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규모 축소에 급급한 노동부

노동사회

비정규직 규모 축소에 급급한 노동부

admin 0 4,458 2013.05.11 03:10

1. 통계청은 1963년 3월부터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실시해 왔다.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지난 40년간 임시일용직 비중을 살펴보면, 6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계속 감소하던 임시일용직 비중이, 1982년 2사분기를 최저점으로 가파른 증가세로 돌아서 1987년 3월 45%를 넘어섰다. 1987년 7,8월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이 활성화되자 1988년 2월(45.6%)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임시일용직 비중은, 1994년 5월(41.7%)을 저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1999년 3월 50%를 넘어섰고, 최근에는 52%대에서 구조화하고 있다. ([그림1]과 [그림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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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처럼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비중이 80년대 초중반과 90년대 중반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빠른 속도로 증가했음에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1999년 3월부터 임시일용직이 50%를 넘어서고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이 55.7% (2001년 8월)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대선 후보 모두 비정규직이 50%를 상회하는 잘못된 노동현실을 언급하면서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금지'가 노동부문 최대 공약으로 제기되었다.

3. 그럼에도 정작 노동행정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지난 5년 동안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입법적, 행정적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 대우 확산'을 방관해 왔다. 몇몇 학자에게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독점적으로 제공, 용역을 의뢰한 뒤 비정규직 규모가 27%밖에 안된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이에 대해 동일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 규모가 56%라는 본 연구소의 반론이 있자 '비정규직 개념과 규모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제도개선은 신중해야 한다'며 스스로의 직무 유기를 합리화시켜 왔다.

4.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현 시점은 그 어느 때보다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금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경총이 비정규직 규모가 27%대에 불과하다는 보도자료를 낸데 이어, 1월22일 노동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비정규직 규모가 27.8%'에 불과하다며 구태를 재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본 연구소는 비정규직 규모에 대한 논쟁은 가급적 자제하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에 대한 사실관계 제공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동안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비정규직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시급히 요구되는 입법적, 행정적 조치를 가로막는 빌미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경총과 노동부 등의 움직임을 볼 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정규직 규모와 관련하여 몇 가지 견해를 밝힌다.

5. 먼저 동일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2년 8월)를 분석했음에도 노동사회연구소는 772만명(56.6%)1), 노동부 등은 375만명(27.5%)2)으로, 비정규직 규모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노동사회연구소는 통계청이 지난 40년 동안 조사해 온 임시일용직 통계를 신뢰하는데 비해, 노동부 등은 자기들 입맛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같은 국가기관에서 매달 작성, 발표해온 통계를 한 순간에 폐기했기 때문이다.

5-1) 우리나라에서 임시·일용직은 일제 때부터 형성된 개념으로, 통계청은 1963년부터 종사상지위(상용, 임시, 일용)에 따른 통계를 조사·발표해 왔다. 비정규직, 파트타임, 파견·용역 등의 개념이 등장하기 전인 1970∼80년대에도, 많은 단체협약이 임시직 관련 조항을 체결했을 정도로, 노동현장에서 임시·일용직은 불완전고용(비정규직)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통용되어 왔다. 따라서 노동사회연구소는 통계청의 임시일용직 704만명(51.6%)에 부가조사에서 확인된 상용직 가운데 비정규직 69만명(5.0%)을 합쳐 772만명(56.6%)으로 추계했다. <[그림3]에서 ①+②+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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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그러나 노동부 등은 부가조사에서 질문한 7개 고용형태 가운데 어느 하나에 속하는 사람만 비정규직이라면서, 납득할만한 해명 없이 통계청의 임시일용직 통계를 사실상 폐기 처분했다. <[그림3]에서 ②+③> 임시일용직 가운데 절반 이상인 397만명이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잘못 분류되었다는 것이다. <[그림3]에서 ①> 그러면서 그에 합당한 근거를 찾을 수 없자 조사표도 아닌 조사지침이 잘못되었다는 등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굳이 반론을 전개할 가치를 못 느낀다. 지난 40년 동안 매달 반복적으로 실시해 온 조사에서 조사원들에게 참고자료로 주어지는 지침상의 몇 줄 때문에 397만명이 비정규직으로 잘못 분류되었다니? 이것은 '비정규직 비중이 50%를 넘는다',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유연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자 이에 당황한 노동부 등 노동시장 유연화론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더 많은 유연화'를 위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6. 그럼에도 노동부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규모가 27%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납득할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6-1) 노동부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설문 문항 7개가 우리나라 비정규직을 포괄한다고 생각하는가? 계절근로, 사내하청, 사내용역 등은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인가?

6-2) 우리 사회에서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흔히 '노가다' 내지 비정규직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표1]에서 노동사회연구소는 건설업 노동자 128만명 가운데 97만명(76.4%)을 비정규직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에 따르면 67만명(52.5%)으로 집계된다. 어느 것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가? 건설업 노동자 4명 중 3명이 비정규직인가? 2명 중 1명만 비정규직이고, 다른 1명은 정규직인가?

6-3) 요즈음 20세미만 저연령층은 정규직 취업이 쉽지 않다. [표1]에서 노동사회연구소는 20세미만 30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을 27만명(90.0%)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16만명(53.5%)으로 집계된다. 어느 것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가? 20세미만 저연령층 10명 가운데 9명이 비정규직인가? 2명 중 1명만 비정규직이고 다른 1명은 정규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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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0세이상 기혼여성은 정말 정규직 취업이 쉽지 않은 계층이다. [표1]에서 노동사회연구소는 60세이상 기혼여자 33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을 32만명(96.9%)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21만명(63.4%)으로 집계된다. 어느 것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가? 60세 이상 기혼여성 20명 가운데 19명이 비정규직인가? 3명중 2명만 비정규직이고 1명은 정규직인가?

6-4) 이러한 질문에 대해 노동부는 '이들은 비정규직은 아니지만 영세업체 취약계층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고 답변할른 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이들이야말로 비정규직의 핵심인데 비정규직이 아니고 영세업체 취약계층이라니? 여기서는 건설일용 노동자들은 평소에는 사업체 소속이 아니면서 일감에 따라 대규모 공사판에서도 일하고 소규모 가옥건축 현장에서도 일한다는 사실만 언급하도록 한다.

7.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금지'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부문 최대 공약 사항이자 사회적 공감대가 광범하게 형성된 사안이다. 따라서 노동부는 '비정규직 규모는 27%대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규모와 개념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개선은 신중해야 한다'며 지난 5년 동안의 행태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노동부 본연의 임무에 걸맞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줄이는데 앞장섬으로써 노동자들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다.

후주
1) 자세한 것은 『노동사회』 2003년 1월호 167∼184쪽(또는 노동사회연구소 홈페이지
www.klsi.org 자료실) 참조바람.
2) 노동부는 27.5%가 아닌 27.8%로 보고하고 있다. 이것은 계약근로(한국노동사회연구소) 내지 한시근로(노동부)를 어떻게 정의하냐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차이가 0.3%에 불과하므로 무시해도 무방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