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노동정책 개혁과제

노동사회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 개혁과제

admin 0 4,260 2013.04.19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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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사회: 오동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토론: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임상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

일시: 2011년 12월 21일(수) 오후 4~7시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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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사회자: 제90차 노동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님이 현재의 노동 상황을 진단하고 차기 정부에서 이뤄져야 할 개혁과제들 제시하는 발표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님과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연구원장님, 그리고 참여연대 임상훈 노동사회위원장님이 이에 대해 토론을 해주시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은 노동자대투쟁 25주년, 96~97 총파업 1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한 두 차례의 큰 선거로 정치적 격변이 예상되는 만큼 노동운동도 정책적 대안과 새로운 비전을 다질 필요가 있을 텐데요. 오늘 토론이 이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발표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발표자: 사실 이 주제는 내년 봄 정도에 본격적으로 논의될 거라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연구소 내부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발표를 맡게 됐습니다. 어쨌든 오늘 토론을 통해 서로의 고민을 좀 더 풍부히 하고 다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발표문에서는 노동정책 개혁과제를 9개로 축약해서 제시했는데요. 본격적으로 개혁과제를 말씀드리기에 앞서, 이러한 과제들이 도출되도록 한 현재의 상황을 진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고용의 양과 고용의 질, 그리고 노동복지를 중심으로 노동시장 쪽을 살펴보겠고, 다음으로 노사관계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노동시장 진단은 그동안 제가 지속적으로 작업해온 데 비해, 노사관계 진단은 상대적으로 내용이 부족합니다. 토론하시는 분들이 보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국 노동시장 ‘고용의 양’ 진단

먼저, 노동시장 중 ‘고용의 양’에 대한 진단입니다. 현재 한국의 통계상 실업률은 3%대로 안정적이지만, 이 지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은 공공한 것입니다. 때문에 요즘에는 고용률 지표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우리의 고용률은 외환위기 직후 60% 이하로 급격히 떨어졌다가 완만하게 상승해왔지만, 아직도 그때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에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들 중에서는 멕시코가 우리와 비슷한 실업률과 고용률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그림1] 참조).

[그림1] OECD 국가 비교: 고용률과 실업률(2006~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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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식 실업률 지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다보니, 몇몇 언론에서 ‘실제 실업자’를 추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금씩 방식이 차이가 있습니다만, 대체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시 60세 미만 중 그냥 집에서 쉬었다고 답하는 사람들, 청년층 취업 준비자, 36시간 미만 단기근로자 중 취업 희망자(또는 18시간 미만 취업자) 등을 공식 실업자에 더해서 계산합니다. 이럴 경우 한국의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281만 명, 10.4%(또는 361만 명, 13.4%)까지 올라갑니다. 스페인하고 엇비슷한 수준이지요.

또 우리나라의 고용률을 성․연령․학력별로 세분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특히 청년(16.5%p)과 대졸 여성(19.6%p)의 고용률이 상응하는 계층의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심각하게 낮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혼 여성이나 고령자 계층이 빈약한 사회안전망 때문에 질 낮은 일자리를 마다할 수 없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그런 일자리에 진입 자체를 포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즉 일자리 양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합니다. 

한편, 한국의 여성 노동시장 구조는 20대까지는 남성과 별 차이가 없는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이다가 30대가 되면 뚝 떨어지는, 이른바 ‘M자형’입니다. 이는 아마도 출산과 육아가 일자리의 상실로 이어지는 사회문화적 배경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OECD 국가 중에서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나타납니다. 흔히 남부 유럽을 노동시장에서 남녀 격차가 큰 문화권으로 이야기하는데요. 그렇지만 남부 유럽의 경우 고용률에서는 남녀 차이가 있어도 임금 격차는 그리 크지 않은데, 한국과 일본은 고용률 격차와 임금 격차 모두 매우 큽니다. 이른바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의 원형이라는 남부 유럽보다도 성별 격차가 더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죠([그림2] 참조). 

[그림2] OECD 국가 비교: 성별 고용률과 임금격차(2006~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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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산업별 취업자 구성을 살펴보면, OECD 국가들에 비해 한국이 두드러지는 점은 사회서비스업 비중은 낮고 개인서비스업 비중은 높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사회서비스업 취업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데요. 특히 OECD 평균보다 많이 떨어지는 보건의료․사회복지 부문(OECD: 9.9%, 한국: 3.0%)과 공공행정 부문(6.2%, 3.5%)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그림3]을 보시면 OECD 국가 중에서 개인서비스업 취업자 비중이 사회서비스업보다 높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이는 한국이 사회적 위험을 개인과 가정에게 극단적으로 전가해온 사회라는 점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3] OECD 국가 비교: 개인서비스업과 사회서비스업 취업자 비율(2004~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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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그러다보니까 ‘사회적 일자리’ 등의 단기 정책으로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마구잡이로 양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공공부문에서 직접고용을 해야 하고, 그게 어렵더라도 지금처럼 용역회사들이 질 낮은 일자리를 마구잡이로 공급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가칭 ‘사회서비스공단’ 같은 것을 만들어서 일자리의 질을 보장하고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노동시간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 연간 실 노동시간은 법정 노동시간 단축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2,200시간가량으로 OECD 최장입니다. 그동안 실 노동시간 단축에 기여가 컸던 주40시간 근무제도의 효과도, 사업체 규모나 산업별로 편차가 있지만, 한계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에는 주당 법정 연장근로 한도인 12시간을 넘겨 주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약 240만 명(13.8%)이나 됩니다. EU 기준인 주48시간으로 했을 때는 360만 명(20.6%)에 이르고요. 이들 52시간 초과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약 45만 개(48시간 적용 시 74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그동안 취업자 증감 양상을 보면, 노동시간이 줄지 않았을 경우 취업자가 오히려 감소했을 거라는 계산이 나오기도 하고요. 

한국 노동시장 ‘고용의 질’ 진단

다음으로, 노동시장 중 ‘고용의 질’에 대한 진단입니다. ILO의 경우 고용의 질 지표로 근속년수를 자주 사용하는데요. 한국은 전체 노동자 중 장기근속자(10년 이상 근속자) 비율이 16.5%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적습니다(1위 이탈리아 43.3%). 반면 단기근속자(1년 미만 근속자) 비율은 37.2%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1위이고요(2위 멕시코 26.4%). 이를 봤을 때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됐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되는 것이고, 오히려 한국은 그야말로 ‘초단기 근속의 나라’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금 상황도 상식과 다른데요. 재계에서 임금인상률 결정 방식과 관련해 그간 주장해온 것이 ‘생산성 임금제’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을 평균을 내면 약 7.7%입니다. 그런데 노동부에서 5인 이상 사업장 상용직을 대상으로 임금인상률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간 임금총액 인상률 평균이 6.0%(정액급여는 6.8%)입니다. 이른바 정규직(상용직)들도 매년 성장률에 1~2% 못 미치는 임금인상률을 적용받고 있었다는 거죠.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피용자보수는 비정규직도 포함해서 계산된 것인데, 지난 10년간 인상률 평균이 4.7%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5년간 노동소득분배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져왔죠. 취업자 대비 임노동자 비율은 오히려 커졌지만 말입니다. 

기업이 가져가는 몫이 커졌다는 것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에서도 나타납니다. 제조업 같은 경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져 현재 8%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고 외환위기 이전 최대치와 비교하면 절반에 가깝습니다. 제조업이 아니라 전 산업을 놓고 계산해 봐도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죠. 나아가 10년간 급격하게 추진된 외주화를 고려해서 인건비에 외주가공비를 더해서 계산해도 비슷합니다. [그림4]를 보면 제조업의 경우 외환위기 전 최대 18%대에서 최근에는 13%대로 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4] 연도별 인건비와 외주가공비 추이(제조업, 매출액 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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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의 저임금계층의 비율은 26.7%로 OECD 국가 중에서 최고고, 임금불평등도 미국과 더불어 최고 수준입니다([그림5] 참조). 특히 저임금계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들에게는 사업체 규모에 따른 차별과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중첩되어 있죠. 이를 테면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 임금 대비 5인 미만 사업체 정규직 임금은 55.4%이고, 5인 미만 사업체의 비정규직 임금은 30%입니다. 또한 모든 규모에서 정규직 임금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은 약 55~63% 수준이어서, 비정규직 문제를 중소기업의 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림5] OECD 국가 비교: 임금불평등과 저임금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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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시행되는 법정 최저임금제도의 경우 그 수준이 현실에 비해 너무 낮고 그나마도 안 지켜지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법정 최저임금은 32%로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그룹에 속하고,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는 약 190만 명(10.8%)에 이릅니다. 이렇듯 최저임금제도가 안 지켜지는 것에 대해, 그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그렇다는 주장이 있는데 말이 안 됩니다. 그보다는 법을 위반해도 제재가 미약하고 업주에게 거의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실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상에서 제기한 것을 포함해서, 다양한 고용의 양 지표와 고용의 질 지표를 종합해서 평가한 결과는 아래 [그림6]과 같은데요. 보시다시피 한국은 고용의 양은 남유럽과 동유럽 수준이지만, 고용의 질은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멕시코와 함께 이상치(outlier)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림6] OECD 국가 비교: 고용의 양 지표와 고용의 질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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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복지 진단

이제 노동시장 진단 중 마지막으로 ‘노동복지’ 부분입니다. 먼저 사회보험인데요. 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100%에 가깝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85%가 넘는데, 비정규직은 평균이 3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저임금계층의 사회보험 적용률은 25~30%로, 저임금계층에게 안전망이 되어야 할 사회보험이 오히려 분단노동시장에서 격차를 강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를 끌어올리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긴 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죠.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OECD 국가들을 비교해 봐도, 한국은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이 7.1%로 멕시코와 함께 최하위입니다. GDP 대비 노동시장지출 역시 영국, 체코, 칠레, 멕시코와 함께 하위그룹을 구성하고 있고요. 

노동시장과 불일치하는 노사관계 구조

다음으로 노사관계 진단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세계은행, OECD, ILO가 2000년대 초반 각기 비슷한 작업을 했는데요. 노사관계가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분석이었습니다. 세 기관의 보고서들은 공통적으로 노사관계가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지 않지만, 임금불평등에 미치는 영향만큼은 뚜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한 국가의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을수록, 그리고 임금교섭의 집중도와 조정도가 높을수록 임금불평등이 낮다는 결론을 제시한 것이죠. 

그런데 한국의 경우 노조 조직률은 OECD 국가 중 바닥에서 네 번째이고, 단체협약 적용률은 최하위입니다. 프랑스는 조직률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협약 적용률은 90% 이상이죠. 교섭 집중도와 조정도 역시 뉴질랜드, 폴란드, 영국, 미국 등과 함께 하위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노사관계 지표들 역시 노동시장 지표와 마찬가지로 사업체 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라 파편화되어 있는데요. 조직률을 살펴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은 38.5%고 비정규직은 7.4%인데, 5인 미만 사업장은 정규직이 3.5%이고 비정규직은 0.4% 수준에 불과합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일본처럼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을 전제로 노동정책을 운용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제조업에서 5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가 40% 이상이지만, 우리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중소영세업체 비중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러다 보니 90%에 가까운 중소영세업체 종사자와 비정규직들은 노동정책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그림7] 참조). 노무현 정부 때도 임금정책이라고 제시한 게 임금피크제도였는데, 이는 정년퇴직을 바라볼 수 있는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죠. 또한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배타적 교섭제도)는 중소영세기업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기업별 노사체계를 유지․온존․강화시키는 것입니다. 정부는 노조운동이 대기업 정규직 중심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는데, 정부야말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림7] 한국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불일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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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파업발생건수와 노동손실일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노동운동의 힘이 위축된 상황이나, 정규직들의 조건이 안정됐다는 점 등이 작용할 텐데요. 그런데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의 신청건수를 살펴보면, 부당노동행위는 집단적 노사관계 영역이므로 파업발생건수 등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는 반면, 이와 달리 부당해고 신청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그림8] 참조). 특히 중소영세업체에서 많은데요. 저는 이러한 추세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집단적 노사관계 시스템으로 인해, 불만과 문제를 법제도를 통해 개별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림8]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구제신청건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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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 9대 개혁과제

지금까지 한국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대해 진단을 했습니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노동정책 개혁의 방향과 과제들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큰 방향은 ‘사회적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구축’이 될 텐데요. 이와 관련해서, 아직 보충이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9개의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 전에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이나 진보진영은 새것을 만들길 좋아하는데, 그보다도 기존 법을 지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해서 어려운 상황을 가속화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된 것입니다. 먼저, 현재 주40시간 근무제가 현재 전체 노동자의 53.5%에게 적용되고 있는데, 나머지에게도 제대로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근로감독을 강화해서 법령상 적용대상에게 엄격하게 지켜지도록 해야 하고, 또 시행령을 개정해서 현재 적용을 받지 않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초․중등학교에서 내년부터 주5일 수업을 자율적으로 실시하게 되어 있는데, 전면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초과근로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52시간을 넘어서는 초과근로만 일소해도 4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집단적 노사관계 영역에서만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부분에서야말로 근로감독을 강화해서 법과 원칙대로 하면 됩니다. 또한 실제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특례연장근로) 법령도 개정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터무니없게도 노동부의 법해석상 일요일 근무는 주당 연장근로 제한(12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를 초과근로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나아가 이런 부분들이 안착이 되면 연장근로 한도를 주당 8시간으로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교대제 개선 지원, 도소매 유통업체 영업시간 제한 등을 통해서 전 사회적으로 실 노동시간 단축을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그동안 많이 거론된 방안들인데요. 여기서 더 나아가, 다소 논쟁적인 제안입니다만, 안식년 제도를 확대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에 토론하시는 분들이 의견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하고 고용 및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의 사회복지지출과 사회서비스업 취업자 비중은 모두 OECD 최하위권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위험과 비용을 극단적으로 개인과 가정에게 전가해왔음을 의미합니다. 요즘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화두가 ‘복지국가’인데, 이는 사회복지지출과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것을 전제할 때 가능합니다. 또한 제대로 된 사회복지를 위해서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들의 적절한 고용 및 근로조건을 보장해야 합니다. 정부부문이 직접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아니면 가칭 ‘사회서비스공단’을 만들어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청년고용할당제를 실시하도록 해야 합니다. 청년실업과 관련해 2013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현행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매년 각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정원의 3% 이상씩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적용 사업장 대부분은 ‘노력’하지 않고 있죠. 이렇듯 실효성 없는 권고조항을 의무조항으로 바꾸고, 대상을 ‘30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적용 시한도 차기 정부 임기 기간인 2017년까지 연장해야 합니다. 

나아가 현재의 청년인턴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청년인턴제도 역시 청년고용할당제의 일종입니다. 그런데 이게 주로 비정규직 임시직 일자리만을 청년들에게 할당해서, 단지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기까지의 유예기간을 늘리는 역할만 하고 있죠. 또한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정규직들의 수습기간을 대폭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정부와 언론에서 청년인턴제의 긍정적인 면을 많이 부각해서 이렇게 비판하는 게 옳은 건지 조심스럽습니다만, 저는 차라리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을 임시직 인턴 활용이 아닌 중소기업의 정규직 채용 촉진 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넷째, 비정규직법의 제․개정과 엄정한 집행이 필요합니다. 먼저, 비정규직법의 제․개정과 관련된 부분인데요. 노무현 정부는 사실 임기 5년 내내 기간제법만 가지고 씨름을 했습니다. 기간제 외에 간접고용이나 특수고용, 호출근로 등 다른 비정규직 고용형태에 대한 입법도 필요합니다. 또한 기간제법도 개정될 필요가 있고요. 무엇보다도 간접고용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계속 강조한 것처럼 있는 법을 엄정하게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요. 이를 범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집행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노사공동결정법을 제정해서 외주화는 노사 공동결정 사항으로 규정하는 방안이나, 노동법원 도입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직접고용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는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가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만, 원칙적으로 상시 사용하는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을 해야 합니다. 국가가 ‘선량한 사용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정원과 현원을 동결하고, 공공부문 인건비를 총액관리제 등을 통해 감축하고, 또 경영평가나 기관장평가에서 기간제 사용과 외주화 확대를 긍정적인 지표로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역할을 방기하고 오히려 비정규직 확대를 촉진해왔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능동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상시적으로 필요한 기간제 일자리는 적절한 고용조건이 보장되는 상용직으로 전환하고, 정원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인건비 총액관리제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경영평가와 기관장평가 기준을, 정규직 채용은 가점하고 비정규직 남용은 감점하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합니다. 나아가 현행 민간위탁사업 중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은 공공부문이 직접 시행하도록 전환하고, 민간위탁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적절한 고용조건이 보장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관급공사 발주 시에도 고용문제를 평가기준으로 해서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기업은 감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섯째, 법정 최저임금 인상 및 적용대상 확대와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먼저, 최저임금 수준을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 평균값의 50%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현실화해야 하고, 현재 감액 적용되고 있는 가사사용인, 수습사용 중인 자, 감시단속적 근로자 등에게도 100% 적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는, 2~3일이면 배울 수 있는 일인데도 수습 중이라는 이유로 상당기간 최저임금의 90%만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개선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제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현행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주체와 구성방식이 개선돼야 합니다. 즉, 공익위원 선정을 노사단체와 협의를 거쳐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요구됩니다. 

다음으로, 최저임금법을 엄정하게 집행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양한 방안이 제시될 수 있을 텐데요. 이를 테면, 최저임금 전담 근로감독관을 두고 노동․사회단체의 추천을 받아 명예근로감독관제도로 운영을 한다거나, 반복적으로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업주들은 명단을 공개(‘3진 아웃제도’)해서 망신을 줄 필요도 있을 겁니다. 또 요즘에는 도로에서 제한속도 위반만 해도 곧바로 과태료가 청구되는데,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는 체불 임금을 정부가 먼저 지급하고 이후에 사용자에게 대위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니다. 

일곱째,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일소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현재 비정규직들은 사회보험 가입률이 30%대에 머물고 있는데,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한나라당에서도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들에게 사회보험료를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조정이 필요합니다만 그런 방향의 정책은 필요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구직촉진수당(실업부조)을 고용보험 미가입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안, 현재의 실업급여 지급 요건을 완화하고 지급 기간과 수준을 증대시키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덟째,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세부 목표를 마련해야 합니다. 노동기본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임에도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0%대를 넘어선 적이 한 번도 없고, 최근에는 10%선마저 위협받고 있는데요. 상식적인 정부라면 이를 주체의 문제로 돌리고 방치하기기보다는 구조적 원인을 찾고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테면, ‘노조 조직률 20%, 협약 적용률 40%로 향상’ 등을 구체적인 목표로 정하고 세부적인 정책 방안을 추진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ILO협약 87호와 98호를 비준하고, 노조법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및 노조 전임자임금 금지 조항을 삭제하며, 그 외에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각종 법률 조항과 관행을 일소하는 과정을 밟아가야 할 것입니다.

아홉째,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먼저, 중앙-산업 및 지역-기업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중층적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 차원에서는 노사정협의체를 재정비하고, 산업 및 지역 차원에서는 초기업 수준의 교섭․협의를 추진하며, 기업 차원에서는 협의와 공동결정을 촉진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이 중앙 차원의 노사정협의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동종의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경우”라는 현행 법정 기준을,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최근 독일에서는 자국이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단체협약의 효력확장이 안 되는 이유가 ‘과반수 요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 과반수 요건 같은 것은 둘 필요 없을 겁니다. “노사 쌍방이 초기업 수준에서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해 노동부 장관은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해당 부문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정도의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사회자: 발표 잘 들었습니다. 이제 지정 토론자들의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정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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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좋은 발표 잘 들었습니다. 그래프 등으로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시니 제안의 설득력이 더 커지는 것 같네요. 저는 이러한 내용들이 노동운동의 요구로 제기되고 정치권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보완되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들었는데요. 그래서 발표를 들으면서 궁금했던 점과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 더불어 한국노총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들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령자고용촉진특별법도 제정하자

먼저, 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초중등학교와 5인 미만 사업장에 주5일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자고 하셨는데, 그로 인해 줄어드는 임금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나 답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다음으로, 연간 노동시간 추세와 취업자 추세를 연결해서 노동시간이 줄지 않았으면 전체 취업자 수가 줄었을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인과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추가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의 노동정책이 그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이라는 지적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부당해고 신청건수 급증을 집단적 노사관계의 문제와 연결하는 것도 현실적인 개연성이 있는 것 같지만, 부당해고 사유나 유형을 분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비자발적 파트타임이나 노동시장지출 등 다소 생소한 용어들은 자료에서 명확하게 정의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한국노총은 2012년 ‘실 노동시간 줄이기 운동’을 언론사와 함께 전면적으로 전개하고자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발표문에 나와 있는 특례연장근로 문제는 금융노조 등에서 이미 중요하게 제기한 상태고, 휴일 근로시간을 초과근로 한도에 포함시켜 개선하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간 2,200시간 이상 일하는 상황에서, ‘안식년제도’는 아직 멀리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런 용어에 담긴 내용을 노사가 함께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인 인적자원개발(HRM)의 일환으로서, 연수(휴가)제도 등의 형식으로 융통성 있게 제기하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등은 꼭 필요하므로, 학교, 교회, 동사무소 등 기존 인프라 활용 방안을 추가해서 제시하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또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고령자고용촉진특별법 개정을 묶어서 가는 방향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중고령자 고용문제도 지금 심각한 상태거든요. 또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연구들은 청년고용과 고령자고용이 상관관계가 거의 없고, 대체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두 가지를 묶어서 제안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 문제 관련해 노사공동결정법 제정을 통해 외주화를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셨는데요. 이런 법을 제정하자고 하면 사측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 방법론상 노사협의회법이나 근참법(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을 강화해서 공동결정의 내용이 스며들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노동법원 도입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사법문화나 법체계상 단기간에는 어려워 보이고요. 장기적으로 그렇게 간다면, 현재의 노동행정체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테면 노동법원이 현재 노동위원회의 역할을 일부 가져가는 대신, 노동위원회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대폭 강화해 집단적 노사관계와 관련된 일체를 맡도록 하고, 고용노동부는 개별적 노사관계 관련된 사항만 담당하도록 하는 구조 변형 등이 필요한 거죠. 

공공부문에서 노동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운영자가 자율․책임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경영자 공모제는 사실상 형식적일 뿐이고, 그러다보니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의 간섭이 막강하거든요. 정부 구조 개편이라는 큰 틀과 맞물려 논의하지 않으면 공공부문 노동문제의 해결방안 도출은 사실상 어렵다고 봅니다. 

집단 자치와 개별 보호의 원칙 강화해야

여기까지가 발표문에 대한 의견이었고요. 다음으로 우리나라 노동정책이나 노동문제와 관련해 제 생각을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의 우리 노동정책은 종합적인 철학과 원칙을 기반으로 설계되지 않고 ‘땜빵’식으로 만들어져 온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문제가 더 심각해졌고요. 해서 저는 향후 노동정책이 수미일관하게 꿰어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집단적 노사관계의 자율과 자치를 최대한 보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법을 전면 개정해야 하겠죠. 우리나라 노조법은 아직도 노동조합을 정부가 지도하고 감독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를 모두 털어내고 자율적으로 합의된 협약이 확장되어 가는 방향을 유도해야 합니다. 둘째, 이런 구조적 기반 위에서 법정 최저임금 등 근로기준의 최저선을 엄밀하게 정하고, 정부가 이와 관련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 나아가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만들어야 합니다. 4대 보험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업부조 등도 신설해야 합니다. 

이런 원칙들이 유기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중앙 차원의 조정기구가 강화되어야 할 텐데요.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과 함께 노사정위원회의 절차와 구성을 개선하고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과, 거기서 다뤄야 할 의제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와 관련해 이른바 ‘3+3’ 의제인, 노사정위 위상 강화,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차별 시정과 보호, 고용안정을 위한 조치, 사회안전망 강화, 노조법 전면 재개정 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한국노총의 미래전략위원회 보고서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발표문에 대한 제 의견과 한국노총의 입장, 그리고 노동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 등을 말씀드렸습니다. 

초점은 이명박 정부가 노사관계 미친 악영향

김태현: 발표문이 간결하게 핵심적인 내용을 잘 정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노동시장 진단과 관련해서 그동안 제기된 것들을 잘 망라했고 활용하기도 좋은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토론자로서 본분을 하기 위해 몇 가지 추가적인 의견과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노동시장과 관련해, 오늘 주제가 차기 정부의 과제니까 한국 노동시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등을 조망하는 내용이 추가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 테면,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퇴직이나 저출산 흐름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에 주로 사용됐던 차별이나 불평등이라는 개념만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일 텐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빠진 것이 아쉽습니다. 

다음으로, 한국 노사관계는 현 정부 들어서 질적으로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요. 발표문의 노사관계 진단은 통계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이런 부분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민주노총이 느끼는 탄압의 강도가 굉장히 커졌다는 겁니다. 이를 테면, 10만 명을 포괄하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가 별 희한한 이유로 설립신고서가 반려되는 상황이죠. 또 민주노총이 자체적으로 산하조직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조법이 허용한 이후 새로 만들어진 복수노조들의 70%가량이 사용자 주도적인 노조들이고, 노조 및 조합원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2003년 그로 인한 노동자의 자살로 사회 문제로 제기됐을 때보다도 몇 배가 더 많습니다. 이런 조건과 상황들을 노사관계 진단에서 더 구체적으로 담아내면 좋겠습니다. 

요구를 실현하는 ‘과정’의 로드맵도 제시해야

이제 과제와 관련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발표문의 제안들은 대부분 기꺼이 동의하는 내용들인데요. 다만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 개혁과제라면 ‘요구’에서 더 나아가서 요구의 실현을 위한 ‘과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고민이 담겨져 있어야 합니다. 이를 테면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이라든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의 요구들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법 개정과 정부의 조직 및 방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는 거죠. 그런 고려가 없다면 차기 정부가 들어섰을 때, 요구 수준은 올라가는데 실현은 오히려 더디 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겁니다. 

다음으로, 과제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실 노동시간 단축은 민주노총도 추진하고 있고 발표문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다만, 민주노총이 주장해온 근로시간단축특별법 제정이나, 일본에서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을 목표로 정부가 만든 근로시간단축위원회 등의 경험도 추가적으로 고려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안식년제도와 관련해서는 이정식 사무처장님과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고, 기존의 직업능력개발제도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저임금 노동자와 청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에 영향을 주는 것 중에 포괄임금역산제도가 있는데요.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청년인턴제를 폐지를 하는 것에 대서는 저도 동의를 합니다. 한편,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는 매우 중요한데요. 관련해서 사회서비스공단의 신설을 제안했는데, 듣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내용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거든요. 병원 간호인력, 요양보호사, 장애인보조인 등 굉장히 다양한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있는데, 사회서비스공단이 이런 일자리들을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나아가 사회서비스 일자리 문제는 복지제도와 연결해서 큰 틀에서 고민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법 제․개정과 관련해 몇 가지 입법 목표를 제시하셨는데요. 물론 차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과거 경험상 법 개정 추진은 자칫하면 실효성 없는 논쟁만 일으킬 수 있어 고민이 큽니다. 어쨌든 간접고용이 현재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데 동의하고, 제도적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마련해가야 합니다. 또한 노사공동결정법 제정을 통해 외주화를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는데, 이는 노사협의회를 활용하는 등 좀 더 유연한 방안들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권력이 교체된 지역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는데요. 앞으로도 그런 지역에서, 오늘 발표문에 제안된 과제들과 방침들이 잘 활용되고 확산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역 공공부문에서 발주하는 사업들에 대해서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방안이 추가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된 조례제정운동이 전개되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 사회보험 관련된 내용 중에 자발적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이 빠져 있는데요. 추가적으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차기 정부에서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노조법 개정과 더불어, 이명박 정부의 탄압으로 인한 생긴 피해를 복구하는 것입니다. 부당하게 반려된 노조들의 설립신고서를 교부한다든가, 노동탄압으로 인한 해고자들의 복직 등이 그런 사례겠죠. 다음으로, 중층적 노사관계 관련해서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에서 보듯, 공공부문에서는 산별 노사관계 구축에 있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다는 점입니다. 차기 정부는 공무원이나 교사 조직과 실제적으로 단체교섭을 실시하고, 또 기업별 교섭을 하고 있는 기타 공공부문 조직들과는 산별교섭을 위한 기반을 함께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의 거버넌스에 노동조합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도 법대로 하면 노조가 참여할 수 있지만, 경제부처들이 막고 있는 상황이죠. 

마지막으로, 노동행정과 관련된 과제를 몇 가지 추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행 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들 선출은 노와 사가 배제한 후에 남는 인사들로 이뤄지는데요. 이런 방식은 열심히 기여하고자 하는 사람을 막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포함하여 차기 정부에서는 노동위원회가 대폭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고용보험 같은 경우 노와 사가 대부분의 재원을 마련함에도, 운영에 있어서는 배제되어 있는데요. 노사정이 균형 있게 고용보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고용노동부를 전체 정부 내에서 어떤 위상을 갖도록 해야 할까와 관련된 구상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범정부 차원의 노동 존중 방안을 구상하라 

임상훈: 지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에서는 차기 정부를 넘어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동안 이뤄져야 할 노동개혁 과제들을 고용, 사회안전망, 노동권 등의 영역으로 나눠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들이 오늘 발표된 것과 상당부분 비슷하네요. 

어쨌든 오늘 발표와 관련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 개혁과제’라는 이름으로 발표를 했는데, 이게 고용노동부의 과제인지 아니면 범정부 차원의 과제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김유선 소장님도 지적을 했지만,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해결이나 혹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등은 고용노동부만으로는 할 수 없는 과제거든요. 기왕에 개혁과제를 제시한다면, 범정부 수준에서 추진해야 할 것들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조직 개편까지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이를 테면, 노동 마인드가 없는 관료들은 평가에서 감점을 하는 방안이라든지, 기획재정부에서 장관뿐만 아니라 9급 공무원까지 노동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같은 것들이 고민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즉, 노동이 범정부 차원에서 존중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한편, 고용노동부 차원으로 좁혀서 생각한다면, 발표문과 관련해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는데요. 하나는 김태현 원장님도 지적을 한 것처럼 고용보험 거버넌스 개선 방안이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된 계획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사용자의 일상적인 지배개입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를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배타적 교섭제도가 문제가 되는 것도 사용자들의 노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때문이죠. 저는 이와 관련해서 노동위원회나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복수노조 상황에서 사용자 지배적 노조는 노동위원회가 교섭권을 박탈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겁니다. 

노동기본권의 사회적 실현으로 나가야 

다음으로, 발표문을 벗어나는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은데요. 지금처럼 노동시장이 분단된 조건에서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노동기본권 실현이 시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사회적 조직화, 사회적 교섭, 사회적인 단체행동 등을 사고하자는 거죠. 여기에는 이제 기존 노동단체들을 통한 노동기본권의 획기적 확장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산업화 초기에 만들어진 숙련 노동자들의 직종노조가 반숙련․미숙련 노동자들의 가입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결국 이들이 누구에게나 개방된 산별노조를 만들었거든요. 이런 경험들에 우리의 상황을 비춰본다면, 지금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들에게 비정규직을 조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노동운동의 역사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1990년대 초반 전노협, 연대회의, 업종회의 등의 3개 조직이 통합해서 민주노총이 만들어졌는데,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에게 가장 우호적인 전노협이 아니라 대기업이 주축이었던 연대회의가 중심이 됐습니다. 2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이 부분이 학술적으로 거의 검토되지 않았는데요. 이는 전문가들도 알게 모르게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드러내는 거죠. 또한 2000년대 중반 금속노조가 완성차 대기업노조들과 통합을 추진한 것도, 이러한 대기업 정규직 중심 사고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저는 당시에도 통합은 오히려 금속노조를 약화시키고 완성차 대기업노조가 사회적 역할을 못 하게 하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드리고 싶은 말씀은, 대기업에서 더 이상 정규직 고용이 창출되지 않아 조직화가 이뤄지지 않고, 또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노조들이 비정규직을 조직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비정규직들의 노동3권을 확장시키는 길은 무엇일까, 결국 ‘사회적인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이를 테면, 정규직노조에게 비정규직을 조직하라고 당위적으로 강요하지 말고, 지자체에서 만든 비정규직센터를 중심으로 시민사회의 네트워크 속에서 조직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보자는 거죠. 교섭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산별교섭과 기업별교섭의 틀을 넘어서, 그 겉모습과 상관없이 영향력의 범위에 따라 사회적 교섭과 비사회적 교섭의 틀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틀에서는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이 확대될 필요가 있겠죠. 한편, 사회적으로 단결과 사회적 교섭이 이뤄진다면 단체행동도 사회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텐데, 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되어야 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파편화된 노동시장, 노사관계 구조를 깨뜨리고 비정규직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10% 조직률의 힘을 넘어서는 사회적인 실현 방식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이상입니다. 

사회자: 토론자들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제 김유선 소장님께서 답변을 해주시죠.

김유선: 좋은 지적들 감사합니다. 잘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몇 가지에 대해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도록 하겠는데요. 먼저 이정식 사무처장님이 노사 자치주의를 노동정책의 가장 우선적인 원칙으로 강조했는데, 조직된 노동의 자율성과 자치는 중요하지만, 조직률 10% 상황에서 자치주의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이정식 사무처장님이 둘째와 셋째 원칙으로 제기한 최저선과 사회안전망 설정 등 국가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부각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합니다. 

다음으로,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님도 지적했듯, 노동정책 개혁을 위해 법 개정에만 매달리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수 있습니다. 법 개정 요구도 필요하지만, 기존 법을 제대로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집행하도록 만드는 경로도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 내에 개혁적인 세력들이 상당부분 포진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조건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검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지적한 것처럼 발표문에서 노동행정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나아가 이러한 과제들을 실현하는 주체들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는데요. 이 역시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사회서비스공단의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은 상태인데요. 다만 저항이 워낙 거센 공무원화 외에 국가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을 책임질 수 있는 방법으로서 제기한 것이고,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한 데 묶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면 지역이나 업종으로 쪼개서 조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임상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님이 범정부 수준의 과제인지 고용노동부 차원의 과제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는데,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자주 접하는 범위가 고용노동부 쪽에 한정돼 있고, 또 경제부처들은 정보나 사람이 매우 낯섭니다. 그런 부분들을 감안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임상훈 위원장님이 노동기본권의 사회적 실현이라는 매우 스케일이 큰 주장을 했는데, 발표문이 노동문제에 대해 노사자치보다는 국가․사회적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접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객석 토론]

사회자: 이제 참여하신 분들의 의견이나 질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참여자: 노동정책과 관련해, 입법적 사안과 정부의 추진 과제를 구별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할 것과 행정부가 과감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테면 근로기준의 최저선이나 사회안전망을 정하는 것은 과단성 있게 추진하고, 노사정위원회는 업종이나 직종별 협의틀의 묶음으로서 초기업적 단체교섭을 유도하거나 촉진하기 위한 기구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겁니다. 노사정위원회의 위상 강화와 개혁은 필요하지만, 과거처럼 모든 걸 노사정위원회를 통해서 하려다가는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유로존 위기 등으로 2012년 대외경제여건이 매우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때문에 노동정책 개혁과제를 제시할 때, 경제가 어렵더라도 혹은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논리 구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남부 유럽에서 부실한 사회안전망 때문에 경제위기가 더 심각해진 사례로부터 배울 점을 검토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우리나라 공무원 비율이 굉장히 낮음에도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을 이야기하면, 바로 재정적자나 균형재정의 논리가 제기되는데요. 이에 대한 대응 논리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 방안이나, 공무원연금을 적용받지 않는 ‘중규직 공무원’의 확충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참여자: 임상훈 위원장님이 사회적 조직화를 말씀하셨는데 참 와 닿습니다. 최근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나 쌍용자동차의 희망텐트 등을 보면서 민주노총이 못 따라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시민사회와 함께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사회적 조직화의 방안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참여자: 실 노동시간 단축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로 인한 임금이나 노동조건 축소에 대해서는 현장에서의 반발이 일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참여자: 사회서비스공단 신설을 말씀하셨는데요. 그 제안을 정치하고 명확하게 다듬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서비스공단이 만들어졌을 때 공공부문 간접고용의 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시설관리공단 등이 이와 비슷한 사례입니다. 직접고용이 되어 있던 노동자들을 외주화하면서 시설관리공단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거든요. 사회서비스공단이라는 게 그럴 듯 보이지만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나 고용 등은 사실상 노동문제로 국한시키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포괄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한데요. 1차적으로 ‘공운법’(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처리되지 않고는 공공부문의 노동문제를 사실상 처리하기가 어렵습니다. 공공부문의 문제를 지적할 때는 이런 연결고리와 구조를 고려한 진단과 과제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 실 노동시간 단축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고 그 일환으로 교대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것이 제조업 파견(사내하청)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일종의 ‘구성의 모순’(개별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그것들이 모일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요. 대기업 정규직들의 실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교대제 개선 요구로 인해 생기는 빈자리에 사내하청을 투입해, 전체 고용시장에서 오히려 비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제조업 파견이 활성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거죠. 이런 부분에 대한 대안이 함께 고민돼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임상훈 위원장님이 사회적 노동기본권 실현을 말씀하셨는데요. 큰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이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중의 집’ 운동이나 협동조합운동 등과 조직노동운동이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답이 없다면, 떠 있는 이야기가 되기 쉬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직노동을 뒤로하고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돼서 그러한 실천을 끌고 나갈 때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습니다. 교섭을 하게 되면 교섭 주체가 요구될 텐데, 당사자인 노동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는 것이죠.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임상훈: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돼서 조직노동보다 앞에 서서 조직화를 하자는 구상은 아닙니다. 비정규직도 다 같은 비정규직이 아니고 종류가 굉장히 많고 서로 처한 위치가 다르잖아요. 그렇다면 사내하청, 청소용역 등 서로 다른 고용형태마다 걸맞은 조직화 방식이 서로 다를 텐데요. 이들의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규직 조직화 관행을 넘어서는 사회적인 상상력과 사회적 방식이 동원되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김태현: 실 노동시간이 단축이 된다고 일자리가 단순계산으로 나오는 만큼 늘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필연적으로 자본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해서 일인당 생산성이 늘어나게 될 겁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제조업에서의 실 노동시간 단축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과 함께 가야 하죠. 정규직들이 노동시간을 줄여서 생겨나는 자리에, 비정규직들이 정규직화해서 들어오도록 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현장을 보면 사실 그런 부분보다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줄어드는 임금 보전 문제에 초점이 가 있거든요. 초점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단기적으로는 임금이 손실되더라도 곧 회복하게 될 겁니다. 줄어든 임금으로는 기존의 생활양식이 유지가 안 되기 때문에 사측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임금을 보전할 수밖에 없는 게, 과거의 선례들에서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한편, 2012년을 민주노총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텐데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민주노총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진보정당의 통합을 통한 정치세력화 완비는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필연적으로 복수의 진보정당 시대를 맞게 됐는데요. 그런 조건에서는 노동조합이 자기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은 자신의 정책과제를 명확히 해서 후보들에게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