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고 짐을 싣는 짐승들, 나를 위해 죽임을 당한 짐승들, 내가 고기를 먹은 모든 짐승들, 그들이 빨리 부처가 되기를..."
- 라다크에서 드리는 기도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놀라울 정도로 간접적입니다.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글을 쓰고 이야기하고, 어디에 가든지 화분에 담긴 식물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식물이 있고, 벽에는 나무들의 그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은 늘 자연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도대체 실제의 자연과 접촉을 갖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로 타시 랍기야스라는 사람이 영국에서 두 달 지내고 나서 한 말이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라다크에서의 생활 체험을 토대로 한다. 토속 언어 연구를 위해 70년대 중반 이곳에 온 저자는 라다크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에 빠져든다. 그녀는 16년을 더 머물며 라다크 사람들과 함께 산다.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흙벽돌로 집을 짓고, 직접 농사지은 곡물을 먹고, 옷은 만들어 입는다. 한마디로 돈이 필요 없는 사회. 이들의 철학은 "감각을 가진 모든 것을 기쁘게 하는 것 외에, 부처를 기쁘게 하는 방법은 없다"로 요약된다.
물질적 풍요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동체에서 해야 할 일은 넘쳐나고, 자연은 땀흘린 만큼 결실을 준다. 살아가면서 악착스레 욕심부리고, 싸우고,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부처의 자비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는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간격을 증대시킨다. 전통경제에서도 부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부의 축적에는 자연스러운 한계가 있었다. 염소는 어떤 수만큼만 돌볼 수 있고, 보리도 어떤 양 이상을 저장할 수 없다. 그러나 돈은 더 쉽게 은행에 보관될 수 있고, 부자는 더 부유하게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
세월은 흘러 관광객이 찾아오고, 자연스럽게 라다크에도 서구 문명이 들어온다. 돈이 들어오고, 비교 대상이 들어오고, 새로운 생각과 생활방식이 나타난다. '이곳은 뒤떨어졌고, 우리는 가난한대, 저들은 부유하고 앞섰다'는 인식이 커진다. 이제 젊은이는 새 것을 찾아 떠나고, 공동체는 무너진다. 이런 변화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이 책은 우리에게 행복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엄청난 발전과 개발의 속도 아래 우리가 잃어 가는 것들을 일깨운다. 물질적 풍요만이 삶의 척도가 되고 있는 오늘날, 인간의 행복한 삶이 가진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말이 있다. 옛 것에서 새 것을 안다는 뜻이다. 이 말처럼 라다크의 오래된 모습들도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어주는 게 아닐까. 즐거운 여름 휴가길에 『오래된 미래』도 꼭 챙겨 떠나자. (녹색평론사, 8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