살무기

실 로 미국은 무고한 민간인들의 생명을 겨냥하는 '전범국가'로서 인류의 적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이 무장해제론을 내세워 통제하겠다고 강조하는 이른바 "대량학살무기(weapon of mass destruction)"는 다름 아닌 바로 미국 자신이다. 오늘의 현실에서 미국은 자신이 주장하듯 무장해제의 주체나 국제적 권위가 아니라 거꾸로 그 대상인 것이다.

이번 전쟁의 의미와 본질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한 마디로 '제국주의 침략전쟁'이다. 이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존재하지 않는 한, 우리는 미국의 잔혹한 침략주의에 대한 대응에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성은 한반도의 위기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침략전쟁을 자신의 국제적 존재 방식의 근본으로 삼는 나라에게 외교는 정작의 저의를 은폐하기 위한 기만과 전략적 고지를 선점하려는 포장이요, 그 실제는 오로지 폭력에 의존한 지배와 정복이다. 미국의 전쟁을 반대하는 일체의 운동과 결단은 따라서 모두 이 제국주의 지배와 정복의 전략과 맞서는 일이다. 반제(反帝)투쟁의 역사적 의의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며, 대자본과 군사주의의 동맹체인 파시즘이 제국주의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체제적 선택으로 등장하는 현실은 1930년대 이래 변하지 않았다.

미국의 자유주의 정치체제는 이미 애국법안, 조국안보부, 반 테러 법안 등에 의해 굴절되고 있으며, 언론과 정치는 '아메리카 파시즘'의 나팔수가 되고 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비애국적 행위로 매도되고 인권은 유린되고 있으며, 민주적 권리의 보장을 원칙으로 하는 공화정은 소수의 특권지배계급에 봉사할 뿐인 제국의 권세 앞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공화정인가 제국인가

미국의 저명한 역사 소설가이자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본질을 폭로 비판해온 고어 비달(Gore Vidal)은 그의 팜플렛, 「영원한 평화를 위한 영원한 전쟁」(Permanent War for Permanent Peace/Thunder' Mouth Press, New York, 2002)을 통해 미국의 공화정이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지키지 못하고 제국의 전쟁논리에 빨려 들어가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세 계의 자원과 패권에 대한 독점체제를 확보하려는 제국에게 전쟁은 그 자신과 구별될 수 없는 영혼과 육체, 그 자체이다. 결국 제국이 소멸하지 않는 한 인류에게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전쟁을 계획하면서 미국은 정권교체, 점령정책, 장기주둔 계획 등을 세워놓고 이 지역을 자신의 식민지로 만들 작정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전형이다. 그러나 이 전쟁은 이제 미국이 제국주의 마지막 단계에 처해 있는 현실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전 세계의 반발과 저항 앞에서 미국은 제국의 권위를 상실해가고 있으며, 도리어 반제반미(反帝反美)의 세계적 연대를 강화하는 역설적 현실에 직면해 있다. 오늘날, 반제는 반미와 분리할 수 없는 지점에 서 있다. 반미의 목소리가 없는 반제는 그래서 실체 없는 투쟁이 된다.

왜 미국은 전쟁에 몰두하려 하는가? 그 이유는 명백하다. 첫째, 이라크 지역의 원유에 대한 독점적인 장악이라는 것이야 이제 세상이 다 알고 있다. 둘째는 침체기에 빠진 미국 경제에 전쟁경제 방식의 해결, 즉 군수산업의 요구에 응한 결과이다. 셋째, 하나로 단결해가고 있는 유럽을 분열시키고, 중동 원유의 장악력을 확대하여 유럽에 대한 지배력의 강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넷째, 중동지역 전체에 대한 패권적 근거지를 보다 확실하게 확보, 중동에 대한 지정학적 우위를 확고히 다지려는 것이다. 다섯째, 신예 무기 시험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섯째, 이번 전쟁의 승리를 통해서 미국의 군사적 패권에 누구도 도전할 수 없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평화의 수호, 그러나 파괴의 논리

결 론적으로 이 거대한 전쟁을 통해서 미국의 제국적 지위를 재강화하는 것이 가장 총체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전쟁을 통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질 것이다. 그 까닭은 달리 있지 않다. 미국은 자신의 제국주의적 야만을 온 세상에 스스로 폭로했고, 그로써 미국의 선택과 지도력은 인류사회에서 거부의 대상으로 전락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동안 미국의 대외정책이 가지고 있는 야만적 본질에 대하여 추적 분석해온 윌리암 블럼(William Blum)은 그의 저서 『불량국가』(Rogue State/Common Courage Press, Monroe, 2000)에서 이렇게 미국의 본질을 갈파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벌여왔던 죄악을 폭로하면 사람들은 마치 연쇄토막 살인사건과 그 범인을 사랑하는 여인의 입장과 같은 상황에 서있게 될지 모른다. 여인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남자가 그런 끔찍한 일을 벌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토막 난 시신의 일부를 눈앞에 보여줘도 자신의 애인이 그런 일을 했다고 결코 믿지 못할 것이며, 혹 그걸 인정한다 해도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다 무슨 다른 선한 이유가 있어서, 또는 우연한 실수로, 내지는 어떤 경우에 이르면 인도주의적인 동기에서 그랬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남자가 바로 미국이다. … 그런데 이 미국은 세계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무기를 사라. 우리의 군대와 우리의 자본이 그대들의 땅에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도록 하라. 그리고 그대들의 지도자들이 무엇을 결정하든 우리가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 그러면 우리는 그대들을 지켜줄 것이다'" 지키기 위해서 파괴한다? 이런 역설과 모순이 있는가?

영국의 세계문제 전문가 지오프 사이몬즈(Geoff Simons)는 그의 저서 『이라크를 겨냥하여』(Targeting Iraq/Saqi Book, London, 2002)를 통해서 전쟁이 개시되기도 전에 이미 이라크는 미국이 주도한 경제제재로 사회의 기반이 무너지고 아이들은 죽어가며 제1차 이라크 침공전쟁에서 사용된 각종 열화 우라늄탄과 생화학 무기로 한 세대가 멸절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그의 생생한 보고를 읽고 있으면, 전 세계가 침묵하거나 보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이라크 민중들이 치룬, 또는 치루고 있는 지옥의 현실에 대하여 경악하게 된다. 미국의 공격으로 그토록 피폐해진 나라를 향해서 또다시 가공할 폭력을 휘두르겠다는 미국의 잔인한 선택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그 다음 단계의 전쟁을 미리 용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한반도는 미국의 세계전략 지도 속에서는 이라크의 바로 옆 동네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이 라크 전쟁의 소식과 함께 미 언론에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한반도 관련 소식이 연일 소나기 퍼붓듯 쏟아지고 있으며, 모두 부정적인 뉴스뿐이다.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악화일로에 있는데, 일체 그 전후좌우 사정은 거두절미되어 있으며 북한이 문제 해결의 평화적 수단으로서의 불가침 조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하는 언론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 북한 폭격전략 강력 저지해야

결 국, 위험한 북한의 행동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강제적 제재조처가 취해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일반 여론은 북한이 이라크보다 문제가 많은데 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느냐는 식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변화하지 않는 한, 만약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미국의 선제공격 조처가 정당하다는 식의 여론이 어렵지 않게 만들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실로, 전쟁의 조건과 환경이 돌이키기 쉽지 않게 굳어지기 전에, 우리의 대응이 보다 시의 적절하고 강력해야 할 것이다.

이라크 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다만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발생하면 그것이 더 이상 커지기 전에 소멸시키는 노력이 절실한 것이다.

무 엇보다도 이라크 침략 전쟁에 대한 단호한 반대가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지원요구를 해오고 있는 미국에게 거부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한반도의 전쟁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전쟁에 협조한 나라가 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명분을 잃게 된다.

또한, 전쟁의 “ㅈ”자도 나오지 못하게 미국의 북폭론이나 선제공격전략에 대하여 격렬하게 반발해야 하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한-미 합동 군사훈련 같은 것은 우발적 전쟁 점화력이 있기 때문에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일차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 포기를 국제법적으로 확약할 수 있는 불가침 조약 체결 같은 조처를 취하고 우리는 에너지 위기와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극단적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우선 일방적으로라도 대대적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 북한은 사태를 극단화시킬 수 있는 더 이상의 핵 동작을 멈추고 6·15 선언에 약속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실현하여 한반도에 무언가 평화적 기류가 일고 있다는 국제적 이미지 만들기에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흘리고 있는 이른바 '기습 북폭론'은 결코 가볍게 지날 수 없는, 실질적인 의지를 강력하게 가진 전략이다. 더군다나 이라크 침략전쟁 계획이 국제사회의 거대한 반발에 직면한 경험을 한 이상, 미국으로서는 기습공격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이라크 침략계획 추진과정에서의 학습효과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반도, 평화의 기류 왕성히 일어야

답 은 분명하다. 한반도에서 평화적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을 온 세상에 드러내 보여야 한다. 남과 북이 서로 오고가며 함께 하는 작업이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펼쳐지며 평화를 위한 각종 제안과 움직임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 가면, 이러한 한반도를 향해 위기를 조장하고 전쟁을 획책하는 제국주의의 마수는 설득력과 효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생명에 대한 주도권을 우리 자신이 되찾아, 민족의 생존과 그 미래를 힘차게 감당해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만이 온 세계에 드러나고 있는 현실은 그래서 우리에게 도리어 절호의 기회이다. 민족의 명운이 이 대량학살의 전쟁/전범국가로부터 지켜지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모든 힘을 기울여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치열한 운동을 전개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현실은 매우 엄중하며, 우리의 할 일은 시간의 낭비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는 비상시국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