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대북정책의 과제와 전망

노동사회

노무현 정권 대북정책의 과제와 전망

admin 0 4,086 2013.05.11 12:34

노 무현정권은 으뜸가는 국정과제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의 발돋음을 제시하고,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다고 한다. 이 국정과제와 현재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덩어리인 북핵파동에 따른 전쟁위협 및 향후 동북아질서의 재편 추이를 함께 고려하여 노정권의 대북정책의 과제와 전망을 살펴보겠다. 대북정책은 곧바로 대미정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곁들일 것이다.

민족의 장단기적 생명권 확보를 위한 평화체제구축

unikorea_01_0.jpg작 년 10월 켈리 미국특사의 방북을 계기로 미국은 북미제네바합의를 파기시키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몰고 왔다. 이미 부시정권이 등장하면서 제네바합의의 파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단지 그 발화시기를 미국의 중간선거, 한국의 대통령선거, 북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탈미 동북아협력체의 서막이 열리려는 시점에 맞추었을 뿐이다. 또한 2003~4년 전쟁위기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고 필자는 2000년 부시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면서부터 이에 대한 대비를 역설해 왔다.

이곳 한반도에는 탈냉전이라는 90년대 이후 무려 여덟 번의 전쟁위기를 겪고 있다. 1991년의 엔테베 작전과 120일 전투시나리오 등으로 회자되던 제2의 한국전쟁위기, 94년 한 시간만 늦었더라도 전쟁이 불가피했던 94년 6월 중순의 전쟁위기가 있었다. 또한 북한군의 씨를 말리겠다는 작계 5027-98로 준비한 98년 금창리 핵위기, 대포동 인공위성발사로 야기된 99년의 미사일위기, 2002년의 악의 축 전쟁위기, 지금 현재 진행중인 2003~4년 전쟁위기, 그리고 2차에 걸친 서해교전이 있다. 앞의 여섯 번은 미국이 주도한 전쟁위기이고 서해교전은 남과 북이 각기 한 번씩 주도한 전쟁위기이다.

이들 한반도 전쟁위기의 일반적 속성을 살펴보면, 첫째 냉전시대보다 탈냉전시대에 전쟁위기가 더 높다. 소련의 몰락으로 대(對)미국 전쟁억제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정부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은 비밀전쟁계획을 주도하고 있다. 셋째, 전쟁국면에는 한국의 대통령도 이를 막지 못하는 게 현재의 한미관계의 속성이다. 그 전형적인 보기가 1994년 6월 중순의 전쟁위기다. 김영삼 대통령은 전쟁이 임박한 막바지에 클린턴 대통령과 무려 32분 동안 전화로 ‘싸웠다’ 한다. 그러나 미국은 미동도 하지 않고 전쟁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넷째, 전쟁위기의 주범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다. 위의 여덟 번 전쟁위기 가운데 여섯 번을 미국이 주도했고 북한과 남한은 각기 1/8을 주도한 것에 불과하다. 여섯째, 우리의 주류정치세력인 한나라당이나 주류언론 등 소위 주류라는 집단들은 전쟁을 막기보다 전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주로 해 왔다. 일곱째, 국민 일반들은 전쟁불감증에 걸려 있다.

민족전체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민족생명권 문제는 어떠한 문제보다 우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생명권에 관한 문제를 김대중 정권 이전의 어떠한 정권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우리의 죽고 사는 문제를 완전히 미국에게 맡겨버리는 정말 간이 큰 집단들이었다. 김대중 정권의 임기 중 대북정책의 최대목표는 바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었다. 우리 개개인이나 민족전체의 생명권을 확보하는 이 평화체제 구축은 노무현정권이 응당 계승해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또 노무현정권은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로의 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이나 평화보장을 전제할 때만 가능한 정책이다. 이 두 가지 국정과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클린턴 당시의 4자 회담 등에 의한 평화협정 방안이 아니라 동북아 5개국(러, 중, 일, 남북)과 미국이 함께 참여하는 6자 합의에 의한 협력안보가 요구된다. 이 6자 합의에 의한 평화체제 구축방안은 현재의 북핵문제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를 포괄적으로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터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이 평화체제의 구축은 북한의 장기적 생명권을 보장함으로써 경제회복을 가능케 하고 선군정치라는 체제위기 극복 정치를 청산하고 시민사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탈바꿈하게 할 것이다. 북한은 줄곧 평화협정문제를 위해 북미당사자간 협정을 주장해 왔고 북핵문제가 제기된 시점에서는 북미불가침협정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막가파식의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부시정권이 교체되지 않는 한 북미간의 직접적인 평화협정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를 우회적으로 동북아 안보협력체 구도를 전진시키면서 미국을 압박하여 평화협정에 이르도록 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마치 지난 9월 26개국 정상이 참여한 아셈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철의 실크로드’와 북한의 개혁·개방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아셈은 한반도 평화선언으로 화답했던 것처럼 직항로가 힘들 경우 우회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동북아 경제 및 안보 협력체로의 발돋음

unikorea_02_1.jpg위기는 기회를 몰고 온다고 하듯이 2차 서해교전이후 암울하던 남북관계가 7월에 접어들면서 북한 쪽에서 먼저 일기 시작한 일련의 사건들이 합주곡 형태의 동북아 지각변동이라 일컬을 만큼 질적인 변화를 출범시키고 있다.

첫 째, 북한의 개혁개방이다. 지난 7월 북한이 임금인상, 배급제의 제한적 철폐, 환율인상, 물가인상 등 경제 현실화 조치를 취했다. 이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개혁인 시장경제 형태를 접목시키는 본격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자본주의의 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경제 형태가 국가사회주의와 결합되는 것이다.

이어서 신의주, 개성, 금강산 특구가 발표되면서 사회주의 북한 속에 자본주의 섬이라는 두 개의 경제체제를 결합시킨 파격적인 변화를 내외에 보여 주었다. 이는 북한 변화의 정도가 그들의 공식적인 표현인 개선 정도가 아니라 급진적 개혁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둘째, 남북관계 또한 6·15국면으로 복원되었다. 서해교전에 대한 북한의 유례 없는 유감표명과 함께 진척된 경의선 및 동해선 착공, 휴전선 철조망 제거, 아시안게임에 650여명의 북한 선수와 응원단 참가 등으로 6·29서해교전에서 오는 전쟁위협의 우려가 가시면서 6·15국면이 다시 가동되었다.

셋째, 지금은 북핵파동으로 주춤해지고 말았지만 충격적인 북·일 정상회담에 이어 북·일 국교정상화에 대한 청사진이 짜여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셈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남북대화, 일북대화와 함께 미북대화를 병행, 추진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북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한 목소리로 미국을 압박했다. 한일공조로 미국에 대한 압박을 전개한 것은 남한과 일본의 현대 외교역사에 전례 없는 대미 자주적인 외교 행보이다. 미국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있는 일본이나 남한의 외교가 독자적인 위상을 찾고 이 과정에서 북한과 러시아와 공조를 취한 것은 동북아 협력구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터전을 다지는 것이었다.

넷째, 북·러 간에 한해에 두 번의 정상회담이 열리고, ‘철의 실크로드’가 합의되고,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러시아의 막후 지원이 이루어졌다. 경의선과 동해선으로 남북종단철로가 열리고 이것이 시베리아 횡단철로로 연결되면 부산에서 파리 및 스칸디나비아까지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가 뚫리게 된다.

다 섯째, 26개국 정상이 참여한 아셈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와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화답한 아셈회의는 햇볕정책 지지와 평화적 조미관계를 권유하는 ‘한반도 평화선언’을 발표하게 이르렀다. 이제 세계적 수준에서 한반도와 동북아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조를 확보한 셈이다. 또한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상하이 방문과 신사고 선언 등이 이들 큰 물결과 결합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남한에서는 촛불시위라는 주권되찾기가 활발히 전개되고, 대등한 한미관계를 역설해 왔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주한미군의 철군 논의가 이루어지며, 미국의 맞춤형 봉쇄정책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자주적 행보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이들 남북한과 동북아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큰 흐름은 남북한 개별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일본, 러시아, 중국 등과 합주곡을 울린 결과이고, 동북아라는 큰 지각의 총체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미국의 일방주의가 지배하는 동북아에서 벗어나 탈미의 동아시아 공조체제의 서막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총체적 구도 속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올바른 위상을 가지고 진전이 기대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지각변동의 예고 속에서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경제중심국 실현은 21세기 동북아 세력균형자와 평화조정자로서 새로운 한반도의 위상과 결합되어 한반도시대를 개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남북공조와 동아시아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전쟁광이 득실거리는 공화당 지배의 미국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일본과 남한 내 친미예속사대주의자들의 책동에 대비해 우리의 민족생명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한 방안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발돋음을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거니와 일본과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동북아협력구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메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핵심은 역시 북한이 개혁과 개방 및 경제회복을 제대로 진전시키고 안보라는 생명권이 보장될 때 이 동북아 협력체가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바로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한 대대적인 마샬정책이 노정권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더불어서 남과 북이 동북아 경제대국화 및 동북아 협력체화의 공동 주도 및 조정자로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동북아 신냉전에 대비한 부분통일의 초석 다지기

우리는 과거 미소냉전과 우리 민족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또다시 지구촌이나 동북아에서 신냉전이 발생하게 되면, 우리 민족이 아무리 남북공조를 취하여 통일을 이룩하려 하더라도 신냉전에서 오는 강제력 때문에 민족통일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통일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민족상잔의 전쟁까지 강요당할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앞 으로 2025년경이면 중국의 국민총생산액(GNP)이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럴 경우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이고 야만적인 동북아 패권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중화민족주의와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가 충돌하게 되고 그 결과 동북아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 신냉전이 도래하게 된다. 만약 그 시점까지 우리가 통일을 이룩하지 못한다면 남과 북은 또 다시 과거 미소냉전시대와 같이 북은 중국에, 남은 미국에 종속되어, 민족의 재통일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고, 민족분단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남과 북은 신냉전 도래 이전에 부분통일이라도 이루어 이 지구촌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기정 사실화하여 우리의 통일을 굳히는 작업을 시급히 추진하여야 한다.

이처럼 통일을 서두를 것을 요구하는 통일외적 조건과는 대조적으로 통일의 대내적 조건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간의 역량차이가 너무 심대하고, 남한의 통일역량이 북한을 민족공동체로 수용하기보다는 흡수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적대의식이 아직 만연해 있다.

이러한 내적 통일기반이 저조한 조건에서 급박한 독일식의 통합적 통일은 북한을 내부 식민지화하는 민족 분열적 통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우리는 북한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고, 남북간에 형성된 ‘제2 자연화’의 적대관계를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을 통일동반자와 상호주체자로서 인식하는 통일성숙도를 높여 내적 통일기반을 조성함으로써 지배와 예속의 민족 분열적 통일을 막는 역사행로를 서둘러야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완전한 통합적 통일은 가급적 지연해야 한다.

그러나 동북아 신냉전의 도래라는 외적 통일정세는 통일을 서두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통일의 외적 조건이 통일을 긴박하게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통일의 내적 조건이 제대로 뒷받쳐 주지 못하는 불균형 상태, 이 현상이 바로 통일딜레마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통일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은 바로 6·15공동선언 2항이 제시하고 있는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결합한 부분통일방안이다.

6.15공동선언이 이루어진지 3년이 다가오는 이 시점까지 남북당국은 아직도 구체적인 통일방안에 대한 협의조차 하지 못하는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노정권은 민족사의 거시적 전망 하에 부분통일방안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토대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미공조에서 민족공조와 주한미군철수를

앞 에서 우리는 민족사의 장기적 전망과 결부시킨 노정권의 대북정책 과제로 평화체제구축, 동북아 협력체 형성, 동북아 신냉전 이전 부분통일을 위한 토대 구축을 제시했다. 또 이들 과제를 구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주한미군이고 미국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의 주도로 한반도가 분단 된지 58년 동안 우리는 줄곧 한미공조제일주의를 취해 왔다. 그리고 한반도에는 주한미군이 상주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민족의 핵심과제인 평화와 통일은 진전이 없다. 또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도 끊임없이 전쟁위협 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평화위협과 통일을 가로막는 주범인 주한미군 철수를 공론화하고 철군을 관철시킬 때이다. 미국이나 주한미군은 이제 더 이상 냉전성역이라는 금기의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평화와 통일의 장기적 민족사를 위해서 노정권은 주한미군을 철군시키고, 한미공조우선주의를 민족공조우선주의로 대체하고 민족공조의 보조 축으로 삼아야 한다.
위에서 제시된 노정권의 과제는 응당 노정권 혼자만의 몫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주권되찾기를 위한 촛불시위의 역군들과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서 왔던 386세대와 같은 우리들 모두에게 함께 주어진 몫이고 민족사적 책무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