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에 맞선 택시노동자 투쟁

노동사회

불법에 맞선 택시노동자 투쟁

admin 0 3,992 2013.05.08 11:59

2001년 7월 27일 민주택시연맹 산하 전체 조합원 중 42%가 참여한 가운데 산별노조가 출범했고, 하반기부터 산별노조 강화, 제도개선 완비, 월급제 정착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그 결과, 작년 12월 11일 노동부·건교부와 ‘택시제도 개선 종합대책’에 합의했고, 조합원들은 월급제 전면 정착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2002년 4월 들어 연맹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광주지역 43개 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하면서 산별노조 강화와 더불어 2002년 임단투 전망을 밝게 했다. 

2002년 들어 연맹은 월급제 전면 정착과 산별노조 강화를 사업 목표로 잡고 투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택시 사업주는 사납금제 관행을 고집하면서 집요하게 월급제에 반대했고, 이를 단속해야 할 정부와 지자체는 소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택시업계의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특히 광주지역에서 노조가 사납금제에 직권조인을 하는 사태가 일어났고, 인천지역에서는 한 달이 넘는 장기 파업이 계속되는 등 지금으로서는 사태 해결이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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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들어 연맹은 월급제 전면 정착과 산별노조 강화를 사업 목표로 잡고 투쟁에 돌입했다.  ▷ 출처:민주택시연맹 ]

택시업계의 불법부당행위 척결을 목표로  

연맹은 2002년 사업 목표를 ▲ 산별노조 강화·조합원 6만 확보, ▲ 생활임금 보장되는 월급제 쟁취, ▲ 택시업계 불법경영·부당노동행위 척결, ▲ 산별노조 재정 자립, ▲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설정하였다. 이 가운데 앞의 세 가지가 2002년 집중 투쟁 목표였다.

임단투는 사납금제 철폐, 월급제 쟁취, 생활임금 보장이라는 3대 목표 아래 ▲ 가감누진형 월급제 임금협약 쟁취, ▲ ‘월 155만원’ 최저생계비 보장 및 수입금의 55% 임금 확보, 그리고 이를 위한 ▲ 택시제도 개혁 투쟁을 결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요구사항을 ▲ 가감누진형 월급제 실시, ▲ 생활임금 보장, ▲ 택시요금 사용자 전액 관리제 이행, ▲ 택시 부가가치세 경감분 전액 운전자 처우개선 사용, ▲ 택시 연료 LPG 전량 회사부담으로 정하고, 산별노조 중앙이 주관하는 지역공동임투(지역교섭 및 대각선교섭)와 산별중앙교섭(중앙노사협의회)을 병행하여 교섭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연맹은 이를 위한 조합원 교육 및 간부교육을 실시하고, 4월에는 지역별로 임투 출정식을 열어 지역별 임금 교섭을 본격화했으며, 5월 임투 분위기 조성을 위한 대정부 압박투쟁과 택시업계의 불법·탈세 관행 고발 투쟁 등을 전개했다. 한편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5월 13일 143개 사업장이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했고, 5월 24일 조정신청 사업장 가운데 136개가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연맹 차원의 파업 투쟁은 인천 지역에 집중되었는데, 인천 32개, 울산 3개, 서울 2개, 강원 2개, 전북 1개, 충남 1개 사업장에서 파업이 이뤄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산별 차원의 파업에 돌입한 당일, 광주 지역이 변형된 사납금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임금협정에 직권조인함으로써 연맹의 파업 투쟁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이 때문에 힘있는 투쟁이 이뤄지지 못했고, 파업이 오래가게 되었다. 

7월 5일 현재 인천 지역을 비롯한 전국 41개 사업장에서 조합원 5,200명이 한 달 넘게 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 지역의 파업이 오래 가는 이유는 사업주들이 교섭을 거부하고, 현행법상 불법인 사납금제를 강요하면서 월급제 실시를 훼방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노조보다 강한 사업주의 힘, 사업주의 고질적인 불법 행위를 방관하는 정부의 무책임함이 자리잡고 있다. 

민주택시연맹은 5월 27일 파업 돌입 후 진행했던 일일집회를 확산시켜 인천시내 17개 거점지역을 설정해 7월 말까지 매일 집회를 하는 동시에 사업주의 탈세, 운송수입금 전액관리 위반, 부당노동행위 사례를 수집·고발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과 산하 조직, 민주노동당, 인천지역 시민대책위가 파업 투쟁을 지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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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노동자들은 지입제, 도급제, 탈세 등 불법경영 근절과 경영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사납급제 철폐를 요구한다.  ▷ 출처:민주택시연맹 ]

택시업계 월급제란? 

택시업계의 임금 체계는 대체로 3가지 형태가 있다. 정액 사납금제, 업적급제, 월급제(완전월급제, 가감누진형 월급제)가 그것이다. 

● 정액 사납금제는 하루 수입금에서 일정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나머지를 운전자가 갖는 방식이다. 이는 낮은 임금과 생계비를 채우기 위한 초과금액, 즉 음성(陰性) 수입금을 벌기 위해 불법 운행을 유발해 택시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 업적급제는 정액 사납금제보다는 회사에 납부하는 사납금액이 낮으나, 초과금을 노사가 60 : 40으로 배분하는 형태로 결국 정액사납금제와 차이가 없다.  
● 월급제는 1997년 7월 1일부터 법으로 시행중인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에 의해 사납금제가 철폐가 되고, 1일 메타기에 기록된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생긴 제도다. 

월급제에는 완전월급제와 가감누진형 월급제 두 가지가 있다. 완전월급제는 일반 제조업이나 사무직처럼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완전월급제를 시행하기 어려운 택시 근로의 특수성을 감안해 1998년 이후 각 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로 노조는 가감누진형 월급제를 추진하고 있다. 가감누진형 월급제는 월수입금의 일정액을 노사가 50 : 50으로 배분하되, 일정수입금의 높낮이에 따라 성과 수당을 가감하는 방식이다. 서울의 경우, 하루 7시간 20분 이상을 근무하여 월 220만원을 입금하면, 110만원을 임금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가감누진형 월급제가 여전히 사납금 중심의 임금체계이기에 초과 근로, 불친절 행위, 사업주들의 불법 경영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입제, 도급제, 탈세 등 불법경영 근절과 경영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사납금제 철폐로 인한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운행여건을 크게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탈법을 방조하는 정부와 지자체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규정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1997. 9. 1)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법과 정부 지침에 따른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업체는 전체의 20%에도 못 미친다. 서울의 경우, 263개 업체 가운데 겨우 17개가 시행하고 있다. 

택시사업주들은 택시수입금의 사측 관리와 월급제 실시를 노동자들이 원치 않는다고 역선전하는 한편, 서류에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에 의한 임금제도를 실시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실제로는 하루 수입금 최저선을 정해놓고 이에 미달할 경우 차량 가스를 지급하지 않거나, 미달분만큼 임금을 공제하며, 택시차량 수리비를 기사에게 전가하는 등 비열한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인천의 경우, 일명 ‘깡도급’이라 불리는 수습기사가 전체 법인 택시기사의 30%에 달할 정도로 탈법 상황이 심각하다. 이들은 회사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취업 신고도 되어 있지 않으며, 4대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다. 회사 택시를 개인이 빌려다 영업하면서 임대료를 회사에 지급하는 ‘일용직 도급’으로,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택시 사업주들은 월급제의 전제 조건인 전액관리제가 정착되어 자신들이 택시 수입금을 전부 관리할 경우, 그 동안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고 더 이상 불로소득을 챙길 수 없기 때문에 월급제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인천 지역 사업주들은 2000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수십 차례에 걸친 노조의 교섭 요청을 거부해왔으며, 사납금 인상만을 고집하고 있다. 한편, 사업자들은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개최한 조정회의에도 나오지 않았고, 택시 면허권자인 인천시청 및 경인노동청이 주선한 교섭테이블도 거부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태도다. 법 집행이 표류하고 불법·탈법이 만연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공권력을 동원해 법을 집행하기는커녕 사업주의 거부로 성사되지도 않는 교섭 테이블만 주선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 불법 행위를 빌미로 경찰병력을 투입하던 행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파업이 한 달을 넘고 있지만, 해결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법 준수와 생계비 보장을 요구하는 택시 노동자들의 투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불법으로 이윤을 남기는 사업자의 횡포와 농간 역시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택시사업 면허권자인 정부는 팔짱만 끼고 모른 채 하고 있다. 

택시 노동자들의 파업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개선하는 동시에 사업주들의 불법을 바로 잡아 택시의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싸움이다. 민주택시연맹은 노동자 권익 향상과 택시의 대국민 서비스 개선을 위해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와 월급제가 실현되는 날까지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