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노동과 법

노동사회

21세기의 노동과 법

admin 0 4,045 2013.05.08 11:53

 


들어가면서  

이 글은 본래 노동법의 성립과 오늘날까지의 발전 경향을 총괄 검토하고, 21세기 노동법의 발전 방향을 예측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1백 년 이상에 걸친 노동법의 역사를 나라별로 정확히 분석 총괄하는 것은 많은 전문연구자가 오랜 동안 공동으로 연구해야 하는 큰 과제이므로 이 글에서 모두 다룰 수는 없다. 이 글은 노동법의 역사와 전망에 관한 필자의 주관적인 스케치에 불과하다. 아래에서는 (1) 우선 노동법 성립의 조건과 이론을 확인하고, (2) 다음으로 20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노동법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그것이 노동법에 미친, 그리고 지금도 미치고 있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며, (3) 이를 바탕으로 향후 노동법의 존재 근거와 규제 시스템에 관한 개인 의견을 말한다. 

1. 노동법의 성립과 이론

1) 노동자보호법


노동법을 노동 제공자와 수령자의 관계를 규정하는 법으로 폭넓게 이해하면, 그 기원은 고대노예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여기서 관심을 두는 것은 근현대의 노동법이다. 그것은 노동자가 봉건적 속박에서 해방되어 노사관계가 자유 계약에 기초하여 형성된 것임을 전제하며, 노동자의 법적 자유와 현실적 부자유라는 모순을 자각하는 가운데 성립한다. 결국 '사법적인 자유의 빛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해서, 어떤 세기에도 존재했던 종속성을 부각시키게 된다'. 

근현대 노동법의 최초 형태는 영국의 공장법을 효시로 한 노동자보호법이었다. 원래 보호 대상을 여성과 연소자에 한정했던 노동자보호법은 이후 성인남자로 확대되었다. 노동자보호법은 다른 자본주의 나라에서도 19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크게 발전한다. 노동자보호법의 성립과 발전의 전제 조건은 국가가 개입해 최저기준을 설정해야 할 정도로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그러한 노동자 상태가 사회 문제를 넘어 정치 문제로 되는 만큼의 의미를 얻는 것, 다시 말해 자본주의 공장제 생산의 발전에 따라 취업자 중에 노동자 비율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노동자보호법의 목적은 무엇보다 일정 수준의 노동조건을 보장함으로써 노동자와 그 가족의 행복을 실현하는 데 있다. 법이념의 측면에서는 생존권 혹은 인간 존엄과 관계되어 있다. 물론 목적과 이념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노동자보호법은 통상 암묵적으로 그러한 목적과 이념을 전제한 것으로 이해된다. 말할 것도 없이, 사용자가 노동자의 종속적 지위를 이용해 노동조건을 사실상 단독 결정하는 조건에서는 어떤 국가 규제도 미치기 어려운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노동조건이 끝없이 저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노동자 보호와 함께 적정한 노동조건의 확보를 통한 공정 경쟁의 실현이 노동자보호법의 목적과 이념이 되고 있다. 전국에 일률 적용되는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규제(할증임금확대 의무)를 주 내용으로 하는 미국의 공정노동기준법이 그 예다. 또, 1919년에 창설된 국제노동기구(ILO)가 국제노동기준을 설정해 공정 경쟁을 실현하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하는 기관임은 널리 알려진 바다. 

2) 단결보장법

노동법에서 또 하나의 기둥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단결보장법이다. 주요 자본주의 나라에서 노동자 단결에 대한 국가의 법적 대응이 금지·방임·적극 승인의 단계를 거치면서 발전해왔음은 널리 알려진 바지만, 이러한 변화를 이뤄낸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노동조합의 양적·질적 발전이었다. 

적극적 승인 단계의 단결보장법은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전제로 하며(그 범위는 결사의 자유와 같다), 나아가 공동결정의 사상에 기대고 있다. 요컨대, 노동조건이 노동계약에 의한 대등 결정의 형식을 띠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보며, 이를 노동조합과의 공동결정으로 대치하는 발상이다. 여기서도 노동자의 종속성, 특히 노동조건 결정 과정에서의 경제적 종속성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지만, 이는 종속성에서 기인하는 노동조건의 열악함보다도 사용자의 단독결정이라고 하는 결정과정 자체가 문제시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를 자세히 보면, 노동·경제 조건의 결정에 다수 노동자가 관여하는 것을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발상(경제 민주주의 또는 집단적 민주주의)과, 결정 과정에의 참여를 기본 인권(공동결정의 기본권)으로 보는 발상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양자가 반드시 모순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상의 발상이 모든 나라에서 같은 모양으로 단결보장법제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미국의 1935년 전국노동관계법(와그너 법)은 확실히 노사간 교섭력의 평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공동결정 발상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지만, 그러한 교섭력 평준화가 쟁의행위의 감소에 의한 미국내 주(州)들끼리의 통상(trade) 안정화나 노동자의 구매력 증대 등의 다른 정책 목적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특징이 있다. 또, 헌법 25조에서 선언된 생존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28조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치 지우는 일본의 전통적인 발상도, 국제적으로 보면 독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노동법의 개념 

노동자보호법과 단결보장법은 둘 다 사용자의 단독 결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를 - 국가 또는 집단을 통해 - 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 두 법이 성립하고 어느 정도 성숙하더라도, 그것을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법 영역으로서의 노동법 개념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노동법(Arbeitsrecht) 관념을 맨 처음 확립한 것은 독일이고, 그것은 대략 1912년 즈음의 일이었다. 독일에서는 그 후 일관되게 노동법을 개별적 노동법과 집단적 노동법이라는 불가분의 상호 침투하는 두 개의 영역으로 이뤄진 체계로서 받아들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특히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노동법이라는 용어의 성립 자체가 늦었고, 또 노동자보호법과 단결보장법을 통일적으로 받아들이는 발상은 지금도 충분히 정착되어 있지 않다. 

또 노동법을 구성하는 이 두 분야가 같이 한꺼번에 발전한 것은 아니다. 확실히 노동자보호법과 단결보장법은 일정 수준의 노동조건을 확보한다는 목적에서는 공통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거꾸로 한쪽의 확립·정비가 다른 한쪽의 필요성을 경감한다고 하는 관계도 나타나게 된다. 어쨌든 이들 두 분야는 당연히 하나의 체계를 구성하기보다도 서로 상대적 독자성을 가지면서, 나라에 따라 서로 다른 관계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듯 하다. 

2. 20세기 노동법의 전개

1) 발전에서 정체로
 

노동법을 구성하는 노동자보호법 또는 단결보장법 분야의 법률·판례는 많은 나라에서 이미 19세기부터 관찰한 바지만, 그것들이 20세기에 들어와 크게 발전한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세기는 두 번의 세계대전과 사회주의의 확립·붕괴라는 특징을 가지며, 노동법은 이런 대사건에서 규정받으며 발전해왔다. 

대개 총력전인 근대전은 그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 생산 주체인 노동자층의 총동원을 필요로 한다. 이미 노동자의 이익대표조직인 노동조합이 일정한 발전단계에 도달한 나라에서는 그것을 폭력으로 부정하면서 독자적인 동원체제(파시즘)를 확립하지 않는 한, 노동조합의 협력과 그것의 국가통합이 불가결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많은 나라의 노동조합이 두 번의 전쟁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 승인을 얻었고, 크게 성장했음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 대량학살과 자원의 대량낭비를 초래한 어리석음에 대한 반성은 전쟁의 원인이었던 국내 사회불안이나 부당한 국제경쟁을 없애기 위한 시스템을 전후 국제질서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발상을 생겨나게 했다. 1차 대전 후에 설립된 국제노동기구(ILO)가 바로 그것이다. ILO의 활동이 각국에서 노동법의 확립·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1차 대전을 계기로 러시아에서 사회주의가 탄생하고, 자본주의에서는 위기가 깊어졌다. 이것이 국제·국내적으로 노동법의 발전을 촉진했음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 

2차 대전의 충격은 1차 대전보다 훨씬 컸다. 그것은 학살의 규모에서 1차 대전을 훨씬 능가했을 뿐 아니라, 대량학살 자체를 목적으로 한 병기(원폭)의 사용이나, 특정 민족의 말살을 주장한 파시즘의 광기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후에 개인주의에 기초를 둔 인간 존엄 사상이 선언되고 확산된 것은 이런 사실을 빼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노동법 역시 인간 존엄 이념에 의거해 노동자의 최저 생활보장 뿐만 아니라 정신적 행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법 분야로서 풍부하게 발전해왔다. 사회 국가임을 표방한 유럽 국가들이 전개한 완전고용정책을 필두로 한 적극적 고용정책과 복지정책도 노동법 발전을 도운 중요한 요소였다. 

이렇게 해서 196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통해, 자본주의 나라에서 노사의 단체교섭제도와 국가의 복지정책을 토대로 하는 체제가 확립된다. 노동자보호법도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서서히 그 규정과 항목을 세분화해서 노사관계의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이렇게 해서 노동법과 노동운동이 순조롭게 발전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973년 석유위기를 계기로 세계적 규모로 경제가 저성장 단계로 들어가고, 고용·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노동법과 노동운동의 환경이 변했다. 특히, 1980년대에 들어와서 각국에서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노동법의 유연화·규제완화가 진행되면서 노동자보호법은 일정한 후퇴를 하게 되었고,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도 커졌다. 서비스 경제화, 파트타임 노동자 증대 등의 요인으로 어느 나라나 노동조합 조직률이 줄었고, 노동조합의 존재 의의가 문제시되기에 이르렀다. 1989년부터 시작된 동유럽과 구 소련의 격변, 경제의 세계화, 자본주의 나라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침투, 노동운동 후퇴 등은 여러 방향에서 노동법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 노동법의 환경 변화와 노동법에의 영향

미시적으로 보면, 20세기를 통해서 노동법의 대상인 노동 및 그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해왔다. 그에 대응해서 노동법도 변해왔지만,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상황은 변하는데 불필요한 법제도가 관성 때문에 잔존하는 문제도 있지만, 현실이 제기하는 새로운 과제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영역도 적지 않다. 아래에서는 그 주요 특징을 검토하면서 노동법의 향후 발전 방향과 과제를 살펴본다. 

① 노동 자체의 변화 

20세기 노동법의 환경변화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노동 자체의 변화일 것이다. 즉,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중심이 이동함(서비스 경제화)에 따라 공장 노동의 비중이 줄어들고, 더구나 공장 노동 자체가 포드 시스템이나 테일러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정형화된 노동에서 다양하고 탄력적인 노동으로, 또 육체를 사용하는 작업에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작업으로 크게 변해왔다. 이들 어느 것도 노동자의 '화이트칼라 화(化)'를 촉진하고 있다. 컴퓨터화·정보화는 사무·영업 노동의 내용을 크게 바꾸고, 또 재택근로나 호출근로 등 새로운 근무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노동 변화는 우선 노동자의 육체적 부담을 줄이는 한편, 새로운 부담(스트레스, 눈 피로, 방사선 등의 새로운 유해물질 등)을 늘린다. 이것은, 노동안전위생 문제의 중심 이동을 촉진한다. 또, 단순노동이 새로운 노동소외의 원인이 됨을 인식하고, '노동의 인간화'가 중요한 과제로 되어왔다. 노동의 다양화·유연화는 결정 권한을 현장으로 이동시킬 것을 요구하며, 작업장 조직의 구조 변화를 촉진한다. 사내 컴퓨터 네트워크의 확립도, 중간관리직을 필요 없게 만들며, 조직의 수평화를 촉진한다. 또한 노동자의 '화이트칼라화'가 부분적으로 자기 능력과 재능을 무기로 하여 사용자와 어느 정도 대등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를 생기게 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노동자의 '화이트칼라화'는, 블루칼라 중심의 전통적 노동조합운동을 후퇴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비중이 커진 고학력의 기능노동자나 서비스산업 노동자가 파트타임 노동자 등의 비전형고용 노동자와 더불어 조직화가 쉽지 않은 계층에 속하는 것은 각국의 경험이 보여준다. 앞으로 노동조합운동이 이들 계층의 조직화를 어느 만큼 추진할 수 있는가가 노동조합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노동의 변화가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노동 형태를 상당 부분 잔존시키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어쨌든 노동 형태가 극히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노동 내용의 변화는 노동자가 전체로서 더욱 노동에 의존해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사실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며, 후술하듯이 경제적 종속성에 대응하는 노동자 보호는 그 자체로서 필요하다. 또 노동시간 규제는 노동자의 자유시간 확보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는데, 공장 노동자에게 육체적 부담의 경감이나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증대가 바로 노동시간 규제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의 '화이트칼라화'를 이유로 하는 노동법의 유연화·규제완화 주장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없다. 

② 노동시간 단축의 진행과 노동의 의의 

노동시간은 대폭 단축되었다. 150년 전에는 하루 14시간 정도였던 노동시간이 지금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일본에서는 과로사가 생길 만큼 장시간 노동이 심각한 문제지만, 길게 보아 다수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대폭 단축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노동시간 단축은 기본적으로는 노동조합 운동이 노력한 성과지만, 시간단축 운동의 목적 그 자체가 변해왔다고 할 수 있다. 초기의 시간단축 운동은 분명히 노동자의 건강 유지를 주된 목적으로 했지만, 시간단축의 진행은 시간단축 운동의 목적을 노동자의 여가(자유시간) 보장, 일자리 나누기에 따른 고용 보장 등으로 전환토록 했다. 그 결과 시간단축 요구 자체가 절대성을 상실하고, 임금 등 다른 노동조건과의 상관관계에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예컨대 주 35노동시간제를 정하는 노동협약 하에서 개별 노동자에게 주당 노동시간을 40시간까지 연장해 35시간을 넘는 시간에서 할증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노동자에게 더 유리한지, 또는 애초 주당노동시간의 최고 한도를 정하는 협약조항이 노동협약에서 노동조건의 최고 한도를 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원칙에 저촉하진 않는 지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그 일례이다. 

또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 생활에서 노동 및 직장이 가진 의의를 상대적으로 저하시킨다. 수면시간과 식사시간을 뺀 시간의 대부분을 노동해야 했던 150년 전의 노동자와, 하루 7∼8시간 노동하고, 또는 주 2일 휴일과 연간 1개월 정도의 휴가를 누리는 노동자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분명해진다. 노동은 대다수 노동자에게 유일한 수입원으로서 절대적인 의미를 갖지만, 노동에서 해방되어 자유시간을 갖는 방향이 앞으로 노동자의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노동시간을 포함하는 생활시간 전체를 자기의 지배 하에 두려는 시간주권 사상이 생기고 있다. 노동자와 가족의 생활 전체를 기업 밖에서도 포섭한다고 하는, 일본 대기업에서 보이던 전통적인 시스템은 이러한 의식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큰 폭의 수정을 필요로 한다. 또 시간주권 의식은 다양한 노동 형태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만들며, 노동시간의 효율화라는 사용자의 의도와도 결부되어 다양한 유연 노동시간제도(탄력적 근로시간제, 재량노동제, 재택근무)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노동시간 단축은,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삶을 노동에서 자유시간으로 이행하게 만들어 노동자 생활에서 노동의 의미를 양적으로 줄이며, 유상노동과 무상노동, 즉 보상이 있는 노동과 보상이 없는 노동(가사, 봉사활동 등)의 상대화를 가져온다. 다른 한편으로, 자유시간의 확대는 노동자 자신에게 노동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들어 노동의 내용과 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도 된다. 여기서 노동의 시간 비중이 저하하면서 노동에 대한 지적 관심이 커지는 결과가 초래되는 역설적 관계도 보게 된다. 
자유시간의 증대는 또 노동자가 시민으로서 지역사회와 일국 정치를 넘어 지구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관계를 맺는 조건도 된다. 확실히 현대사회에서는 자유시간 자체에까지 효율과 생산성의 논리(산업가 정신)가 침투해 자유시간과 여가가 비즈니스의 대상이 된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시간의 존재가, 노동자가 기업에서 종속적 관계에서 자립하는 일개 인간으로서 사고하고 행동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③ 여성의 직장 진출

1845년에 출판된 엥겔스의 고전인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는 공장주가 남성에 비해 임금이 싼 여성을 채용해서 남성이 가사에 종사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여성의 진출은 그 직종·지위가 상당히 넓은 범위에 이르는 점, 파트타임 노동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취업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이전 상황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여성노동의 의미 변화와 함께 노동법에서 여성노동자의 모습도 크게 변했다. 여성은 노동자보호법에서 오랫동안 연소자노동과 함께 특별보호를 필요로 하는 약자로서 취급되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남녀차별 금지, 균등대우 원칙의 국제적 확산과 더불어 - 모성기능을 별도로 하고라도 - 남성과 동질·동등의 노동력을 가진 일꾼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여성노동자에 관한 법률 과제도 남녀의 (형식적) 평등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형식상 여성의 우대를 의미하는 약자우대정책(positive action)은 남녀의 형식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과도적 조치로서 존재 의의를 갖게 되었다. 

여성의 직장 진출은 직업생활과 가정생활의 양립이라는 새 과제를 제기했다. 1960년대의 시간단축 운동에서도 그러한 관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기서 염두에 둔 대상은 주로 남성 노동자였다. 그에 비해 새로운 남녀평등사회(남녀 공동 참여사회)에서는 남녀가 함께 직장생활에 종사하면서 가족으로서 동등한 책임을 진다고 하는 가정상을 전제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 간호휴직, 노동시간 단축, 보육소·유치원의 시설 정비가 과제로 등장한다. 

④ 고용·취업 형태의 다양화

노동법은 원래 공장노동자든 사무노동자든 풀타임으로 상당기간 같은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는 노동자를 전제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동관계를 표준노동관계라고 부른다면, 요즘의 특징은 어떤 의미에서든 이 표준노동관계에 속하지 않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파트타임 노동자, 유기(有期)고용노동자, 파견노동자 등이 있고, 또 노동자와 비슷하지만 자주 비(非)노동자로 취급되는 가내노동자, 방문판매원, 프리랜서도 늘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 또는 노동자와 비슷한 이들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의 노동력을 확보한다든지, 노동법 적용에서 제외해 인건비 부담을 줄여 고용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영자측의 의도도 자리잡고 있지만, 동시에 가정생활이나 개인생활을 위해 일정한 자유를 확보하면서 직장생활에 종사하고 싶은 노동자측의 희망이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노동법은 이러한 표준적 노동관계에서 제외된 고용·취업 관계가 부당하거나 혐오스러운 노동조건이나 노동조건 차별을 가져올 경우, 또 노동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변질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 상황에 걸맞은 '노동자' 개념의 재정의와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의 개정은 이를 위한 불가결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표준노동관계라는 말은 향후 노동정책과 관련하여 규범적 개념으로서도 사용될 수 있다. 즉, 표준적 노동관계 자체가 노동자 보호의 기능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고용·취업 형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그것을 표준적 노동관계에 수렴하는 방향으로 법 정책을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표준적 노동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발상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이것부터가 파트타임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의 원천이 되어온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개념을 받아들이지 말고 차라리 노동자의 생활조건과 인생관 등에 대응하는 다양한 노동 형태를 보장하는 것이 노동법의 과제라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⑤ 개인화와 다양화

20세기에 들어 노동자의 변화는 개인화 혹은 다양화의 측면을 갖는다. 앞서 살펴본 노동 내용의 변화, 즉 정형화된 단순작업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노동으로의 변화, 특히 컴퓨터화는, 노동 현장에서 개인주의를 재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직장 밖에서도 노동자의 다양화와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즉 노동자의 생활형태, 인생관, 성향 등이 매우 다양해졌고, 이와 더불어 노동자에게 개인주의 사상이 강해지고 있다. 그것은 또한 노동자가 물질적 충족과 더불어 정신적 충족을 강하게 요구하는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게다가, 정신적 충족의 요구말고도 자기결정 등 결정참가 요구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러한 경향은 기술혁신에 따른 노동자의 고학력화, 가족규모의 축소, 공동생활 형태의 다양화, 기혼여성의 노동자화, 가처분소득의 증가, 생애시간에서 차지하는 노동시간의 비중 저하를 배경으로 하며, 어쩌면 거스를 수 없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노동법도 처음부터 이러한 노동자의 다양화와 개인화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노동법에서 말하는 인간상을 같은 질을 가진 계급(等質的 階級人)이라는 측면에서만 파악하고, 더불어 노동법의 기본개념으로 집단주의 사상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개별 노동자에게 절실한 의미를 가진 여러 문제를 법적 시야에서 빼버리는 결과를 낳으며, 이는 노동법이 현실의 요청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노동법은 노동조건의 최저기준 확보와 더불어, 노동자 개개인의 생활형태, 인생관, 성향에 적합한 노동조건의 실현에도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노동자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여지를 보장하는 노동조건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또 직장에서 노동자의 인간적인 대우, 시민적 자유의 보장, 사생활(privacy) 보장 등 노동자의 정신생활에 관련된 문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 따라 노동에 관한 자기 결정이나 참가·관여 자체의 제도화가 요구된다. 노동조합도 이러한 노동자의 다양화와 개인화를 고려하지 않는 한, 발전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노동자의 개인화와 다양화가 지금까지의 노동조건 최저기준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일반적으로 인간의 욕망은 기본적인 생활보장과 안전에 대한 요구에서 시작해, 소속감과 인정에 대한 바램을 거쳐, 자기실현과 인격발전의 욕망에 이르는 구조(hierarchy)를 가지며, 이런 구조에서 상위 욕망은 하위 욕망이 충족된 다음에 생긴다. 여기서 노동자 개인의 자기 실현이나 자기 결정에 대한 요구도 법률이나 노동협약 등에 따라 일정 수준의 노동조건이 확보된 것을 전제로 한다. 개별화와 다양화에 대응할 필요성은 결코 그 기초가 되는 최저기준 확보의 필요성을 저하시키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개인화와 다양화를 이유로 하는 노동조건의 개별 결정의 확산이 산업·기업·직장에서 공정한 규범을 무너뜨릴 위험성을 갖고 있음을 늘 의식해야 한다. 

⑥ 산업 차원에서 기업 차원의 노사관계로

노동조건의 주요 결정 단위가 사업장 차원에서 산업 차원으로 바뀌었다가, 최근 다시 사업장 차원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50년대부터 60년대에 걸쳐 직업별 혹은 산업별 노동조합에 의한 중앙집권적인 단체교섭제도가 확립되었고, 이는 사업장 단위의 노동조건을 결정할 때 산업 단위의 최저기준을 정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당시 노동조합은 기업의 합리화 공세에 잘 대응하기 위해 산업별 협약제도의 유지를 전제한 가운데 사업장에 적합한 협약정책을 추진했지만,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다른 한편, 1980년대 이후 세계화(globalization)를 배경으로 하는 규제완화와 탄력화의 진행, 노동조합의 세력 저하 등의 요인을 배경으로 해서 사용자 주도의 기업 내부 노사관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별 노동협약제도라는 방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의문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향후 어느 정도로 전개될 지는 세계화 자체의 진전과 노동조합의 조직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⑦ 고용보장과 노동법

대량실업을 초래하는 경제공황이 노동법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때에 따라서는 민주적 국가질서 자체를 괴멸시키는 힘을 가진 것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의 역사적 경험에서 배운바 있지만, 2차 대전 후 오래 이어진 고도성장이 그런 사정을 잊게 만든 것 같다. 그러나 1973년 제1차 석유위기를 계기로 저성장 와중에 심각해진 대량실업 문제는 다시금 고용·실업 문제와 노동법의 밀접한 관련을 의식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단순히 고용·실업 문제에 직접 관계된 법, 즉 고용보장법이 노동법에서 하나의 영역으로 확립되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고용·실업 문제와 그와 관련된 정책이 노동조건 결정제도나 해고법제 등 노동법의 중심 영역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대량실업 시대에는, 단지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해고제한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전체 노동자의 복지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주장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앞으로는 종래의 노동법이 운명보다는 취업 기회를 얻는 노동자의 능력만을 고려했지, 실업자 문제를 정말 고려하지는 않았다는 반성에 근거해서 실업자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염두에 두는 방향을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⑧ 복지정책의 발전

노동자에게 임금이나 노동조건은 자신과 가족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이것들이 결코 유일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사회보장제도, 주택·교육제도, 세제, 물가정책 등이 노동자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20세기는 시기와 나라마다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이러한 복지정책의 발전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노동법은 사회보험을 시작으로 하는 복지정책과 많은 점에서 기능이 중복된다. 그것은 노동자 보험에 전형적으로 나타나지만,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주택정책, 육아수당, 세제 등)도 노동자를 포섭 대상으로 하는 한에 있어서 노동법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복지정책의 발전은 한편으로는 노동법의 기능과 범위를 좁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의 활동 범위를 넓힘으로써 노동법의 기능 확대를 촉진한다. 

일본 기업(특히 대기업)은 주택·병원·휴양시설의 제공이나 부양가족수당 지급 등 다른 나라에서는 국가정책의 대상으로 되어 있는 사항을 기업내 복지정책으로 해결하는 등, 이른바 복지정책을 노동법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것은 전체 복지정책의 빈곤을 초래한 원인의 하나며, 많은 기업이 최근 들어 이를 재평가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복지정책이 없는 가운데 기업내 복지제도가 방기되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든 노동법의 방향을 생각할 때, 사회보험 및 복지정책과의 역할분담을 검토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⑨ 세계화

노동법은 전통적으로 국내법이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노동관계를 시야에 두고, 그에 관한 규정을 의도하는 것이었다. ILO는 국제적인 공정경쟁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 노동기준을 설정해 노동법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지만, 국내노동법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의미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특히 1990년 이후 급격히 진행된 경제·사회의 세계화는 노동법의 환경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이제 자본은 마치 국경이 없는 것처럼 이윤을 쫓아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으며, 이것은 다양한 형태로 노동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입지를 둘러싼 경쟁 격화가 80년대 이후 각국에서 노동법의 유연화와 규제완화를 촉진하고 있다. 그것은 각국 노동운동이 150년 동안 이뤄온 성과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또 생산방식이나 노동관계의 표준화를 촉진하며, 장기적으로는 노동법의 평준화를 추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세계화에 따른 사람의 이동은 노동분쟁에 관한 재판 관할이나 적용 규범의 결정이라고 하는 국제사법(國際私法)상의 문제 해결을 촉진하고 있다. 총괄적으로 노동정책과 노동법도 국제적 시야를 가져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심해지는 경쟁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실효성 있는 국제기준의 설정은 선진국에서 국내노동법의 붕괴를 막기 위한 긴급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3. 21세기 노동법의 전망

1) 노동법의 존재근거인 사용자의 단독 결정(노동의 종속성)


노동법은 사용자가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규제하는 체계다. 대등해야 할 계약당사자 사이에서 사용자가 사실상 기본적인 계약조건의 단독결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의 결정 관여가 - 자기결정 이념에 바탕해서 높게 평가되는 것과 상관없이 - 사실상 부정된다는 점에서, 또 그 결과 노동조건이 끝없이 저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법이 결코 용인하지 못한다. 노동법은 그러한 관점에서 성립되어, 그러한 고려에 기초해 발전한 법 영역이다. 따라서 노동법이 21세기에도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주장할지는 기본적으로 노동관계에서 사용자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현실이 바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최근 들어, 노동자의 실태 변화를 이유로 노동자의 종속성을 부정하거나 상대화하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즉, 오늘날의 노동자는 종래 노동법이 염두에 둔 19세기 공장노동자와 크게 다르고,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상당히 강한 교섭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논리의 끝은 노동자보호법 혹은 노동법 전체의 후퇴 내지 기능저하(규제완화)를 요구한다. 

확실히 20세기에 진행된 노동 형태의 변화는 부분적으로는 노동 과정에서 사용자의 지휘 명령을 후퇴시키고(유연노동시간제, 재량노동제, 재택근무 등), 이런 점에서 노동이 갖고 있는 이른바 인적 종속성을 희박하게 만든다. 산업에서의 시민권(industrial citizenship)에 관한 마샬의 논의에 따르면, 노동자가 직장에서 자기 결정권과 표명권을 갖고서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논의하고 사회적 책임을 가진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하는 독일의 『2000년 노동연감』 그룹의 논의는 20세기에 이뤄진 이러한 노동 변화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또 노동자의 생활수준이 노동조건 개혁이나 사회보장제도 확립 등의 요인에 따라 크게 개선된 것도 사실로 확인된다. 

하지만, 교섭상 지위의 불평등, 즉 사용자의 사실상 단독결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은 공장노동자는 물론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크게 변할 걸로 보이지 않는다. 노동자의 다양화를 통해 스스로의 능력과 기술을 무기로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는 노동자가 생겼음을 부정할 순 없지만, 그것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노동법의 존재 의의를 약화시킬 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생산체제가 유지되는 한, 사용자에 의한 단독결정이라는 현실은 - 노동력 부족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 기본적으로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노동법 역시 자체의 존재 의의를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 현실의 변화에 따라 '종속성'의 의미와 내용은 달라질 것이며, 이에 맞춰 '종속성'의 유무를 토대로 결정되어온 '노동자' 개념도 수정될 것이다. 또 노동자가 어느 정도는 기업의 구성원, 즉 종업원으로서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경영참가가 노동자 이익의 옹호를 위해서나 기업경영의 건전성이라고 하는 사회적 요청 차원에서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2) 규제체계의 방향

앞으로 노동법은 시간이 흐르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 변화는 규제 내용과 규제 시스템 모두에서 문제가 될 것이다. 우선 규제 내용에 대해 말하면, 앞에서 살펴본 노동법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기본적인 과제가 된다. 구체적으로는 종래의 규제가 필요 없게 되는 경우,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게 되는 경우, 종래의 규제를 개선할 필요성이 생긴 경우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각론의 문제이고, 다른 글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 이상 다루지 않겠다. 여기서 생각해보고 싶은 문제는 규제 시스템에 대한 전망이다. 

사용자의 단독결정을 규제하는 것은 국가법(노동자보호법), 집단적 교섭·협정, 노동계약이다. 이들 세 요소가 적절히 조합되어, 각각이 충분하게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노동법 체계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특히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① 노동조합의 미래

노동자가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사관계에서나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강력한 대표조직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이익대표조직으로서 가장 중요한 형태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도 노동조합이 자기 존재의의를 쉽게 상실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1980년대이래 각국에서 노동조합이 실제로 쇠퇴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 계속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장기적으로는 노동조합이 다른 여러 노동자·시민단체에 비견되는 하나의 조직형태로 상대화되거나, 노동조합의 교섭·협약이 노동조건 결정에 미치는 역할 자체가 쇠퇴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노동조합의 발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법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를 검토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하지만, 이것이 해석론이나 입법론의 측면에서 노동조합이 현실에서 맡은 역할 혹은 맡을 역할에 대한 과대평가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각국에서 기업이나 사업장의 종업원대표가 노동조합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반대로 노동자 이익 대표체로서의 노동조합의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면, 종업원 대표조직의 역할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노동자의 자발적 가입의사에 따르지 않고, 기업이나 사업장에 속해 있다는 공통성만을 토대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쟁의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종업원 대표조직은 노동자 이익을 옹호하는 활동에서 큰 한계를 가진다는 점이다. 

종업원 대표조직은 예를 들어 독일의 경험이 가르쳐주듯이, 상당히 강력한 초기업적 노동조합의 존재를 전제로 하며, 그것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익대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업원 대표조직은 노동조합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고, 따라서 노동조합의 쇠퇴가 노동자의 집단적 이익대표체 자체의 후퇴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② 노동자보호법 

일반적으로 노동법 체계에서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설정하는 노동자보호법과 노동조합은 복잡한 관계에 있다. 한편으로 노동조합의 활발한 활동이 노동자보호법의 발전을 촉진하는 측면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강력한 노동조합의 존재와 활동이 노동자보호법의 필요성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다. 후자의 측면을 거꾸로 표현하면, 노동조합의 쇠퇴가 노동자보호법의 필요성을 높이게 된 것이다. 실제 노동조합의 쇠퇴에 따라 노동조건의 결정을 둘러싼 집단교섭이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 사용자의 단독 결정의 정도가 강해진다면 - 최저기준의 설정으로 사용자의 결정권에 제한을 가하는 노동자보호법의 역할은 한층 중요해 진다. 

광의의 노동자보호법은 감독 제도와 벌칙의 적용이라고 하는 공법적 수단에 따라 사용자가 일정한 최저기준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노동보호법과, 사법상의 최저기준 설정으로 스스로를 한정하는 노동계약법으로 나뉜다. 후자는 노동자의 소송제기를 통해 그 기준이 현실화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노동자보호법 체계에서 이 양자가 어떻게 조합되는지는 노동조건의 내용(노동자의 생명·건강과의 관련 유무와 정도)이나 노동자가 쉽게 소송제기를 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공법적 측면을 중심으로 이해했던 노동기준법도 이런 관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 노사의 힘 관계를 배경으로 한 사용자의 단독결정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노동자보호법은 최소한 사법적(私法的) 강제성을 가져야 하며, 상대적으로 쉬운 임의규정화는 피해야 할 것이다. 

③ 노동계약

노동법을 사용자의 단독결정을 규제하는 체계로 이해하면서도, 규제수단의 하나로 노동계약을 드는 것은 이상한 인상을 줄지도 모른다. 노동법 성립 이전에는 확실히 노동계약에 따른 대등결정의 형식을 띤 사용자의 단독결정이 관철되었다. 하지만 노동계약이 그 내용이 공허하고 사실상 지위설정 계약의 의미밖에 없는 경우, 사용자 단독결정을 형식상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실질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한에 있어서 사용자의 자의적 변경을 규제한다. 노동법이 부정하려 한 것은 노동관계에서 계약의 자유 자체가 아니라, 계약 자유의 형식을 띤 사용자의 사실상의 단독결정이었다. 노동자보호법은 최저기준을 벗어난 영역에서는 당연히 계약 자유를 인정하고 있으며, 집단적 협약은 계약 자유의 실질화를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또 여러 나라에서도 노동자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선택토록 하는 원칙(有利原則)에 따라 협정기준을 뛰어넘는 개별 계약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를 단일한 유형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성을 갖던 시대에서는 노동계약이 가진 독자적인 역할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자의 다양화가 진행되면서, 노동계약으로 노동조건을 개별적으로 결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노동자 전체 혹은 일정 범위의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타당하고 통일된 최저 기준 자체가 중요성을 상실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저기준을 넘어서는 영역과 집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노동조건 영역에서, 노동계약에 따른 결정이 사용자의 단독결정을 구속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노동계약으로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것을 자명하게 여기고 그 위에 집단적 결정이 자리잡아온 유럽 각국과는 달리, 노동계약을 단순한 지위설정 계약으로 여기는 발상이 강하고 노동조건 결정 기능을 과소 평가해 온 일본에서는 더욱 강하게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에서는 무엇보다 실질적인 내용을 가진 노동계약의 정착이 과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의 현실적 힘 관계에서 노동계약의 내용이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형성될 위험성이 크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계약이 정말로 노사간에 대등한 결정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보호법 및 집단적 협정으로 최저기준을 확립함으로써 계약자유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하며, 나아가 노동자의 자기결정(자유스런 의사의 발현)을 현실적으로 보장할 제도(예를 들어, 해고제한)를 정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재판관은 노동자가 진짜 계약 의사가 있는지를 살피고, 계약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 그것을 보충하며, 신의칙(信義則)에서 생기는 노사의 권리 의무에 관해서 판례 법리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전제조건을 빼버리고 노동계약이나 자기 결정의 의의를 일면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노동법의 발전이 아니라 붕괴를 준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보호법 및 집단적 협약과의 관계에서 노동계약에 적절한 위치를 부여해야 하며, 이를 위한 해석론과 방법론의 정립이 앞으로 노동법학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번역 : 윤효원 『노동사회』 편집실장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