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질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노동사회

근골격계질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admin 0 5,069 2013.05.08 11:44

근골격계질환이란 무엇인가?

최근 들어 작업 형태가 단순 반복 작업으로 세분화되고, 경영합리화 등을 통한 작업강도가 강화됨은 물론 공구 사용의 증가, 그리고 사무자동화를 통해 컴퓨터 영상단말기(VDT)의 대량 보급 등 노동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직업으로 인한 건강 장해에 작업자들의 인식과 관심이 높아지고, 이러한 산업재해에 대한 국가, 기업, 혹은 노사 합의에 의한 규제가 강화되는 등 사회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환경 변화와 함께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직업병이 소위 말하는 직업성 요통을 포함한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이다. 근골격계질환은 쉽게 말해 손목, 팔꿈치, 어깨, 목, 허리 무릎 등에 통증을 느끼고 때로는 감각의 마비나 저림, 뻣뻣함 등이 나타나는 근육, 혈관, 신경, 뼈 등에 나타나는 만성적인 건강 장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이 작업과 관련되어 나타나면 직업관련성 질환 즉, 다시 말해 직업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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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년에 2천5백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다. 사진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시위 모습  ▷ 출처: 금속노조 ]

어떤 작업에서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가?

근골격계질환은 특정한 신체부위의 반복 작업과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작업자세, 강한 노동강도, 작업시 요구되는 과도한 힘, 불충분한 휴식, 추운 작업환경, 손과 팔 부위에 작용하는 과도한 진동 등이 원인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허리를 곧바로 폈을 때와 비교하여 허리를 구부리거나 비틀면서 물체를 드는 경우 척추 디스크에 더 많은 부담이 가해지게 되고 어깨나, 무릎, 팔, 손목 등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구부리거나 비틀림을 요구하는 작업 또한 이러한 관절에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빈번하게 또는 계속해서 팔을 어깨위로 들어올리는 작업은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강력한 힘을 요구하는 일은 근육, 건, 인대, 관절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 힘이 들수록 증가된 힘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다른 심리적 요구와 더 많은 근육의 힘과 같은 신체적 요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가 지속되고, 또한 회복에 요구되는 시간이 확보되지 않았을 때는 피로감뿐만 아니라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특정한 동작이 작업시간 동안 빈번하게 반복된다면 문제될 수 있다. 충분한 휴식시간이 이러한 작업 중간 중간에 주어진다면 건과 근육은 피로로부터 회복될 수 있으나 오랜 시간 동안 같은 근육이나 움직임을 요구하는 일은 근육의 피로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속적인 일의 기간이 길면 길수록, 회복되는데 필요한 시간이나 휴식의 길이는 더 길어진다.

둥글지 않은 책상 모서리나 보호대가 없고 좁은 공구손잡이와 같은 단단하거나 날카로운 물체와의 반복적인 또는 계속적인 접촉은 신체의 한 부분에 압력을 가하여 혈류나 신경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임팩트나 그라인더, 굴착기 등을 사용하게 되면 강한 진동이 손과 팔로 전달되어 이 부위의 혈관이나 신경 등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대형 트럭이나 중장비, 지게차 등과 같이 전신진동이 심한 작업을 지속하게 되면 요통 등이 문제될 수 있다. 

기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위험인자들의 형태와 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저온의 작업 환경, 불충분한 휴식, 라인속도에 맞춘 작업, 익숙하지 않은 작업, 사회심리적인 요인 등이 문제되고 있다. 

왜! 근골격계질환이 중요하며, 어느 정도 심각한가?

대부분의 산업현장에서 문제되고 있는 근골격계질환이 가장 심각한 직업병 문제 중의 하나라는 것에 문제 제기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다른 직업병과는 달리 근골격계질환은 노동력 손실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음성난청의 경우 발생건수에서는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손실 비용에서는 극히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골격계질환은 주로 근육의 만성적인 피로로 인해 근육과 혈관 등에 장해가 나타나는 병리적인 특성상 일정한 육체적인 활동을 해야하는 모든 노동에 있어 즉각적인 육체적 활동 능력의 저하로 나타나 곧바로 노동력 손실을 가져온다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찾을 수 있으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이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또한 환경적인 요인을 평가하고 건강 장해를 진단하는 방법이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어 실제 수많은 질환자가 작업 현장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를 찾아내지 못해 문제의 심각성이 과소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말로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근골격계질환이 이미 직업병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작업자의 건강문제와 더불어 장기 결근에 의한 생산 손실과 요양비 지출로 인한 재정 문제 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매년 근골격계질환자가 25만 명 내외로 보고되어 전체 직업병자의 64%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 비용이 연간 450∼540억불 정도로 추정하고 있어 커다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고 있지 않음은 물론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관리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그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다만 국내에서의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개별적인 조사 결과를 보면, 작업자들의 질병 유병율이 적게는 10% 내외에서 많게는 30% 내외까지 조사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컴퓨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전화안내 작업자들에서 약 350여명의 집단적인 직업병 인정 사례(1995∼1996년)가 있었고, 최근(2000년)에는 자동차 조립작업자들의 인정사례(약 50여명), 그리고 조선소의 선박건조 작업자(약 70여명)의 집단적인 직업병 신청 사례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근골격계질환은 과연 예방이 가능한가?

근골격계질환은 그 문제의 심각성으로 인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와 투자를 기업주 스스로가 앞서 진행하고 있다. 그래야만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결국 기업의 경제적 이익이 최대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과 함께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근골격계질환의 예방관리를 가장 중요한 산업보건 사업의 하나로 인식하면서 이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현재 개정 예정인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사업주의 관리 책임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 현재 심의 중에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통해 그 동안 많은 투자들을 하였고 대부분의 연구들에서 성공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성공적인 효과에 대한 주요 내용은 대부분이 상해의 감소로 인한 건강관리 비용의 절감과 함께 부수적으로 생산성, 품질, 종업원 사기 등의 개선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물론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건강한 노동에 대한 기본적 권리 측면에서도 이에 대한 관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근골격계질환은 일회적인 사업으로 예방될 수도 없고, 또한 위험요인의 특성상 근본적인 위험요인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이 관리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바로 '인간공학적 예방관리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주로 회사 내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조직체계를 구성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를 통해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진행하고 작업장 내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작업장 평가와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한 작업 개선, 그리고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의학적인 관리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관리 대책이 현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운영 시스템이 작업장에서 얼마만큼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운영체계로 자리 잡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시발점은 작업자 스스로가 느끼고 있는 증상이나 기타 문제점들을 눈치보지 않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업장 내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리고 회사는 이러한 문제가 우리 사업장내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5호