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노동법 개정 과제

노동사회

2003년 노동법 개정 과제

admin 0 4,470 2013.05.10 11:13

노동법은 노동자와 사용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불평등성을 직시하고 약자인 노동자의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법률로 보장하고, 나아가 노동자의 노동3권을 인정하여 대등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단체교섭을 통해 구체적인 노동조건을 자치적으로 결정하도록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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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산업연맹 지도부가 노동법개악반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 출처:노동과 세계 ]

노동법의 기능과 우리의 현실

우 리 사회가 해방 이후 많은 발전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일제식민지 지배와 군사독재의 잔재가 잔존하고 있다. 특히 군사정권하에서 개발독재의 미명 아래 기본권이 철저하게 유린된 노동자들의 경우 민주화운동에 의해 민간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도 기본권의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1997년 말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열악한 지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동법개정은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군사독재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신자 유주의에 기초한 정부정책이 경쟁력 강화를 최상의 가치로 하여 노동의 유연화 등을 추구한 결과 고용의 불안정과 차별을 핵심적 본질로 하는 비정규노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용형태와 근로관계의 종속성의 정도가 다양한 지금에는 고전적인 의미의 노동법의 의미와 역할도 변화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임금을 유일한 생계의 원천으로 하는 노동자가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다는 본질이 변하지 않는 한 고전적 의미의 노동법의 존재의의는 여전하다고 할 것이고, 오히려 변화된 환경 속에서 본래의 기능을 충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

노 동법 개정의 최우선적 과제는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은 자유민주주의의 출발점이므로, 노동3권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우리의 현실은 아직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였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단결권조차 부정되고 있는 공무원과 대학교수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공무원의 노동3권과 관련하여 정부는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단체협약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일률적으로 부정하며, 조합원의 범위와 조직설립형태 등을 법률로 강제하고 심지어는 연대활동까지도 금지하는 억제와 제한 및 금지 위주의 법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후진적인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다. 조합원의 범위와 조직설립형태 및 조직의 명칭 등은 노조가 자주적으로 결정할 문제로서 법률로 제한할 것이 아니다. 단체협약체결권도 인정되지 않는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아무리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단체행동권을 일률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되 행정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방안이 선진적인 해결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연대활동의 금지는 역사적 당위를 법률로 제한해보겠다는 것으로서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웃음거리만 될 것이다.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노동조합및노동쟁의조정법(이하 '노조법')상의 쟁의행위에 대한 지나친 제한규정과 그것의 위반에 대한 엄격한 벌칙조항들을 대폭 삭제하고 수정해야 한다. 노조법은 헌법상의 노동3권을 구체화한 일반법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의 노조법은 쟁의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금지 및 제한규정을 마련하고 있고 나아가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규정들이 많아 쟁의행위제한법이라고 해야할 형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조항이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강제중재조항이다. 이로 말미암아 병원, 철도·지하철, 통신, 전기사업 등 소위 필수공익사업장에서는 매년 소위 불법파업이 발생하고 수많은 노조간부들이 전과자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공익적 성격이 강한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사전에 쟁의권을 봉쇄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며 쟁의권은 인정하되 공공적 서비스의 제공을 중단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이익조정의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쟁의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적 제한이나 방법상의 제한규정들은 대부분 불필요하거나 노동조합의 내부규약으로 규정할 사항들로서 대부분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지 않고 노무제공의 집단적 거부라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 파업에 대해 목적이나 절차가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해서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로 처벌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되는 후진적인 상황만큼은 극복될 수 있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비정규노동에 대한 적절한 대응

sskim_02_0.jpg노 동법개정의 다음 과제는 고용불안정과 차별로 고통받는 비정규노동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비정규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최저 취약계층을 형성하고 있는바, 비정규노동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한 걸음도 진전하기 힘들 것이다.

비 정규노동문제 해결의 기본방향은 다양한 고용형태에 대해 노동법이 고전적인 의미를 회복하여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법상의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을 현실탄력성 있게 개정하여야 한다. 형식적인 계약이나 관념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집착한 결과 실질적으로 근로자 또는 사용자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배제시키는 해석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을 실질적인 관점에서 다양하게 인정할 수 있도록 개념정의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보장권리의 인정이나 준(準)근로자 개념의 창설 등 간접적인 대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의 확대를 통한 노동법상의 보호를 온전하게 하는 것이다.

비정규노동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기간제근로이므로 기간제근로에 대해서는 근로계약기간을 원칙적으로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기간의 정함을 인정하는 방향, 즉 진입에서의 규제가 필수적이다. 일부에서는 이 방안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나, 진입에서의 규제가 도입되지 않는 한 기간제근로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파견근로, 도급, 위임계약 등 간접고용형태의 경우에는 중간착취의 위험과 근로자의 고용불안 및 차별 등의 임시적인 방편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인권침해가 뒤따르므로 결국 파견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직업안정법을 통해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불법 근로자파견이나 근로자공급의 경우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방향에서 진정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5일 근로제의 도입

주 5일 근로제 문제는 단순히 근로시간의 단축이라는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1주 2일 휴무제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주5일 근로제는 그 도입시기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매우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주5일 근로제 도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휴가·휴일수의 문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문제, 임금보전문제 등은 위와 같은 대국적인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임금보전문제는 근로시간단축이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근로시간단축을 빌미로 근로조건을 하향시켜서는 안 된다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된 바에 따르면 될 것이다. 기타 경영계가 주 5일 근로제에 반대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는 쟁점들은 이미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안 등을 통해 정리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도입시기를 지나치게 장기간에 걸쳐 단계화하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도입시기를 확정하지 않는 것은 가장 필요한 계층을 배제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입법과제

우 리 사회에서 외국인노동자는 더 이상 이방인에 머무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요 산업인력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국제사회에서도 널리 알려져 인권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외국인노동자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형식과 실질이 일치하지 않는 산업연수생제도 및 이에 근거한 연수취업제를 폐지하고, 실질에 부합하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정부는 온갖 명분으로 산업연수생제도를 온존시키고자 하나, 형식과 실질이 일치하지 않는 위 제도가 온존되는 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는 근본적으로 잠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고용허가제의 경우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허가를 주는 것으로서 외국인노동자의 사업장이동권이 기본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여전히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어차피 외국인노동자를 우리 사회 산업인력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서는 고용허가제보다는 외국인노동자의 사업장이동권을 인정하는 노동허가제가 근본적인 해결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된 노동환경에 맞는 법개정

노동환경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노동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된 노동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노동법이 정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우 선, 합병이나 영업양도 등 기업변동의 경우 개별적 근로관계 또는 집단적 근로관계의 포괄적 승계에 대한 입법이 필요하다. 기업변동의 경우 현재 법원의 판례를 통해 어느 정도 원칙적 승계의 입장이 정립되어 있기는 하나, 구체적 사건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장기간 동안 재판을 하여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고, 위수탁업체의 변경 등을 통한 사실상의 기업변동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는 한계점 등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기업변동의 경우에 개별적 및 집단적 근로관계의 승계에 대해 적절하게 규율할 수 있는 방법으로 관련 법률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노동자의 경영참여제도가 적절하게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는 기업경영에 있어서 인건비라는 비용 관점의 단순한 객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노동을 제공함과 동시에 인격권을 발현시키는 주체로서의 지위도 갖는다. 기업은 자본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노동과의 결합을 통해서만 경영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경영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는 노동자를 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고, 산업민주주의를 달성하는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의 경영참여제도의 구체적인 모습은 각국의 역사와 처한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경영참여제도의 내용으로는 현재의 노사협의회를 노사공동위원회로 하고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을 종업원평의회로 하며, 노사공동위원회에서 많은 경영사항을 공동결정하고, 이사회와 감사회에 노동자대표를 참여시키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의 폐지

2002 년 말에 제정된 경제자유구역법률은 소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의 후속조치로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을 통하여 체계적인 개발, IT 인프라의 구축 및 외국인 친화적인 경영·생활여건 조성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을 그 입법취지로 내세운다. 그러면서 환경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월차유급휴가를 폐지하고 주휴일 및 생리휴가를 무급화 하며 대상업무와 파견기간에 관계없이 파견근로를 확대하고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며, 장애인과 고령자 의무고용을 면제하는 등 경제자유구역 내의 외국투자기업(많은 국내기업들도 이에 해당하게 된다)에 대한 특혜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경제자유구역 외국투자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차등대우하는 것으로서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반하여 부당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서 노동법 적용의 회피를 우리나라 전체로 확대하고자 하려는 시도이다. 따라서 위 법률은 즉각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적인 사회를 향하여

신 자유주의는 경쟁에서의 승리를 최고의 가치로 하고, 경쟁에서 처지는 약자와 취약계층의 존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러나, 20대80의 사회라고 말해지는 것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우리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경쟁에서 승리한 자가 아닌 약자나 취약계층이다. 노동법의 탄생근거와 역할은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의 노동법개정은 우리 사회를 인간적인 사회, 대다수의 사회구성원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는 사회를 만드는 작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