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세습 고리 끊고 희망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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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세습 고리 끊고 희망 얘기하자

admin 0 3,292 2013.05.11 12:21

현대자동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1월3일 인사를 통해 그동안 준비하고 고민한 최대의 숙제를 한 단계 진전시켰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차기 정권의 재벌개혁 정책이 대기업으로서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고,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인수위의 정책 방향은 그동안 배타적 지위를 독점해 오던 재벌권력이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어 왔다. 특히 변칙상속, 증여방지를 위해 상속세의 완전포괄주의 도입계획은 정몽구 회장으로 하여금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기 전에 친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된 배경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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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에 있는 재벌들의 연합체인 전경련 건물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자동차 그룹의 소유구조

2000 년 8월 현대자동차 소속 계열사들은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되었다. 분리되기 직전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구조를 모비스를 중심으로 개편해 왔다. 이 개편 과정은 한국 재벌체제에서 총수들이 벌이는 재벌장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정몽구 회장은 1단계로 자신의 현대 모비스 지분을 늘리면서 동시에 모비스로 하여금 현대자동차의 지분을 확보하게 하고, 이어 모비스의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아차를 모비스의 최대주주로 끌어들였다.

정 몽구 회장은 1997년 장내에서 모비스 지분 177만주를 사들이고 이어 1998년 12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141만주를 사들여 1998년 말 모비스 지분율이 8.1%로 높였다. 현대자동차와의 분할, 합병과정에서 99년 말 모비스 지분율이 6.3%까지 떨어지자 정몽구 회장은 2000년 6월 장내에서 다시 180만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8.6%로 늘렸다. 이어 현대자동차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이때까지 현대자동차의 지분이 전혀 없는 모비스를 끌어들여 99년에 1,528만주를 사들이고 2000년에는 988만주를 사들였다. 정몽구 회장은 2001년 현대자동차의 자사주 소각으로 모비스의 현대자동차 지분율이 11.49%에 달해 최대주주가 되었다.

계열사 대부분은 현대자동차, 기아차, 모비스가 소유 지배하고 있는 회사들이며 세 회사는 현대자동차 ← 모비스(11.5%) ← 기아차(17.6%) ←현대자동차(36.3%)라는 상호순환출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정회장의 보유지분은 현대자동차 4.1%, 기아차 0%, 모비스 8.6%이며,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그룹의 지주회사는 모비스이다. 모비스에 대한 정회장의 보유지분은 8%에 지나지 않지만 기아차의 17.6%, INI스틸의 7.0%를 포함하여 계열사들의 교묘한 순환출자구조는 정몽구 회장의 강력한 지배권을 보장하는 구조가 되어 있다.

아들에게 그룹을 넘겨주기 위한 준비

이 번 인사조치로 정의선은 그룹경영의 막강한 실세로 전진 배치되었다. 그러나 이미 정회장은 무려 40%에 이르는 상속세를 물지 않고 아들에게 그룹을 넘겨주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에게 모비스의 지분을 넘겨주기 위해 2001년 자본금이 100억원이던 본텍은 200대 1로 무상감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5천만원으로 줄였다. 이어 2001년 11월 정의선과 한국로지텍 등에 49억5천만원어치의 주식을 5천원짜리 액면가로 발행해 줬다. 로지텍은 본텍의 대주주이며 로지텍의 지분 중 60%를 정의선이 갖고 있다.

정의선은 15억원으로 본텍의 지분 30%를 챙긴 것이고, 본텍이 모비스와 합병되면 로지텍이 갖고 있는 지분을 합쳐 모비스의 의결권 2.7%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개인으로는 정회장 다음의 지분을 갖는 것으로 단순 경영참여의 의미를 떠나 현대자동차 그룹의 소유구조에 진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경영권 이양

공 정거래법은 자산이 일정규모를 넘는 재벌에 대해서는 계열사들이 서로 지분을 사주는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간에 다른 계열사를 하나 끼어 넣어 사주는 상호출자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출자를 허용하고 있는 점을 이용하여 재벌들은 순환출자로 계열사들을 거미줄처럼 엮어 놓고 가장 적은 돈으로 나머지 계열사들을 효율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회사의 지분을 적당히 보유하면 되는 것이다.

2002년 5월 30일 외국인들이 모비스 주식을 대거 처분하여 가격이 폭락한 것과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것도 이 같은 낡은 지배구조 탓이라는 증권사 관계자들의 지적은 핵심을 찌른 것이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부가 재벌개혁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음에도 재벌의 세습형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상속세를 물지 않고 핏줄에게 경영권을 세습할 것인지에 골몰해 있는 정회장의 고민이 이 과정에 녹아 있는 것이다.

khkim_01.gif경영권에 대한 불신조장

정 의선 부사장은 99년 말 현대자동차 이사로 임명된 이후 2001년 상무, 2002년 전무, 2003년 부사장으로 1년마다 초고속 승진하는 특진의 배려를 받고 있다. 이것은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어 인사서열의 파괴를 가져오고 현대자동차그룹 소속의 노동자는 물론이려니와 국민 대중들의 상식으로도 용납되기 어려운 일이다.

대졸 신입사원이 부장이 되기까지 18년, 임원이 되기까지는 최소 22년의 세월이 필요한 게 현재 현대자동차의 승진제도이다. 그러나 이것도 무소불위의 회장님 서명 한 장이면 언제든지 필요할 때 무시될 수 있다. 지금 현대자동차 부사장급 인사들의 평균나이는 50세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제도와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이러한 조치는 기업의 합리성을 송두리째 흔들고 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지배구조의 왜곡과 함께 경영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노른자위 ‘기획총괄 본부’

정몽구 회장 체제의 현대자동차그룹이 출범하고 난 이후 기획총괄본부는 소위 정회장의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실세들이 장악해 왔고, 이들의 권세가 사업계획, 운영, 인사, 노조 관계 등에서 미치지 않는 구석이 없었다. 임금이나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도 사장보다 기획총괄본부의 판단이 우선 적용되어 왔다.

정몽구 회장의 카리스마와 제왕적 지위, 그의 말이 곧 법인 현대자동차 그룹에는 따로 사장단 회의가 없다. 때문에 기획총괄본부에 배치된 정순원 사장이 실세로 부상되었다고 보여지며 현대자동차 그룹의 GT-5 계획도 정사장이 입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총괄기획본부에 아들을 부본부장으로 배치한 것은 아들에게 경영에 대한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을 이양하는 첫 단계로 불 수 있다.

철저한 능력주의 재벌세습을 폐기해야

새 해 벽두 자동차 전문그룹인 현대자동차 전문 경영인께서는 아들, 조카, 사위를 그룹사의 부사장, 전무로 전격 발탁했다. 아마 삼성의 이재용도 SK그룹의 최태원도 아버지 잘 둔덕에 대장의 반열에 올라섰는데 나라고 못할 일이 없고 세상이 양해해 줄 것으로 여길 것이다. 그리고 또 자신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물려받은 아들을 포함한 친족들이 천부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온 나라가 국가의 운명을 걸고, 보다 개혁적이고 투명한 사회, 능력주의 세상을 꿈꾸며 대통령 당선자의 재벌개혁 정책을 포함한 사회개혁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또한 많은 국민들은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과 상호보증에 의한 도미노식 파산을 보아왔고 재벌들의 이러한 황제적 경영이 우리경제를 IMF로 몰고 간 1차적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번 인사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제왕적 기업경영이 가져온 폐단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일반의 상식과 정서를 무시하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자식과 친족을 전면 배치한 인사조치를 재고해야 한다. 시대적 상황에 맞게 능력위주로 인사를 발탁하고 조직 내부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말로만 하는 투명경영이 아니라 생산, 인사, 투자 등 중요경영 사안에 대해 노동조합이 참여하고 공동결정 할 수 있는 공동결정제도의 도입과 이사회 참여를 보장해야만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세계5위 자동차 기업을 꿈꾸는 현대자동차의 장미 빛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