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된다.

노동사회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된다.

편집국 0 4,211 2013.05.17 08:44

 


hsyang_02.jpg얼마전 한 중앙일간지에서 ‘해투연수생을 아시나요?’라는 기고를 본적이 있다. ‘해투연수생’ 즉 해외투자법인 현지연수생이란,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현지에서 기술연수를 통해 현지공장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국내 모기업으로 데려온 외국인 노동자를 일컫는다. 1991년부터 시행되어 2004년 8월 말 현재 19,999명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이주노동자의 역사는 15년이 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의 인권, 삶에 대해 우리는 무관심해왔다. 

매년 12월1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이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민주노동당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주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행동’은 12월13일부터 이주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행동 주간을 가졌다.

문화제 “우리 함께 어울려…”

이주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행동 주간에는 금속노조와 금속연맹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주노동자 문화제, 이주노동자 정책관련 토론회, 전국에 있는 출입국사무소 앞에서의 동시다발 항의집회 등이 진행됐고, 19일 국회 앞에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총력결의대회 개최되었다.

13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린 <금속이 함께 하는 작은 문화제 “우리 함께 어울려...”>에서는 금속과 이주노동자의 공식적인 공개 만남을 통해 금속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상호 투쟁 정서를 교감하고 이해를 넓히는 장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이 자리에서 한 금속노동자는 “차이와 차별을 인정한다는 게 쉽지 않다. 지금까지 연대를 못했다는 반성 하에 차이와 차별을 없애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말로 이주노동자 역시 ‘남’이 아닌 같은 노동자임을 강조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금속노동자들이 마련한 투쟁기금 전달식이 함께 열렸고, 문화제라는 말에 맞게 지민주, 밴드 바람, 율동패 들꽃, 천지인, 이주노동자 가수 등 다양한 문화행사들도 함께 열렸다.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명동성당 농성 투쟁단 대표인 아느와르 씨는 “정부의 무분별하고 무차별한 탄압에 맞서 많은 동지들이 자살했고, 단속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노동자가 노동권과 인권을 찾기 위해 싸우는데 반한단체라고 비난까지 했다. 그래도 우리는 물러서지 않고 계속 투쟁할 것”이라며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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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동자와 함께하는 문화제 "우리함께 어울려..." 에서 이주노동자와 금속노동자가 어깨를 굳게 걸었다. ]

산업연수생제도의 실상

2004년 현재 산업기술연수생, 해외투자법인연수생, 미등록이주노동자 등 43만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1993년 11월에 도입된 산업연수생제도는 출입국관리법의 ‘산업연수’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 이전과 협력을 목적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3D산업 등 내국인 기피업종에 대한 노동력 수급창구가 되어왔으며, 연수생들 역시 ‘연수’의 목적보다는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제공하기 위해 입국한다. 이주노동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업체에서는 내국인력을 구하지 못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제도로 전락한 것이다.

실상이 이러한데도 연수생제도를 고집하는 이유는 ‘차별’이 쉽기 때문이다. 퇴직금이나 연월차수당을 지급할 필요도 없고, 근로시간 및 휴일 등의 보호조차 배제한 채 저임금 착취가, 쉬운 방법으로 가능하다.

연수생들의 노동조건이 이처럼 열악하다보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보다 나은 작업환경을 찾아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04년 8월말 현재 산업연수생 체류현황을 살펴보면 이 사실은 극명히 나타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중기협) 연수생 50,357명중 이탈자 30,631명(60%), 수협연수생 837명 중 이탈자 708명(85%), 건설협회연수생 4,704명 중 이탈자 712명(15%), 농협연수생 997명 중 이탈자 761명(76%)이며, 이외 연수취업자들의 이탈율 또한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덧붙여 송출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비리 또한 이탈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한다. 송출기관 선정 및 인원배정권을 독점하고 있는 중기협 등을 상대로한 송출기관들의 로비는 비밀 아닌 비밀이 되었고, 여기에 소요되는 로비자금은 연수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연수생들은 입국시 엄청난 경비를 부담해야 함은 물론, 입국 후에도 매달 사후관리비를 송출기관에 납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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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의 인정이 자본에 대항하는 것

온갖 불법의 온상이 되고 폐해를 낳고있는 산업연수생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를 도입하여, 미등록이주노동자 수를 줄인다는 이유로 강제단속과 추방, 무단 공장침입, 폭언과 폭행은 물론 보호시설 장기구금, 체불임금 등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마녀사냥식 법집행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수가 줄기는커녕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정부의 정책과 제도에 오류가 있다는 반증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강경일변도의 추방정책이 아닌 유엔이 정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 비준, 이주노동자들의 국내 노동관계법 적용,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도입 등 제도개선을 통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에 노출되고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에 이주노동자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차별을 받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현재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저임금 노동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정부와 자본에게는 매력적인 제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저임금으로 인한 일자리 위협, 고용의 불안정에서 오는 ‘파업파괴자’라는 오명, 같은 노동자들끼리의 차별과 천시를 받고 있다.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경쟁관계로 몰아가며 분리되는 것은 자본이 바라는 것이다. 노동자들 스스로 이주노동자를 껴안아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