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제조부문 임단협 전망

노동사회

2003 제조부문 임단협 전망

admin 0 2,975 2013.05.11 08:48

올해 제조부문 임단협 투쟁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임금삭감과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40시간 쟁취'가 최대 쟁점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특 히 지난해에는 '주5일 근무제'가 곧 법제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대부분 사업장들이 '법제화 이후 논의'나 '동종업계 도입 이후 실시' 등으로 단협안을 정리해 사실상 핵심을 비껴갔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도 노동계의 강력한 저항 속에 정부 입법안 저리가 무산되면서 또다시 주40시간 문제는 법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단협을 맞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보다 공세적인 '주40시간제 실시'를 요구할 계획이고 사용자들도 정부 입법안을 중심으로 휴가일수 등에서 최대한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임단협 투쟁시기가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집중도가 가장 높은 시기이기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임단협 투쟁과 연계해 조직적 과제를 함께 풀기 위한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제조부문에서는 정체상태에 있는 산별노조 건설 과제가 적극 제기되고 추진될 예정이며 한국노총 제조부문에서도 조직통합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용자들도 지난해에 이어서 대공장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별노조 강화를 저지하기 위한 대응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산별교섭 문제는 올해 임단협 투쟁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40시간 문제

'주40시간 실시'는 노동계 전체의 사안이지만 특히 잔업과 특근이 많고 시급과 일급으로 임금이 계산되는 제조업 노동자들에게는 실질임금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 라서 제조부문 노조들로서는 임금삭감폭이 큰 정부 입법안의 국회 처리를 저지하는 한편 사업장 차원에서는 임금삭감 및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는 주40시간을 단협에 명시해 내용적으로 정부 입법안을 무력화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임금삭감과 근로조건 저하없는 주40시간이 대세가 될 경우 이후 법제화 논의과정에서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총도 "단협 유효기간 중에 주5일근무제 법안이 통과될 것에 대비해 단협에 규정된 특별휴가를 최대한 축소하라"는 지침을 회원사에 내려보내 주40시간의 내용을 둘러싼 노사간 힘겨루기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국노총 금속, 화학, 섬유유통, 출판, 고무산업 등 5개 연맹으로 구성된 제조연대는 공공임단협지침서를 통해 "정부안은 임금을 20%나 삭감하고 노동조건을 크게 후퇴시키는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정부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임단협을 통해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를 쟁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연대 산하 1,100여개 사업장에서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실시를 단협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 계획이며 올해 단협 갱신이 없는 노조들도 보충협약을 통해서라도 총력투쟁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제조연대는 개별 사업장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서 가능한 한 산하 노조들의 교섭시기와 투쟁시기를 최대한 집중시켜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산하 노조들이 3월까지 연맹과 지역별로 교섭권을 위임하고 4∼5월에 집중교섭기간을 가지며 5월 중순 집단조정신청과 5월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6월초 시기집중투쟁을 벌이기로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조연대는 화학노련에 상황실을 설치했으며 제조부문 노동자 임단협 공동투쟁선포식도 가질 예정이다.

완성차 노조, 투쟁의 중심으로

민 주노총에서는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6월 쟁의시기를 집중하기로 한 금속산업연맹은 올해 임단협에서 실질노동시간 단축을 전면에 내걸고 총력투쟁을 벌일 계획이며 민주화학섬유연맹도 양대노총 제조공투본에 적극 참여하기로 하는 등 주5일근무제 투쟁에 주요동력을 형성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속산업연맹은 3월4∼5일 수련회를 통해 '노동악법 철폐, 신자유주의 저지, 민중생존권 쟁취 금속노동자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조직체계를 투쟁본부체제로 전환했다. 투쟁본부는 연맹 중집위원 21명과 금속노조 지부장 7명, 500인 이상 사업장 대표 15명 등 모두 43명으로 구성됐으며 백순환 위원장이 투쟁본부장을, 김호규 사무처장이 집행위원장겸 상황실장을 맡고 있다. 특히 투쟁본부 내에서도 자동차분과 노조들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 기아자동차노조, 쌍용자동차노조 등 완성차 노조들과 금속노조 산하 자동차 부품사 지회들을 주축으로 한 자동차 관련 산업노조들은 지난 5년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나름대로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파업에 따른 사회적 파급효과도 매우 크다.

이들 노조들은 지난 달 7일 공동수련회를 갖고 오는 6월에 주40시간 즉각 실시를 요구하는 공동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더구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노조들이 현재 주42시간으로 규정된 단협을 40시간으로 낮출 경우 자동차 산업 내부 뿐 아니라 전체 산업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들의 임단협 향방에 관심이 모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완성차 노조들은 올해 임단협에서 주 40시간 투쟁의 전면에 나서면서 노동계 투쟁을 이끌어 간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자동차 산업 호황국면 이후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어 이번 임단협에서 경영참가 방안 마련 등을 적극 제기할 계획이다. 이같은 제조부문 노조들의 움직임은 4월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의 주5일근무제 논의와 맞물려 상반기 노사, 노정 관계의 중심에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도 주력

주40시간 쟁취와 함께 제조업 부문에서는 비정규직 차별철폐, 고용안정보장, 산업안전 강화, 경영참가 등을 주요한 요구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금 속산업연맹은 비정규직 차별철폐, 근골격계 질환 대책마련을 위한 작업장 환경개선 등을 올해 임단협 핵심사안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맹은 임단협에서 △ 사내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간 임금격차 해소, △ 동일노동 동일임금 단협 조항 명시, △ 신규채용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및 생산공정 하청 투입금지, △ 근골격계 직업병 예방대책 마련, △ 경영참가 등을 공동 요구안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민주화학섬유연맹도 △ 일방적인 구조조정 저지와 고용안정보장, △ 생계비 보장,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 노동건강권 보장, △ 해고자 원직복직 및 손배 가압류 해제를 올해 임단협 핵심요구로 설정하고 있다. 민주화학섬유연맹은 "연맹 내 사내하청 사업장이 상당수 분포돼 있어 이들에 대한 조직화가 절실하다"며 "이와 함께 노동건강권 보장 투쟁도 적극 벌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제조연대도 비정규직 문제를 조직화문제와 연계해 풀어나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제조연대는 소속 단위노조에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노조규약의 개정을 추진하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단협에서도 처우와 산업안전 문제 등을 사내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동등하게 적용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제조연대는 또 올해 임금인상요구율 12% 가운데 1.2%를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사용하기로 했다. 즉 정규직 임금인상분 가운데 1/10을 회사가 비정규직 임금인상이나 작업환경개선, 4대 보험 가입 등에 사용하도록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제조연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에 가입시켜 이들을 조직활동과 투쟁의 주체로 세우고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정규직화, 노동조건 개선투쟁을 함께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계의 이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총에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비정규직 관련 노조 요구 거부'를 단협 체결 지침으로 회원사에 내려보낸 상황이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할 전망이다.

또한 임금부분에서도 민주노총은 12.5%, 한국노총은 12%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경총은 4.3%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어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산별노조를 둘러싼 노사대립 예상

올해 임단협에서는 제조부문 노조들이 조직과제를 풀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제조부문은 정체돼 있는 산별노조 전환 사업을 임단협 시기와 연계시켜 산별노조 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 속산업연맹은 투쟁본부를 중심으로 16만 금속노동자가 하나되는 투쟁을 전개하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산별노조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잡고 오는 5월말 쟁의행위 찬반투표 실시와 연계해서 미전환 노조들의 산별전환 투표시기를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자동차노조가 이미 올해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동시에 산별전환 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상태며, 이에 따라 금속산업연맹은 다른 미전환 노조들도 이 시기에 산별전환 투표를 집중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특히 임단협 시기는 조합원들의 노조활동 참여도가 높아지는 시기인데다 노조 집행부의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도 높은 찬성률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이같은 경향이 2/3를 얻어야 하는 산별전환 투표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대공장 노조들의 산별전환이 결의되면 지난해 일부 사업장에서 집단교섭 체결에 어려움을 겪었던 금속노조도 올해 집단교섭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더구나 금속노조는 높은 활동력과 조직력에도 불구하고 중소사업장 중심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금속산업연맹의 대부분을 포괄하게 되며 이럴 경우 연맹과 금속노조의 지도력 일원화 문제도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화섬연맹의 경우에도 단위노조의 산별전환 결의가 늦어지면서 당초 2월로 잡았던 산별노조 출범시기를 연기했지만, 지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안에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또한 구체적인 출범시기는 하반기 임시대의원대회 이전에 산별노조준비위원회에서 마련하기로 했다.

산별노조 출범을 위해 연맹은 임단협 시기를 적극 활용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선전활동에 집중하면서 단위 사업장들의 산별전환 결의를 독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의 지역본부를 지역지부 준비위원회로 전환하는 한편 임단투 투쟁도 산별노조 전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부(준) 단위 공동투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동계 움직임에 대한 사용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두산중공업, 삼호중공업, 대동공업 등에서 금속노조는 원하는 산별교섭을 관철하지 못했으며 장기간의 노사갈등을 겪어야 했다. 또한 올해도 대공장을 중심으로 산별노조에 대한 경영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해 노사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제조부문 노조들의 조직적 관심이 산별노조 건설이라면 한국노총 제조부문 노조들은 제조연대 강화와 조직통합 작업에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연대는 지난해 활동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 공동투쟁을 거치면서 위상이 강화됐지만 중앙단위 결합력이 취약했고 지도력 발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안별 결합이 아니라 일상활동에 대한 연대 폭을 넓혀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연대간에 조직통합이 본격화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조직규모와 사업장 여건이 유사한 금속노련과 화학노련이 통합의 바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제조연대가 조직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선 공동 활동을 넓혀가는 한편 여건이 비슷한 금속노련과 화학노련의 통합을 통해 제조연대 통합 여건을 조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속노련과 화학노련은 지난해에도 임원들간에 통합논의가 진행된 바 있으며 올해도 통합논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아직은 상층부 중심으로 논의되면서 단위노조와 실제 현장조합원까지는 통합 분위기가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며 "금속노련 선거가 끝나는 5월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